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03월 19일 |
---|---|
쪽수, 무게, 크기 | 368쪽 | 470g | 140*210*30mm |
ISBN13 | 9788970129815 |
ISBN10 | 8970129812 |
발행일 | 2018년 03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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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68쪽 | 470g | 140*210*30mm |
ISBN13 | 9788970129815 |
ISBN10 | 8970129812 |
MD 한마디
한국계 1.5세로, 미국에서 이민자로 산 경험을 가진 작가가, 어느 나라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자이니치(재일동포)들의 삶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저마다의 한계와 굴레에 묶인 채 주어진 생의 무게를 이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설MD 박형욱
Book 1 고향 HOMETOWN 부산의 작은 섬, 영도 ‥11 한겨울의 방문자 ‥21 젊은 목사, 이삭 ‥33 운명의 남자 ‥45 몰래한 사랑 ‥57 한수의 고백 ‥75 신이 주신 선물 ‥85 신의 계시 ‥99 우동 두 그릇‥115 속죄와 용서‥131 떠날 채비‥143 재회 그리고 새로운 생활‥153 첫날밤‥167 고난의 길‥179 경희의 꿈‥195 213엔의 빚‥207 엄마가 된 소녀‥219 혹독한 시련 ‥229 김치 아줌마 ‥241 새로운 일자리 ‥257 좋은 소식 ‥269 낯익은 사람 ‥285 12년 만의 재회 ‥301 농장 생활 ‥313 노아의 아버지 ‥333 사랑의 고통 ‥351 |
2021년 핫하다는 책 중 내가 읽어보지 않은 책 <파친코>는 단연 눈에 띄는 책이었다. 책의 내용도 몰랐던 내게 이 책이 왜 유명하지라는 생각에 살펴보니 재미교포인 이민진 작가가 재일교포의 이야기를 그려냈다고 한다. 게다가 남편은 일본계 미국인이었기에 재일교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 하니 이거 참 묘한 조합이란 생각이 들었다. 재미교포가 재일교포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사실 의구심이 먼저 들기도 했지만 읽고 나니 나의 의구심이 무색할 만큼 이야기는 큰 흡입력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부산 영도에서 어부이면서 돈을 더 벌기 위해 하숙까지 하는 부부는 아들 셋이 있었으나 그 중 막내 훈이만 살아남는다. 훈이는 언청이에 다리 하나도 기형이었지만 부모 곁을 지키며 건실하게 살아간다. 훈이 28살이 되어서야 중매로 15살의 양자와 혼인을 하게 되고 아이 셋은 태어나서 얼마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넷째 아이이자 유일한 여자아이 선자는 건강하게 자랐다. 훈이에게 딸 선자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선자가 열세 살이던 해 훈이는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다. 어머니와 하숙집을 운영하던 선자가 16살이 되던 해에 사업을 한다는 한수를 만나 아이를 갖게 되지만 한수는 이미 결혼해서 일본에 딸이 셋이나 있는 유부남이었다. 선자에게 첩으로 지내라고 하지만 선자는 이를 거부한다. 선자가 아비 없는 자식을 낳게 된 상황을 딱히 여긴 목사 백이삭은 결핵이 재발한 자신을 병간호해준 이 모녀에게 은혜도 갚아야 하고 아이는 축복이며 고통받는 자를 돌보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 여기며 선자를 아내로 맞이하기로 한다. 선자는 원래 일본에서 목사 생활을 하려 했던 이삭을 따라나서며 그렇게 일본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삭의 형 백요셉의 부부와 함께 생활하며 첫째 노아, 둘째 모자수를 낳아 힘든 생활을 견디며 그나마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던 중 이삭이 경찰에 끌려가게 되고 언제 다시 풀려날지 기약 없는 날들이 지속된다. 요셉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제적 문제를 이제 선자와 요셉의 아내 경희가 나서게 된다. 어느날 예고없이 감옥에서 풀려난 남편 백이삭은 집으로 돌아오지만 워낙 건강하지 못했던 그는 그들 곁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일본이 전쟁에서의 패하게 될 거란 소식들이 간혹 들리는 가운데 선자 앞에 다시 나타난 한수는 그동안 그녀의 가족들에 관련된 일들을 자신이 다 손을 써서 도왔던 사실을 말하며 곧 오사카에 미국의 폭격이 시작될 것이니 가족과 함께 시골로 거처를 옮기라는 말에 오사카를 떠나게 된다. 몇 년간의 시골 생활을 끝내고 다시 오사카에 돌아온 선자의 가족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해나간다.
