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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 1
반양장
민음사 2022.11.05.
원제
Germinal
베스트
프랑스소설 top100 1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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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2부
3부
4부

저자 소개 2

에밀 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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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le Zola,Emile Edouard Charles Antoine Zola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 이탈리아 출신인 아버지와 프랑스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1840년 4월 2일 파리에서 태어나 1862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다. 청소년 시절을 프랑스의 남부 엑상프로방스에서 보낸다. 그곳의 중학교에서 만난 세잔과는 남부의 산과 들판을 같이 쏘다니며 목가적 시를 암송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하면서 돈독한 우정을 가꾼다. 1847년 아버지의 죽음 이후 파리로 올라와서 궁핍한 시절을 겪지만, 대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접하면서 문학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키워나간다. 토목기사였던 아버지가 1847년 사망하자 홀어머니와 경제적으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 이탈리아 출신인 아버지와 프랑스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1840년 4월 2일 파리에서 태어나 1862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다. 청소년 시절을 프랑스의 남부 엑상프로방스에서 보낸다. 그곳의 중학교에서 만난 세잔과는 남부의 산과 들판을 같이 쏘다니며 목가적 시를 암송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하면서 돈독한 우정을 가꾼다. 1847년 아버지의 죽음 이후 파리로 올라와서 궁핍한 시절을 겪지만, 대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접하면서 문학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키워나간다. 토목기사였던 아버지가 1847년 사망하자 홀어머니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간다. 대학교 입학 자격시험에 실패하고 나서 1862년부터 아셰트 출판사에서 일하며 여러 작가를 접한다. 1866년 아셰트 출판사를 사직하고 본격적인 글쓰기에 들어간다. 특히 아셰트 출판사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 진보적 사상가들과 문학계와 교류하게 되고, 신문에 글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기질을 통해 본 자연의 한 측면」이라는 글에서 자신의 예술관에 대해 밝힌다.

아셰트사를 떠나 전업 작가의 길을 택한 졸라는 여러 신문에 논평을 기고하는데, 특히 당시 마네와 조만간 인상주의자로 불릴 화가들을 옹호하면서 보수적인 아카데미 미술학파에 대항하는 젊은 논객으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졸라는 제2제정을 비판하는 공화파 신문들을 통해 점점 더 과격한 기사들을 발표하면서, 이 체제를 철저히 비판하는 『루공가의 운명』을 기점으로 『루 공 마카르 총서』의 연작을 시작한다. 20권으로 구성된 대하소설 ‘루공 마카르 총서’(1871~1893) 중 『목로주점』(1877)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경제적인 생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파리 근교 ‘메당’에 별장을 샀는데 그곳은 자연주의 소설가들의 아지트가 되었고 거기서 모임(메당의 저녁)을 가지면서 졸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자연주의 소설의 선두주자가 된다. 그의 소설과 논평들은 언제나 많은 스캔들을 동반하지만 다행히도 제2제정이 몰락하면서 법적인 제재를 모면하게 된다. 이후 졸라는 자연주의 문학파(위스망스, 모파상, 세아르 등)의 지도자로 인지되고, 1880년 이들과 함께 작업한 『메당의 야화』는 일종의 자연주의 선언서가 된다.

낭만주의 문학을 존중했지만 감정과 사실을 구별하며 당시 사회적 정치적 면모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사실주의 작가들을 칭찬하며 급기야 ‘자연주의 문학’의 이론을 정립하고 발전시킨다. 문학비평사에서 당시 작가들에게 금기시되던 요소인 돈, 섹스를 건드렸다고 평가된다. 첫 장편소설 『테레즈 라캥』(1867)이 출간부터 적나라한 묘사로 심한 비판을 듣자 소설 앞부분에 따로 서문을 보태기도 한다.

