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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 연주회
천향미
한국문연 202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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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기획선

책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인간의 숲

식물학 연주회 10
성간 비행의 흔적 12
패러글라이딩 13
창문과 나와 풍경 14
커튼콜 16
빙점 위의 불꽃 18
12월 19
2층 침대의 별 22
내일을 품은 사람 24
편도 여행 26
난청의 바다 28
천년의 미소 30
파도 소리길 32
민무늬 34
일곱 번째 석양 무렵 36

제2부 침묵하는 증인

수렵도 38
마른장마 40
환승론 41
전시장 42
모든 감각이 하나가 될 때까지 44
피타의 퍼즐 46
오리무중 47
우리는 서로의 얼굴에 손목시계를 매달았다 48
오월 50
선경仙境에 들다 51
휴식 52
나이테 54

제3부 세상의 피부

침묵의 게임 56
비등점 너머의 풍경 58
결빙의 노래 59
겹꽃의 연대기 60
소금빵을 굽는 시간 61
페르소나 62
페르소나 2 64
노스탤지어 65
고요를 먹는 눈 66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 68
헛꽃 70
헛꽃 2 72
우기의 추상 74

제4부 시간의 순환

시간이 시럽처럼 새는 줄도 모르고 78
막다른 골목에서 80
박물관에서 82
칼스섬의 파도 84
워터마크 2 86
지상의 별자리 87
빈집의 생각 88
책갈피 90
가지 않은 길 92
소리의 나침반 94
놓친다는 것 95
착시 96
밤의 문고리 98
두물머리 100
손끝으로 걷다 101
예측 가능한 맛 102

▨ 천향미의 시세계 | 안민 103

저자 소개 1

경북 의성 출생. 2007년 계간 『서시』를 통해 등단했고, 시집으로 『바다빛에 물들기』 『깡이 있어야 날제』가 있다. 2012, 2026년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을 수혜했으며, 부산시인 작품상, 천상병문학제 ‘귀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부산작가회의와 시와사상 등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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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36*216*20mm
ISBN13
9788961044219

책 속으로

오른팔이 자라는 동안 눈먼 소년의 생애를 왼손으로 받아 적는다
조금씩 관절 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바깥을 경청하는 꽃들
방언으로 쏟아지는 언어를 버린 대가는 꽃의 몸을 입는 일
네 출생은 필연이었다

가늠할 수 없는 깊이를 재는 대신 적막을 즐겨 봐
무표정하게 겨누는 저격수의 푸른 눈동자는 적요한 빛깔이었다
흔들리는 총구 아래 오래 서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재즈 멜로디를 부력 삼아 부풀어 올랐다

유통기한 지난 날개는 이제 그만 내려놓아도 좋아
닿을 수 없는 초록을 절벽이라 부르겠어
끝없이 멱살 잡히는 머리카락을 수습할 시간
잔기침을 하며 열두 번째 관절 인형이 돌아눕는다

더는 달려들지 않는 불빛을 추스르며 낮은 음역을 지날 때
네가 건넨 귓속말 허공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빙점 아래 내려앉은 서리꽃, 눈을 뜨고
기약 없는 초침 소리 메아리로 서성인다

또 다른 생이 펼쳐지는 겨울과 봄 사이
몇 번의 절기를 함께 견뎌낸 목소리 동심원으로 쌓여가는 동안
느닷없이 교차하는 비트 음에 눈을 감고 귀를 여는 꽃들
비로소 환해지는 소리의 비등점
시간이 시럽처럼 새는 줄도 모르고
--- 「[대표시], 식물학 연주회」 중에서

주머니 없는 웃음을 가득 털어 넣고 붉은 담요 속에 잠을 불러들였다

눈꺼풀을 깜박이는 동안 첫 만남을 노래하던 새는 여러 번 의자를 옮겨 앉았다

내 그림자에 뿌리내린 메아리는 낡은 괘종시계 속 부엉이처럼 드나들었다

바람이 바스락거리는 낙엽들을 불러 모아 조심스레 쓸어 담고 있다

창문 너머 겨울의 숨결을 타고 차가운 공기를 아슬하게 핥는다

나비의 날개처럼 부드럽게 당신 숨결에도 깃털 같은 계절이 내려앉을 때

길들지 않은 작은 짐승을 두 발 사이에 누이고 여린 잠을 다독인다
--- 「[대표시], 시간이 시럽처럼 새는 줄도 모르고」 중에서

종일 속을 달궈도 나는 끓는점에 닿지 못한다 바다는 뼈대가 된 파도를 불러 앉혀 놓고 수평을 저울질하고 있다 해변의 그림자를 어루만지는 동안, 눈 속 적색 점멸등이 깜빡이고 해변의 연인들은 수평선에 뿌리 내린 채 막 끓기 시작한 저녁 불빛을 나눠 마신다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탐앤탐스 이름표를 단 조각 케이크들이 입술을 음미하고 있다 낮은 채도의 불빛 속에서 백색 소음은 물고기로 변주되고 시간은 반복되는 후렴구로 배열된다 나는 마지막 지점을 통과한 마라토너, 가쁜 숨은 폐 속에서 꽃가루로 흩어진다 하나의 슬픔이 또 다른 슬픔을 잉태할 때, 한입 베어 문 울음이 폭발한다 사건은 뒤틀린 상상에서 시작되고 영화의 한 장면과 기묘하게 포개진다 검은 파도가 밀려오고 오랜 슬픔이 소환된다 반복되는 멜로디와 끈적한 올가미, 천천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 모든 것은 아메바성 급성 뇌 질환, 검은 바닷속으로 잠겨 드는 어지럼증, 괜찮아 너의 탐색은 이제 멈추어도 좋아 밤새 창밖을 지키던 점멸등이 유리 벽 너머로 불빛을 흘려보낸다 파도의 침묵이 나의 모든 소란을 집어삼킨다 나는 물속에서 너무 오래 호흡을 멈추고 있었다 마지막 코딩 지점에서 내 몸을 빠져나온 소란 허공에 재배열된다

--- 「[대표시], 비등점 너머의 풍경」 중에서

출판사 리뷰

[ 시인의 말 ]

놓친다는 건
내 마음이 미처 안아주지 못한 감정 같은 것
어떤 밤엔 놓친 꿈이 더 선명하다.

2026년
천향미

추천평

천향미의 시집 속엔 시간에 의한 상처와 통증이 가득하다. 현재라는 것은 항상 과거의 시간을 포함한 현재다. 천향미는 이러한 응축된 흐름의 존재인 ‘나’를 시 속에서 성공적으로 은유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색깔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문장과 은유로 시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러한 문장 위에서 자신의 상처나 아픔을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빛깔로 슬픔을 담담하게 묘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 안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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