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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티를 솔티라고 불렀다
윤희경
천년의시작 20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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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젊은 아버지가 늙은 딸의 귀에 대고

풀과 씨를 먹는 소와 새 13
정수리를 뚫고 14
몸의 유산 16
태즈메이니아 허기 18
전시회에서 주워 든 푸른 지폐 20
빠가사리 한 수 24
회색기러기의 잘 죽는 법 26
붉은 달 28
인사동, 겨울 해바라기 30
가을 스케치 1 32
가을 스케치 2 34
생체시계 36
가을 스케치 3 37
분갈이 40
팬데믹 코드 42
돈으로는 그대의 시간을 살 수 없다네 44
너는 신비의 못이 아니냐 46

제2부 가다 보니 내 길이다 이 길이

개구리가 올챙이였던 때 49
호주, 부시 파이어 50
나무 바보와 길 바보 52
코카투 아일랜드 보이들을 위하여 54
끈 달린 앞치마도 아니고 56
반지의 휴식 58
금쪽같다는 말 60
검은 모래 엽서 62
천둥 온다고 비 오는 건 아니다 64
37도 증후군 66
체리부룩역 68
달콤한 얼룩 70
GPS 제국 72
확찐자 74
외박의 색 76
삼세번은 있겠지? 78
파란 무가 달았던 시간 80

제3부 고향은 곧 출간될 책이다

詩의 時 85
출 변명기 86
사드코의 식탁 88
대티고개 90
물고기가 벌받는 시간 93
홍당무와 혹등고래 96
올드 팝송 98
푸른 돌 100
미나리밭 102
왜 이팝나무였을까 104
호박꽃 집 106
홍합의 멀미 108
루나 달력 111

제4부 나보다 더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을 했다

고욤 115
말과 입은 쉿 116
칼새를 믿고 118
발랄한 서정 120
리사를 위하여 122
가난한 자는 우리와 함께 124
너도 개밥바라기 126
퇴직 128
식구食口 130
부다페스트행 132
폭설 편지 134
화들짝 미학 136
자작나무 138
초저녁 잠 140
미난파 아줌마 142
수학도 문학이다 144
풀은 꽃보다 아름다워 146
마틴 에덴은 어디로 갔을까 148

해설
유성호 시간의 잔상을 접속해 가는 지극한 기억과 사랑 151

저자 소개 1

전남 나주 출생. 1996년 호주 시드니에 정착하였다. 한국 사이버 외국어대학교 영어학부를 졸업하였으며 2015년 『미네르바』 신인상을 통해 문학 활동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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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260g | 128*208*11mm
ISBN13
9788960215849

책 속으로

대티고개
―선애에게

대티를 솔티라고 불렀다
고갯길에
소나무가 많았지
대티를 재첩이라고 불렀다
뒤축이 벗겨져도
쉴 틈이 없이,
재첩국 동이를 이고
넘어가는 아지매들
돌아보니
차오르던 상현달 아래였다

망초나 달개비로 살자
너 모르게 고개를 꺾던 열일곱
달리는 기차처럼 앞만 보고 가자던
나 모르게 가팔랐을
해운대 너머 달맞이 고개

등짝이 다 젖도록 달리던
에핑 로드를
재첩잡이 출항하는
똥통 다리로 알고
퇴근길에 졸며 졸며 돌아가던
카스힐 로드도
낙조가 아쉬웠던 몰운대 아래
숲길이라 하자

