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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 풍문부터 실록까지 괴물이 만난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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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top20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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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1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438g | 140*210*17mm
ISBN13 9791191308228
ISBN10 1191308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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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조선 후기에 지네 괴물 이야기가 생겨 유행한 것일까. 18세기 천주교가 조선 사회에 퍼져나가면서 같이 들어온 유럽 문화에 자극받은 면이 있지 않을까. 또는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소설의 유통이 늘어나면서 그 소재나 묘사에 영향받아 퍼져나간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전쟁으로 쇠락한 지네 호텔: 오공원(충청도)」중에서

나는 괴물 이야기로 그렇게 심각한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는 괴물 이야기가 퍼지던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사고방식을 조금씩 캐보는 일이 더 재미있다. 소문으로 떠돈 괴물 이야기들은 임금님과 대신들을 중심으로 기록된 역사나, 영웅을 찬양하는 서사시가 담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구일두귀(三口一頭鬼)’ 이야기에서는 조선 전기 전라도에 살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풍년과 흉년을 예언한 행운의 편지: 삼구일두귀(전라도)」중에서

그렇다면 강철이라는 말이 처음에는 괴물의 이름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예를 들어 창, 칼, 대포를 상징하는 말로 전쟁을 의미했을 수 있다. …… 그게 아니라면 임진왜란 때 중국이나 일본에서 온 군인들에게서 전해진 어떤 외래어가 변형된 것일 수 있다.
---「가뭄과 홍수보다 혹독한 농부의 적: 강철(경상도)」중에서

조선 시대 이야기에서 인어는 신비롭고 고결한 바다의 왕족도 아니고, 선원들을 유혹하는 마법적인 매력을 지닌 괴물도 아니다. 좀 희귀할 뿐이지 그저 한 마리 짐승에 불과하다. 낚시꾼에게 붙잡히고, 어부는 ‘기름 짜는 것’으로 인어의 쓸모를 말한다.
---「고래기름보다 좋은 인어기름: 인어(강원도)」중에서

조선 시대 중기의 이야기책 《어우야담》에는 고려 임금 우왕이 죽기 직전 자신도 용의 자손이라며 그 증거로 웃옷을 벗어 용 비늘이 돋은 피부를 보여주었다는 전설이 실려 있다. 이성계 일파가 고려 임금의 자손이 아니라 신돈(辛旽)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처형하려고 하자, 자신은 고려 임금의 자손이라고 항의하며 용 비늘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왕건으로 이어지는 용의 계보: 용손(경기도)」중에서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생사귀의 모습은 검은 옷, 검은 갓 차림의 저승사자와는 아주 다르다. 생사귀는 몸이 검은색이고 뿔이 다섯 가지로 갈라져 돋아난 모습이라고 한다. …… 생사귀는 저승사자 하면 떠오르는 중년 남자의 모습보다는 아기나 어린아이의 모습에 좀더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부처가 된 세조의 경고: 생사귀(전라도)」중에서

도깨비는 무당이 섬기거나 무언가를 부탁하는 귀신, 또는 신령 같은 대상이다. 심지어 임금의 아들을 해치는 음침한 주술까지 들어주는 듯하다. …… 영조 시대 무당과 추종자들은 도깨비를 전염병 귀신과 비슷한 괴물로 믿었다고 추측해볼 만하다.
---「사도세자를 향한 저주: 도깨비(전라도)」중에서

21세기 들어서도 한국에는 외따로 깊은 산속에 거처를 마련하고,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만으로 사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믿는 사람이 꽤 있는 편이다. 이런 생각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제법 퍼져 있는 것은 조선 후기 유행한 여러 가지 벽곡 이야기의 간접적 영향이 아닐까 싶다.
---「조선의 빅풋은 벽곡의 달인: 안시객(강원도)」중에서

실제로 제주도에 헨드릭 하멜(Hendrik Hamel) 같은 네덜란드인들이 표착한 적이 있다. 시간이 흘러 이들과 말이 통하게 되었을 즈음 …… 누군가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키클롭스 이야기를 풀었다고 해보자. 그러면 역사적 사실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얽히고설켜 붉은 머리 유럽인을 닮은 거인 이야기가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
---「바다 건너 거인의 나라: 거인(강원도)」중에서

조선 후기 유행한 녹족부인 이야기는 인도에서 불교와 함께 한반도로 전파되어 변화, 탄생한 이야기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일본에도 불교가 전해졌기 때문에 비슷한 예가 있다. …… 일본의 고귀한 인물인 고묘황후(光明皇后)가 승려와 사슴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라는 전설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또한 일본의 전통 버선인 다비(足袋)가 발가락이 두 개인 것처럼 생긴 이유는 녹녀부인의 발이 사슴 모양이기 때문이라는 설화도 있다.
---「전쟁을 끝낸 사슴 발의 여인: 녹족부인(평양)」중에서

그 정체가 무엇이었든 ‘발포’라는 표현을 보면, 결국 군인들이 조총으로 공격해 죽인 것 같다. 군인들이 가죽을 벗겨 서울에 보내니, 어떤 신하는 박인 것 같다고, 어떤 신하는 맥인 것같다고 했다.
---「코끼리, 얼룩말 그리고 불가살이: 박과 맥(평안도)」중에서

선하거나 악하게, 집 안처럼 가까운 곳이거나 외국처럼 머나먼 곳에서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 괴물들은 어떤 한 가지 기준이나 편견을 따르지 않는다.
---「만 인의 피를 마신 뱀: 만인사(함경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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