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2년 02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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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32쪽 | 504g | 135*195*25mm |
ISBN13 | 9791167900869 |
ISBN10 | 1167900863 |
출간일 | 2022년 02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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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32쪽 | 504g | 135*195*25mm |
ISBN13 | 9791167900869 |
ISBN10 | 1167900863 |
MD 한마디
[새하얀 눈밭 위를 날아오르는 인간의 욕망과 광기] 천재 스키점프 선수가 독살당하고, 한 통의 밀고장에 의해 그의 코치가 용의자로 체포된다. 충격과 혼란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사건 이면의 진실은 무엇일까.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욕망과 승리를 향한 광기를 생생하게 그려낸, 청년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포츠 미스터리 -소설MD 박형욱
범인이 사건을 추리한다? 청년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본격 스포츠 미스터리 전 세계 누적 판매 1300만 부를 기록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비롯해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된 작가, 현존하는 일본 추리소설계 최고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걸작 『조인계획』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동계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스키점프를 소재로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욕망과 승리를 향한 광기를 그렸다. 스포츠와 과학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놀라운 트릭과 반전을 선사하는 한편, ‘인간성과 맞바꾼 승리가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패배보다 가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조인鳥人’이라 불리는 스물두 살의 천재 스키점프 선수 니레이 아키라가 합숙 훈련 도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리고 며칠 뒤 경찰에 익명으로 날아든 한 통의 밀고장. ‘범인은 스키점프팀의 미네기시 코치다. 즉시 체포하시오.’ 미네기시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지만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고, 동료 선수와 스태프 모두는 충격에 빠진다. 살해 동기와 결정적 물증을 찾지 못해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네기시는 자신을 지목한 탐정, 즉 밀고자를 알아내기 위해 유치장에서 혼자만의 추리를 시작하는데……. 이제 니레이 살인 사건 이면에 숨겨져 있던 끔찍한 ‘계획’이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낸다. |
징조 사건 경고 해명 체포 복제 계획 동기 옮긴이의 말 |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조인계획』이란 책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작가의 신간이 아니다. 발표된 해가 자그마치 1989년이다. 그러니 어느덧 30년 이상이 지난 작품인데, 이제야 번역되었다니, 국내에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 이제야 선을 보인다니 왜 그럴까? 의문이 든다. 소설을 읽어본 후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재미없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재미없다니, 이게 무슨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의 경우엔 썩 재미있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평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겠지만, 나 역시 작가의 작품을 좋아해서 읽지 않은 작품보다는 읽은 작품이 훨씬 많다. 아마도 한 작가의 작품으로 따진다면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제일 많이 읽었을 게다. 그리고 그 많은 작품들 중 거의 모두를 재미나게 읽었다. 그럼에도 어쩐지 이 작품은 읽는 내내 큰 흥미를 못 느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일 것이고, 어쩌면 이 작품을 읽을 당시의 개인의 상황이나 컨디션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썩 재미없었던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가 있는 것은 이 책은 작가 입장에서는 상당히 실험적인 작품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먼저, 이 작품 속에서 추리를 해나가는 당사자는 놀랍게도 범인이다. 작품은 범인이 누구인지 처음 부분에서부터 독자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범인 역시 자신의 범행을 스스로 인정한다. 그럼에도 범인이 추리를 해 나간다는 전개가 신선하다. 실제, 이 작품의 이런 방법을 내가 좋아하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인 니시자와 야스히코는 그의 작품 『살의가 모이는 밤』에서 차용한다(이 작품 역시 올해(2022년) 국내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그만큼 이런 전개가 나름 신선했다는 반증일 게다.
또한 이 작품은 작가의 초창기 작품(등단 4년째 작품)임에도 작가의 중기 작풍이라 말할 수 있는 사회파소설의 분위기를 상당히 풍기고 있다는 점이다(물론 작가의 작풍을 칼로 무를 베듯 “본격추리소설→사회파소설→감동소설”로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작가의 소설은 일정부분 위의 도식으로 흘러간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의 실험정신이 상당히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이 소설 역시 본격추리소설의 범주에 속한다. 트릭이 존재하고 탐정의 역할을 맡은 자들이 등장하니까. 그럼에도 본격추리소설을 한참 발표하던 시기의 사회파소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는 점은 이미 작가가 이처럼 사회파소설에 대한 애정을 갖고 준비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소설은 스키점프의 절대 강자인 니레이란 선수가 스키점프대에서 날아올라 추락하여 죽음으로 시작된다. 그것도 자신의 애인 앞에서 맞게 된 죽음. 그런데, 니레이의 사망원인은 사고사가 아닌 독살이다. 누군가 니레이에게 독을 먹였다. 이렇게 스키점프 대회에 참가했던 여러 선수단들에 속한 자들이 용의자의 테두리 안에 들어간다.
수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경찰에게 투서가 날아온다. 아무개가 범인이라고. 그리고 그 범인에게도 쪽지가 날아온다. 자수하라고. 그렇게 지목된 당사자인 미네기시(피해자 니레이의 코치)는 범인이 맞다. 소설의 앞부분부터 독자들에게 이 사람이 범인이라는 것을 소설은 밝힌다. 여기에서 범인의 추리가 시작된다. 과연 누가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걸까? 어떻게 내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까? 과연 그 사람은 누구일까? 이렇게 범인은 사건을 또 다른 방향에서 추리해나가게 된다. 바로 이런 점이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이다.
물론, 소설 속 추리는 그것만은 아니다. 형사들은 당연히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리한다. 그러면서 과연 그 동기는 무엇인지를 추리한다. 그 동기를 찾는 작업이 소설이 우리에게 들려주려는 또 하나의 커다란 음성이다.
과연 과학적 훈련의 한계는 어디이며, 어디까지 인정해줘야 하는가? 과연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선수들을 찍어내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 것일까?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물론, 알리바이 트릭이 어떤 식으로 범행에 사용되었는가와 같은 트릭 역시 관심의 대상이긴 하지만, 범행의 동기가 소설의 가장 큰 관심사다. 그리고 여기에서 바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 그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작가의 사회파소설의 원조 격이다. 이런 의미만으로도 이 소설은 작가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겐 꼭 읽어봐야 할 소설임엔 분명하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스포츠맨의 비뚤어진 욕망을 소설을 통해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