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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의 방

조반니의 방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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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38g | 120*188*26mm
ISBN13 9788932919805
ISBN10 8932919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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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말은 그녀와 침대에서 함께 보낸 밤들을 생각하며 한 것이었다.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기이한 천진함과 확신이 있었기에 그 밤들은 무척이나 즐거웠고 과거와도, 현재와도, 앞으로 찾아올 그 무엇과도 무관했으며, 더 나아가 내 인생과도 무관해졌다. 그 밤들에 대해 나는 지극히 기계적인 책임밖에는 질 필요가 없었던 데다가, 타국의 하늘 아래서, 아무도 보는 이 없고 아무런 손해도 볼 위험 없이 나눈 관계였기 때문이다.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우리 관계는 실패했다. 자유란 일단 손에 넣고 나면 무엇보다도 견딜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리니까.
--- p.12~13

헬라에게 사랑했다고 말했을 때 나는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기 전, 연애가 그저 연애일 뿐이었던 바로 그 시절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오늘 밤부터는, 아침이 닥쳐오고 나면, 내가 임종을 맞기까지 아무리 많은 침대에 눕게 되더라도 그런 순수하고 열정적인 관계는 결코 나눌 수 없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건 사실 더 높은 단계의, 혹은 더 가식적인 형태의 자위행위나 같았다. 인간이란 그렇게 가볍게 취급하기에는 지나치게 복합적인 존재다. 나라는 사람은 신뢰를 받기에는 지나치게 복합적이다.
--- p.13~14

우리 둘 다 남은 술을 마저 마신 뒤, 나는 잔을 내려놓고 그를 불렀다.
「바텐더.」
「같은 걸로 드릴까요?」
「네.」 내 대답에 그가 몸을 돌리려 했다. 나는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바텐더, 괜찮다면 우리가 그쪽에게 한잔 사고 싶은데요.」
--- p.64

그가 내 팔을 잡았다. 「당연하지. 하지만 지금 당장 챙길 필요는 없잖아.」 나는 뒤로 물러섰다. 그가 멈칫했다. 「나랑 같이 가자. 그 방 벽지나 여관 수위보다야 내가 훨씬 예쁘잖아. 깨어났을 때는 내가 당신에게 미소 지어 줄 테고. 거긴 그런 것도 없을 텐데.」
「아, 너 정말 못됐다.」
「못된 건 당신이지. 내가 아무 도움 없이 혼자서 집까지 가기에는 너무 취했다는 걸 뻔히 알면서 이 외로운 곳에 나를 혼자 버려두고 갈 생각을 하다니.」
서로 짓궂게 쏘아붙이는 게임에 몰두하던 우리는 끝내 웃음을 터뜨렸다.
--- p.127

조반니는 내 안에 애타는 갈망을, 내 안을 갉아먹는 번뇌를 일깨워 놓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어느 날 오후, 그를 일터로 데려다주러 몽파르나스 대로를 걷고 있을 때였다. 그날 우리는 체리 1킬로그램을 사 가지고 먹으면서 걸었는데, 둘 다 신이 나서 어린애처럼 꼴사나울 만큼 까불거렸다. 널따란 인도에서 다 큰 남자 둘이서 밀치락달치락하며 체리 씨앗을 서로의 얼굴에 대고 딱총 쏘듯 뱉어 대는 꼴이라니, 남들이 보기에는 터무니없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때 나는 이렇게 아이 같아지는 것이 내 나이에서는 환상적인 경험이라는 것, 그리고 그로부터 샘솟는 행복은 더더욱 환상적이라는 것을 실감했고, 그 순간에는 정말로 조반니를 사랑했다.
--- p.162~163

「대체 항상 뭘 하느라 그러는 거야? 왜 아무런 말이 없어? 당신은 사악해, 그거 알아? 가끔 당신이 내게 웃을 땐 증오스러웠어. 두들겨 패고 싶었어. 피 흘리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남들한테 다 짓는 웃음을 나한테도 짓고, 남들한테 하는 말을 나한테 하고…… 오로지 거짓 외에는 하는 말이 없잖아. 뭘 그렇게 계속 숨기는 거야? 그리고 당신이 나와 섹스할 때 실은 아무하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당신은 〈아무와도〉 관계하지 않는다고! 아니면 누구하고나 다 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결단코 나하고는 아니지. 당신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당신 때문에 나는 기쁨이 아니라 열병만 얻었어.」
--- p.268~269

「조반니. 조심해. 조심해야 해.」 내가 하릴없이 건넨 말에 그는 조소를 지었다.
「고마워. 그런 조언은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밤에 해주지 그랬어.」
--- p.282

지진이 시작되듯 내 안에서 진동이 울리더니, 문득 그의 눈 속에 빠져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너무나 잘 아는 그의 몸이 햇빛 속에서 환히 빛나면서 그와 나 사이의 공기가 포화 상태에 치닫는 듯 농밀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비밀의 문 같은 것이 소리 없이 확 열어젖혀지는 바람에 나는 질겁하고 말았다. 그 순간에야 나는 깨달은 것이다. 그의 몸으로부터 달아남으로써 나는 도리어 그 몸이 언제까지고 나를 지배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셈이라는 것을.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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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학의 유일한 왕.
- 라이어널 트릴링
격렬하고, 고통스러울 만큼 아름답다.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더없이 강렬한 감정과 특출한 아름다움이 있는 소설. 당대의 혁신이자 시대를 초월한 작품.
- 줌파 라히리
볼드윈은 언어와 빛나는 용기와 통찰력을 선물해 주었다.
- 토니 모리슨
용감하고 감정으로 충만한, 미국이 낳은 빼어난 작가.
- 폴 오스터
볼드윈은 소설과 비소설 두 방면에서 뛰어난 작가이고 나는 그를 20세기 미국 문학의 거장이라고 평가한다. 과감함, 용기, 끓어오르는 분노에서 아주 은근한 부드러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폭넓은 정서적 범위뿐만 아니라, 끌로 정교하게 조각한 듯한 우아함을 보여 주는 문장에서도 1급의 작가이다. 볼드윈의 산문은 〈미국의 고전〉이라 할 만한 문장이다.
- 폴 오스터 (뉴욕 타임스 북 리뷰, 2017년 1월 인터뷰에서 발췌)
반 고흐가 19세기에 태어난 예술가들의 성인이라면, 20세기에는 제임스 볼드윈이 있다.
- 마이클 온다체
우리 시대에 몇 없는 진정한 작가 중 한 명이다.
- 노먼 메일러
볼드윈은 바다가 파도를 움직이듯이 언어를 구사한다.
- 랭스턴 휴스
우리를 빠져들게 하고, 감정에 즉각적인 충격을 던진다.
- 워싱턴 포스트
볼드윈은 사람들의 시선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좋은 의미에서. 그냥 이렇게 말하는 식이었다. 〈이게 내가 본 것이다.〉 볼드윈은 우리가 흑인이나 미국 얘기를 할 때 늘 곁들이는 온갖 넋두리며 헛소리들을 완전히 발가벗겨 냈다. 무슨 척을 하지도 않았다. 작가로서 그런 태도는 자신의 인간됨을 드러내는 매우 급진적인 선언이었다. 나 역시 그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 타네하시 코츠 (2015 전미 도서상 수상작 『세상과 나 사이』의 작가, 2015년 11월 인터뷰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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