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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못다 한 이야기

법정에서 못다 한 이야기

: 판사에게는 당연하지만 시민에게는 낯선 법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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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41위 | 사회 정치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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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322g | 135*200*20mm
ISBN13 9791160807240
ISBN10 1160807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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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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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형벌론의 주춧돌을 놓은 이탈리아 법학자 체사레 베카리아(Cesare Beccaria, 1738~1794)는 1764년 『범죄와 형벌』에서 “형벌은 주어진 사정하에서 가능한 한 최소한의 것이어야 하고, 범죄에 비례하지 않으면 안되며, 성문의 법률에 의해 규정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어느 나라든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가혹하게 처벌할수록 시민사회는 위축되며 민주주의는 위협받는다. 수사절차와 형사재판은 무혐의와 무죄로 끝나더라도 개인에게 치명상을 입히므로, 장자가 말한 ‘포정의 칼’처럼 섬세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삼가고 삼가는 일이야말로 형사재판의 근본이다」중에서

이런 상황에서 실체적 진실이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재판을 통해서 그대로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할수록 판사는 오판에 빠질 위험이 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인식능력의 한계에 비추어볼 때 절대적 진실의 발견은 불가능하다. 판사도 예외가 아니다. 법조계에서 흔히 하는 말대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사건 당사자가 제일 많이 알고, 그다음은 변호사이며, 가장 사건을 잘 모르는 판사가 결론을 내린다. 모름지기 형사재판을 맡은 판사는 이런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편견과 선입견 없이 백지상태에서 사건에 임해야 할 것이다.
---「물증이 없더라도 유죄로 선고할 수 있다」중에서

판사는 형법의 이념과 시민의 법감정 사이의 괴리를 고민하면서 형량을 정할 수밖에 없다. 형사재판에서 유무죄는 판사에게 익숙한 사실인정과 법리의 영역이지만, 양형은 판사가 잘 알지 못하거나 꺼리는 감정과 윤리의 영역이다. 판사는 피고인과 피해자 그리고 시민의 마음을 섬세하게 헤아리고 책임주의 원칙을 지키면서, 죗값이 얼마인지 성찰하고 판결문에 일상용어로 적어서 이해와 소통을 구하는 길밖에 없다.
---「죄인을 그리 가볍게 처벌하지 않는다」중에서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민법은 엄숙한 표정으로 “권리 위에서 잠자는 사람은 보호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민사재판을 해온 판사로서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다. 판사도 법에 의해 재판권을 부여받았으므로, 자기 생각과 가치관은 어떻든 법의 이념과 원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 바로 그것이 법치주의다.
---「민사재판에서는 사람을 흥부로 보지 않는다」중에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대립되고 판례가 변경되는 데서 알 수 있듯, 법리는 완벽하지 않고 사회가 변해 더는 타당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판사는 ‘법률가적 사고방식’에 따라 성찰하고 궁리하며, 판례가 제시한 법리와 비교하고 검토해야 한다. 이때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 연암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이 말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이다.
---「법정 문을 여는 열쇠, 법리와 판례」중에서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라는 법언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먼저 ‘자기가 재판한 사건에 대해 모든 것을 판결문에 적어야 하고 다른 방법으로 드러내지 말라’는 뜻이다. 판결의 정당성은 오로지 판결문을 통해서 심사받는 것이고, 달리 중언부언하는 것은 변명이 되기 쉽다. 다음으로 ‘다른 판사가 한 재판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뜻이다. 학문적으로 분석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단편적 사실과 인상만으로 판결을 평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재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마지막으로 ‘재판에 관련될 수 있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하라’는 뜻이다. 특정 법률의 폐지를 공언하는 판사가 나중에 그와 관련된 재판을 맡으면 당사자는 물론 시민도 쉽게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상황이 달라지면서 이 법언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이 사법의 독립을 지키고 신뢰받기 위해 나왔다는 배경과 이유는 깊이 새겨야 한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중에서

가수 양희은은 〈그대가 있음에〉에서 “슬픔이 슬픔을, 눈물이 눈물을, 아픔이 아픔을 안아줄 수 있죠.”라고 노래했다. 『심판』을 쓴 작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는 “인간에 대한 무관심을 체험하기에 최적의 직업이어서 법학을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판사는 왜 가슴이 따뜻하지 못할까? 로마의 어느 시인은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려거든 먼저 울으라고 읊었다. 이제 판사들은 법정 밖으로, 세상 속으로 뛰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를 위해서 그리고 법정에서 만날 사람을 위해서.
---「법에도 눈물이 있다」중에서

대법관의 명칭이 ‘Justice(정의)’인 미국에서는 정의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다. 어느 대법관은 “안녕히 가세요, 대법관님. 정의를 실천하세요.”라는 인사를 받자, “그것은 내 일이 아니네. 내가 하는 것은 법을 적용하는 것이네.”라고 답했다. 다른 대법관은 퇴임하면서 “법관으로 재임 중 중립적이었다고 생각한 판결은 나중에 보니 강자에게 기울어진 판결이었고, 약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한 것은 나중에 보니 중립적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우리나라 판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정의의 기준을 판사가 정하지 않는다」중에서