말만 들어도 숨이 넘어가는
고개를 건너
엎어 치고 둘러메치다
멍이 든 하지감자에
잉글리시 홍차 한 잔이면 어떤가

이제야 손발 짓이 통하는
똑딱선처럼
아이들이 기댈 둔덕이 되어 준
시드니 대티나 재첩을
네가 꿈엔들 짐작이나 할까

우리 모르게 아쉬운 듯
소나무로 어두운 꼭대기에 서서
내려설 곳 아프게
바라보았지
고개는 터널이 되고
터널은 글레노리나 괴정이 되어
떠남을 잊은 듯 서성이는
나무 그림자들
대티를 솔티라고 부를 수밖에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윤희경 시인의 첫 시집 『대티를 솔티라고 불렀다』가 시작시인선 0392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전남 나주 출생으로 1996년 호주 시드니에 정착하였으며, 2015년 『미네르바』 신인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대티를 솔티라고 불렀다』는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호주에서 살아온 이민자로서의 삶을 성찰하고 고백하는 양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시인의 존재론적 기원을 회상하는 미학적 결실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처럼 이번 시집에 나타나는 고백과 회상의 이중주는 시인의 시적 개성을 파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자리한다. 이민자로서의 기억은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구성하려는 상상적 표지標識이며, 자신이 힘겹게 통과해 온 시간을 은유적으로 불러오면서 그 안에 오랜 기억을 환기하는 시적 장치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억의 재현 과정에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것이 바로 시인의 존재론적 기원에 대한 탐색이다. 여기서 존재론적 기원이란 시인의 존재를 가능하게 해 주었던 물리적, 심리적 원천을 함의한다. 시에서 나타나는 고향이나 모국어, 부모님이나 유년 시절 같은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렇듯 시인은 자신을 존재하게 한 어떤 장면, 순간,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되새기며 존재론적 기원을 답파踏破해 간다. 이때 시인은 예술적 자의식을 토로하는 메타적 사유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충만한 현재형으로 발화해 낸다. 한편 해설을 쓴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이번 시집에 대하여 “현재의 지층 속에 존재하는 과거 경험을 재현하면서 동시에 그때의 한순간을 예술적 자의식으로 생생하게 구성해 낸다.”라고 평했다. 아울러 추천사를 쓴 장석주 시인은 “고도孤島 같은 외로운 실존의 소리 없는 비명”이라 평했으며, 남홍숙 수필 평론가는 “이민자로서 시를 짓는 자의 품이 광야를 넘어섰다.”라고 평했다.
요컨대 시인은 자신이 견지한 예술적 사유와 감각을 지속적으로 보여 주면서 자신의 실존을 가능케 한 언어예술로서의 시를 품고 살아간다. 이때 시에 나타나는 목소리는 개별적 경험에 한정되지 않고 존재 일반의 탐색이라는 보편적 성격을 띠게 된다. 이때 시인이 탐색하는 존재의 근원과 자기 완성의 모습은 사랑의 형식을 통해 우리 앞에 아름답게 나타난다.


시인의 말

시인을 두고 생채기 공장이라 한다.

시인의 말을 생각하니 제일 먼저 떠올랐다. 좋은 것을 먼저 갖지 못하는 오래된 버릇과 같다.
내 주변은 좋은 이들로 포진되어 있다. 그들이 베풀어 준 관심과 질책 속에서 끊임없이 나아가기를 열망했다. 때론 버거워 손을 놔 버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더 굳기로 했다.

나의 시집은 묶어 보니 생채기 문학이다.

두터운 살집으로 감추고 가렸지만 면면이 상처 아닌 게 없다. 오랫동안 다독였으나 늘 아픈 쪽으로 마음이 흘렀다. 거기에 내 그림자가 있기 때문이다. 내 허물이 큰 탓이다. 그 경계의 것들을 쓰려다 보니 애매하고 모호해서 자주 헤맸다.

매듭을 잘 풀지 못한, 몹시 불편한 채로 보낸다.

아직 발화되지 못한 기억과 사랑을 한구석에 푹 심어 두었다.
훗날, 또 꺼내 쓸 ‘좋은 약속’들이다.

추천평

이것은 다소 투박한 심해 잠수부의 언어다. 고도孤島 같은 외로운 실존의 소리 없는 비명이다. 여기와 저기, 과거와 현재, 더 구체적으로, 인사동과 태즈메이니아, 서울과 시드니가 섞이고 스민 흔적들이 불거진다. 윤희경의 시에는 이국의 지명과 풍물들이 단속적으로 끼어들고, 맥락 없이 소환되는 과거의 시간이 소용돌이친다. 낯선 것과 낯익은 것이 장력張力의 장 안에서 서걱거린다. 이 서걱거림은 동화와 배제의 긴장이 팽팽한 가운데 기우뚱거리는 세월을 이겨 내고, 고향 상실자로 변방을 떠도는 자가 묵묵히 견뎠을 불화의 징후다. 여기서 태 자리를 떠나 먼 곳을 실존의 자리로 삼아 안착한 호모 노마드의 고단한 숨결을 느끼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 장석주 (시인)
윤희경의 시어는 대담하다. 시적화자가 필요하다면 어떤 도발적이거나 섹슈얼한 워드도 직설적으로 끌어와 대범하게 차용한다. 공룡, 쏘가리, 표범, 군화 같은 직유는 과히 남성적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시의 출생지를 시의 부뚜막이라 부르기엔 마뜩잖다. 시의 광야라는 호명이 더 맞춤하다. 청석골을 서정의 우물로 삼아 넬슨 베이, 왓슨스 베이, 이스트우드, 체리부룩 같은, 꼬부랑 빌리지에다 친숙해질 때까지 마음을 누이고, 현실적으로 탄탄한 뿌리를 내리며, 시 세계를 건축해 냄은, 그 자체로써 치열하게 삶을 꾸려 온 징표다. 시 또한 윤희경답게 그렇게 짓는다. 청석골 미나리밭이 넬슨 베이로 이주하는가 하면, 대티 고개를 넘어서 코카투 아일랜드까지 넘보는 이민자로서 시는 짓는 자의 품이 광야를 넘어섰다.
그뿐인가. 당신의 기우뚱거림으로 타자의 비틀거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아버지의 몸 시를 알아 버리고 그 뼛속까지 아픈 환지통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는 윤희경, 그녀는 이미 시인으로서 절반은 행운아다. 통점, 그건 시의 씨방 같은 거니까. 아프게 깨지고 터져 꽃은 생을 얻어 제 향기를 세상에 퍼뜨리는 거니까. - 남홍숙 (수필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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