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2007 제5회 올해의 책 후보도서
친절한 복희씨

친절한 복희씨

리뷰 총점8.7 리뷰 107건 | 판매지수 666
베스트
국내도서 top20 1주
정가
14,000
판매가
12,600 (10% 할인)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0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02쪽 | 374g | 146*210*30mm
ISBN13 9788932018140
ISBN10 8932018146

이 상품의 태그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

12,600 (10%)

'작별하지 않는다' 상세페이지 이동

도둑맞은 집중력

도둑맞은 집중력

16,920 (10%)

'도둑맞은 집중력' 상세페이지 이동

부의 추월차선 (10주년 스페셜 에디션)

부의 추월차선 (10주년 스페셜 에디션)

15,750 (10%)

'부의 추월차선 (10주년 스페셜 에디션)' 상세페이지 이동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15,300 (10%)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세페이지 이동

긴긴밤

긴긴밤

10,350 (10%)

'긴긴밤' 상세페이지 이동

타이탄의 도구들 (블랙 에디션)

타이탄의 도구들 (블랙 에디션)

16,200 (10%)

'타이탄의 도구들 (블랙 에디션)' 상세페이지 이동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15,120 (10%)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상세페이지 이동

겨울 이불

겨울 이불

14,400 (10%)

'겨울 이불' 상세페이지 이동

단 한 사람

단 한 사람

13,500 (10%)

'단 한 사람' 상세페이지 이동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16,020 (10%)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상세페이지 이동

달러구트 꿈 백화점

달러구트 꿈 백화점

12,420 (10%)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상세페이지 이동

노르웨이의 숲

노르웨이의 숲

15,300 (10%)

'노르웨이의 숲' 상세페이지 이동

밝은 밤

밝은 밤

13,950 (10%)

'밝은 밤' 상세페이지 이동

5번 레인

5번 레인

11,250 (10%)

'5번 레인' 상세페이지 이동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19,800 (10%)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상세페이지 이동

죽이고 싶은 아이

죽이고 싶은 아이

11,250 (10%)

'죽이고 싶은 아이' 상세페이지 이동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15,750 (10%)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상세페이지 이동

각각의 계절

각각의 계절

13,500 (10%)

'각각의 계절' 상세페이지 이동

생각에 관한 생각

생각에 관한 생각

22,500 (10%)

'생각에 관한 생각' 상세페이지 이동

맡겨진 소녀

맡겨진 소녀

11,700 (10%)

'맡겨진 소녀' 상세페이지 이동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그리움을 위하여 (『현대문학』, 2001년 2월) 제1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그 남자네 집 (『문학과사회』, 2002년 여름호)
마흔아홉 살 (『문학동네』, 2003년 봄호)
후남아, 밥 먹어라 (『창작과비평』, 2003년 여름호)
거저나 마찬가지 (『문학과사회』, 2005년 봄호)
촛불 밝힌 식탁 (『촛불 밝힌 식탁』, 동아일보사, 2005)
대범한 밥상 (『현대문학』, 2006년 1월호)
친절한 복희씨 (『창작과비평』 , 2006년 봄호) 문인 100인 선정 ‘2006 가장 좋은 소설’
그래도 해피 엔드 (『문학관』 통권32호, 한국현대문학관, 2006)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오랫동안 간직해온 죽음의 상자를 주머니에서 꺼내 검은 강을 향해 힘껏 던진다. ... 허공에서 치마 두른 한 여자가 한 남자의 깍짓동만 한 허리를 껴안고 일단 하늘 높이 비상해 찰나의 자유를 맛보고 나서 곧장 강물로 추락하는 幻을, 인생 절정의 순간이 이러리라 싶게 터질 듯한 환희로 지켜본다.
--- 본문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그리움을 위하여(현대문학, 2001년 2월) 제1회 황순원문학상 수상(2001)
내게 환갑 진갑 다 지난 여덟 살 아래의 사촌동생이 있다. 같은 집에서 태어나 유년을 함께 보낸 사이지만, 나는 일찌감치 공부 잘하는 아이로 낙인 찍혀 학교 졸업 후 결혼을 해서도 집안 살림과는 거리가 멀었던 반면, 사촌동생은 어려서부터 얼굴값 한다는 소리를 들어가며 굴곡 진 삶을 살았다. 동생은 열두 살 연상의 유부남과 사귀어 결혼했고, 자식들 혼사를 모두 치른 후에도 남편의 빚보증과 병 수발을 홀로 감당해왔던 것. 어찌어찌하다가 살림 솜씨 야무진 그 동생 덕에 나는 여전히 집안일과 각종 대소사에서 자유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 남해의 ‘사량도’에 갔던 동생은 홀아비 선주를 만나 다 늙어 재혼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그동안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릴 것 없이 살았음으로 내 마음이 얼마나 메말랐는지도 느끼지 못했다. (40)

