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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car Wil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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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가지고 그린 모든 초상화는 모델이 아니라 그 화가의 초상화라네. 모델은 그저 우연이자 구실일 뿐이야. 화가에 의해 드러난 사람은 모델이 아니라네. 오히려 색색의 캔버스 위에 드러난 이는 화가 그 자신이야.
---p.14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건 그 사람에게 자기 자신의 영혼을 내어 주는 것이기 때문이야. 그럼 영향을 받은 사람은 자기 본래의 생각을 할 수 없고, 본래의 열정을 불태울 수 없어. 자신의 미덕 또한 실재하지 않게 되지. 그의 죄악, 만약 죄악 같은 께 존재하는 거라면, 그 죄악마저도 빌려 온 게 되고 만다네. ---p.34 유혹을 뿌리치는 유일한 길은 그 유혹에 굴복하는 것이라네. 유혹에 저항해 보게. 그러면 금지된 것을 향한 갈망 때문에, 또 괴물 같은 법 때문에 흉측하고 불법적인 것이 되어 버린 욕구 때문에 자네의 영혼은 병들고 말 거야 ---p.36 아름다움은 일종의 천재성이야. 설명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사실 천재성보다 더 고귀한 것이지. 아름다움은 햇빛이나 봄날, 또는 어두운 물에 비친, 우리가 달이라 부르는 은빛 조가비처럼 세상의 위대한 사실 중 하나야. ---p.41 그냥 살아! 자네 안에 있는 그 멋진 삶을 그냥 살란 말이야! 아무것도 놓치지 말게. 언제나 새로운 감각을 찾아다녀야 해.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게나. 새로운 쾌락주의, 이것이야말로 지금 시대가 원하는 거야. ---p.42 경험에는 아무런 윤리적 가치가 없었다. 그것은 그저 우리의 실수에 붙이는 이름일 뿐이었다. 인간은 대체로 경험을 일종의 경고로 여겨 왔고, 성격 형성에 있어서 특정한 도덕적 효험이 있다고 주장해 왔으며, 우리가 무엇을 따르고 무엇을 피해야 할지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칭송해 왔다. 하지만 경험에는 어떠한 원동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경험은 양심 그 자체만큼이나 실질적인 동력이 되어 주지 못했다. ---p.79 하지만 초상화는?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 걸까? 거기에는 그의 삶에 얽힌 비밀이 담겨 있었고, 그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었다. 그림은 그에게 자신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자신의 영혼을 혐오하는 법을 가르쳐 줄 차례인가? 그 그림을 다시 볼 수나 있을까? ---p.108 그렇다. 삶이, 그리고 삶에 대한 그만의 무한한 호기심이 그 대신 이미 결정을 한 것이다. 끝없는 젊음, 무한한 열정, 미묘하고 비밀스러운 쾌락, 격렬한 기쁨과 더 격렬한 죄악, 그는 이 모든 걸 누리게 될 터였다. 수치스러운 그의 짐은 초상화가 견디면 되는 것이다. ---p.131 제 영혼의 얼굴이죠.” “맙소사! 내가 도대체 뭘 숭배했던 거야! 이건 악마의 눈을 갖고 있잖아.” “누구나 자기 안에 천국과 지옥을 갖고 있는 법이죠.” ---p.208 어떤 죄악들은 실제로 그것을 저지르는 것보다 그것을 기억하는 데에 더 큰 매력이 있었다. 또 어떤 기묘한 성취들은 욕망보다 자존심을 더욱 만족시켰으며, 감각에 가져다주었거나 앞으로 가져다줄 수 있는 어떤 기쁨보다도 더 큰, 한층 강렬해진 기쁨의 감각을 지성에 안겨 주었다. ---p.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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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젊음을 얻은 청년과 대신 늙어 가는 초상화
눈부신 아름다움을 지닌 청년 도리언 그레이는 화가 배질 홀워드의 초상화 모델이 된다. 배질은 도리언의 아름다움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지만, 그의 친구 헨리 경은 젊음과 아름다움이야말로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귀중한 선물이라고 말한다. 헨리 경의 매혹적인 언변에 사로잡힌 도리언은 자신의 젊음이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절실하게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은 지금 모습 그대로 남고, 대신 초상화가 늙어 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기이하게도 그의 소원은 현실이 된다. 세월이 흘러도 도리언의 얼굴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그는 아름다움과 젊음을 무기로 사교계의 주목을 받으며 새로운 자극과 쾌락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그의 삶이 점차 타락해 갈수록 초상화 속 얼굴에는 추악한 변화가 나타난다.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만을 보지만, 감추어진 초상화에는 그가 저지른 잘못과 내면의 변화가 고스란히 새겨진다. 이처럼 소설의 중심에 놓인 초상화는 단순한 환상적 장치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실제 인간의 내면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눈앞에 펼쳐 보이는 또 하나의 자아다. 도리언은 아름다움을 지키는 데 성공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오히려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어 가는지 외면하게 만드는 가면이 된다. 와일드는 이 기묘한 설정을 통해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를 인간의 욕망과 자기기만을 탐구한다.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시대, 다시 읽는 유미주의의 역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발표된 지 130여 년이 지났지만, 작품이 보여 주는 아름다움의 힘은 오늘날에도 낯설지 않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끊임없이 의식하고, 외모와 이미지는 개인의 매력뿐 아니라 사회적 평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사진과 영상,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일상이 된 시대에,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얼굴을 지닌 도리언 그레이의 이야기는 새로운 의미로 읽힌다. 흥미로운 점은 와일드가 아름다움을 단순히 위험한 유혹으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아름다움의 눈부신 매력을 누구보다 설득력 있게 찬양하면서도, 그것을 소유하고 지키려는 욕망이 만들어 내는 불안과 집착을 놓치지 않는다. 소설 속 헨리 경의 말들은 때로 독자를 매혹시키고 때로 불편하게 만든다. 그 역설적인 언어를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인물들의 세계가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와일드의 소설은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동시에 그 이면에 감춰진 인간의 모습을 드러낸다. 영원히 젊고 아름다운 청년과 점점 추악해지는 초상화의 강렬한 대비는 시대가 바뀌어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아름다움에 매혹되는 인간의 욕망과 그 모순을 예리하게 포착함으로써 오늘날에도 생생한 울림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