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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줄리엣의 푸른 장미
간단한 편지 13 순간의 젤리 14 낯선 길 17 줄리엣의 푸른 장미 19 하나의 이름이 내포하는 무수한 후유증 22 눈빛 엔딩 24 Black Satin 26 침묵의 포토폴리오 28 점 밖은 겨울 31 기분이 다운될 땐 푸른 반짝이 옷을 입은 쉘위 댄스를 틀고 33 악역이 떠야 드라마가 뜬다 35 원 안의 중심, 밖의 도마뱀 37 길어진 음 39 태연이란 가면 41 낙관적인 메세지 43 제2부 지금은 카프레제의 계절 낙엽 47 파쇄되어야 할 단어 48 헛간 50 선물 포장법52 허세 54 고(GO)생(生) 55 지금은 카프레제의 계절 58 Gradation 60 클로즈업 64 리듬 타는 피노키오 67 파란 띠 하나 70 자책 73 아직은 연분홍 75 트리트먼트 78 제3부 Nothing 베데스다 연못 83 검은 베일 쓴 화살 85 마법을 쓸 때 사자머리가 된다 87 Nothing 90 음악으로 건네는 이야기 92 느닷없이 여름이 오는 것처럼 94 기준 96 그리움이 한 뼘 더 자랐다 98 습관의 탄생 100 Crescendo 102 커다란 선그라스 105 페퍼민트 107 지나가는 계절 같은 것 110 못 본 체하기 112 제4부 이곳의 주인은 창문 비상식량 117 이미지의 배반 119 잊혀진 것들이 122 NO NO NO 125 서른 살, 서른 개의 순간 128 화려한 커튼 131 그러나 134 메이즈 러너(maze runner) 136 찰나 139 헬로,원드랜드 141 노른자위 테라코타 144 이곳의 주인은 창문 147 먼지 없애기 149 불티야 151 우편배달원 생텍쥐페리 153 해설 김재홍 - “오, 거짓말쟁이 피노키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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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타는 피노키오
피노키오, 세상에 대한 독서도 거짓말처럼 즐길 수 있다면 푸른 이마의 새들처럼 자유로울 수 있겠네 알고리즘의 노예 족쇄 찬 발걸음이 무거워 난 절룩거리고 있다 피노키오, 작은 구멍의 죄에도 손들고 벌을 세우는 공의의 화살촉이 거짓말하는 너를 향해 있어 넘어진 자의 노래의 가뭄을 모른 척하는 폭력의 밑그림을 감춘 무덤이야 발효되지 않은 정직한 말에 상처 입은 자들 깊은 동굴 카타콤에 매장되고 정직한 직유의 폭언으로 우리의 이웃 욥이 울고 있다 때론 유쾌한 거짓말이 희망의 메시지를 흘려 삶을 이어가게 한다고, 거짓말 같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속아주며 사는 모순을 눈감아 주듯이, 전지를 해 줬어야 했던 묵은 가지 꽃이 유난히 붉어 가지치기의 유예함을 핑계 대며 올해도 사과나무를 붙들고 있음과 같이, 피노키오 코처럼 키만 키우는 7년 된 발렌타인 쟈스민 내년 봄에는 하얀 꽃을 피울 수 있을 거라고 (우연히 본 같은 이름의 쟈스민은 보라색 꽃이었다) 내일의 희망을 위해 오늘 거짓말 꽃을 난발하지만 발렌타인 쟈스민과 우린 진실을 알고 있다 스페인 엔카츠 벼룩시장의 한 켠에서 오르골 소리에 머리를 끄덕이며 리듬 타는 낡은 목각 인형 피노키오 마음의 가뭄에 단비 같은 산자락에서 뛰어나온 듯 넌 사랑스러운 초록의 봄이었다 오 거짓말쟁이 피노키오 너의 거짓말에 마냥 웃고 싶은데 난 정직한 어른이 되어야 해 사람들의 가느다란 하얀 뼈가 굵어질 때까지 거짓말을 하고 싶은데 만우절 오늘도 엄격한 어른들은 신의 눈으로 회초리를 든다 지엄한 세상의 제피토 어르신들 피노키오와 나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거짓말하지 않기를 맹세시키고 그래도 난 내일의 발렌타인 쟈스민 같은 이들에게 희망적인 하얀꽃 같은 거짓말을 할 거라고 설득당하지 않을 각오를 붙들고 피노키오 긍정인지 부정인지 리듬 타듯 고개를 자꾸 끄덕이고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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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진정한 결속 아름다운 가치를 회복하는 시간의 빛으로 깨진 것들과의 공유를 출토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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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표현하는 시적 언어는 반복을 거부한다. 단 한 번 나타났다 사라지는 불꽃 같은 명과 멸을 희망한다. 시인들은 시시각각 엄습하는 반복의 유혹에 저항하고 싸우면서 때로 절망하며, 때로 환희에 넘치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시인들은 통념의 세계 속에 살면서 그것을 넘어서려 분투하는 사람이다. 그 분투의 정점에 언어가 있다.
이것은 역설이다. 정보 전달과 소통의 체계인 언어에 본성적 지시성이 있음을 잘 알면서도 시인들은 그것을 거부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려 한다. 그런데 그 ‘새로운 의미’ 또한 지시적일 수밖에 없다. 시도 역시 완벽히 고립된 체계가 아니라 독자와의 소통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지시성을 거부하면서도 ‘새로운 지시성’을 촉구하는 데 시적 언어의 이중적 역설이 있다. 시는 거부하면서 창조하는 예술이다. 이것이 시어의 마력이다. 시적 언어는 반복되지 않으면서 반복한다. 좋은 시는 가장 낯익은 데서 가장 낯선 표정을 발견하는 시적 언어에 의해 구축된다. 그러므로 시인들이 갈망하는 ‘단 한 편’은 이중적 역설의 구조에 가로놓인 언어의 바다에서 ‘가장 낯선 표정’을 찾아내느냐 못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시인들이 운명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고통의 근원이다. 통념 속에 새로운 통념을 부여하는 일은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모금주의 신작 시집 『리듬 타는 피노키오』에는 통념을 거부하는 지난한 싸움과 ‘가장 낯선 표정’을 읽어내려는 고투가 번뜩인다. 표제작에서부터 각 부의 제목으로 뽑은 개별 작품은 물론이고 거의 전편에 걸쳐 그러한 고투의 표정이 역력하다. 다루고 있는 대상마다 기존의 언어를 회피하면서, 그 ‘하나의 대상’에 ‘하나의 명사’를 부여하려는 노력으로 가득하다. 모금주는 거부하면서 창조해야 하는 자신의 운명에 충실한 시인이다. - 김재홍 (시인,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