그 남자네 집(문학과사회, 2002년 여름호)
후배가 이사해간 돈암동, 삼선교 일대를 찾아간 나는, 오래전 유년과 청년기를 보낸 옛 집터, 그리고 ‘그 남자네 집’을 떠올린다. 수십 년 전, 먼 친척 아주머니의 막내아들이었던 그를 전쟁의 화마가 쓸고 간 자리에서 재회했다. 홀로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고 있던 당시의 내 핍진한 삶 한복판으로 말쑥한 장교복 차림에 곱상한 외모를 한 그의 등장은 잔잔한 파문, 그 자체였다. 텅 빈 서울에서 나는 그해 구슬 같은 겨울을 그와 함께 보냈다. 그러나, 삼선교의 어둑시근한 포장마차의 카바이드 불빛 아래서 시 낭송을 타고 계속되던 연애는 휴전 후 내가 선을 본 남자와 서둘러 결혼을 하면서 끝나고 만다.

나는 내 몸에 위험한 바람이 들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피차 동정 같은 건 하지 않았지만 닮은 불운을 관통하는 운명의 울림 같은 걸 감지한 건 아니었을까. 나는 마치 길 가다 강풍을 만나 치마가 활짝 부풀어 오른 계집애처럼 붕 떠오르고 싶은 갈망과 얼른 치마를 다독거리며 땅바닥에 주저앉고 싶은 수치심을 동시에 느꼈다. 깊이 잠든 살아남은 식구들, 두 과부와 두 어린것들의 평화로운 숨소리가 들렸다. 마침내 더는 나빠질 수 없는 밑바닥에 도착한 안도감과 평화는 같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살아남은 자의 슬픔보다는 평화가 얼마나 더 거룩한가. 나는 내 안에서 회오리치는 위험에의 갈망과 이렇게 맞섰다. (66~67)

쌍쌍이 붙어 앉아 서로를 진하게 애무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늙은이 하나가 들어가든 나가든 아랑곳없으련만 나는 마치 그들이 그 옛날의 내 외설스러운 순결주의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뒤꼭지가 머쓱했다. 온 세상이 저 애들 놀아나라고 깔아놓은 멍석인데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그래, 실컷 젊음을 낭비하려무나. 넘칠 때 낭비하는 건 죄가 아니라 미덕이다. 낭비하지 못하고 아껴둔다고 그게 영원히 네 소유가 되는 건 아니란다. 나는 젊은이한테 삐지려는 마음을 이렇게 다독거렸다. (77~78)

마흔아홉 살(문학동네, 2003년 봄호)
주인공 카타리나는 성당에서 만난 이들과 ‘효부회’를 결성, 무의탁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평범한 주부다. 어느 날,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들의 입방아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걸 엿듣게 된다. 그녀가 거동이 불편한 시아버지의 뒤처리를 하고서 그 팬티를 내팽개치는 모습이 한 회원의 눈에 발견됐던 것. 유일한 여학교 동기인 동숙과 마주친 카타리나는 동네 찻집으로 자리를 피한다. 사실인즉슨, 노후에 별거하여 각자 아들네와 딸네로 옮겨가 살게 된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의 탓이었다.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거침없는 시어머니와 너무 과묵해서 숨통을 죄어오는 시아버지를 함께 겪으면서 시어머니에 대한 반발심이 시아버지에게로 향한다.

