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11월 09일 |
---|---|
쪽수, 무게, 크기 | 496쪽 | 576g | 134*200*23mm |
ISBN13 | 9791130677996 |
ISBN10 | 1130677990 |
발행일 | 2021년 11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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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96쪽 | 576g | 134*200*23mm |
ISBN13 | 9791130677996 |
ISBN10 | 1130677990 |
등대지기들 - 013 작가의 말 - 485 옮긴이의 말 - 489 |
마지막으로 편지를 쓴 지도 한참 지났네요. 더 이상 답장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 편지를 읽어주리라는 기대의 끈은 놓지 않고 있어요. 실례가 아니라면 그 침묵을 우리 사이의 평화로 해석하고 싶네요.
20년전 등대에서 사라져버린 세 남자의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이야기이고, 각 남편의 부재가 아내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모두가 비밀과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누구도 상대의 비밀과 상처를 알아보진 못한 채, 그래서 그 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한꺼풀 한꺼풀 벗겨내는 심리스릴러를 쓰고 싶었겠지만, 솔직히 좀 지루했고, 그닥 몰입되지 않았다.
『등대지기들』은 1900년 12월, 스코틀랜드 앞바다의 엘런모어 섬의 등대에서 세 명의 등대지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구상한 소설이다.
20년 전인 1972년 겨울, 콘월 지방의 랜즈엔드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바다의 한 등대에서 등대원 세 명이 자취를 감췄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일련의 단서들이 남아 있었다. 출입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고, 두 개의 벽시계는 같은 시각에 멈추어 있었으며, 식탁에는 식사를 앞둔 식기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주임 등대원의 기상 일지에는 폭풍이 그 타워를 맴돌고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공교롭게도 그날 하늘은 맑았다. 어떤 기이한 운명이 이 불운한 세 남자에게 닥쳤던 걸까? _36
교대 근무할 등대지기를 태운 구호선이 바다 위의 타워 등대로 향하고, 등대에 도착한 사람들은 텅텅 빈 등대를 마주하며 이 책은 시작한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모험 소설가 댄 샤프가 이 미스터리한 사건에 감춰진 진실을 밝히려 하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1972년과 1992년.. 20년 간격의 세월을 반복 서술하며 점점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한다.
1972년 세 명의 등대지기 아서, 빌, 빈스의 각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해 등대에 대한 각기 다른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등대지기 삶이란 단조로움 속의 외로움과 고립감의 싸움이며, 세 명의 각자 관계가 가지고 있는 미묘한 심리들이 잘 묘사되어 있다.
1992년 그들의 가족 혹은 연인인 헬렌, 제니, 미셸은 20년이 지난 후 남아있는 사람들의 각자가 이 사건을 생각하는 방향 또한 다르다. 진실을 알아내는 것과 묻는 것.
무엇보다 이 책 챕터별 끊기가 제대로다! 드라마 보는 기분이다.
제일 궁금한 1972년 부분에서 딱 중요한 부분에서 끊고 1992년으로 가고,
1992년에서는 3명의 인물이 각자 인터뷰하며 혼자 이야기하는 듯한 서술 방식이 그들의 고통과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고, 무슨 일이 있었을까하는 궁금증을 일으키며 다시 1972년으로의 반복.
중간중간 새로운 인물들도 등장하고, 각자의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된다.
등대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바다에 대한 묘사가 좋았다.
등대지기들의 심리와 바다 묘사가 어우러져 나 또한 흐린 안개 낀 망망대해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
조리는 요란한 바다와 조용한 바다를 알고 있다. 너무도 결연하고 성난 굽이침 위에서 당신이 탄 배가 인류의 마지막 까막임처럼 느껴진 나머지 믿지도 않는 것을 믿게 만드는 바다, 천국과 지옥 아니, 저 위에 있는 게 뭐고 저 아래 도사리는 게 뭐든 그 중간쯤인 것 같은 바다를 알고 있다. 옛날에 한 어부가 두 얼굴을 가진 바다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었다. 둘 다 받아들여야 해, 좋은 것과 나쁜 것 둘 다. 그리고 어느 하나도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네. _14
육지 사람에게 바다는 변함없는 것이겠지만, 조리가 알기로 바다는 변함이 없지 않다. 바다는 변덕스럽고 예측할 수 없으며,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가버린다. _23
오후가 되어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타워에 눈이 내리면 기묘하다. 방위를 가늠할 어떤 것도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지붕 위에 쌓이는 눈이나 어느 농부의 밭을 뒤덮는 눈이 보이지 않으니, 눈이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눈은 그저 하늘에서 계속해서 내리기만 하고 하늘은 뼈다귀 색이다. 바다는 조용히 눈을 받아들인다. 저 아래, 칙칙한 금속 색깔의 움직임이 없는 물. 등대에서 일하기 전에는 바다가 항상 같은 색이라고 생각했고, 파란색이나 녹색 외에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은 파랗거나 녹색인 적이 거의 없다. 바다는 온갖 색깔이며 거의 대부분은 검은색이거나 갈색, 누런색, 황금색, 때로 마구 휘저을 때는 분홍색이 된다. _207
[다산북스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경악했던 기억이 나네요.
