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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사람들

: 왜 돌봄은 계속 실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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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88g | 145*215*15mm
ISBN13 9791191383003
ISBN10 119138300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서울역 맞은편에 위치한 동자동 쪽방촌. 이곳에서는 대한민국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어섰다는 소식이 체감되지 않는다. 제도적인 지원과 다양한 단체의 돌봄에도 이들은 왜 쪽방촌을 벗어날 수 없을까? 한 젊은 연구자의 시선에 비친 대한민국 가난의 현주소를 담았다. - 손민규 사회정치 MD

쪽방촌 주민들의 ‘지금, 여기의 모습’을 담아낸 문화기술지

동자동 쪽방촌은 서울역 맞은편에 위치한 대표적인 빈민 밀집 거주 지역이다. 1970년대 말 전설의 베스트셀러 『인간시장』(김홍신)의 주요 무대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이후부터 쪽방촌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동자동에 주민을 돕기 위한 각종 시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무연고 공영 장례가 제도화되었고 서울시는 저렴쪽방 사업을 시작했다. 수많은 단체가 각종 생필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소매를 걷어붙인 자원봉사자들이 매년 동자동 쪽방촌을 찾는다. 그러나 이러한 ‘돌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여전히 ‘사회적 버려짐’을 경험한다. 범죄와 질병으로 일상이 파괴되며, 도움의 손길에도 인격과 자존감 박탈을 경험한다. 사람으로서의 필요와 욕망, 세계 안에서의 위치와 존재 방식은 부정당한다. 왜 돌봄은 계속 실패하는 것일까?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시도는 경제적 측면을 넘어 주민들의 ‘사회적 삶’에 대한 개입이기도 하다. 개입은 개인과 개인의 관계, 산 자와 죽은 자의 관계, ‘우리’에 대한 감각, 정치적 연대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의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킨다. 이 책은 쪽방촌을 위한 여러 개입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겪는 가난과 고통의 풍경을 ‘사회적 관계’ 속에서 그려내고자 하는 시도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들어가며 · 가난을 쓴다는 것

1. 쪽방촌의 어제와 오늘
동자동의 과거
불안정성의 공간
노동할 수 없는 사람들의 공간
쪽방촌이라는 ‘환경’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무연고 공영 장례
무료 물품 지원과 저렴쪽방 사업

2. 돌봄의 역설
정영희 이야기
돌봄의 공백
상실
돌봄의 불가능성
자활의 불가능성
폭력
성적 욕망
관계
두려움
명의 도용
졸피뎀
수급비 관리

3. 죽은 자를 기억하는 법
불만
애도와 기억의 시간
정체성의 유지
연고 있는 무연고자
망각의 윤리
만남
치료
책임과 돌봄
떠나보내기
차가워진 몸
연고자임을 증명하기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곳
기억한다는 것

4.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
마비와 길들여짐
낙인화된 의존
긍정적 상호 의존
통제와 대상화
선별과 배제
빈곤의 전시
공짜 짜장면
천 원의 밥값
비난과 헐뜯기
배제와 축출
분리된 두 세계

5. 방치된 시간의 무게
2015년, 9-20 강제 퇴거 사태
2019년, 같은 문제
승리의 기억
거짓말
주거권의 딜레마
낡아버린 공간의 역사
삶의 공간
‘공동의 것’의 위기

나가며 · 쪽방촌의 사회적 삶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타인의 고통과 가난을 쓰는 일은 괴로웠다. 타자의 고통을 지적 유희의 재료로 소비하는 것은 아닌지, 이론적 기여, 학문적 참여, 지적 개입 등 그럴싸한 수사를 앞세워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지 계속해서 내 자신에게 물어야 했다. 무엇을 쓰는지, 왜 쓰는지, 어떻게 쓰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증명해야 했다. 벽장을 마주하고 난 오멜라스의 시민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지, 또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해야 했다. 그러면서 점차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이야말로 연구자이자 저자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이제 그 답을 찾는 일이 오롯이 내 몫으로 남았다.
--- p.10~11

1970년대 말 소설가 김홍신이 『인간시장』의 집필을 위해 취재를 나갔다가 불량배와 인신매매범을 만나 고초를 겪은 현장, “법과 상식과 윤리와 도덕과 바른 소리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매일같이 벌어지는 우범지대, 현대판 홍길동인 『인간시장』 속 주인공 장총찬이 활약하는 무대가 바로 양동, 도동, 동자동 일대였다.
--- p.23~24