“난 왜 이렇게 겉 다르고 속 다를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가짜인지 나도 모르겠는 거 있지.” “모든 인관관계 속엔 위선이 불가피하게 개입하게 돼 있어. 꼭 필요한 윤활유야. (105, 107)

명치가 등에 붙을 듯이 날씬하다가도 생명만 잉태했다 하면 보름달처럼 둥글게 부풀어 오르던 배는 이제 두꺼운 비계 층으로 낙타 등처럼 확실한 두 개의 구릉을 이루고 있었다. 허리의 후크를 풀자 역겨운 트림이 올라왔다. 자신이 비곗덩어리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지면서 메마른 설움이 복받쳤다. 위선도 용기도 둘 다 자신이 없었다. 울고 싶은 갈망과는 동떨어진, 여자들이 찧고 까불고 비웃는 소리가 귓전에서 잉잉댔다. (108)

후남아, 밥 먹어라(창작과비평, 2003년 여름호)
빠듯한 살림의 오남매 가운데 셋째 딸인 후남은 재미교포 남자 존과 결혼한다. 피붙이들의 착각과 선망 속에 앤이라는 영어식 이름으로 타국에서의 결혼생활을 시작한 후남은, 처음엔 물질적 풍요에 들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잠시 잊은 듯 보인다. 그러나 이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그녀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정신과 치료를 받을 처지에 이르렀을 때 남편의 힘겨운 배려로 한국에 들어온 후남은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드디어 마주한다.

남의 무관심에 익숙해왔기 때문에 남이 나를 부러워하기를 바라는 이렇게도 강력한 욕망이 자기 안에 숨어 있는 줄을 미처 몰랐다. (120)

후남이는 알맞게 부숭부숭하고 따끈한 아랫목에 편안히 다리 뻗고 누웠다. 그리고 평생 움켜쥐고 있던 세월을 스르르 놓았다. 밥 뜸 드는 냄새와 연기 냄새와 흙냄새가 어우러진 기막힌 냄새가 콧구멍뿐 아니라 온몸의 갈라진 틈새로 쾌적하게 스며들었다. 잠깐만, 어머니가 후남아 밥 먹어라, 다시 한 번 불러줄 때까지 잠깐만 눈 붙이고 나면 모든 것이 다 좋아지리라. (141)


거저나 마찬가지(문학과사회, 2005년 봄호)
사십대 초반의 나이에 유독 건망증이 심한 나, 김영숙은 고등학교 선배가 집주인인 서울 근교의 아담한 집에 세 들어 있다. 나와 선배언니는 한때 같은 봉제공장에서 사무원 노동자와 위장취업자로 만났다. 현재 선배언니는 운동권 출신이나 지금은 어엿한 대학강사인 남편과 잘살고 있는 데 반해, 나는 공장 기술자를 거쳐 지금은 일용직 노무자로 일하는 기남과 동거 중이며 번역물 교정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일감이 늘어 작업공간이 필요해지자 선배 소유의 빈집을 오백 만원, 그녀의 표현대로면 ‘거저나 마찬가지’의 전세로 들어가 살게 된다. 집을 살뜰하게 가꾸고 주변 땅값도 오르자 선배 부부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무시로 사람들과 들이닥치며 나를 별장지기 대하듯 마구 부리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전세 든 사람에게 이렇게 일을 시켜도 되냐고 묻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괜찮아, 괜찮다니까. 거저나 마찬가지로 차지하고 있는 집이니까. 나는 언니가 뻔질나게 데려오는 사람들 때문에 거저나 마찬가지란 소리도 그만큼 자주 듣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그 말에 길들게 되었다. 그런 게 체념이라는 것일 것이다. 언니가 남편까지 데려오기 시작하면서 내 호칭은 별장지기로 바뀌었다. 나는 비로소 ‘거저나 마찬가지’를 심각하게 의심하기 시작했다. 거저면 거저고 아니면 아니지 마찬가지란 무엇일까. 그러나 내가 이런 심각한 의문에 사로잡혔을 때는 이미 나의 오백만 원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176~178)


촛불 밝힌 식탁(『촛불 밝힌 식탁』, 동아일보사, 2005)
시골초등학교 교장에서 정년퇴임한 나는 서울의 번듯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당초 아들 내외와 함께 살기 위한 결단이었으나, 중학교 사회선생인 며느리의 다부진 훈계조의 말대답과 줏대 없이 맞장구만 쳐대는 아들놈의 머리 굴림에 간신히 같은 단지 앞뒤 동으로 타협하고 이사를 왔다. 매일 아들네로 음식을 해 나르는 아내가 딱했지만 부러 말리지는 않았다. 베란다 창밖으로 새나오는 불빛에 의지하여 아들내외의 출입을 짐작하던 나는 차츰 그 불빛에서 수상한 낌새를 챈다.

