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는 ‘랩126Lab’이라고 불리는 특수 팀이 있는데, 그 팀은 오직 자사가 생산하는 기기들과 관련하여 혁신을 이루어내는 일에 오롯이 집중한다. 랩126의 사무실은 회사의 본사가 있는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약 1,400킬로미터 떨어진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하는데, 이런 지리적인 거리가 랩126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랩126의 경우처럼 물리적으로 분리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리는 전통적 비즈니스에서의 독립성 그리고 회사의 CEO나 고위 리더와의 직접적이고 자유로운 소통 및 협업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랩126의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해주면서도 고위 리더들과의 세밀하고 긴밀한 협업과 유연한 소통을 유지하는 것이 베조스의 임무다. 그것이 물리적인 독립일 수도, 단지 조직적인 차원에서의 독립일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 팀에게 비즈니스를 이끄는 동시에 전혀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들을 창조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명심하길 바란다.
--- 「아이디어 9 코끼리가 춤추게 하라」 중에서
“우리가 이 책상의 전 주인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친구가 회사에서까지 개인 프로젝트에 매달렸기 때문이라네. 여기 지도들은 그 사람 물건이고.” 그 관리자가 대답했다. 내 친구가 책상에 앉자 관리자는 해고된 전 직원의 명패를 치우고 내 친구의 명패를 올려놓았다. 수년 후 온라인 지도 서비스 맵퀘스트, 전기차 생산업체 테슬라,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 등으로 그 사람의 이름은 누구나 알 만큼 유명해졌다. 그러나 당시에는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 이름에 불과했다. “일론 머스크였어. 이름도 희한하고 사람도 희한한 괴짜였지.” 수십 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일론 머스크는 시간의 80퍼센트를 설계와 엔지니어링 관련 업무에 쓴다고 알려져 있다. 이것을 거꾸로 생각해보자.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가장 강력한 리더 중 한 사람이 사람들을 관리하는 데는 겨우 20퍼센트의 시간만 쓴다니, 정말 놀랍다. 이는 머스크에게 제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 「아이디어 10 당신은 최고제품책임자이다」 중에서
“사람들은 온라인 경험과 오프라인 경험을 비교하며 저울질하지만, 우리 매장에는 인공지능 ‘AI’가 필요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진짜 지능 ‘I’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매장에는 살아 숨쉬는 4,500명의 패션 조언자들이 활동한다.”
_마크 메트릭(미국의 고급 백화점 체인 삭스 피프스 애비뉴 사장)
“도대체 클라우드 컴퓨팅이 뭐라고 이렇게 난리야? 내가 보기에는 과장되고 제정신이 아닌 뜬구름일 뿐이구만.”
_래리 엘리슨(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회사 오라클의 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
업계 기성 기업들의 리더들이 공개적으로 내놓은 이런 발언은 IBM의 회장 토머스 왓슨이 1943년에 했던 유명한 말을 상기시킨다. “전 세계를 통틀어 컴퓨터 수요는 기껏해야 5대 정도일 것이다.” 아마존이 연이은 혁신으로 현상을 뒤엎고 편안한 비즈니스 전통들을 연거푸 파괴하는 동안 기성 기업들은 조롱과 비난과 무시로 반격했다. 베조스는 이것이 “오해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혁신을 이룰 생각이라면, 기꺼이 오해받을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쳇말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무슨 말을 들어도 의연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경쟁자들의 눈에는 아마존이 논리와 상식이 통하지 않는 기업으로 비춰진다. “세상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비논리적일 만큼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며 지독한 공포를 안겨주는 기업이다.”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 무엇도 크게 파괴하지 못할 것이다.
--- 「아이디어 11 기꺼이 오해받을 각오가 되어 있는가」 중에서
수잔느 네커먼과 브루노 프라이라는 두 명의 행동경제학자들이 IBM의 한 연구실험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심층적인 설문조사와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사회경제학 저널]을 통해 발표했다. 그 논문에 따르면, 네커먼과 프라이는 수상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고 공개 시상식을 개최하는 것이 현금 포상금을 ‘0’달러에서 1,000달러로 인상하는 것에 맞먹는 동기부여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마존은 공로상을 포함해 다양한 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그중 상당수는 분기별 전체 직원회의에서 제프 베조스나 다른 고위 리더가 직접 수여한다. 상마다 각기 다른 숨은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일단 해보라는 뜻의 ‘저스트 두 잇 상’은 ‘주인의식을 가져라’라는 리더십 원칙을 실천한 직원에게 주어진다. 이 상의 숨은 의미는 옳은 일을 하는것 이 “당신의 일이 아니다”가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 「아이디어 14 혁신 게임」 중에서
트래블로시티와 여행검색엔진 카약닷컴의 창업자인 테리 존스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기술은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고 있다. 가령 세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업체 우버는 단 한 대의 차량도 소유하지 않는다. 또한 세계 최대 뉴스서비스업체인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고, 세계 최대 소매기업 알리바바는 직접 관리하는 재고가 하나도 없으며, 세계 최대 숙박공유기업 에어비앤비는 단 한 개의 객실도 보유하지 않는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지독히도 쉽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를 상징하는 슬로건이 하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걸로 끝이다. 두 번째 단계는 없다.’ 그게 핵심이다. 당신의 일도 그것만큼 쉬워야 한다.