온전한 삶을 위해 물질적·경제적 필요가 먼저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경제적 삶이 곧 온전한 삶은 아니다. 그럼에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전제하는 삶의 형식은 온전한 삶, 혹은 좋은 삶을 경제적 차원의 삶으로 축소한다. 이때 경제적 차원의 삶을 넘어서는 사회적 관계와 상호 의존, 일상적 돌봄은 실질적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개입하지도 않고 개입할 수도 없는 필연적 공백으로 남는다.
--- p.66

주민들은 장례에 참석함으로써 산 자와 망자 사이의 연결을 드러낸다. 양자의 연결은 무연고 사망자로 규정된 안제동에게 ‘연고 있는 무연고자’라는 역설적 위상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혈연가족을 중심으로 무연고자와 정상적 죽음을 규정하는 제도상의 빈틈을 드러낸다. 애도와 추모의 시간을 갖고 망자의 사후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안제동의 죽음을 비정상적으로 규정하는 제도적 기준에 상징적 균열을 일으킴으로써 그에게 정상적 죽음과 좋은 죽음의 위상을 부여한다.
--- p.123

공짜 짜장면 사례에서처럼 돌려줌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줌과 받음은 증여의 내부에서 인격과 자존감의 문제를 일으킨다. 돌려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상대방의 줌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받는 자는 인격과 체면을 상실한 채 “거지”가 된 것 같은 자존감 박탈을 경험한다. 따라서 돌려줌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줌과 받음이 지속되려면, 증여의 대상이 느끼는 인격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미시적 기제가 있어야 한다.
--- p.194

출구 없는 세계에서 과연 어떤 윤리적 응답이 가능할지, 그 응답의 형태는 무엇일지 쉽게 결론내리기 힘들다. 포비넬리 또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포비넬리는 하나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그는 “삶은 어떤 구원적 미래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지금 여기의 모습이다(this is what is)’라는 사실을 이해함으로써만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전미래적 관점에서 ‘이렇게 하면 더 나아질 것이다’라는 대안을 제시하기에 앞서 벽장 안의 아이와 자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아이의 고통 위에서만 자신의 행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연결이 어떠한 공통의 구조 위에서 등장하는지 ‘지금 여기의 모습’을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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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돌봄은 계속 실패하는가?

동자동 쪽방촌은 서울역 맞은편에 위치한 대표적인 빈민 밀집 거주 지역이다.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전설의 베스트셀러 『인간시장』(김홍신)의 주요 무대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뒤 판자촌-사창가-쪽방촌으로 변신해온 동자동에 주민을 돕기 위한 각종 시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무연고 공영 장례가 제도화되었고 서울시는 저렴쪽방 사업을 시작했다. 수많은 단체가 각종 생필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소매를 걷어붙인 자원봉사자들이 매년 동자동 쪽방촌을 찾는다.
그러나 이러한 ‘돌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여전히 ‘사회적 버려짐’을 경험한다. 범죄와 질병으로 일상이 파괴되며, 도움의 손길에도 인격과 자존감 박탈을 경험한다. 사람으로서의 필요와 욕망, 세계 안에서의 위치와 존재 방식은 부정 당한다. 왜 돌봄은 계속 실패하는 것일까?

쪽방촌 주민들의 ‘지금, 여기의 모습’을 담아낸 문화기술지

서른 살 젊은 연구자 정택진이 글을 썼다. 정택진은 연세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같은 대학 대학원 문화인류학과에서 「쪽방촌의 사회적 삶 : 서울시 동자동 쪽방촌을 중심으로」(2020)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 논문으로 ‘연세대학교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동자동 사람들』은 이 논문을 바탕에 두고 있다. 그는 책의 서두에서 우리 시대의 ‘가난을 쓴다는 것’에 관해 이렇게 속내를 드러낸다.
“타인의 고통과 가난을 쓰는 일은 괴로웠다. 타자의 고통을 지적 유희의 재료로 소비하는 것은 아닌지, 이론적 기여, 학문적 참여, 지적 개입 등 그럴싸한 수사를 앞세워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지 계속해서 내 자신에게 물어야 했다. 무엇을 쓰는지, 왜 쓰는지, 어떻게 쓰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증명해야 했다. 벽장을 마주하고 난 오멜라스의 시민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지, 또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해야 했다. 그러면서 점차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이야말로 연구자이자 저자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이제 그 답을 찾는 일이 오롯이 내 몫으로 남았다.”
학술논문이 뿌리지만, 책 안에 서사가 풍부하고 흥미롭다. 9개월 넘게 현장에서 주민들과 생활하며 연구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두고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조문영 교수는 “『동자동 사람들』은 서사화의 위험을 위태롭게 감당하면서 쪽방촌 주민들의 ‘지금, 여기의 모습’을 담아낸 문화기술지이다”라고 평가한다.

