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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지지
아픈 아이
사진사의 부인
플로라와 포모나
혼례

작품 해설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연보

저자 소개 2

저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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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onie-Gabrielle Colette

프랑스의 작가, 마임배우, 무용수, 저널리스트. 20세기 전반기에 가장 독보적인 프랑스 작가. 프랑스 역사상 국장으로 장례를 치른 최초의 여성. 20대인 1900년부터 1903년까지 클로딘 연작 4편을 썼고(거의 감금된 상황에서) 남편의 필명으로 출간되었다. 1년에 1편씩 썼으니 엄청난 생산성에 가혹한 노동 착취라 할 만하다. 이 클로딘 연작은 당대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세기 최초의 사춘기 소녀'가 탄생한 것이다. 일상의 경험, 내밀한 감정, 사적 관계를 탐구하는 유연하고 서술적인 산문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문학적 경향, 내면의 복잡성을 포착하고 일
프랑스의 작가, 마임배우, 무용수, 저널리스트. 20세기 전반기에 가장 독보적인 프랑스 작가. 프랑스 역사상 국장으로 장례를 치른 최초의 여성. 20대인 1900년부터 1903년까지 클로딘 연작 4편을 썼고(거의 감금된 상황에서) 남편의 필명으로 출간되었다. 1년에 1편씩 썼으니 엄청난 생산성에 가혹한 노동 착취라 할 만하다. 이 클로딘 연작은 당대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세기 최초의 사춘기 소녀'가 탄생한 것이다. 일상의 경험, 내밀한 감정, 사적 관계를 탐구하는 유연하고 서술적인 산문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문학적 경향, 내면의 복잡성을 포착하고 일상생활의 세부 사항을 조사하려는 당시의 문학적 경향에 딱 들어맞았다.

콜레트는 일곱 살에 발자크를 비롯해 코르네이유 등 프랑스의 고전을 탐독한다. 전직 군인이자 전쟁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세금 징수원이었던 아버지로부터 프랑스어와 글쓰기 수업을 받았다. 부모의 따듯한 사랑 속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특히 집 안뜰의 정원에서 관찰 기술을 터득한다. 부르고뉴의 숲과 정원, 그 향수는 평생 콜레트 글쓰기의 근원에 자리 잡았다. 남편 윌리(Willy)는 당대의 영향력 있는 음악 평론가이자 작가, 그리고 출판 업자였다. 그는 젊은 아내를 파리의 문학계와 음악계에 소개했는데, 그곳에서 가브리엘은 부르고뉴의 거친 악센트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젊은 아내의 글쓰기 능력에 놀란 Willy는 그녀를 쉐도우 대필작가로 이용한다. 클로딘 시리즈는 당시 문화현상이 될 정도였다. 클로딘의 단발머리가 도처에서 튀어나와 파리를 휘젓고 다녔다. 1906년 자신의 글에 관한 그 어떤 권리도 얻지 못한 채 남편과 별거에 들어간 후 콜레트는 뮤직홀에서 당대 최초의 여성 마임 배우가 된다. 그녀의 의상, 그리고 동료 여배우와의 키스 등으로 쇼는 경찰로부터 공연 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1906년 윌리와 헤어진 후에 쓰기 시작한 글들이 바로 출간을 앞둔 「les vrilles de la vigne 포도덩굴손」이다. 스무 편의 짧은 이야기 속에 어린 시절의 정원과 숲의 기억, 그리고 당시의 파트너인 마틸드 드 모니(미시)와의 이야기 등을 담고 있다. 이 시기 콜레트는 작가로서의 직업적인 성취도 이루기 시작한다.

1912년 콜레트는 정치인이자 언론인인 Henry de Jouvenel을 만나 결혼한다. 외동딸 Colette Renee de Jouvenel을 두었지만 남편이 바람을 피우자 40세의 나이에도 당시 16세였던 남편의 아들 베르트랑 드 주브넬 (Bertrand de Jouvenel)과 5년 동안 연인관계로 지낸다. 이때의 이야기가 1920년 소설 '셰리'로 출간된다. 소설은 베르트랑 드 주브넬과 관계를 맺기 몇 년 전인 1912년에 구상했다고 해서 환상이 현실이 된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두 번째 남편과는 1923년에 이혼) 1910년대 후반엔 신문의 평론 기고와 연극 각색에도 참여하고 Maurice Ravel과 음악 작업도 함께하면서 배우, 작가, 가수이자 작곡가로 벨 에포크의 유명 인사가 된다.

