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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시인의 말 1부 바닷가 산후조리원 수영장에서 혼밥 소년 바람아래해수욕장 해변에서 생긴 일 오미크론 사순절 숲속의 아침 무딘 손끝 술 익는 소리 니체2 겨울나기 밤의 해변에서 평영平泳 2부 벌초 잉여인간 플리트비체 호수 도시의 무의촌 접영?泳 가지치기 고향 석모도 골프장에서 아침밥 가을 숲 남편의 얼굴 인공눈물 아침의 거리 상사화 벚꽃 아래서 3부 라오스 가는 길 향기의 도시 쾅시폭포 탁발 황사 다비목茶毘木 눈길 야간열차 미야자키, 고양이 은퇴 청사초롱 콜라텍 마음의 뜨락 홀로 라이딩 해바라기가 있는 해변 카렌시아 4부 개화開花 숲으로 가는 길 주말 당직 일그러진 우리들의 모습 사려니숲 아침 엘리베이터 네 모습에서 은어 애도 장미 터널 신생아 청력검사기 격리 해변의 수목장 김포공항역 마지막 당직 해설 기원起源 지향과 관여關與의 시학 | 백인덕(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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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파도 소리가
이따금 쉬어가는 농막 궁금해서 찾아가네 낯선 고양이 가족이 깜짝 놀란 나를 경계하네 처음 보는 녀석들 어미 고양이와 아직 출생신고도 안 됐을 새끼 세 마리 밭아버린 젖꼭지 맹렬히 빨던 어린것들 어미 품을 파고드네 가난한 어미 해변을 바라보며 눈물 흘리네 저녁 식사로 챙겨간 햇반과 간편식 갈비탕 산모식으로 차려 주네 ---「바닷가 산후조리원」중에서 침대에 엎드려 개구리헤엄 발차기를 한다 아가미는 어디에 있었을까 양쪽 볼을 만져보다 깊은 들숨으로 부레를 부풀려 보고 한때는 지느러미였을 팔다리를 저어본다 빈한한 마음의 근육과 부력이 만들어 내는 우울이 쌓이는 뭍의 하루 침대를 벗어나면 푸른빛 가득한 방 호흡을 위해 잠깐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적막 속으로 잠수하는 양서류를 꿈꾸는 아침 ---「평영平泳」중에서 깊은 산골 암자에 홀로 사는 내 나이의 스님 생을 다하고 쓰러진 나무 짊어지고 숲에서 나온다 정성 들여 자르고 쪼갠 장작을 쌓아두는 곳에 '다비목' 이라는 표찰이 붙어 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청빈하게 준비하는 스님 얼굴에서 빈 곳에 꽉 찬 평화를 본다 자신의 주검을 태울 나무 누군가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모으는 정진精進 수도승의 오체투지 같은 지게질에 합장하면서 아름다운 하산下山을 한다 ---「다비목茶毘木」중에서 몇 개의 문을 통과하면 모든 것이 차단된 공간이 나온다 동굴 입구에 큰 돌덩이로 가져다 놓으면 깊고 긴 겨울잠을 자도 안전한 방 퇴근을 기다리는 것도 밤의 시간을 좋아하는 것도 실은 이 원시의 공간 때문이다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침대 하나 누워있는 곳 헐떡이는 낮의 숨을 가라앉히고 상처를 핥아내는 시간 그리하여 내일을 준비하는 회복 전혀 예감치 않게 마음의 파문을 일으켰던 핸드폰 전원을 끈다 수신을 망설이다 받지 않은 전화, 듣지 못한 궁금도 멀리 밀어낸다 그저 침묵하는 곳 마스크가 가려주는 알 수 없는 표정들도 바이러스만큼 위험하다 안전지대는 많지 않다 방 안에 텐트 하나 치고 동굴 속의 동굴로 숨어 들어가는 저녁 ---「카렌시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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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산과産科 의사로 36년간 분만실을 지켜왔다 극저출산으로 이제 그럴 일도 없어졌다 불이 꺼지지 않던 분만실 옆 당직실 이제는 시詩의 산실産室을 지켜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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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의 날개가 닿지 않는/ 미세한 틈새를 찾아/ 아슬아슬하게 착상했으니/ 약 0.6% 확률로 생긴 거네요/ 저는 잉여인간일까요?”(「잉여인간」), “꿈틀거리는 아이를 가슴에 올려주지만/ 좀처럼 다가가지 않는/ 어린 엄마의 손”(「도시의 무의촌」) 등, 이번 시집 속에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경험한 시편들이 많다. 특히 도시집중으로 인한 과잉 경쟁구조 아래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젊은이들의 실태이자 무분별한 성의식에서 준비 없이 태어난 생명체에 대한 아픈 경험들이어서 더 주목하게 된다. 은퇴를 앞두고 바닷가 농막을 찾아간 시인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한 어미고양이와의 마주침도 그렇다. “출생신고도 안 됐을 새끼 세 마리/ …/ 가난한 어미 해변을 바라보며 눈물 흘리네”(「바닷가 산후조리원」). 결국 「접영?泳」에서처럼 “양수羊水 속으로 들어간다/ …/ 소음이 사라진 수면睡眠/ 퇴행하듯 찾아가는/ 태아胎兒의 꿈”에 이르러 마침내 “소명召命을 다한 신부神父의/ 은퇴 미사처럼” “마음의 파문을 일으켰던/ 핸드폰 전원을 끈다/ 그저 침묵하는 곳” 『영혼의 카렌시아』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다비목을 준비하는 스님처럼 시인의 “빈 곳에 꽉 찬 평화”(「다비목茶毘木」)가 여러 시편에서 고루 읽혀져 감동의 잔물결이 인다. 신생아를 받아 안던 손길로 삶의 시 한 편 한 편을 엮어냈으니 말이다. - 김금용 (시인, 현대시학 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