정영희 이야기 : 돌봄의 역설

동자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정영희(45세)는 늘 머리를 짧게 밀고 다닌다. 그녀는 정신지체 장애인이자 기초생활수급자이며 아들 하나를 둔 이혼녀이다. 그녀의 큰언니 정민희가 오래전부터 주기적으로 만나 정영희의 일상적 삶을 돌보아왔다. 정영희는 2019년 7월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에 당첨되어 서울시 강북구에 있는 공공임대주택으로 보금자리를 옮겨 동자동 쪽방촌을 ‘벗어났다.’ 그러나 동자동으로 다시 돌아와 동거남 홍인택의 쪽방에서 대부분 생활한다.
국가는 정영희에게 기초생활수급이라는 형태의 돌봄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돌봄은 경제적인 차원에서 멈춘다. 일상적 돌봄은 제공하지 못한다. 게다가 51만 2,000원의 생계급여로는 생활이 어려워 많은 쪽방촌 주민이 명의 도용 범죄나 졸피뎀 같은 약물의 불법 거래 유혹에 빠진다. “일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쪽방촌에는 고령에다 아픈 사람들이 많다. 정영희도 비슷하다.
따라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제공하지 못하는 돌봄의 공백을 메꾸는 큰언니 정민희를 비롯한 가족의 일상적 돌봄이 꼭 필요해 보인다. 가족은 정영희가 선천적인 정신지체 장애를 갖고 있어서 가난하며 ‘비정상적’ 삶을 산다고 여긴다. 그래서 힘들지만 돌봄을 꾸준히 실천한다. 가족의 목표는 정영희기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가족과 정영희를 계속 연결하려 애쓰며, 그녀가 쪽방촌으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란다. 치료를 목적으로 한 병원이나 시설 생활을 권하기도 한다.
한편, 매달 20일 수급이 들어오면 동거남 홍인택은 관리비 명목으로 정영희의 수급비 중 30~40만 원 이상을 가져간다. 정영희는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녀를 휴대폰 명의 도용 범죄에 연루시킨 사람이 바로 동거남이다. 정영희는 자기도 모르는 자신 명의의 휴대폰 3대의 미납금 660만 원을 책임져야 하는 처지다.
이러한 삶의 난관에도 불구하고 정영희는 가족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동자동을 벗어나거나 시설에 들어가지 않는다. 각종 범죄에 연루되면서도 동거남과 헤어지지 않는다. 가족은 정영희의 이런 납득할 수 없는 태도가 정신지체 장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다르다. 장애가 아니라, ‘폭력의 경험과 기억’이 원인이다.
그녀의 이혼 사유는 전남편의 폭행이다. 그런데도 아이에 대한 양육권은 전남편에게 주어졌다. 그녀는 수급비를 받는 부양 무능력자이기 때문이다. 이때 기초생활수급권은 ‘부양 능력 없음’을 입증하는 도구로 기능했다. 또한 정영희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을 주위 사람들이 알게 되면 성희롱과 성추행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말한다. 성희롱과 성추행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그녀는 머리를 짧게 민다. 그리고 불평등한 관계와 범죄 연루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동거남과 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분리불안에 가까운 증상을 보인다. 동거남이 이런 폭력의 경험과 기억, 현재진행형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준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정영희가 가장 의지하는 돌봄의 주체는 국가나 가족이 아닌 동거남이다.
정영희가 진짜 필요로 하는 돌봄과 국가와 가족이라는 ‘정상적’ 주체에 의해 이루어지는 돌봄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돌봄의 역설’이다.

