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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원에서 자라는 아이 7│봇짐을 멘 아빠 17│댕기 파는 소녀 31│곱게 물들이는 법 44│나랏돈을 가로챘다고? 53│돌아온 아빠 63│전당포를 찾아서 68│사무치게 보고 싶은 마음 79│이런 나라가 어딨어? 85│용감한 아이 수임이 90│글자 없는 편지 98│매실액의 비밀 105│글자가 나타나다 114│아빠의 편지 124│하얀 봇짐 131│어두울수록 밝게 빛나는 별 141 || 글쓴이의 말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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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엎드려. 어서!”
일본 순사가 아이를 향해 소리쳤다. 아이는 마지못해 등을 구부리고 얼굴이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숙였다. 일본 순사는 한쪽 발을 아이 등에 턱 올렸다. 검은 구둣발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 p.13 며칠 전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 자꾸만 떠올랐다. 나는 운종가 한복판에 서서 잠시 고민했다. 아빠에게 오늘 본 걸 그대로 말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모른 척 넘어가야 할지. ‘병규 아저씨가 아빠 뒤를 몰래 따라간 걸 알면 더 큰 싸움이 날 거야.’ --- p.29 “좋은 말로 할 때 내놔. 네놈이 가로챈 나랏돈 말이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왜 나한테 와서 돈을 찾아요? 평생 과원에서 과실만 키우고 살았어요. 사람 잘못 찾아왔습니다.” 아빠는 침착하게 대꾸했다. “네놈이 나랏돈을 가로챘다는 걸 다 알고 왔는데 뻔뻔하게 잡아떼는구나. 안 되겠다. 뒤져라.” 말이 떨어지자마자 순사들이 집 안으로 들이닥쳤다. --- p.55 ‘아, 아빠가 돈을 받았다고? 그러면 지금 그 돈은 어디 있는 거지?’ 아빠를 철석같이 믿었다. 아빠가 한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전당포에서 나오는 아빠를 끝까지 놓치지 말고 쫓았어야 했다. 나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게 차라리 나았을까? 진실을 알기가 두려웠다. --- p.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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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남긴 편지 한 통……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엄청난 비밀! 궁에서 쓰일 과실을 키우는 곳인 궁내 과원에서 아빠와 사는 아란은 언제나처럼 단짝인 명이와 운종가 구경을 나간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리는 곳이라는 뜻의 운종가에는 오늘도 풍물패가 나와 한창 신이 났다. 그런데 과원에서 일을 하고 있어야 할 아빠가 왜 운종가에 나와 있을까? 아빠를 몰래 뒤쫓는 게 분명해 보이는 명이의 아빠 병규 아저씨까지? 수상해 보이는 두 아빠를 명이와 아란도 쫓아가 보지만 풍물패와 저잣거리에 넘쳐나는 사람들로 인해 길이 막혀 그만 놓치고 만다. 며칠 후, 갑자기 일본 순사들이 들이닥쳐 나랏돈을 가로챘다는 죄로 아빠를 잡아간다. 모진 고초를 못 이긴 아빠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아란은 아빠가 누명을 쓴 게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장례를 치른 후 슬픈 마음으로 거리를 헤매던 아란은 운종가에서 수임을 만난다. 댕기를 파는 소녀인 수임은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아란에게 사 준 댕기 덕분에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아란은 수임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빠가 일본 순사에게 잡혀간 날 수임에게 편지 한 통을 맡겨 놓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빠가 아란에게 남긴 편지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 아빠가 아란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혹시 아빠가 가로챘다는 나랏돈의 행방과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 아란은 글자 없는 편지의 비밀을 풀기로 결심한다. 서로가 서로를 물들이며 오직 나라를 살리고자 길을 나섰던 이들에 관한 이야기 『글자 없는 편지』는 1900년대 대한제국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동화이다.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대한제국과 강제로 을사조약을 맺는다. 한국을 보호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실상은 한국의 주권을 빼앗아 식민지로 만들겠다는 일본의 야욕에 바탕한 것이었다. 일본은 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내정 간섭에 들어간다. 고종은 1907년 네덜란드의 수도 헤이그에서 개최될 예정인 제2회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를 파견하여 일본의 만행을 알리고 대한제국의 국권을 회복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계획을 은밀히 함께할 사람들을 찾는다. 이 작품은 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인 아란의 아빠와 아빠의 동료인 달석 아저씨, 국숫집 주인, 저잣거리를 떠도는 풍물패의 수장, 아란의 동무인 수임의 오빠와 아빠를 비롯한 평범한 이들의 나라를 위한 눈물겨운 헌신을 담아내고 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본 나라의 의미…… 지금, 여기 오늘의 대한민국을 생각하다 풍전등화같이 흔들리는 나라의 운명은 한 소녀의 삶마저 한순간 벼랑 끝으로 내몰고 만다. 나라가 나를 위해 해 주는 것이 뭐가 있냐는 소녀의 물음에 아빠의 목소리를 빌려 작가는 답한다. “나라가 제대로 살아 있지 못하면 발 디디고 사는 우리도 설 자리가 없는 거야. 아란이와 아빠처럼 나라와 우리는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사이거든. 나라가 있어야 나도 있어. 과원의 나무들도 봐봐. 기름진 땅이 있고 흙이 있어서 나무와 꽃이 뿌리내리고 튼실히 자라잖아. 나라는 우리한테 이 땅과 같은 거야.”(42쪽)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물들이는 존재”라는 작가의 말처럼 나와 사회가 얼마나 깊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나아가 오늘의 대한민국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곱씹게 하는 작품이다. ◆ 글쓴이의 말 ‘물들이다’는 말이 참 좋습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물들이는 존재가 아닐까요? 나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물들이고, 우리는 또 각자의 역할을 하며 나라 전체를 물들이고요. 우리는 그렇게 연결되어 있는 거지요. 서로 물들이며 나아가면 조금은 용기를 내기 쉬워질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