재판에서 법적 안정성은 항상 지켜져야 할까? 그렇지 않다. 법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만들 수 없으므로 현실에서는 법 개념에 딱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법의 목적을 따져볼 때 문구대로 적용하면 오히려 범위가 지나치게 넓거나 좁은 사건도 일어난다. 그동안 확립된 법리와 판례에 따라 결론을 내리면 그 결과가 오히려 사회윤리적으로 명백히 부당할 수도 있다. 이때 판사가 맹목적으로 법과 종전 판례만 따르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개별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입법자가 그 사례를 알았더라면 어떻게 법을 만들었을지 생각해서 결론 내는 것이 ‘형평’이고 ‘구체적 타당성’이다. 이 경우 판사는 법이 정한 요건에다 다른 요건을 추가하거나 예외를 두고, 가치판단적 일반조항(신의 성실의 원칙을 선언하고 권리 남용을 금지한 민법 제2조 등)을 적용하는 방법으로 정의를 지켜낼 수 있다.
---「판사는 법적 안정성을 중시한다. 하지만」중에서

화성에서 돌아온 판사의 가장 큰 문제는, 동네 사람과 공감하고 소통하지 않은 채 개념과 법리만 말하는 것이다. 유학 보낼 때 현자로 돌아오길 기대했는데, 공구만 만지작거리는 ‘법률 기술자(legal technician)’로 온 것이다. 오늘도 시민은 판사가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말만 한다고 불평한다. 판사가 당사자를 의사소통의 상대방이라고 생각하며 말을 들어주고 공감할 때, 법정은 진정한 의미에서 소통의 장이 될 것이다. 공감은 감정이입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 같이 느끼는 감정이다. 판사는 공감능력이 있어야 시민에게 필요한 선이 무엇인지 숙고할 수 있다.
---「화성에서 돌아온 판사」중에서

법원에 전관예우가 관행적·전반적으로 있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시민이 그렇다고 믿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송사가 터지면 담당 판검사와 인연이 닿는 변호사를 우선순위로 삼는다. 전관 변호사는 전관예우가 불리하지 않아 부정하지 않고 은근히 이용하려 하고, 비전관 변호사는 패배의 책임을 억지로라도 떠넘기려 한다. 전관을 선임했다고 해서 이길 사건이 지고 질 사건이 이기지는 않지만, 재판받는 사람이 절차적으로 전관이 배려받는다고 느끼는 경우는 있을 것이다. 사직 판검사의 변호사 개업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전관예우라는 유령은 사라지지 않는다.
---「열정도, 무관심도 아닌」중에서

판사는 세상 물정에 어둡지만 세상만사를 판단한다. (…) 사안의 실체와 핵심을 정확히 알려면 세상 물정에 밝아야 하는데, 책상물림 판사는 대체로 세상이 돌아가는 실정이나 형편에 어둡다. 학자들은 ‘격물치지(格物致知)’와 ‘사물의 본성’을 논하지만, 그 말을 수백 번 곱씹어도 세상 물정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쓰라린 세상의 리얼리티는 장터나 사무실에서, 거리나 지하철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하면서도 다양한 세상만사를 가늠하는 판사는 선입견 없이 입장을 바꾸어 요모조모 생각하면서 분쟁의 한가운데로 나아가는 길밖에 없다.
---「판단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중에서

김현섭_“판결문에 감정의 이유를 개념화하여 풀어 써주면서 판사 자신도 단순히 각서의 내용대로 이행하라는 명령을 넘는 자신의 결론이 정당한지 반성할 수 있고, 원고도 판사가 피고의 감정에만 편향적으로 매몰되어 내린 자의적 판결이 아님을 이해하고 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상소가 제기된 경우 상급심 법원이 원심에서 제시한 법리를 재검토할 수 있으며, 추후 유사한 사건을 처리하는 다른 판사에게도 참고 자료가 될 것입니다. 판사의 직관과 감정에서 출발하되 그 근거를 개념화하여 법리를 전개하면, 당해 사건을 타당하게 해결할 뿐만 아니라 관련 법규의 내용을 발전시켜 우리 판례법의 형성에도 기여할 수 있겠습니다.”
---「대담_시인의 마음으로 공감하는 판사가 좋은 재판을 한다」중에서

박형남_“저도 어떤 사건에서는 논증뿐만 아니라 판결문에 공감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이성을 갖고 있지만 그보다 먼저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고 느끼는 감성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시인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고 읊었지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치이고 억눌리고 고통 받은 사람이 법원의 문을 두드릴 때, 시인의 마음으로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태도가 좋은 결론도 도출하면서 그 사람을 부축해 일어서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담_시인의 마음으로 공감하는 판사가 좋은 재판을 한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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