그러나 평론계의 격렬한 반발을 몰고 온 『대지』 이후 자연주의 문학가들의 해체적 글쓰기에 대립하는 새로운 저항의 글쓰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자연주의 시대는 끝을 향해 간다. 『파스칼 박사』를 끝으로 총 스무 권의 『루공 마카르 총서』 연작이 완성된다. 이 총서의 완성 후 졸라는 자신의 시대의 심각한 문제들을 다룬 새로운 소설 연작을 시작한다. 『루르드』와 『로마』에서는 가톨릭교회의 실패를 다뤘으며, 『파리』(는 과학에 대한 신념과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의 유토피아적인 원리들로 인한 장밋빛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적 시각을 드러낸다. 『파리』를 막 완성한 직후 1898년 1월 ‘나는 고발한다!’라는 장문의 글을 신문에 실어 당시 한창 시끄러웠던 드레퓌스 사건에 목소리를 싣는다. 군대, 정치, 법의 권력을 지속시키기 위해 드레퓌스가 희생되었다는 입장을 펼쳐서 모독죄로 1년 구형을 받게 돼 영국에서 1년 동안 망명 생활을 한다. 문학가로서 최고의 명예와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던 시점에서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것은 그의 모든 명예를 실추시킬 위험이 있었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드레퓌스 사건의 소송 재개를 위해 싸운다. 1899년 드레퓌스 사건은 재심에 회부되고 졸라는 프랑스로 돌아온다. 이 사건 동안 졸라는 조레스와 같은 사회주의자들과 접촉하게 되지만, 그의 마지막 작품들은 노동의 재구성과 부의 분배에 대한 푸리에의 순수한 무정부주의에 더 이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1888년부터 입문한 ‘사진’에 빠져서 현상까지 직접 했는데, 자화상 및 가족 친지들의 일상생활을 사진으로 남기고 1900년 프랑스 파리만국박람회에서 르포 형식의 사진을 많이 찍는다. 치밀한 자료 수집을 기반으로 집필 작업을 한 졸라의 성향과 부합되는 취미다.

『4복음서』는 새로운 혁명적 사회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풍요』, 『노동』, 『진실』이 출판되었으며, 후속 작품으로 『정의』가 쓰일 예정이었으나 1902년 9월 29일 막힌 굴뚝으로 인한 가스 중독으로 사망함으로써 그의 마지막 작품 『정의』는 미완성으로 남는다. 사고에 연루된 의문이 풀리지 않아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살해되었다는 추정이 여전히 남아 있다. 1908년 그의 공로를 인정받아 팡테옹으로 이장되어 현재 빅토르 위고, 알렉상드르 뒤마와 같은 공간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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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와 대학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몽펠리에 3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 명예교수이다. 논문 「사르트르의 상상력 이론」, 「구조주의 연구」, 「장 주네의 『발코니』에서 사용된 비현실화의 기법」, 「사르트르의 무의 미학」, 「안느 에베르의 『흰가마우지』에 나타난 퀘벡인의 자화상」, 「아마두 쿠루마의 『독립 시절』에 나타나는 식민지 해방 후의 시대상」, 저서 『사르트르의 문학적 세계』(공저), 『카페 사르트르』(공저) 외, 옮긴 책으로 『프랑스 혁명의 지적 기원』(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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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05일
판형
반양장 ?
쪽수, 무게, 크기
452쪽 | 506g | 132*225*30mm
ISBN13
9788937464164

책 속으로

이 헐벗은 들판을 가로지르며 3월의 바람이 실어 오는 것은 굶주림의 비명이 아닐까? 돌풍이 미친 듯 불어 대면서 일거리를 없애고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 빈곤을 갖다주려는 것 같았다. 보고 싶다는 욕망과 보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에 고통스러워하면서 그는 눈을 두리번거리며 어둠 속을 꿰뚫어 보려 애썼다.
--- p.16

