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2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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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20쪽 | 318g | 140*205*20mm |
ISBN13 | 9788954445764 |
ISBN10 | 8954445764 |
발행일 | 2021년 02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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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20쪽 | 318g | 140*205*20mm |
ISBN13 | 9788954445764 |
ISBN10 | 8954445764 |
불길한 미소 정말 나 보러 온 거야? 네가 더 잘 알잖아 식어 버린 붕어빵 평범함이 뭔데 괜찮다 해 줘 고속도로 위 지혜 씨 평균의 값 제5 계절 작가의 말 |
평범한 삶이 가장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보통으로 산다는 건 특별하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게 더 쉬워졌다. 평범과 보통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그 기준은 내가 세운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남들 다 가는 대학에 가기를 바라고 남들처럼 내 집을 갖기를 바란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삶이란 이런 것이다. 정해진 게 없다는 걸 우리는 자꾸만 모른 척한다. 그러니 보통이나 평범 따위에 붙잡힐 필요 없다.
이희영의 『보통의 노을』 속 노을은 그런 삶을 지향한다. 그런데도 한 번씩 보통의 삶에 대해 자꾸 돌아본다. 고등학생 때 자신을 낳은 엄마는 가족이 아닌 노을을 선택했다. 여덟 살 노을은 그런 엄마가 대단하다. 서른넷의 엄마 자혜는 미혼모 시절에서 액세서리 만드는 법을 배운 기술로 노을을 키우고 현재 공방을 운영 중이다. 사람들은 노을과 자혜를 남매나 친구로 착각한다. 그럴 때마다 자혜는 자신이 엄마라고 아무렇지 않게 밝힌다.
엄마는 늘 우리라는 말을 입에 올렸다. 우리란 말속에는 내가 너를 위해서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위해 함께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협력이었고, 한 명이 앞서 걷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보폭을 맞춘다는 뜻이었다. (75~76쪽)
그런 엄마가 부끄러운 건 아니지만 노을은 그냥 무시했으면 한다. 사람들의 시선이나 질문이 싫어서다. 노을은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엄마에게 좋은 사람이 나타나길 바란다. 하지만 정작 좋은 사람이 나타나자 생각이 많아졌다. 그 상대가 바로 친구 성하의 열 살 많은 오빠 성빈이기 때문이다. 노을이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국집 큰 아들이다. 엄마에게 진심이라는 걸 알면서도 엄마보다 나이가 어리고 노을과는 열 살 차이라는 게 자꾸 걸린다. 세상의 시선에 엄마가 상처받을까 걱정이다.
성하의 부모님 반대와 그 사이에서 아파하는 노을과 엄마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보통의 노을』은 보통의 삶에 대해 주목한다. 삶이란 지인과 이웃, 나아가 모두에게 반드시 이해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가장 단적인 예로 노을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성하네 중국집은 배달을 하지 않는다. 중국집은 으레 배달을 할 거라는 손님들은 배달을 하지 않는다는 응대를 할 때 배달을 안 하는 중국집이 어디 있냐고 화를 낸다. 배달을 해야 하는 게 법으로 정해져 있지도 않은 데 말이다.
노을은 자신의 출생이 남들이 말하는 보통이 아니기에 보통의 기준에 맞추려 하지 않는데도 성빈과 엄마의 관계에서는 주춤한다. 자신도 모르게 둘 사이가 보통의 관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꾸 사장님의 눈치를 살핀다. 분명 반대할 거라 여겨서다. 하지만 사장님은 배달을 하지 않게 된 계기에 대해 말하며 성빈과 자혜의 관계에 대해 반대를 하지 않는다.
소설은 묻는다. 보통의 삶 어떤 거냐고? 그게 보통의 삶이라 확신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노을을 좋아하는 친구 성우를 통해 동성애를, 성하와 노을의 관계를 통해 남자와 여자의 우정을, 성빈과 자혜의 만남으로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말한다. 그러니까 비혼모, 미혼부, 연상연하의 커플, 동성애를 특별함이 아닌 삶의 방식 중 하나라고 말이다.