이 소설은 훈이로부터 시작되어 앞으로 노아의 자식들까지 4대에 걸친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한다. 또래 비해 속이 깊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노아와 철부지 모자수의 삶이 2권의 큰 틀일 거라 짐작해본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교포들의 삶을 아주 덤덤하게 그려낸 이야기에 어느새 빨려 들어가게 된다. 누구도 완벽하게 행복할 수 없고, 어느 누구도 불행을 비켜 갈 수 없었던 그 시대의 이야기가 성실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전달된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했던 내게 조금이나마 어떤 삶을 살았을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기도 했다. 큰 욕심을 내지 않는 인물들의 순박한 마음과 행동에 감동하고 이삭이 고문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버지가 얼마 살지 못할 거라 예감하며 자신이 없을 때 아버지가 떠나게 될까 걱정하며 노아는 학교로 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지만, 이삭은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노아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학교를 가라고 말하는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삭의 친아들이 아니지만 이삭의 속이 깊고 섬세함을 닮은 노아와 친아들이지만 오히려 큰아버지 요셉이나 한수와 비슷한 면모를 지닌 모자수가 성장해서 펼쳐낼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인데 대단한 힘이 있다. 작가는 첫 문장의 힘으로 구한말 망국인으로서 차별과 학대를 무릅쓰고 이방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처절한 생애를 담담하면서도 열정적 필치로 풀어나가고 있다. 부산 영도에서 시작해 일본의 오사카로 삶의 터전을 바꿔가면서 치열하게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하소설처럼 이어진다. 탄탄한 소설 구성과 몰입력 있는 이야기 전개 이면에는 일본계 미국인과 결혼한 재미교포인 작가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오랜 고민과 노력이 밑바탕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저마다의 한계와 굴레를 지닌 주인공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삶을 이어간다. 가난한 집의 막내딸로 태어나 입을 덜고 가족을 구하기 위해 돈을 받고 언청이며 절름발이인 훈이에게 시집간 양진, 한수가 유부남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그의 아이를 임신한 양진의 딸 선자, 불임으로 아이는 없지만 남편에게 충실하고 가족을 돌보는 선자의 형님인 경희. 이들에게 삶의 여유나 워라밸은 사치스러운 말에 불과하다. 망국이라는 역사적 상황이 개인의 행복을 망쳐놓았지만,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하는 굴레에서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 살아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남자 주인공들도 인생의 굴레에 묶여 허우적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선자의 남편인 목사 이삭은 자신의 삶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상황에도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굴레에 묶여 살고, 경희의 남편 요셉은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남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선자의 두 아들인 노아와 모자수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조선인으로서 경시당하고 차별받는 굴레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작에 올랐다는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흡입력이다.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술술 풀어가는 작가의 능력이 돋보인다. 과거의 이야기가 눈앞에서 생생하게 전개되는 듯하다. 사랑과 배신, 돈과 생존, 절망과 구원의 이야기가 다른 소설의 주제와 동일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삶을 망친 외생적 요인인 역사적 상황이 오히려 독자들을 쉽게 끌어들이고 공감을 주는 매개가 되고 있다.
왜 이 소설의 제목이 <파친코>일까 생각해 본다. 파친코는 많은 재일동포들이 하는 대표적 사업의 하나이다. 차별과 배척속에서 이민자들이 할 수 있는일들은 많지 않다.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허드랫일을 하든지, 아니면 유대인이 금융업에 종사했듯이 그 사회의 빈틈을 메워주는 일을 찾아야 한다. 삶의 특성이 고단함이자, 위험성을 내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살아가며 자리잡아 가는 것이 이민자의 생활이다. 이 소설에는 망국민이 겪는 어려움과 이민자들이 겪는 고초가 잘 어울려져 있다. 2권에는 노아와 그의 자식들이 미국으로 가서 겪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 같다. 기대가 된다.