모닥불의 잔광 같은 희미한 빛을 보았다기보다는 느낀 어느 날 저녁, 그날은 마누라가 아들을 위한 별식 같은 걸 한 날도 아닌데 나는 슬쩍 산책 나가는 척 혼자 나가 맞은편 아들네 아파트로 올라가 초인종을 눌렀다. 연거푸 두 번 세 번까지 눌러보았다.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지만 나는 느낌으로 안에서 웅성대는 인기척과 현관문에 달린 동그란 렌즈가 비정한 외눈으로 변하는 걸 알았다. (195)

대범한 밥상(현대문학, 2006년 1월호)
남편을 췌장암으로 잃은 지 삼 년, 나 역시 삼 개월 판정을 받아놓고 있다. 돈의 치사한 맛도 뜨거운 맛도 모르고 살아온 자신이 마치 중대한 결함을 안고 있는 이로 느껴지면서 무심결에 여고동창 경실이가 보고싶다. 딸과 사위를 한꺼번에 비행기 사고로 잃고 어린 손자손녀와 남은 그녀를 만나러 간 날, 나는 마치 늦둥이를 낳은 중년부부마냥 틈새 없이 다정한 안팎의 그들, 두 사돈을 목격한다. 풍문은 더더욱 험해져서 시골로 내려간 경실과 사돈영감이 살림을 차렸다고도 했다. 그 사돈영감이 죽고 난 어느 가을날, 나는 경실을 찾아 C군에 내려간다.

남편의 마지막 나날도 그러했겠지만 나도 끝까지 걸리는 게 자식들인데 돈이 걸린 문제는 자식들과 터놓고 의논을 할 수 없다는 게 나를 꼬이고 꼬이다가 종영 시기를 놓친 티브이 연속극처럼 구제 불능 상태로 만들어가고 있었다.(207)

전화로 듣는 경실이의 참한 목소리는 소문으로 듣던 그녀의 인상을 서서히 밀어내고 한동네의 오래 같이 살던 여고 동창의 친밀감을 회복시켜주었다. 말수가 적고 거짓말을 잘 못하는 그녀에게 돈 때문에 그렇게까지 했다는 게 사실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돈 때문에 인면수심이 되는 것도 마다한 경실이의 말년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기도 하고 돈에 관한 한 도사가 다 돼 있을 그녀로부터 자문이나 하다못해 암시라고 받고 싶다. (215)

친절한 복희씨(창작과비평, 2006년 봄호)문인 100인 선정 ‘2006 가장 좋은 소설’
‘나’는 열아홉 꽃다운 나이에 서울 와서 처음 취직한 가게의 주인과, 그러니까 서른 넘은 애까지 딸린 홀아비와 결혼했고, 어린 외손자를 걱정하여 딸이 죽고 없는 사위집의 안방을 버젓이 차지한 장모와 남편 가게의 군식구들까지 복잡한 가족 구성원의 일원이 됐다. 전처소생과 내가 낳아 기른 아이까지 오남매를 모두 결혼시켜 손자손녀까지 보게 된 이 나이에도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남편이 중풍에 걸려 오른쪽 반신이 흐느적대고, 제 입 안의 침도 수습하지 못하게 된 탓이다. 뭐라고 말을 하지만 웅얼웅얼 버벌거릴 따름이다. 그런 그가 온전했을 때와 여전한 것은 왕성한 성욕이다. 일을 보고 뒤처리를 해줄 때의 내 손길에 쾌감을 느끼는 건 물론이고 약사에게 내 핑계를 대며 비아그라를 달라고 떼를 쓰는 그에게서 치욕감과 소름을 동시에 느낀다.