주인공의 시점에서 나만 빼고 모두가 아는 비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쾅!!!
거의 폭탄급 충격인 것 같아요. 만약 주인공이 여전히 진실을 모른 채 거짓된 행복에 만족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몬드를 감싸고 있는 초콜릿은 언제든지 온도에 따라 녹아버릴 수도, 더욱 단단해질 수도 있어요.
달콤한 초콜릿과 아몬드의 조합을 가장 원하지만 때로는 선택할 수밖에 없어요. 당신이 원하는 건 뭔가요.
비밀? 세상에 비밀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최악의 비밀은 '나만 빼고'라는 조건이 붙는 경우가 아닐까 싶어요. 혼자 고립된 혹은 벌거벗겨진... 대부분 비밀을 알아챘을 때는 너무 늦었어요, 돌이키기엔.
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없는 것 같아요. 애초에 비밀은 시한폭탄처럼 째각째각 터지기 위해 존재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등대지기들>은 가슴 깊숙한 곳에 숨겨둔 비밀에 관한 이야기예요.
처음엔 20년 동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한 실종 사건에서 그 비밀을 찾으려 했어요.
《타임스》1972년 12월 31일 일요일
트라이던트 하우스는 렌즈엔드에서 남서쪽 해상으로 24킬로미터 떨어진 메이든 록 등대에서 등대원 세 명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사라진 이들은 주임 등대원 아서 블랙, 부등대원 윌리엄 '빌' 워커, 그리고 임시 등대원 빈센트 본이다.
이들의 실종 사실은 어제 아침 교대할 등대원을 데려가고 워커를 데려오기로 했던 지역 선장에 의해 발견되었다.
현재 사라진 등대원들의 행방을 알 만한 단서는 없으며 발표된 공식 성명은 없다. 이와 관련해 수사가 시작되었다. (25p)
이상한 점은 등대 타워로 들어가는 문은 잠겨 있었고, 식탁에는 세 명이 아닌 두 명을 위한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는 거예요.
또한 두 개의 벽시계가 똑같은 시각을 가리키며 멈춰져 있었어요. 8시 45분.
등대 타워는 아홉 개 층으로 되어 있는데 남은 건 등대 라이트뿐이고, 아홉 개 층 모두 비어 있었어요. 마치 증발해버린 듯 사라져버린 등대원 세 명은 어디로 간 걸까요?
이 사건은 1992년, 모험소설가 댄 샤프가 감춰진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선언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었어요.
댄 샤프가 메이든 록 실종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취재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는 전개되고 있어요. 20년이 지난 현재, 아서 블랙의 아내 헬렌과 빌의 아내 제니 그리고 본의 여자친구였던 미셸이 기억하고 있는 진실과 20년 전 그때의 등대원 세 명의 진심에 대하여 각자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어요. 그들은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어요. 처음 본 작가에게는 다 털어놓았으면서 정작 꼭 전해줘야 할 상대에게는 침묵했던 거예요. 그 이유가 뭘까요.
너무 큰 슬픔에 빠진 사람은 말을 잃어버리기도 해요. 우리에게는 흔한 말, 미안해,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그 말을 못해서 상처는 깊어지고 서로 멀어지고 말아요. 잊지 말아야 할 건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들은 사라졌고 진실은 알 수 없으니까요. 결말이 소름돋는 반전이지만 그건 수백 가지 결말 중 하나일 뿐이라고.
확실한 건 등대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묵묵히 어둠을 밝히고 있다는 거예요.
미스터리가 풀렸냐고요? 아니오, 전혀... 근데 그 미스터리 덕분에 삶의 다른 면을 발견했어요. 진실은 하나의 얼굴이 아니었네요.
"말을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네.
그냥 '하지만' 밖에는. .
어떤 걸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은 늘 있기 마련이야, 안 그래?
그리고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이 늘 있기 마련이고." (388p)
그 등대는 형언할 수 없는 애절한 방식으로 그에게 와닿았다.
마치 내가 슬퍼서 네가 필요하다는 것처럼. (424p)
지금껏 살아오면서 난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죠.
깜깜한 집에 혼자 있을 때 끼익거리는 소리를 듣고 바람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창문을 닫는 사람,
촛불을 밝히고 살펴보러 가는 사람. (54p)
... 책을 다 읽은 당신은 "실제로 그럴 것 같지는 않아요"라고 했는데, 당신 말이 맞았소.
그건 그렇지 않아요, 우리에게는. 차라리 내가 편지를 썼더라면 좋았을까?
그랬다면 당신이 멈췄을까? 머릿속에 있는 말들이 제대로 나오지 않소. (26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