난 가끔 뒷북 칠 때가 있다. 유행하거나 이슈가 될 때는 쳐다보지도 않다가 이미 유행이 지나서야(물론 필요해서일 때도 있지만) 미친듯이 없는 걸 찾는 이상한 습관 말이다. 출간 당시에도 이슈사실을 알았지만, 올해 초 애플 TV에서 드라마화 되고,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 되어서야 제대로 관심을 갖으며 시즌제로 방영된다기에 책 먼저 읽을까 소설먼저 볼까 고민하는 사이 판권 종료로 책은 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인기에 올해 안에 다시 책이 출간되지 않을까 싶어 기다리다 궁금증을 못 참고 드라마 먼저 보았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이용 가능한 도서관이 생기며 예약을 하고 한 달 여를 기다린 끝에 2권 먼저 읽고 드디어 1권까지 모두 읽게 되었다. 소설을 읽는 순서는 뒤 바뀌었지만, 이번 만큼은 드라마를 먼저 본 것이 운 좋게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1910년~1989년까지 80년 간 4세대에 걸친 재일 한국인의 삶을 소설에서는 시간 순으로 전개하고 있다면, 드라마는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전개하고 있어서 1권의 내용을 완전히 모른 상태에서 2권을 읽었을 때도, 2권을 먼저 읽고 1권을 읽는 순간에도 뭔가 모자이크가 완성하며 전체를 입체적으로 보며 궁금증을 제대로 풀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서 말했듯 드라마는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즉슨 소설 1권과 2권이 일부 혼합된 내용으로 전개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시즌제로 얘정되어 있다보니 막 시즌1을 끝낸 드라마가 소설의 일부 내용만 담고 있지만,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전개 덕분에 거의 대부분의 등장인물을 접할 수 있었는데, 딱 한 사람 '김창호'의 존재는 알 수 없었다. 이상하게 이 소설은 처음에 드라마를 보면서 나머지 내용이 너무 궁금해 스포일러를 포함한 포스팅을 꽤나 자주 찾아 보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은 나중 내용이 궁금해 찾아보았는데, 책을 기다리는 동안 그리고 드디어 2권을 읽으며 만나게 되었던 김창호란 인물에 대해 찾아보았는데, 그의 마음에 동조한다는 몇 몇 포스팅 말고는 그 인물에 대해 알 방법이 없었다. 1권을 읽으며 가장 후련했던 부분이 아마도 김창호란 인물의 등장(그리고 등장하게 된 배경)과 경희를 흠모했던 그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 다음은 드라마와 2권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그들이 3가지의 이름을 써야 하는 이유 그리고 그 이름들이 무엇이며 왜 그러한 이름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민단과 조련(조총련)에 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던 부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왜 '백(白)'씨를 '바꾸(ぱく)'가 아닌 '보꾸(ぼく)'라고 말하는지 궁금하다. 사전에서 찾아보니 성씨 '백(白)'이 아닌 '박(朴)'을 '보꾸(ぼく)'라고 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 부분은 좀 더 찾아봐야 될 것 같다. 참고로 선자의 남편 이삭의 성은 '백'씨로 이름이 '백이삭' 이다.
2권이 선자 가족의 3~4대들의 살아가는 모습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1권에서는 선자 가족의 1~2세대에 대한 인물에 대한 묘사가 중심인 것 같다. 물론 일제 치하인 어려운 상황에서 몸이 성치 않았던 선자의 아버지 '김훈'이 선자 엄마 양진을 만나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서로 아끼며 예쁘게 살아가다 결핵으로 훈이 세상을 뜨고, 유부남인 걸 모른채 만난 한수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게된 선자가 이삭의 만나며 오사카에서 새로운 삶(실상은 더더욱 고통스러운 삶)을 시작하고 패망한 일본에서 한수의 도움으로 엄마 양진을 만나 다시 살아가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보다는 인물 하나 하나의 심리적인 묘사가 2권에서 보다는 더 강렬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삭이 선자와 결혼하기 위해 부산의 한 교회에서 신목사에게 선자가 죄인 취급 받는 모습 그걸 묘사하기 위해 종교적인 이야기를 너무 세세하게 오랫동안 묘사하고 있어서 상당히 불편했었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책을 놓을뻔 한 위기도 있었다. 이 순간에 2권 먼저 읽고 1권을 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무리 당시 시대상이 그러했다고는 하나 안 그래도 1권에서는 여자를 너무 물건짝 취급하는 듯한 노골적 표현이 너무 많아서 순서대로 읽었었다라면 이 부분에서 접고 2권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선하고 바른 마음을 갖고 있지만, 가치관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때로는 상황을 얼마나 답답하게 하거나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을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애플 TV에서 드라마 시즌2 제작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발표했던데, 시즌2에서는 나머지 내용들을 어떻게 전개할 지 그리고 중년이 된 선자는 어떤 인물일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기존 번역본에 대해 번역에 대한 말이 많았었는데, 내용의 궁금증에 집중해서 읽어서 그런지 아직은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새로이 번역되어 출간된 파친코의 번역본도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