나를 ‘복희야’라고 부르고 싶을 때는 입가에 심한 경련이 인다. 나는 그게 불쌍하지 않고 고소하다. 처녀 적 그의 집에서 식모살이할 때부터 함부로 부르던 이름을,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데도 그의 마누라가 된 후에도 기분이 좋을 때나 화가 날 때는 연달아 불러대곤 했다. 반신이 무력해진 후에도 속에서 뻗치는 기운은 여전한 듯 말이 잘 안 돼 고함으로 변할 때는 유리창이 다 들들댄다. 원래 기운이 넘치는 장대한 남자였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는 게 이상인 단순한 남자가 늙고 병들어 썩은 포대자루처럼 처져 있는 걸 보면서 나는 측은하단 생각이 들기보다는 기괴한 환상에 시달린다. 저 남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가 거침없이 말할 때도 그의 생각은 주로 욕망에 관해서였다. 물욕, 식욕, 성욕이 남보다 강하고 표현하는 데 망설임도 수치심도 없었다 말로도 행동으로도 그런 욕망을 채울 길이 막혀버린 지금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생각은 무슨, 그의 속이 텅 비어 있다고 생각해도 불안하고, 텅 비었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다 자꾸자꾸 쑤셔 넣고 싶어 하는 나는 더 불안하다. 내가 불안한 건 그가 아니라 나다. (238)

세상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내가 죽기도 억울하고, 누굴 죽일 용기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너 죽고 나 죽기를 선택한다. 나는 오랫동안 간직해온 죽음의 상자를 주머니에서 꺼내 검은 강을 향해 힘껏 던진다. 그 갑은 너무 작아서 허공에 어떤 선을 그었는지, 한강에 무슨 파문을 일으켰는지도 보이지 않는다. 그가 죽고 내가 죽는다 해도 이 세상엔 그만한 흔적도 남기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허공에서 치마 두른 한 여자가 한 남자의 깍짓동만 한 허리를 껴안고 일단 하늘 높이 비상해 찰나의 자유를 맛보고 나서 곧장 강물로 추락하는 환(幻)을, 인생 절정의 순간이 이러리라 싶게 터질 듯한 환희로 지켜본다. (264)

그래도 해피 엔드(『문학관』 통권32호, 한국현대문학관, 2006)
정년퇴임한 남편과 함께 서울 근교로 낙향한 ‘나’는 전원의 여유롭고 아름다운 생활을 꿈꾸는 중이다. 서울에서 동창 모임이 있어 나가는 날, 뾰족구두에 정장을 차려입고 나선 내가 낯선 버스에 오르면서부터 ‘나’는 곤혹스러운 지경에 처한다. 승하차문과 요금납부 등 모두 설기만 한 나를 되바라져 보이는 젊은 운전기사와 한통속으로 보이는 시골사람들 모두가 우스갯거리로 삼는다. 급기야 약속장소와 반대노선 전철을 타는 등 백주의 악몽은 계속된다.

좀 전에 혹독한 교육을 받은 걸 복습하려 했지만 혼란만 점점 더해갔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좀 낳을 것 같은데 너무 창피해서 아무 말이나 막 하던 맏딸한테도 차마 그 얘기만은 못할 것 같았다. 겨우 그까짓 일이 무덤까지 가지고 갈 비밀이 되다니. 가당찮게도 내가 살아온 비교적 평탄한 일생까지 무가치하고 보잘것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275~276)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우리 삶의 지평을 넓혀온 박완서 문학 37년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길어낸 진솔한 이야기의 감동

우리네 삶을 ‘가장 밀도 있게 형상화’하는 데 천부적인 작가 박완서가 『너무도 쓸쓸한 당신』(1998) 이후 무려 9년 만에 신작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문학과지성사, 2007)로 우리 곁에 왔다. 올해로 일흔일곱을 맞은 작가는 알다시피 1970년 불혹의 나이로 문단에 데뷔한 이래, 그 누구보다도 왕성한 창작의 열정을 발산해왔다. 이는 그간 펴낸 9권의 소설집과 15권의 장편소설 외에도 다수의 문학전집과 산문집, 그리고 그의 문학세계를 분석해놓은 각종 연구서들이 잘 뒷받침하고 있다. 더군다나 박완서의 빛나는 문학적 성과는 특정 시기에 집중해 있지 않고 40여 년에 가까운 작품 활동 기간에 두루 걸쳐져 있는 데다, 고희로 접어든 2000년을 기점으로 1권의 소설집과 2권의 장편소설을 거푸 쏟아냈다는 사실에서 더욱 주목하게 된다.