박현욱 이야기 : 사회적 버려짐

동자동 안에 위치한 G교회는 ‘사랑의 짜장면 나눔 행사’를 통해 한 달에 한 번씩 주민에게 특식을 제공한다. 짜장면을 먹기 위해 반드시 G교회에 찾아갈 필요는 없다. 젊은 신도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동자동 전체에 짜장면을 배달하기 때문이다. 봉사자와 마주친 주민이라면 누구나 짜장면을 먹을 수 있다.
어느 날 봉사자와 마주친 주민 박현욱(60세)은 짜장면을 단호히 거절한다. 거듭된 제안에도 끝내 짜장면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주민자조조직에서 운영하는 ‘사랑방 식도락’에 가서 밥을 사 먹는다. 여기는 밥값이 1,000원이다. 짜장면을 든 봉사자들이 사라지자 박현욱이 한 말은 “우리가 거지도 아니고…”였다.
증여가 상호 인정의 한 형태라고 할 때 응답을 요구하지 않는 ‘줌’에서 주민은 인정의 기회를 박탈당한다. 주는 자와 받는 자, 주는 자와 받을 수밖에 없는 자 사이의 구분에서 주고받음의 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주민은 결코 돌려줌에 참여할 수 없다. 증여의 관계에 참여하지 못할 때 주민은 체면과 인격을 부여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고, 이러한 경험은 “거지”라는 모욕과 자존감 박탈의 언어로 이어진다.
얼굴을 찌푸리며 짜장면을 거부하는 박현욱의 행위는 인정의 기회와 응답을 박탈당하는 일반적 관계를 거부하는 몸짓이다. 지원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는 물건을 받거나 식사를 대접하는 일은 쪽방촌 주민의 삶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마치 “거지” 취급을 받는 듯한 인격 손상과 자존감 박탈의 경험 속에서 주민은 이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
반면 ‘사랑방 식도락’의 천 원의 밥값은 식사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자 자신이 받은 것을 그에 상응하는 것으로 되돌려주는 행위다. 천 원은 비록 쪽방촌 주민들이 극심한 경제적 궁핍 상태에 있다 하더라고 큰 부담 없이 낼 수 있는 금액이다. 받은 것을 천 원의 형태로 되돌려줄 수 있는 식도락에서 이들은 “거지”가 아니다. 천 원을 지불함으로써 주고받음의 과정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상대방의 행위에 응답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은 식사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과 공동의 사회를 구성하고 동등한 구성원으로서의 위상을 부여받는다.
이처럼 공짜 짜장면은 봉사자의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봉사자와 주민 사의의 연결을 만들어지 못한다. 오히려 두 존재의 세계는 더욱 더 분리된다. IMF 이후 폭증한 무료 물품 지원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은 상호 인정의 의례에 참여하지 못한 채 자존감과 인격의 박탈을 경험한다. 무료 물품 지원 사업에서 쪽방촌 주민들은 켤코 ‘우리’의 구성원이 될 수 없는 완전한 타자일 뿐이다. 계속되는 지원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사회적 버려짐’을 경험한다.

쪽방촌의 사회적 삶

어슐러 K. 르 귄의 단편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는 아무런 출구가 없다. 시민들의 행복이 벽장에 갇힌 아이의 불행 속에 있는 한 시민들의 행복을 해치지 않은 채 아이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출구 없는 세계에서 과연 어떤 윤리적 응답이 가능할지, 그 응답의 형태는 무엇일지 쉽게 결론내리기 어렵다. 이를 두고 인류학자 엘리자베스 포비넬리 또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는 “삶은 어떤 구원적 미래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지금 여기의 모습이다(this is what is)’라는 사실을 이해함으로써만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저자가 동자동의 ‘지금, 여기의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에서 동원하는 서사는 네 가지다. 이것은 동자동 주민들이 공유하는 서사이기도 하다. ①기초생활수급, ②죽음과 장례, ③무료 물품 지원 활동, ④쪽방촌을 상징하는 9-20번지 건물. 앞에서 말한 정영희 이야기는 기초생활수급과, 박현욱 이야기는 무료 물품 지원 활동과 연관되어 있다. 책에는 이밖에도 죽음과 장례, 9-20번지 건물과 관련한 서사가 들어 있다. 이 서사들이 동자동 쪽방촌을 ‘새롭게’ 이해하는 키워드로 작동한다.
동자동 쪽방촌은 낡고 해진 건물이나 열악한 위생 상태 등 공간의 물리적 특성만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초생활수급, 무연고 사망과 장례, 물품 지원 활동, 저렴쪽방 사업과 같이 주민의 삶에 개입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동자동 쪽방촌을 정의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20여 년간 형성된 다양한 모습의 제도적·비제도적 개입은 주민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 되었다. 따라서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물리적 공간’보다 쪽방촌의 ‘사회적 삶’이다.
쪽방촌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시도는 경제적 측면을 넘어 주민들의 ‘사회적 삶’에 대한 개입이기도 하다. 개입은 개인과 개인의 관계, 산 자와 죽은 자의 관계, ‘우리’에 대한 감각, 정치적 연대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의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킨다. 이 책은 쪽방촌을 위한 여러 개입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겪는 가난과 고통의 풍경을 ‘사회적 관계’ 속에서 그려내고자 하는 시도다. 이를 두고 『여공 1970』을 쓴 김원 교수는 “가난/돌봄에 개입하는 다양한 형태의 실천 과정에서 동자동 쪽방촌 사람들이 맺는 연결을 ‘사회적 버려짐’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역작”이라며 칭찬한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가난은 계속 바깥으로 밀려난다. 무관심도 한몫하지만, 곪은 상처에 섣불리 메스를 들이댈 수 없다는 섬세한 자기 윤리가 작동한다. 하지만 그 결과 가난은 더 밀려나고, 더 기괴한 재현과 사건이 되어 살을 도려내고 만다. 『동자동 사람들』은 서사화의 위험을 위태롭게 감당하면서 쪽방촌 주민들의 ‘지금, 여기의 모습’을 담아낸 문화기술지이다. 동자동에서 연결을 만들어내는 절박한 노력들은 삶의 고단함과 취약함을 들쑤신다. 돌봄은 계속 실패하지만, 그럼에도 계속된다. 이 책이 생명의 존엄을 바라는 모든 사람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이 책은 가난/돌봄에 개입하는 다양한 형태의 실천 과정에서 동자동 쪽방촌 사람들이 맺는 연결을 ‘사회적 버려짐’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역작이다. 권리의 언어로 제도화된 개입이 역설적으로 또 다른 ‘버려짐’이었음을 현장연구를 통해 탁월하게 밝혀낸다.
- 김원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회원리뷰 (6건) 리뷰 총점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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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동자동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b******9 | 2021.03.16 | 추천28 | 댓글19 리뷰제목
동자동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서평] 쪽방촌 주민들의 ‘지금, 여기의 모습’을 담아낸 <동자동 사람들>   <동자동 사람들>은 오멜라스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오멜라스는 어슐러 K.르 귄의 단편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 나오는 도시다. 오멜라스는 행복과 즐거움이 넘치는 도시다. 그러나 이 도시의 한 어둡고 구석진 건물 지하실에는 굳게 잠긴 벽장;
리뷰제목