“보통의 삶 따위 애초부터 없었던 것 같아.”
“각자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면 그게 전부 아닐까? 얼마 남지 않은 고속도로 위에 올라서려 분투하는 대신 뭐, 좀 울퉁불퉁하더라도 각자 길을 만들어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144쪽)
성하와 노을이 보통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보통이라는 고속도로에 올라가려고 안달복달하는지도 모른다. 그 길 위에서 똑같은 속도로 주변의 풍경도 보지 않고 달리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그러니 남들처럼 말고 내가 원하는 삶을 생각해야 한다. 노을처럼 나만의 보통과 나만의 평범을 찾으면 그만이다.
세상에 기준이 어디 있고 표준이 어디 있을까? 엄마가 나를 고등학생 때 낳은 게 어때서. 덕분에 친구처럼 세대 차이 나질 않는데. 살다 보면 나보다 열 살 많은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날도 오지 않겠어? 나를 좋아하는 남자 녀석과 친구가 될 수 있잖아. 나에게는 이 모든 것이 평범하고 보통인 일상이다. (213쪽)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시기, 진로를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소년에게 다양한 삶에 대해 알려주는 소설이다. 부모나 어른이 제시하고 이끄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다.
보통의 사전적 의미는 1.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 보통 실력. 2. 어떤 병이 뚜렷한 특징을 드러내지 않고 일반적인 증상을 나타내는 성질. (네이버 국어사전)이다. 예전의 나는 보통의 삶이 싫었다. 얼마나 개성 없고 특징이 없으면 보통의 인생을 살아가는지, 그게 한심하고 무능력해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보통의 인생을 산다는 것이, 평범한 일상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를. 당연하게 받았던 일상의 다양한 것들이, 당연하게 받을 수 있게 노력해 준 누군가의 수고가 있음을, 그래서 감사해야 함을. 우리네 인생에서 누가 ‘보통’의 기준을 정한 것일까? 4인 가족에, 양쪽 부모님이 계시고 아파트에 살며 아무렇지 않게 한 달에 한두 번은 외식하는 정도? 이게 보통일까?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우리의 인식이나 생각은 따라가지 못하는 건 아닐까?
열여덟 노을이는 악세사리 공방을 운영하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노을의 엄마는 열일곱에 노을을 낳았다. 가뜩이나 동안인 엄마에게 열여덟의 아들이 있다고 하면 깜짝 놀란다. 노을은 요즈음 생각이 많다. 서른 중반의 엄마를 5년 동안 짝사랑해 온 연하의 남자. 그 남자는 노을의 절친 성하의 오빠 성빈이다. 성빈이 형을 좋아하지만, 그가 아빠가 된다? 엄마는 성빈을 밀어냈지만, 계속된 성빈의 기다림에 마음이 흔들린다. 마음이 흔들리는 게 노을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한다. 노을은 엄마가 재혼하는 걸 막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게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연하의 남자, 그것도 자신의 절친인 성하의 오빠라니. 왜 평범한 사람이 아닌 건지. 이런 노을의 생각을 성하가 나무란다. 노을. 네가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은 누구냐고. 이런 혼란한 상태에서 친구 동우는 노을에게 접근해 오는데...
최선을 다해 평범하게 살고 있다. 평범하게 사는 것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보통의 삶. 중간의 삶은 또 얼마나 힘든 것인지. 지긋지긋했다. 평범한 삶도, 보통의 삶도, 중간의 삶도. 왜 이렇게밖에 못 사는 것인지 화가 나기도 했지만, 누군가는, 내가 가진 평범하고 보통이고 중간 어드메인 그 삶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보통이라는 것. 누군가 정해 놓은 보통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생의 정답은 없다. 내가 만들어가는 삶의 정답이 있을 뿐. 나에게는 정답일 수 있는 게, 모두에게 똑같은 정답은 될 수 없다. 그러니 누군가 만들어 놓은 정답에, 보통이라는 틀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시선에 힘들었을 노을과 노을의 엄마. 그들에게 꽃길이 이어지기를, 스스로 인생의 정답을 찾아가기를 기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