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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l Gai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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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비행접시에 납치를 당했다
이야기는 엄마가 출장을 떠나는 날에서 시작된다. 엄마는 출발 직전까지도 아빠 혼자서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필 수 있을지 걱정스러워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고 떠난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하려고 보니 우유가 똑 떨어지고 없다. 아빠는 귀찮음을 무릅쓰고 길모퉁이 가게로 우유를 사러 나간다. 아이들은 그릇에 시리얼을 붓고 아빠를 기다리는데, 아빠가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들 입장에서 한 백만 년은 지난 것 같다고 느낄 때쯤 아빠가 돌아온다. 그러더니 이상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우유를 샀어. 그리고 길모퉁이 가게에서 걸어 나오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중략) 부우우우우우우웅. 위를 올려다보니, 마셜 거리 위 공중에 은색 비행접시가 둥둥 떠 있었어. 나는 속으로 생각했어. ‘에잉? 저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닌데.’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 “비행접시가 나타난 것보다 더 이상한 일이요?” - 본문 17쪽 중에서 멀쩡한 동네 한복판에서 비행접시가 나타났고, 아빠가 외계인 무리에게 납치를 당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구를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외계인을 피해 비상구를 열었더니, 18세기 해적선 위로 떨어졌다지 뭔가. 해적들에게 목이 잘릴 뻔했다가 가까스로 열기구를 타고 탈출한 아빠는 열기구의 주인이자 타임머신의 발명자인 공룡, 스테고 교수와 만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시간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데……. 우유 한 병으로 종말 직전의 우주를 구하다 영문도 모르고 해적과 외계인과 뱀파이어와 공룡들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던 아빠는 우유 한 병을 과거에 두고 오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하지만 아빠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유를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유는 아이들의 아침 식사를 위해 꼭 필요하니까. 아빠와 스테고 교수는 불완전한 타임머신을 이용해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하면서 우유를 구해 내고, 뒤틀려 버린 시간의 흐름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도 해적과 외계인과 뱀파이어들의 공격을 피해 가면서. 과연 아빠는 무사히 우유 한 병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해적, 공룡, 열기구, 뱀파이어의 공통점은? 그런데 아빠의 이야기를 듣던 중 아이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분명 피라니아는 민물고기인데 아빠는 바다 한복판 해적선에서 피라니아를 봤다지 않은가. 게다가 이야기를 다 듣고 보니 아빠의 모험담에 등장하는 해적, 공룡, 열기구, 뱀파이어 모두 너무나 친숙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식탁 근처에 있는 공룡 장난감과 뱀파이어 소설과 열기구 사진에서 따온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아빠의 모험담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아시죠? 우리는 아빠 이야기 하나도 안 믿어요.”라고 말한다. 길모퉁이 가게에서 우유 한 병을 사 오는 동안 겪은 사건이라기에는 너무나 허무맹랑하고 거대한 이야기니까. 그럼에도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난 아이들의 얼굴은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아빠의 모험담이 진짜냐 가짜냐가 아니라, 아빠가 자신들을 위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는 사실일 테니까. 그리고 아침 식사로 마실 우유까지 손수 사 왔으니 말이다. 100여 페이지가 단숨에 읽히는 닐 게이먼의 필력도 훌륭하지만 모든 장면마다 들어간 일러스트 덕분에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다져진 작가의 탄탄한 일러스트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한 재미를 안겨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