동자동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서평] 쪽방촌 주민들의 지금, 여기의 모습을 담아낸 동자동 사람들

 

동자동 사람들은 오멜라스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오멜라스는 어슐러 K.르 귄의 단편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 나오는 도시다. 오멜라스는 행복과 즐거움이 넘치는 도시다. 그러나 이 도시의 한 어둡고 구석진 건물 지하실에는 굳게 잠긴 벽장이 있고, 벽장 안에는 벌거벗은 한 아이가 있다.

 

놀랍게도 오멜라스의 시민들은 이 아이의 존재를 안다. 그 아이의 존재로 인해 자신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아이를 보고난 사람들 중에는 아이의 존재를 잊는 사람도 있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도 있다.

 

쪽방촌 사람들의 돌봄, 그것만이 최선일까 

 

동자동 사람들은 서울시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주민들 몇 명의 삶을 대표적으로 보여줌으로서 동자동의 현재를 기술한 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왜 저자가 서문에 오멜라스의 아이 이야기를 꺼냈는지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은 서울이라는 오멜라스의 벽장 속 아이였다.

 

기초생활수급자무연고 장례대상’. 저자가 동자동 쪽방촌 사람들의 삶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꼽은 두 가지다. 이 두 조건은 동자동 쪽방촌 사람들을 규정하는 제도이자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요건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동자동 주민들은 기초생활비를 받아서 생활하고(경우에 따라 근로활동으로 생활비를 벌기도 함). 각종 봉사·종교 단체로부터 철이나 행사 때마다 생활용품을 지급받는다. 그렇다면 이들에 대한 복지나 돌봄은 오전한 걸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온전한 삶을 위해 물질적· 경제적 필요가 먼저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경제적 삶이 곧 온전한 삶은 아니다...(중략)... 경제적 차원의 삶을 넘어서는 사회적 관계와 상호 의존, 일상적 돌봄은 실질적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개입하지도 않고 개입할 수도 없는 필연적 공백으로 남는다.” -p.66

 

저자는 동자동 현장 조사에서 만난 주민 정영희와 강영섭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진정한 돌봄이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정영희는 정신지체 장애자로, 폭력적인 남편과 이혼하여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다 가까스로 동자동에 둥지를 틀게 됐다. 현재 그녀의 곁에는 홍인택이 있다. 둘은 사실혼 관계다. 홍인택은 정영희의 기초생계급여를 본인이 관리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돈을 받고 정영희의 명의를 대포폰 업자에 팔기도 하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졸피뎀을 돈을 받고 팔기도 하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홍인택 역시 약간의 정신지체 장애자다)

 

정영희의 가족들은 갖은 애를 써서 임대주택을 얻어 정영희의 거처를 마련해준다. 그렇게 홍인택으로부터 정영희를 떼어놓으려 애쓴다. 그것이 가족으로서 그녀에 대한 돌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자동 사람들의 부러움 속에서 동자동을 떠난 정영희는 열흘 만에 다시 동자동 홍인택 집으로 돌아온다. 이런 경우 가족들의 돌봄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그들이 간과했던 것이 있었다면, 과연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또 다른 사례. 최경철과 강영섭이다. 젊은 시절 직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두 사람은 갖은 풍파를 겪은 뒤, 수십 년이 지난 어느 날, 동자동에서 재회하게 된다. 기초생계급여를 받은 날, 국밥 한 그릇씩 나누는 것으로 기쁨을 나누고, 서로를 의지했던 두 사람. 최경철이 뇌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지고 뇌사상태에 빠진 뒤, 강영섭의 돌봄은 시작된다.