이미 다수의 평론가들이 말해주었듯, 한국 근현대사의 전개 과정과 겹치는 작가 자신의 체험을 글로 형상화하는 작업(역사의 기억, 개인사의 복원: 『나목』 「엄마의 말뚝」연작), 중산층의 속물화된 일상과 극단적인 물신 숭배로 치닫는 사회를 신랄하게 꼬집는 작품(세태 비판: 『휘청거리는 오후』 『도시의 흉년』), 그리고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여성, 혹은 모성이 겪는 불합리함과 그들이 자아를 발견해가는 신산한 삶의 전경들을 핍진하게 그린 작품(여성 문제: 『살아 있는 날의 시작』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들까지, 박완서 문학이 그러안고 있는 세계는 그 소재와 주제 면에서 넓고 다채롭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7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이고도 첨예한 작가의 동시대적 관심사는, 노련한 필력에 세월에 빚진 원숙한 삶의 지혜가 더해져 우리에게 “제 태어난 본래 자리에 돌아온 듯한 안도감”은 물론이요, 삶의 세목에 주목하고 내면을 되돌아보게 하는 겸손함마저 일깨운다.


“삶이란 거, 여전히 살아볼 만하다”
―신산한 삶을 ‘감칠맛 나게’ 메마른 현실을 ‘따뜻하게’ 끌어안기
2001년 벽두에 발표하여 그해 제1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그리움을 위하여」와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의 제목을 패러디한 작품으로 2006년 ‘문인 100명이 선정한 가장 좋은 소설’로 뽑힌 「친절한 복희씨」를 비롯하여, 총 9편의 길고 짧은 단편이 이번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에 묶였다.

대부분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작품 속 화자들은 ‘그리움’이란 말과 통어하는 회고에 젖어 있다. 본디 그리움이란 오랫동안 곰삭은 한(恨)이나 상처와 별개일 수 없는 법. 더구나 스멀스멀 육체에 기어든 병까지 감수해야 하는 노년의 그들이다. 여기서 박완서의 치밀한 서사적 구성력과 거침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문장, 균형감을 잃지 않은 반듯한 도덕적 성찰은 평범하고 보잘것없을 수 있는 그들의 일상을 재조명한다. 퇴색한 기억을 반질반질 윤을 내어 활력을 불어넣고, 이야기의 소재와 향유의 대상을 실버세대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대로 확장시켜 절실한 공감을 형성하는 한편, 인간적인 삶, 아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 모두의 철학적 궁구를 억지스럽지 않게 이끌어낸다.

마술처럼, 읽는 이가 미처 눈치 챌 틈을 주지 않고 한달음에 이야기를 풀어가다가 아차 싶은 깨달음을 안겨주는 것, 한결같은 박완서 문학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그이들을 괴롭히는 암(「대범한 밥상』), 중풍(「친절한 복희씨」), 노인성 치매(「후남아, 밥 먹어라」 「그 남자네 집」), 관절염(「그리움을 위하여」), 잦은 건망증(「거저나 마찬가지」) 등은 척박했던 전 시대를 온몸으로 견뎌온 데 따른 화인(火印)일 뿐, 현재 그들의 정신을 잠식하는 바이러스도 아니고, 무력하고 불행한 파국으로 이끄는 패스도 아니다. 오히려 ‘현실에 대한 단단한 인식’을 기반으로 한 노년의 덕성―지혜와 관용과 이해―과 삶에 대한 진한 감수성─사람다운 삶에 대한 갈망, 열패감에 젖어 있는 속인을 바라보는 연민―을 농익게 하는 계기가 되어줄 따름이다.