다른 일을 해도 마찬가지였을 테니 그들은 대대로 그 일을 했다. 그의 아들 투생 마외도 지금 탄광에서 죽어라 일하고 있으며 탄광촌에 있는 그의 집 맞은편에서 살고 있는 그의 손자들과 일가붙이도 모두 마찬가지다. 노인들 다음에는 어린애들이 똑같은 사장을 위해 계속해 온 106년 동안의 채굴, 어떤가? 수많은 부르주아들은 자기네 가족사를 이렇게 잘 얘기할 수는 없을걸!
--- p.21

그는 동료들과 함께 그 안에 쪼그려 앉았고 케이지는 다시 가라앉았다. 그러더니 사 분이 될까 말까 싶은 사이에 다시 솟아 올라와 한 차분의 사람들을 또 집어삼켰다. 삼십 분 동안 수갱은 광부들이 내리는 광차 탑재대의 깊이에 따라 더 탐욕스런 혹은 덜 탐욕스런 아가리로 그렇게 사람들을 집어삼켰다. 항상 허기진 듯 민중 전체를 소화시킬 수 있는 그 거대한 창자들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수갱은 사람들로 채워지고 또 채워지고 암흑은 죽어 있는 듯했으며, 케이지는 여전히 조용하고 게걸스럽게 텅 빈 곳에서 올라왔다.
--- p.45

이곳에 머물러야 하나? 그는 다시 망설임에 사로잡혔다. 큰길을 다니는 자유를, 그리고 자신의 주인이라는 기쁨으로 참아 냈던 햇빛 아래 허기를 그리워하게 되니 불편한 심정이었다. 돌풍 가운데 폐석장에 도착한 이후 깜깜한 갱도에서 배를 깔고 지하에서 보낸 시간들까지 그는 그곳에서 수년간 산 느낌이었다. 그 일을 다시 하는 것이 혐오스러웠다. 그 일은 부당하고 너무나 힘들며, 눈멀고 짓눌리는 짐승이 되는 셈이라는 생각이 들자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이 들고일어났다.
--- p.109

그때 에티엔은 갑자기 결심했다. 그는 저 위 탄광촌 입구에 있는 카트린의 맑은 눈을 다시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아마도 그것은 차라리 르 보뢰에서 불어오는 항거의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왠지 모르지만 그는 고통을 겪고 싸우기 위해 탄광으로 다시 내려가고자 했다. 그리고 본모르가 언급하던 그 사람들을, 그리고 만 명의 굶주린 사람들이 그 존재를 알지도 못한 채 바친 살을 잔뜩 먹고 웅크리고 있는 신을 분노에 찬 채 생각했다.
--- p.112

주가는 다시 오를 것이다, 하느님은 그렇게 요지부동이지 않으실 것이다. 그리고 이 종교적인 신념에는 주식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이 섞여 있었는데, 그 주식은 한 세기 전부터 가족들이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되게 먹여 살려 주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이기심으로 숭배해 마지않는, 그들에게 신과 같은 것이었다. 그들 가정의 은인으로, 그들을 게으름의 커다란 침대 속에 흔들어 재워 주고 진수성찬의 식탁에서 그들을 살찌워 주었다. 이것은 대대로 이어져 왔다. 운명을 의심함으로써 운명의 비위를 거스를 위험을 왜 무릅쓰겠는가? (…) 그들은 수많은 광부들, 즉 굶주린 자들이 대를 이어 가며 거의 매일 그들의 필요에 따라 그들을 위해 채굴하는 땅속에 투자하는 드니에가 더 안전하다고 여겼다.
--- pp.122~123

빵 껍질 하나, 식료품 찌꺼기 하나, 갉아 먹을 뼈다귀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메그라가 그들에게 외상을 사절한다고 고집을 부리고 라 피올렌의 부르주아들이 그들에게 백 수를 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어떻게 될까? 남자들과 딸아이가 수갱에서 돌아오면 어쨌든 뭘 먹어야 할 텐데. 불행하게도, 먹지 않고 사는 법은 아직 발명되지 않았으니.
--- p.135