 

하지만 결국 최경철은 쓰러진지 1년 반 만에 세상을 떠난다. 무연고자였던 까닭에 최경철의 장례는 무연고 장례로 치러질 뻔 했지만, 강영섭은 상주를 자처하며 장례의 시작부터 끝까지 최경철이라는 한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려 애쓴다.

 

하지만 최경철이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고, 마침내 한줌 뼛가루가 되는 순간까지 계속 최경철을 돌보았던 강영섭은 많은 경제적 부담과 악화된 건강, 우울증이라는 짐을 껴안게 된다. 결국 제 살을 파먹고 자신을 피폐하게 한 이런 경우의 돌봄도 과연 온전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내 머릿속에 균열이 일어나다

 

이 책은 그동안 내 머릿속에 있던 빈곤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와 지원이라는 개념에 와자작 균열을 일으켰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구호물품과 생활용품을 나누어주고, 사랑의 밥차와 같은 무료급식을 제공함으로써 허기를 달래주고, 사회복지사나 공무원들이 그들의 상황이나 삶을 잘 파악하여 복지사각지대가 없도록 하는 것이 제대로 된 복지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표면적이고 안이한 생각이었던가.

 

물론 그러한 돌봄이나 도움, 지원이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기초생활급여를 받아도, 어떻게 쓸 줄 몰라 한꺼번에 다 써버리거나, 돈이 부족해 아무 죄책감 없이 명의를 팔거나 졸피뎀을 파는 사람들에게 과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뾰족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동자동 사람들의 삶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함께 해결해주려고 노력하고, ‘나는 거지가 아니다며 공짜밥을 거부하고 그 대신 1천원이라도 식사비를 지불하고 밥을 먹으려는 사람들, 강제 철거의 위기에서 함께 연대하고 시위하며 목소리를 높여 주거권을 지켜낸 사람들. 무연고자들의 뼛가루가 한군데에 마구 섞이는 잡탕이 싫어, 망자가 좋아하는 장소에 뼛가루를 뿌려주려는 사람들... 그들의 모습에서 스스로의 존엄과 돌봄, 상호의존과 연대를 찾을 수 있다. 그것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오멜라스 이야기. 이제 벽장 속의 벌거벗은 아이를 본 나, 그리고 당신은 어떻게 할까. 당장 내가 뭘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할 수도 없다. 저자는 동자동 주민들의 지금 여기의 삶을 우리가 아는 것만 해도, 벽장 안의 아이가 내가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을 쓴 뒤로도 동자동 사람들의 삶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삶은 궁핍하고,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집주인으로부터 방을 비워달라는 천청벽력의 통보를 듣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삶이다. 동자동 쪽방촌의 실태가 책으로 출간되고, 뉴스로, 방송으로 소개되었다 해서, 한순간 갑자기 뒤바뀌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동자동 쪽방촌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간다는 것만으로도 감히 희망을 이야기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YES24 서평단 자격으로 쓴 글입니다 

