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시인의 말
제1부 반나절의 표류 실어증, 29.7도 12 맨발의 나비 13 수신 제한 구역 14 거짓말 15 낯선 가르마 16 밀폐 17 사랑니 18 파장(罷場) 19 난파선 20 반나절의 표류 21 우기의 텃밭 22 존재 23 유년, 그 허리춤을 세우며 24 어린 돛배 25 우음도의 거미 26 오백 원의 순례 27 아버지의 視界 28 제2부 기차는 오지 않았다 발가락을 세며 30 나무가 우는 동안 31 좁교는 살아 있다 32 거푸집은 수리 중 33 푸른 목숨 34 그늘진 입 35 그의 기억은 조금씩 부화한다 36 벌거벗은 푸념 38 낮술 39 시와 머리카락 40 앞니 빠진 날 41 새 옷 42 휘파람새 43 무언, 혹은 침묵 44 첫눈 45 더 이상 날지 못하리 46 제3부 비밀번호 다시 호출이다 48 종이밥 49 공복의 시대 50 사월 51 탁발 52 조식 54 취매驛 55 폐경기의 남자 56 거울 57 꽃이 피었다 58 비밀번호 60 송탄재 62 섬 63 가면의 섬 64 명찰들 66 새는 날지 않았다 67 제4부 다시 호출이다 빈 깡통과 녹턴 70 생피 한 방울이거나 71 박쥐 일기 72 작야(昨夜) 74 멀린의 영혼 75 석연화 76 마주르카 77 우울한 귀족 78 무언가 79 만도(晩禱) 80 말 거품 81 뾰족구두 82 모르포 나비 83 바르다의 발 84 제5구역 86 심야극장 87 그 속에는 악마가 숨어 있소 88 그늘 89 제5부 프로이트는 시가를 빨았을까 불었을까 마콘도의 계절 92 웃음을 입히다 93 마티스의 창문을 열다 94 밀회 95 어둠의 지붕을 바라보다 96 붉은 안부 97 손등에 나무를 심다 98 하루살이 99 공실 100 프로이트는 시가를 빨았을까 불었을까 101 얼음 베개 102 공범 103 초향록(草香綠) 104 보편적 고발 105 이현협의 시세계 | 이영춘 107 |
|
지도가 없는 땅을 걷고 싶다 했소
취중 가위질에 잘려 나간 찌푸린 침대칸 다음 역은 벗겨진 시멘트 꽃의 명소, 헨드릭 쳇 베이커의 황동보다 가벼운 영하 19도의 나라 계절을 잊은 천장에 뒤집힌 채 떠다니는 샴페인 병 잠든 포장이 부르트면 노래를 파종해도 좋소 첫 설렘, 첫 손길, 첫 입맞춤 첫 만찬이 준비되어 있소 심장을 가둬버릴 --- 「공복의 시대」 중에서 살아온 날들에 관하여 진술하자면 삶도 시든다는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 까무러칠 듯 울어대는 전화기 도통 관심 끊은 지 오래 생각나면 달려가 얼싸안고 담고프면 꿈속에서도 꾹꾹 번호를 눌러 친다 체할 듯 꺽꺽이는 전화 열어젖혔더니 푸릇한 원한들이 총알보다 빠르게 심장을 훑어 내린다 제풀에 실신하고 내 품에 엉금엉금 꿈틀거린다 선명한 이유 건너뛸 수 없는 사실 살아 있음이다 죽은 자의 영혼처럼 울음 새겨진 낡은 사랑 같은 구겨진 생 허름한 극장에서 푸르다는 것이 이토록 슬프다는 것을, 슬픔을 맨살에 억지로 껴 넣으며, 아비의 그 늦은 밤그림자처럼 서 있는 멀리 귀가를 기다리는 밤 멀리 전봇대를 내려다봤어, 살아온 날들처럼 죽어갈 날을 망연히 내려다보고 있는 것처럼 --- 「존재」 중에서 푸른 바람은 더 이상 노래하지 않았다 검정 저고리 고름이 자꾸 흘러내렸다 하얀 국화로 둘러싸인 종이 밥그릇에서 국화꽃 냄새가 났다 빈 숟가락도 들기 힘겨운 고름을 매어 주고 슬픔의 점령지를 탈출했다 범의 불알을 얼구는 산자의 골목은 눈먼 악사의 차르다시에 깨어나고 있다 흔들리는 비닐 안에 얼어붙은 팥을 긁어 반죽을 달래는 손이 엄마를 닮았다 굽어진 등이 지친 사연에 앉아 더덕을 깐다 귀머거리 노구의 뻥이요, 소리에 사소한 의문들이 키 큰 전봇대로 기어올랐다 --- 「종이밥」 중에서 |
|
시인의 말
미안하다 그 한 마디에 주목(朱木)의 계절은 흔들리지 않았다 너무 일찍 알아버린 부재, 유년은 고요하고 격렬했다 침묵에 살고 생각에 죽다 살아난 소란한 길은 평온하다 아직 버리지 못한 문장, 또렷한 지문이 된 한 잔의 고백 2025년 여름 이현협 |
|
이현협 시인은 사물을 보고 듣고 느끼는 정서와 상상력이 뛰어난 시인이다. 그의 시는 고도의 상상력을 동원한 연상 작용으로 알레고리를 형성하여 사물의 이치를 깊이 있게 궁구하고 상상의 세계를 사유케 한다. 다시 말하면 상상력으로 시를 분석하고 이해하도록 유도한다. 때로는 활달한 상상력으로, 때로는 깊은 상징적 이미지로 ‘공복의 시대’를 외면하지 않고 그려내려는 그의 시선은 처절하면서도 따뜻하다. - 이영춘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