탄광촌 어디에서나 그런 난잡한 일이 벌어졌다. 사내아이와 계집아이들 모두 타락하여, 밤만 되면 헛간의 경사진 낮은 지붕 위에서, 그들 말로 하면 엉덩이를 까고 덤벼들었다. 여자 광차 운반부들은 대부분 레키야르나 밀밭까지 힘들게 가서 애를 만들지 않으면 거기서 첫 애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법은 없이 곧이어 결혼을 했고, 사내애들이 너무 일찍 그러기 시작하면 어머니들만 부아가 치밀 뿐이었다. 결혼한 아들은 가족에게 더 이상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 pp.157~158

카트린과 샤발이 천천히 지나갔다. 그들은 누군가 그와 같이 자신들을 엿보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그는 그녀의 귀 뒤에 키스하기 위해 그녀를 붙잡고 있었고 그녀는 웃음 짓게 하는 애무 속에 걸음이 다시 느려지기 시작했다. 뒤에 남아 있던 에티엔은 그들이 길을 가로막아서 화가 치밀었고, 보기만 해도 울화통이 터지는 이 광경을 그래도 지켜보면서 그들을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아침에 맹세했던 것, 즉 자신은 아직 그 누구의 애인도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고 다른 사람처럼 하지 않으려다 그녀를 빼앗긴 그 자신! 그리고 방금 코앞에서 그녀를 앗아가게 내버려 두었고, 그들을 쳐다보느라 치사하게 즐거워할 정도로 어리석었던 그 자신이란!
--- p.202

노동자는 더 이상 견뎌 낼 수 없고 혁명은 가난을 악화시키기만 했다. 89년 혁명 이후 살찐 것은 부르주아들뿐이다. 그들은 너무나 게걸스럽게 먹어 살을 찌웠으며 노동자들이 핥아 먹을 음식 찌꺼기조차 남겨 놓지 않았다. 백 년 전부터 부와 행복이 놀랍게 성장하는 동안 노동자들이 합당한 몫을 받았는지 어디 누구든 말 좀 해 보실까? 노동자들은 자유롭다고 선언하면서 그들을 무시해 왔다. 그래, 굶어 죽을 자유는 있지. 노동자들은 이 굶어 죽을 자유를 자기 몫으로 살아 온 셈이야. 가난한 사람들을 자기들의 낡은 장화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데, 나중에 배부르게 지낼 녀석들에게 표를 찍어줘 봐야 빵 그릇에 빵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 안 돼, 어떤 식으로든 끝장을 내야 해. 법에 의해서든 우정 어린 이해에 의해 신사적으로 이루어지든, 아니면 모든 걸 불태우고 서로를 잡아먹으며 야만스럽게 이루어지든, 늙은이들은 그 사태를 보지 못하더라도 아이들은 분명 보게 될 거야. 또 다른 혁명으로서 이번에는 노동자 혁명, 즉 위로부터 아래까지 사회를 청소하고 더 깨끗하고 정의롭게 사회를 재건할 대변혁 없이는 이 세기가 끝날 수 없을 테니까.
--- pp.219~220

하지만 그녀도 점차 매력을 느꼈다. 상상력이 깨어나 이 희망의 멋진 세계로 들어가며 그녀는 마침내 미소를 지었다. 한 시간이라도 슬픈 현실을 잊는 것은 그렇게 감미로웠던 것이다! 땅에 코를 박고 짐승들처럼 살 때는 결코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실컷 가지는 놀이를 할, 환상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녀를 열광시키고 젊은이와 의견을 같이하게 만든 것은 정의에 대한 생각이었다.
--- p.258

사장님, 동료들이 저를 선정한 것은 바로 제가 아무것도 비난받을 것이 없는 조용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선정된 것은 소란을 떠는 자들, 무질서를 조장하는 나쁜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려 하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저희는 단지 정의만을 원하며, 굶어 죽을 지경인 처지에 지쳐 있습니다. 최소한 매일 빵이라도 먹으려면 조치를 취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 p.329