중년의 여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거저나 마찬가지」나 「마흔아홉 살」에서 부각되는 인간의 위선과 갈등도 그 흔한 풍자와 야유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가로 세로로 교차하는 톱니바퀴들을 자연스럽게 굴러가게 만드는 필요악으로 해석된다. 인간의 내밀한 속사정―은밀하고도 편협한 이기심, 세속적 탐욕, 허위의식―을 가차 없이 까발리고, 복잡 미묘하게 뒤얽힌 인간사의 미세한 갈등들을 명쾌하고도 시원스러운 어조로 풀어나가는 박완서, 그의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는 우리로 하여금 언제나 고개 숙일 수밖에 없게 한다. 여기에 소시민적 삶의 풍속도를 적나라하게 묘파(「거저나 마찬가지」 「촛불 밝힌 식탁」)하는 가운데서도 특유의 반전(「대범한 밥상」)을 꾀하게 하는 적재적소의 유머와 재치(「그래도 해피 엔드」)는 물길처럼 자연스럽게, 억지스럽지 않은 인생을 향한 예찬이며 동시에 매끄러운 서사의 표면을 닦는 윤활유의 역할을 하고 있다.

냉철한 사실주의적 관찰자의 시선으로 평범한 일상의 파편에서 재발견해낸 수다한 이야기와 경쾌한 재미, 속악한 인간사에 대한 씁쓸한 비애, 그리고 생과 죽음의 섭리에 대한 겸허하고 평온한 각성. 이 모두가 허울뿐인 관념의 더께를 거부하고, 복잡하고 진한 살내로 가득한 ‘육체의 문학’을 좇아온 박완서 소설이 갖춘 미덕이며 동시에 우리가 누리는 축복이다. 그야말로 삶의 무게로 빚은 우리 소설 문학의 높고 깊은 경지라 할 것이다.

회원리뷰 (107건) 리뷰 총점8.7

혜택 및 유의사항?
이렇게 말하긴 좀 겁나지만...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골드 쭌* | 2007.11.01 | 추천22 | 댓글4 리뷰제목
이렇게 말하긴 좀 겁난다. 박완서 선생님 작품 한번도 읽어본 적 없고 친절한 복희씨가 처음 읽어본거라는 사실을. 고백하기 두렵다.   하지만 나에게 친절한 복희씨는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 유명하신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이라지만...   왜냐면, 글 속의 세세한 감정표현이나 심리묘사 다 좋지만, 이상하게 옛날 오래된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요즘 시대와;
리뷰제목

이렇게 말하긴 좀 겁난다.

박완서 선생님 작품 한번도 읽어본 적 없고

친절한 복희씨가 처음 읽어본거라는 사실을. 고백하기 두렵다.

 

하지만 나에게 친절한 복희씨는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 유명하신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이라지만...

 

왜냐면,

글 속의 세세한 감정표현이나 심리묘사 다 좋지만,

이상하게 옛날 오래된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요즘 시대와는 잘 맞지 않는,

 

육이오때 할머니 할아버지 사셨던 이야기를 듣고 있는듯한

뭔가 이상한 괴리감을 느꼈다.

 

보통의 소설가들이 다 그런진 모르겠지만,

화자가 대부분 연세 좀 드시고, 어느정도 사람에 대한 배려심도 있는

겉으로 봤을땐 교양 있으신 분들이고...

 

나는 내 교양수준이 대한민국 중간은 간다고 생각했었는데...

 

읽다가 단어 뜻이 뭔지 잘 몰라서 사전을 찾아본적도 있었고,

 

워낙 고급스러운 작품이라 그렇다면... 사실 할 말은 없지만

독서 중간중간 쓰신 어휘에서 괴리감도 느꼈다.

 

 

워낙 다들 좋다는 평가만 하셨길래

부족하지만, 저는 좀 다르게 봤는데... 저는 좀 불편했어요...

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졌다.

 

 

2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2 댓글 4
흠;;;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YES마니아 : 로얄 k*****7 | 2007.12.08 | 추천8 | 댓글0 리뷰제목
예약까지 하면서 구한 책이라 정말 정성스럽고 기대에 차서 읽었다. 하지만 기존의 박완서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한 아류작이란 생각이 든다. '그 남자의 집'은 장편 소설을 압축해서 놓았다. '나목'을 '엄마의 말뚝1,2,3'으로 다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로 이어지는 개편과 반복의 소설들...   요즘 기성작가보다 신진작가들의 활;
리뷰제목

예약까지 하면서 구한 책이라 정말 정성스럽고 기대에 차서 읽었다.