1. 좋은 글귀, 마음에 드는 가사 인상 깊은 영화 대사 등을 메모해 주세요.
2. 출처를 넣어주세요. ex) 234page, 4번 트랙<사랑해>, <브리짓존스의 다이어리>에서 브리짓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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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삶은 지속된다. 어떠한 형태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q*****2 | 2021.04.2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변모한 익선동 골목길을 걸은 적이 한 차례 있다. 골목 안쪽으로 진입할수록 아기자기한 소품이 놓인 음식점, 카페 들이 줄지어 등장하는 게 가히 젊은이들이 좋아할 법했다. 그러나 방향을 살짝 틀자 이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전개됐다. 왠지 들어가면 아니 될 듯했다. 어딘가 적대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까지 했다.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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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변모한 익선동 골목길을 걸은 적이 한 차례 있다. 골목 안쪽으로 진입할수록 아기자기한 소품이 놓인 음식점, 카페 들이 줄지어 등장하는 게 가히 젊은이들이 좋아할 법했다. 그러나 방향을 살짝 틀자 이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전개됐다. 왠지 들어가면 아니 될 듯했다. 어딘가 적대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까지 했다.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게 상당히 실례라는 걸 쪽방촌이 즐비한 골목길을 재빠르게 통과하면서 난 배웠다. 무엇보다도 서울 한복판에서 만난 열악함이 당황스러웠다. 이런 표현은 오만에 가깝겠지만, 내가 그 세상에 속하지 않았단 사실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동자동. 서울역에서 매우 가까운, 역시나 서울 한복판이었다. 서울역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인들과 동자동에 터를 잡은 사람들 사이에는 실상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집단은 서로 어울리지 않았고, 특히 동자동 사람들은 이 두 세계의 경계를 철썩같이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흔히 가난하다고 여겨지는 많은 동네와 마찬가지로 동자동에도 수많은 단체들이 오갔으며 구호의 손길을 펼쳤다. 인구 태반이 수급자인 이 동네에선 무료로 제공되는 생필품이 분명 크게 유용했다. 사람들은 긴 줄을 형성해 가면서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렸고, 그와 같은 풍경은 수시로 각종 언론을 장식했다. 질이 나쁘다, 양이 적다 등의 볼멘 소리가 없었던 건 아니나 선의를 베푸는 이들을 탓하는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단 듯 여겨지기 일쑤였다. 저자는 구호의 과정에서 동자동 사람들이 겪는 자존감의 붕괴를 언급했지만, 이는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관점이었다. 역으로 받는 걸 당연시 여기고, 어차피 받을 수 있으므로 굳이 일하려 들지 않는 이들의 태도에 대해서는 숱하게 들어서인지 이해가 쉬웠다. 이미 어느 한 편으로 굽은 마음을 되돌릴 길은 없는 건지. 2000년대 초반 가열차게 논의됐던 ‘생산적 복지’라는 단어를 뒤늦게 꺼내어 든 채 난 입맛을 다셨다. 결국 모든 건 제도를 잘못 설계한 이의 잘못일지도. 개개인의 노고에 어떠한 인센티브도 부여치 아니하는 공공근로나 조건부 수급 제도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였다. 동시에, 수혜에 전적으로 기대어 생활하는 이들의 무기력함 또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가능성이 전무했던 건 아니다. 처지가 비슷한 이들이 오랜 기간 동일한 공간을 공유하면서 빚어진 연대는 기대 이상으로 단단했다. 강약의 차이는 존재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무너뜨리는 많은 제도에 그대로 굴복치 않았다. 쪽방촌에서는 이따금씩 사람이 죽어 나갔고, 아예 가족이 없거나 있더라도 관계를 부인하는 경우가 잦았다. 무연고자의 이름을 부여받은 이들은 죽어서도 편히 죽지 못했다. 앞서 죽은 이들과 한데 섞여 존재 자체를 부정 당하는 현실은 그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서러울 수밖에 없었는데, 몇몇 이들은 이웃의 장례식장을 찾고 자신도 어려운 처지에 놓였지만 끝끝내 일반 장례를 고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들은 이미 죽어 말없는 이들에게 예우를 다함으로써 스스로를 지켜내고자 애쓰고 있었다.

다시 현실로. 건물주에게도 쪽방촌은 숨이 막힌다. 자신의 건물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건 건물주의 권리가 맞거늘, 하필이면 가난한 이들이 몰려들어 상업적인 행위는커녕 적당한 수준의 세를 거둬들이는 일조차도 요원하다. 50년도 더 된 건물은 안전이 의심받지만, 건물주가 시설 개보수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쪽방촌을 유지하길 바라는 마음은 욕심에 가깝다. 하루 아침에 삶의 공간을 잃는 것과 일방적인 자비를, 그것도 기약 없이 베풀어야만 하는 것. 어느 쪽이 더 옳은지를 따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게 쪽방촌 문제의 해소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형태가 됐던 삶은 지속된다. 그 형태가 모두가 부정하는 형태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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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사회/낭독리뷰] 동자동 사람들 - 왜 돌봄은 계속 실패하는가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두* | 2021.03.17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사회복지사에게 '돌봄'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주제라서 지나칠 수 없었다. 그것도 계속 실패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라니 더욱 흥미로웠다. 과연 대한민국의 돌봄은 왜 계속 실패하는 이유에 대한 민낯이 두렵지만 그렇다고 그냥 덮을 일은 아니다.   오멜라스, 비록 가상의 도시라고는 하나 당장 고개만 돌려 봐도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걸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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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에게 '돌봄'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주제라서 지나칠 수 없었다. 그것도 계속 실패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라니 더욱 흥미로웠다. 과연 대한민국의 돌봄은 왜 계속 실패하는 이유에 대한 민낯이 두렵지만 그렇다고 그냥 덮을 일은 아니다.