저희는 죽으려고 죽도록 일하기보다는 아무 일도 안 하고 죽기를 택하겠다는 것을 사장님께 말씀 드리러 온 겁니다. 그러면 피곤이라도 덜 수 있겠지요…….
--- p.330

사람들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지 몇 주일이 된 이래로 벌판 멀리서부터 탄광촌이 있음을 말해 주던 그 찌든 양파 냄새도 사라졌다. 이제 탄광촌에는 오래된 지하실 냄새와 아무것도 살지 않는 구덩이들의 습기만 남았다. 희미한 소리들이 스러져 갔고 눈물들을 삼켰으며 욕설들도 사라졌다. 그리고 점점 무거워지는 침묵 속에 배고픈 잠이 다가오는 소리가, 침대에 쓰러져 가로누운 몸뚱이들이 텅 빈 배 속의 악몽에 짓눌리기 시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p.397

출판사 리뷰

“왜 어떤 사람들은 빈궁한가? 왜 다른 사람들은 부유한가?
왜 빈궁한 사람들은 부유한 자들의 자리를 차지할 희망을
결코 갖지 못하고 그들의 발굽 아래 있는가?”

자연주의 문학의 수장, 행동하는 지성의 표상 에밀 졸라
사회 진보와 변혁을 갈망하는 노동자들의 의지와 희망을 그린
졸라의 최고 걸작


▶ 방금 『제르미날』을 받아서 바로 읽기 시작했어. 50쪽을 읽었는데 정말 눈부신 작품이라고 생각해.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1885년 5월 28일)

▶ 『제르미날』은 작가 졸라의 자연주의 문학관에 바탕한 실증주의와 이상적인 정의 사회를 꿈꾸는 혁명 의식이 훌륭히 결합되어 있고, 아울러 그리스 신화와 종교상의 지옥을 연상시키는 신화적이고 서사시적인 상상력도 엿볼 수 있는 대작이다. ─강충권(「작품 해설」에서)

■ 노동자가 주인공인 최초의 소설! 광부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린 자연주의 문학의 걸작

『제르미날』은 『목로주점』의 주인공 제르베즈의 아들인 에티엔 랑티에가 프랑스 북부 탄광촌 몽수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나폴레옹 3세 치하 제2제정기인 1866년, 기계공으로 일하던 에티엔은 릴에서 상사의 따귀를 때리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고 떠돌다 몽수에 이르고, 르 보뢰 탄광에서 선조부터 대대로 일해 온 마외 가족과 함께 광부로 일하게 된다. 에티엔은 첫날부터 그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던 마외의 딸 카트린에게 호감을 품지만 평소 그녀를 눈여겨보던 샤발에게 카트린을 빼앗기고, 카트린과 에티엔은 서로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다.

광부들은 지하 554미터 깊이의 수갱에 내려가 비좁은 갱도에서 끔찍한 더위와 물벼락에 시달리며 석탄가루를 온몸에 뒤집어쓰고 짐승같이 일한다. 그렇게 목숨을 걸고 혹독하게 일하는데도 회사는 갱목을 제대로 대지 않았다는 둥 핑계를 대고 벌점을 매겨 임금을 제대로 쳐 주지 않는다. 줄어드는 임금에 탄광촌 사람들은 빚이 점점 늘어나고 고기는커녕 빵 부스러기조차 먹을 것이 없는 날들이 이어진다.

에티엔은 혹독한 탄광 일에 충격받지만 곧 그는 가장 뛰어난 일꾼 중 하나가 되어 광부들 사이에서 신뢰를 얻게 되고, 그가 머무는 숙소에서 전직 광부였던 집주인 라스뇌르와 러시아에서 망명해 온 사회주의자인 하숙인 수바린과 교류하면서 사회주의와 노동 운동에 눈뜬다. 회사는 산업 위기로 인한 파산을 면하기 위해 광부들의 임금을 교묘하게 삭감하고, 그로 인해 탄광촌은 집집마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그 와중에 갱도에서 붕괴 사고가 일어나 상황이 점점 악화된다.