--- 「아이디어 16 미션 임파서블의 세상 속으로」 중에서
아마존은 2018년 필팩을 새 가족으로 맞아들였고, 덕분에 이제는 처방약을 조제하고 배송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 필팩은 처방약을 일일 복용량 별로 사전에 분류해 개별 포장 형태로 배송한다. 따라서 고객은 약을 복용할 때마다 일일이 약을 찾아 정확한 복용량을 챙기는 번거로운 수고에서 해방된다. 이는 고객의 삶이 조금은 더 편해진다는 뜻이다. 주문 후 두 시간 안에 집에서 편안히 식료품과 처방약을 받아본다고 생각해보라. 나라면 주문 목록에 책도 한 권 끼워 넣겠다. 미국 전역에 4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홀푸드마켓과 앞에서 언급한 필팩을 인수함으로써 이제 아마존은 ‘온라인 약국까지 개업’할 위용 을 갖췄다. 안 될 이유가 있을까? 어차피 의약품을 소매로 판매하는 기존의 기업형 약국들은 누구 하나, 스스로 재창조하지도 스스로 파괴하지도 못할 것이다. ‘소매 제일주의’ 조직들은 ‘기술 제일주의’ 기업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진실로 파괴할 능력이 없고, 행여 그럴 능력이 있더라도 그 파괴 과정 전반을 관리할 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하다. 게다가 그들 기업은 이런 대담한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공급사슬이나 자동화 관련 전문지식이 없다. 하지만 아마존은 다르다. 아마존은 작년 한 해에만도 공급사슬과 관련하여 76건의 특허를 출원시켰다.
--- 「아이디어 26 이것이 왜 이리 어렵지?」 중에서
2012년 아마존은 키바 시스템을 7억 7,500만 달러에 인수했고, 아마존 로보틱스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14년 키바가 생산한 로봇들이 새로운 노동력으로 아마존의 물류창고에 본격 투입되었다. 그리고 2017년 기준으로, 아마존은 일명 창고로봇을 전세계에 걸쳐 10만 대 이상 배치했고, 이후에도 ‘로봇 직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오늘날 창고로봇은 아마존이 익일 배송이라는 지극히 야심찬 약속을 지키게 해주는 일등공신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로봇들은 물류창고에 서 가장 지루한 일을 담당하고, 대신에 정신적 노력이 필요한 일들은 ‘피와 살’이 있는 동료들에게 바통을 넘김으로써 인간 노동자들의 지루함을 달래준다. 솔직히 말해 일각에서는 키바 로봇이 인간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거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을까? 아마존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아마존은 키바 로봇을 배치한 후, 미국에서만 창고 직원으로 8만 명을 추가로 채용했고, 전체 창고 직원 수가 12만 5,000명이 넘는다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 「아이디어 38 전략적인 인력 계획수립」 중에서
아마존과 제프 베조스 말고도, 문서 작성이 아이디어든 제안이든 무언가를 명확하게 만들기 위한 강제함수로서 혁신의 핵심 비결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대기업과 경영자들이 있다. 나는 JP모건과 이런 아이디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이 기업도 아마존처럼 서술형 문서를 작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에세이를 활용하고 있다. 2019년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 기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베조스는 아마존이 성장가도를 달리는 동안에도 회사를 스타트업 형태로 유지하기 위해 슬라이드 프레젠테이션을 금지하고, 대신에 직원들에게 가상의 언론 보도자료와 FAQ까지 포함하는 6쪽짜리 문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JP모건도 이 행렬에 동참했다. JP모건은 2017년 하반기부터 거의 1년 반 동안 공동 사장이자 공동 최고운영책임자인 고든 스미스의 주도하에 소비자 사업 부문에서 비슷한 관행을 도입하여 실행하고 있다.” 당신은 어떤가? 문화를 변화시키고 속도와 민첩함을 끌어올리며 차별화된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 에세이를 작성하는 것과 같은 엄격한 습관에 헌신할 수 있고 헌신할 의지가 있는가?
--- 「아이디어 44 산문 형식의 에세이를 작성하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