하지만 기존의 박완서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한 아류작이란 생각이 든다.

'그 남자의 집'은 장편 소설을 압축해서 놓았다.

'나목'을 '엄마의 말뚝1,2,3'으로 다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로 이어지는 개편과 반복의 소설들...

 

요즘 기성작가보다 신진작가들의 활약에 메스컴의 초점이 잡혀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걸로 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새로운 소재로 참신하게 등장하는 신진작가들에 비해 기성작가는 반복되는 소재를 우리고 또 우려먹기때문이 아닌가 한다.

 

박완서의 작품을 사랑한다. 그리고 아낀다. 그렇기때문에 몇 자 쓴 소리를 남긴다.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8 댓글 0
박완서님의 여러 모습이라 상상하면 더욱 큰 기쁨~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m****a | 2007.10.20 | 추천5 | 댓글0 리뷰제목
우리나라도 2008년 7월부터 노인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다는 이야기에 일본 노인복지시설 관련한 책을 읽던중이었답니다. 이유는? 업무상 필요해서이기도 하지만, 나이 40을 넘는 문턱에서 내 노후가 궁금궁금~해지니까요... 우리보다 앞선 제도를 갖춘 일본을 부러워 하던중. 퇴근한 동료의 책상머리에 홀연히 놓여졌던 박완서님의 <친절한 복희씨>... 다음 날 아침까지 돌려줄;
리뷰제목
우리나라도
2008년 7월부터 노인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다는 이야기에
일본 노인복지시설 관련한 책을 읽던중이었답니다.
이유는? 업무상 필요해서이기도 하지만,
나이 40을 넘는 문턱에서 내 노후가 궁금궁금~해지니까요...
우리보다 앞선 제도를 갖춘 일본을 부러워 하던중.

퇴근한 동료의 책상머리에 홀연히 놓여졌던 박완서님의 <친절한 복희씨>...
다음 날 아침까지 돌려줄 생각으로 새벽까지 눈비비며 열심히도 읽었더랬습니다.
 
역시~
그전에 읽었던 와타나베 준이치의 <둔감력>처럼 재밌게,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더군요~ 부담스럽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면서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답니다.
 
장편으로 출간된 그남자네 집도 단편으로 들어가, 다시 읽는 기쁨을 누리는 등...
내 이야기인듯한 여러 '복희"씨를 밤늦도록 만나는 기쁨도 솔솔치 않더라구요.
  
내 노후의 삶, 내 나이든 후의 정서 등등이 궁금해지는 때.
미리 만나볼 수 있는 미래상을 엿볼 수 있어 더욱 정감이 가는 책이었답니다.
 
그리고..20년후의 나도 박완서님처럼
조그마하면서도 단아하게
그러면서도 감정풍부한 삶을 살 수 있을지...
어쩌면 박완서님의 여러 모습 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으로 만나면 더욱 재밌는
책인듯 하네요.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0

한줄평 (4건) 한줄평 총점 9.6

혜택 및 유의사항 ?
구매 평점5점
작가님이 그리워 구입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로얄 독***식 | 2020.01.28
평점5점
좋아요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m*********8 | 2018.06.14
평점5점
친절해서 힘든 삶은 산 복희씨의 이야기외에 저는 개인적으로 대범한 밥상도 추천!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빛****자 | 2016.04.28

이 책이 담긴 명사의 서재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13,320 (10%)

'상품명' 상세페이지 이동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12,420 (10%)

'상품명' 상세페이지 이동

소년이 온다

소년이 온다

13,500 (10%)

'상품명' 상세페이지 이동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

23,400 (10%)

'상품명' 상세페이지 이동

칼의 노래

칼의 노래

13,500 (10%)

'상품명' 상세페이지 이동

제인구달

제인구달

9,900 (10%)

'상품명' 상세페이지 이동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2,6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