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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낮, 투명한 햇살이 엮어내는 황금빛 기둥과 빛의 그물 속에서 아기 게 형제가 “클램본은 카푸카푸 웃었어.” 같은 알쏭달쏭한 대화를 나누며 헤엄치는 물고기를 본다. 물고기가 왜 저렇게 왔다 갔다 하는지 궁금한데, 갑자기 검고 뾰족한 무언가가 뛰어들고 물고기가 위로 올라가더니 더는 보이지 않는다. 처음 보는 광경에 깜짝 놀란 아기 게들에게 아빠 게는 “그놈은 물총새”라며 삶의 비밀 한 조각을 들려준다.
12월 밤, 아기 게들도 자랐고 계곡 풍경도 완전히 달라졌다. 고요한 가운데 투명한 달빛에 이끌려 잠들지 못하고 달빛을 바라보던 어린 게들은 누구 거품이 큰지 겨루며 티격태격한다. 그런데 검고 크고 둥근 무언가가 머리 위로 풍덩 떨어진다. 5월의 기억을 지닌 어린 게들은 무서워 움츠리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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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에 화가가 되면 이 이야기를 꼭 그려야지.”
-오승민 작가, 열두 살의 꿈 「돌배」를 마침내 그리다!! 『점옥이』 『붉은 신』 『소원이 이루어질 거야』 등 그림책을 지었고 수많은 책에 다양한 그림을 그린 작가 오승민이, 『은하철도의 밤』 『첼로 켜는 고슈』를 이어 세 번째로 미야자와 겐지 작품을 시각화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작가 오승민은 어린 시절부터 겐지 작품에 깊이 매혹되고 영향을 받은 진정한 겐지 독자이기도 하다. 열두 살에 『돌배』를 읽고는 안도의 눈물을 흘리며 나중에 화가가 되면 꼭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작품, 살아오면서 가까운 존재들의 죽음을 마주할 때면 숨겨 둔 보물을 꺼내 보듯 떠올리곤 했다는 『돌배』를 마침내 그림책으로 만들었으니, 독자로서도 작가로서도 최고의 기쁨이 아닐까. 그런데 한 인간으로서 오승민은 『돌배』를 어떻게 읽었을까? “아빠 게가 아기 게들에게 들려주는 말은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자신과 타인들에게 건네는 말처럼 보여요. 우리가 사는 것은 찰나에 불과하죠. 언젠가 죽어야 하는 한계 지어진 존재예요. 우주의 시간으로 비교하면 잠깐 반짝하며 빛나고 사라지는 인생이기에 자작나무 꽃잎이 흘러가는 아름다움과 돌배 향기를 맡는 기쁨으로 두려움을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오승민) 이렇게 겐지의 세계관, 철학, 시적 언어를 깊이 이해하는 오승민은 겐지의 심상스케치에 따른 묘사를 자신의 이미지로 완벽하게 창조한다. 그림작가 오승민은 『돌배』의 어떤 점에 주목했을까? “계절에 따라 계곡물 속에 떨어지는 빛과 그림자의 묘사가 압권인데, 금빛과 푸른빛, 흰색과 검정빛이 교차하며 삶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바라보게 해요. 빛과 그림자라는 것이 삶과 죽음의 메타포로 읽을 수 있고 기쁨과 행복, 슬픔과 고통의 은유로도 볼 수 있겠죠.” (오승민) 그래서일까. 오승민은 주인공인 아기 게와 돌배를 제외하고 색깔을 최대한 절제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물속의 신비로운 이미지를 투명하고 부드럽게 펼쳐 놓는다. 무채색 톤 안에서 계곡 바닥의 돌들이 반짝이고, 방울방울 물거품이 영롱하고, 황금빛 햇살과 맑고 푸른 달빛이 물결과 만나며 살아 움직인다. 화사한 꽃을 피우는 봄의 빛과 그림자는 먹물의 농도만으로 그 깊이를 물씬 전한다. 또 로트링 펜으로 그린 끝없이 이어지는 선과 점들은 흐르는 물처럼 우리 삶이 이렇게 이어지고 흘러감을 표현한 듯하다. 