선조들부터 대대로 탄광에서 일했고, 탄광에서 일하다 죽음을 맞았고, 그 자신들은 물론 앞으로 태어날 그들의 자식도 어린 나이부터 탄광에 내려가 일하다 종국에는 탄광에서 생을 마감할 운명인 몽수 탄광촌 사람들의 삶이 종횡으로 펼쳐지면서, 마침내 에티엔을 중심으로 하여 그들 모두의 앞날이 걸린 대대적인 파업이 일어난다.

■ 삶의 고통과 희망을 단단히 응축한 위대한 고전의 힘

에밀 졸라는 『제르미날』을 쓰기 위해 스스로 탄광촌에 뛰어들어 현장을 조사했으며 수많은 문헌을 검토하고 방대한 기록을 남겼다.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낀 탄광의 암울한 모습과 광부들의 비참한 생활을 그토록 꼼꼼하고 사실적으로 작품 속에 되살려 내면서도 그는 노동자들의 삶에서 ‘싹 트는’ 희망을 놓지 않으려 했다. 작품 제목인 ‘제르미날(Germinal)’이라는 말은 프랑스 대혁명 당시 공화력의 일곱 번째 달로서 3월 21일부터 4월 19일까지의 한 달 동안을 가리키며, ‘싹(germe)이 나는 달’이라는 뜻이다. 에밀 졸라의 장례식 때 프랑스 북부 탄광 지역 광부 대표들이 “제르미날!”을 연호하며 장지까지 따라간 일은 이 작품이 그들에게, 더 나아가 노동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일터에서 죽음을 맞는 노동자들과 막대한 주식을 보유한 덕분에 아무 일도 하지 않고도 부를 누리며 무위도식하는 부르주아들의 모습은 에밀 졸라가 『제르미날』을 통해 그리고자 했던 당시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낯설지 않다. 『제르미날』에는 자본주의의 억압과 착취에 맞서 사회의 진보와 변혁을 갈망하는 노동자들의 강인한 의지와 새로운 희망이 ‘싹이 나는 달’이라는 소설의 제목처럼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제르미날』은 이처럼 노동자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린 뛰어난 노동 소설이나 단순히 노동 소설로만 규정 지을 수는 없다. 에티엔과 카트린, 샤발이 이루는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긴장감 있게 펼쳐지는 남녀의 사랑 또한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으며, 온몸이 망가지도록 평생 일한 본모르 노인, 훌륭한 일꾼인 가장 마외와 일곱 자녀를 키우면서 강인하게 가족을 보살피는 꿋꿋한 라 마외드, 그리고 그녀의 어린 자녀들까지 이어지는 한 가족의 서사가 또 하나의 큰 축을 이룬다. 또한 두 남자를 거느리고 사는 라 르바크와 갱내 총감독과 불륜 관계인 라 피에론, 외상을 주는 대가로 여자들을 탐하는 메그라 등 탄광촌 사람들의 빗나간 욕망을 보여 주기도 하며, 한없이 평화로운 듯 보이지만 결국 불행한 사건을 맞이하고 마는 그레구아르 가족과 남모르게 고통을 품고 사는 엔보 씨 등 노동자의 반대편에 있는 부르주아 계급마저 나름의 슬픔을 지닌 인물로 세밀하게 그려 냄으로써 에밀 졸라는 『제르미날』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고통, 순수한 애정과 희생 등 인간 삶의 모습 전반을 단단히 응축해 담아냈다. 가슴 벅찬 감동과 함께 뜨거운 여운을, 미래에 대한 뭉클한 다짐을 남기는 『제르미날』은 시대를 관통하는 고전의 힘을 오늘날에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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