 

오멜라스, 비록 가상의 도시라고는 하나 당장 고개만 돌려 봐도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깨닫게 되기에 벽장 안에 갇힌 소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숨이 가빠진다. 오멜라스 시민들을 보면서 '타인의 고통으로 자신의 행복을 확인하는 일'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한다.

 

그건 거창하게 윤리를 거들먹거리지 않아도 인터넷에 짤로 돌아다니는 초등학생의 시험지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당연한 일이다. 알다시피.

 

이 책은 동자동 쪽방촌을 모델로 가난이 사회적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한 저자의 논문을 기초한 이야기다. 그리고 저자도 지적하는 바와 같이 나는 동자동이 어딘지 그곳에 쪽방촌이 있는지 몰랐다. 아니 모른 채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곳의 이야기다.

 

동자동은 역사와 시대의 가난을 관통하는 하층 노동자의 삶을 그려내면서 '범죄의 온상'이나 '사창가'라는 낙인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가난한 노동자를 보듬었다. 인간 존엄의 위기를 겪는 사람들이 언제든 스며들 수 있도록.

 

놀라운 사실은 노동 시장에서 최하층인 사람들은 IMF 같은 경제 시장의 몰락이나 불안정 해진다 해도 되려 충격이 '덜'하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경제 논리로 동자동의 삶은 평가될 수 없고 '일'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일당이 생존을 결정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진단의 바깥'에 놓여 있다는 저자의 표현에 서글픈 이유다.

 

저자는 현재 동자동 상황의 변화를 주목해야 이유는 많던 적던 생존의 수단인 '일'이 있던 과거 1970~80년 대에 비해 지금은 일이 없다. 환경은 그대론데 노동을 할 수 없으니 경제적 곤궁은 더 심해지고 그러다 보니 건강은 악화된다. 그리고 노동하지 못하는 인구로 편입 되 돌봄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 지적한다.

 


 

37쪽

 

사실 돌봄은 언제나 시혜를 포함한다. 시간이든 물품이든 '공짜'로 제공되는 지원은 누구는 받는데 나는 받지 못하면 배제와 차별로 인식되어 격한 분노를 만든다. 책에서도 언급하듯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공되는 지원은 '얻어먹는 버릇'만 남기는, 그래서 그들의 욕구를 탐욕으로 변질되게 만드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만들어 여차여차해서 수급으로 '끝나버리는' 희망 없는 삶을 연명하게 되는 일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돌봄의 실천은 어떤 형태의 삶이 돌봄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암묵적 결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각각의 돌봄이 개입하고자 하는 삶의 모습 역시 다르게 나타난다." 63쪽

 

지적장애인인 정영희의 사례를 통해 저자는 일괄적인 지원 형태의 돌봄이 아닌 개별적 상황에 맞는 지원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확실히 한다. 그는 또 돌봄의 제도 안에서 노숙인이나 수급자로 분류되는 이용인을 '유령'으로 취급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의 부재를 우려하는 내용에 복지관들을 떠도는 유령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이용인이 아닌 개인의 자격으로 돌봄 지원을 받는 게 가능할까. 나아가 장애에서 정상성의 구분은 돌봄에서조차 기준을 만들어 배제를 경험하게 하는 시스템의 문제를 우린 충분히 고민하고 있는가를 질문하게 된다.

 

길게 이어지는 정영희와 홍인택을 비롯 여러 사례를 읽어 가는 동안 가슴에 큼지막한 돌을 얹어 놓은 듯 답답함이 가시질 않았다. 돌봄의 현장에서 복지관을 찾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고민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어쩌면 나만의 착각이었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적극적인 돌봄이란, 사실 '진단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향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른 현실적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 가난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가난, 즉 빈곤은 동자동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쪽방이라는 삶을 규정하는 낙인은 제한적인 영역에서 최대한 각자 자신의 정체성을 존중받으며 주체적인 선택이 가능할 수 있는 돌봄 지원이 가능할 그날을 기대해 본다.

 

이 시대의 돌봄이 '공짜'라는 권력을 휘두르는 제공자의 입장이 아닌 각자 개인의 선택적 수용이 가능할 수 있는 넓고 깊은 포괄적 돌봄이 제공되길 희망하며 책장을 덮었다. 대한민국 돌봄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의미있는 책이다.

 

아쉬운 점 하나.

2020년 논문임에도 불구하고 정영희의 장애 유형에 관한 표기, '정신지체'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지적장애로 표기해야 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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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5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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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주변 사람들에게 읽기를 권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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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7 | 2021.04.04
구매 평점5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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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본 | 2021.03.11
평점5점
좋은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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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지 | 2021.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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