세로로 긴 아담한 판형에 다채로운 물속 풍경을 펼쳐낸 그림에서 생명의 소리가 들리고 우리 삶이 보인다. ■ 자연의 섭리, 삶과 죽음에 대한 아름다운 시적 은유 계곡물 속에 사는 아기 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맑은 물 흐르는 얕은 계곡물 속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낮에는 햇살이 꽂히고 밤에는 달빛이 흐르는 계곡 바닥에 사는 아기 게들에게 물속은 하나의 우주다. 푸르스름한 천장 아래에서 깔깔깔 웃으며 이야기하다가 유유히 헤엄치던 물고기가 갑자기 사라지는 걸 목격하며 ‘죽음’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깨닫게 되는 세상. 그러나 휘영청 밝은 달빛에 감탄하고 거품 크기를 겨루며 놀다가 갑자기 물속으로 떨어진 돌배가 향기로운 술로 익을 것임을 알게 되는 세상 말이다. 봄과 겨울, 낮과 밤, 빛과 그림자, 햇살과 달빛, 황금빛과 푸른빛, 물총새와 돌배를 배치한 이유한 무얼까? 겐지 연구자이자 번역가 박종진은 책 끝에 실은 ‘작품 해설’에서 이렇게 해석한다. “이야기는 계곡 바닥에 사는 어린 게들이 본 물속 풍경으로 한정됩니다. 그러나 비록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물 밖과 안은 끊임없이 얽히며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계곡물에 투명한 햇살이 꽂히면서 물속 풍경이 바뀌고, 푸른 달빛은 물결에 부딪혀 황금 불꽃을 피워 올리지요. 또 물고기의 죽음은 물 밖 물총새의 생명으로 이어지고, 돌배의 죽음은 물속에 가라앉아 향기로운 술이 되고, 작은 물거품은 물결이 되어 다시 물을 움직입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는 겐지가 한결같이 추구한 세계관과 통합니다. 짧은 순간을 비추는 환등은 영원 속 찰나의 순간을 살아가는 인간의 목숨에 대한 은유로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겐지는 세상을 다른 생명의 눈으로 바라보기를 바란 게 아닐까요?” (박종진) 미야자와 겐지의 글도 오승민의 그림도 박종진의 해설도 이렇게 변화무쌍한 세상 속 고단한 우리를 어루만지며 살아 있음을 느껴 보라고 한다. 삶을 관조하게 하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 오승민 작가의 말 열두 살쯤 돌배를 읽었습니다. ‘화가가 되면 이 이야기를 꼭 그려야지.’ 하며 다락방에서 울던 나를 기억합니다. 오십이 넘어 『돌배』를 그리는 동안 만남과 작별의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아프고 그리운 마음에 집착하는 나에게 아빠 게는 말합니다. “괜찮다, 괜찮아. 저기 좀 보렴. 자작나무 꽃잎이 흘러왔구나. 예쁘지?” 빛과 그림자가 빚어내는 그물 속에 사는 작은 게들에게서 우리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슬픔의 강을 건너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빛이 모카모카 모여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렸습니다. ▶ 박종진 번역가의 말 겐지 동화 「은하철도의 밤」부터 시작해서 「돌배」까지 왔습니다. 우주를 돌고 숲속을 지나 이제 계곡 바닥에 내려앉아 맑은 물속을 보게 됩니다. 몇 년간 오승민 작가와 함께 꿈꾸었던 그림책이 바로 『돌배』입니다. 환등으로 펼쳐지는 아기 게 형제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오래 기다린 만큼 깊은 감탄과 진한 여운이 남는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맑고 투명한 계곡물 속의 아름다움과 함께 읽을수록 수수께끼 같은 문장에 다시 한번 매료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