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7년 01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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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354g | 148*210*20mm |
ISBN13 | 9791195847402 |
ISBN10 | 1195847408 |
발행일 | 2017년 01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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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354g | 148*210*20mm |
ISBN13 | 9791195847402 |
ISBN10 | 1195847408 |
서문 ‘고든’의 사람들 아돌프 히틀러의 등장 역사에서 일상으로 건너온 아이들 세상에 하나뿐인 아이디어 기괴한 놀이가 시작되다 ‘일치단결’이라는 마법의 주문 프랑켄슈타인 혹은 실험쥐 거대한 운동이 된 ‘파도’ 열병 앓는 학교 단벌 양복을 입은 남자 큰 외침 속 작은 목소리들 파도 대 파문 레지스탕스의 탄생 외로운 싸움 마침내 발견한 해답 최후의 명령 실험의 끝, 남겨진 몫 해설 옮긴이의 말 |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역사 실험이 이루어졌다. 미국 내에서도 가장 부유하고 교육열 높기로 알려진 지역에서 실행된 이 실험은 학교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실험이 끝난 후 3년간 누구도 이에 대해 입을 열지 않을 정도로 큰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실험을 주도한 역사 교사 존 론스는 수업 시간에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학생들에게 보여준다. 그 참상을 접하고 충격 받은 학생들은 존 론스에게 “독일 전체 인구의 10퍼센트도 안 되는 나치가 벌이는 일을 나머지 사람들이 어째서 막지 못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한 대답을 찾던 존 론스는 나치 시대 독일인이 느꼈던 공포를 학생들이 직접 느낄 수 있는 ‘참신한’ 실험을 계획하게 된다.
위 사건을 각색한 이 소설에서는 ‘벤 로스’가 역사 교사로 등장한다. 교실 안에서 바른 자세로 호흡을 가다듬는 일로 시작된 실험은 삽시간에 학교 곳곳으로 퍼졌고, 마침내 학생들 스스로가 ‘파도’라는 거대한 조직을 구성하기에 이른다. 파도의 구성원들은 “훈련을 통한 힘의 집결! 공동체를 통한 힘의 집결! 실천을 통한 힘의 집결!”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조직 안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학교 내에 만연하던 집단 따돌림이 사라지고 ‘불가촉천민’이라고 불리던 왕따 학생조차 소속감을 가지고 조직 활동에 참가하는 순기능도 나타났다. 그러나 조직을 거스르는 유대인 학생을 파도 구성원이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에 거부감을 느끼는 학생도 생기게 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벤 로스는 당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명령을 내려주기만을 기다리는 학생들을 보며 지도자로서의 의무감과 사명감을 느낀다.
이 실험은 어떤 집단의 힘이 커지면 거기에 속한 개인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채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기 쉽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물며 아직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어떻겠는가. 난생 처음 어딘가에 소속되었다는 느낌과 함께, 규칙과 질서 속에서 명령에 복종했을 때 따르는 쾌감을 맛보았다면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더라도 쉽게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학교신문 편집부 ‘포도나무’의 편집장이자 모범생인 로리는 일찍부터 파도라는 조직에 위화감을 느끼고 학교신문을 통해 파도의 실태를 알리려다가 남자친구 데이비드와 갈등을 빚는다. 만년 꼴찌팀이던 축구부의 간판스타 데이비드는 이미 공동체가 주는 특별함에 사로잡혀, 파도의 일원이 되기를 거부하는 로리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나서야 자신이 권위의식에 빠져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험을 멈추려 애쓴다.
모든 학생이 스스로 깨닫는 결말이 아니라 지도자에 의해 충격을 받은 채 실험이 끝났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직접 조직 구성원이 되어 체험하고 얻은 교훈은 교과서를 백 번 읽는 것보다 값지고 소중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우리 민족에게도 잊어서는 안 될 뼈아픈 역사가 있다. 바로 일제 강점기이다. 독일이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언제라도 되풀이된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과거사 청산에 앞서는 반면, 일본은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거나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등 전쟁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가 평등을 이룬다는 명목 하에 스스로 생각할 자유를 포기한다면, 언제 같은 비극이 되풀이될지 모른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독일 교육의 힘, 그 힘이 오늘날의 독일 정신을 이룬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다.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를 길러내는데 급급한 우리나라 교육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힘, 그 힘을 바탕으로 역사를 돌아보고 역사에 대한 반성이 다시 사회를 발전시키는 저력. 읽고 또 읽어가며 되새길 것이 많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 책 표지를 보면 파도에 떠밀려 넋이 빠진 채, 게다가 완장을 두르고 뭔가에 홀려 겁을 집어먹은 표정의 아이 둘이 소설을 통해 감당해야 할 음산한 분위기가 궁금해진다. 역사교사의 실험이 진도를 나갈수록 고등학교 교실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고, 보이지 않는 절대권력에 의해 농간당하는 공포 분위기로 손에서 책을 떼기가 힘들 정도다.
일제시대, 군사독재시대 그리고 언론 장악과 댓글 부대를 동원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권력의 비리와 부패를덮어버리려 했던 국정농단의 시대까지 골고루 겪어 본 한국인에게는 결코 낯설지 않을 뿐더러, 스산한 공감을 일으키며 결말에 촉각을 세우게 만든다. 트럼프의 등장이 염려스러운 오바마는 백악관을 떠나지만 앞으로 SNS에서 늘 함께 할 거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공포와 감시가 지배하고 불통과 억지에 순종하도록 강요하는 사회에서, 개인은 어떻게 스스로 방어할 준비를 할 수 있을까?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는 파시즘의 작동에 대해 사회가 함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준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학교 교육이 더 이상 수능과 대입 준비에 함몰되지 않고, 공동체에서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비극이지만 알고 보면 코메디나 다름없는 반민주적, 반인간적 억압의 낌새를 알아채는 법과, 이에 저항하는 방법에 대해 청소년 시절부터 똑똑히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시민교육을 받지 못한 자들이 언제라도 부릴 수 있는 권력 만용의 정체에 대해 숙지할 수 있는 기회를, 겁 먹지 말고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요령과 지혜를 알려주어야 한다. 문득 세월호 아이들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