1929년엔 대공황 속에서 생계를 위해서 파리의 rue de Miromesnil 에 '미용 연구소' 일종의 뷰티샵을 열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향수와 화장품을 만들고 여성들의 피부관리를 직접 해주기도 했다. 물론 기대했던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1년 만에 문을 닫는다. 그 해 콜레트는 자신보다 16살 적은 나이의 세 번째 남편인 Maurice Goudeket을 만나 결혼한다. 전쟁 중에는 남편 모리스가 유대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게슈타포에 의해 체포되자 비시 정부의 유력 인사들을 비롯해 각계의 인물들을 동원해서 남편을 수용소에서 구출해낸다.

고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그녀는 주로 침대에서 수많은 신문에 글을 쓰고 소설을 출판한다. 그녀의 비정치적 성향과 재정적 필요로 인해 독일 점령기의 협력주의 신문, 페탱주의 신문에도 글을 썼고 지하 언론의 저항 세력으로부터는 거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독일 점령을 옹호하거나 찬양하는 글은 한 번도 쓴 적이 없었다. 그녀는 점령기의 일상, 전시의 여성들의 삶의 고단한 풍경을 써나갔을 뿐이다.

1945년엔 만장일치로 공쿠르 아카데미에 선출되었고 1949년에는 공쿠르 아카데미의 회장이 된다. 명성을 얻으려면 자신의 이미지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빨리 이해한 그녀는 20세기에 가장 많은 사진이 찍힌 작가로 남는다. 1954년 8월 3일 사망 후 가톨릭교회의 장례식은 거부당했지만, 프랑스는 여성 사상 최초로 국가 장례로 콜레트의 마지막을 기념하며 페르라세즈 묘지에 안장했다.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다른 상품

고려대학교에서 사학 및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불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 3대학에서 프랑스 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 《빛을 그리는 화가, 모네의 연못과 수련 이야기》, 《내 맘에 귀를 기울이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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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1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140*210*20mm
ISBN13
9788931027280

책 속으로

· 질베르트의 모든 거동에는 아직도 순수한 아이다운 무심함이 지배하고 있었다. 질베르트는 궁수 같았다. 뻣뻣한 천사 같기도 했다. 치마 입은 남자애 같았다. 아주 드물게 소녀 같아 보였다.
「지지」
---p.13

· “지지는 아직 재료만 모아놓은 애야. 아주 잘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아주 안 좋게 될 수도 있지만.”
알리시아 이모는 늘 장담했다.
「지지」
---p.14

· 가스통 라샤유와 허물없이 지내게 된 것과, 부유한 남성에게 자신의 낡은 안락의자에서 휴식을 취하는 소박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이 다였다. 가스에 그을린 천장 아래, 세 여성은 그에게 진주 목걸이도 다이아몬드 반지도 친칠라 모피도 요구하지 않았고, 품위와 배려를 유지한 채 추잡스러운 것, 존엄한 것, 범접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줄 알았다.
「지지」
---p.18

· “얘, 말조심해야지. 물건이나 사람이나 제 이름대로 부르는 게 무슨 도움이 된다고. 가스통은 나름 격 있는 정부들을 둬왔어. 언젠가 결혼할 거라면, 제대로 된 결혼식까지 기다리는 동안은 고급 정부를 두는 게 유일하게 적절한 방편이긴 해.”
「지지」
---p.34

· “박약한 머리에 방탕한 몸. 게다가 기혼자들이고. 하지만 네가 이해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구나.”
“아뇨, 이모. 저도 알아요, 우리는 결혼을 안 하는 거.”
“결혼이 우리한테 금지된 건 아니란다. ‘벌써’ 결혼하는 대신 ‘마침내’ 결혼할 뿐.”
「지지」
---p.51

· “그래. 집에서 따분하니? 좀 따분해도 된다. 나쁠 거 없지. 따분함은 결정에 도움이 돼. 아니 이게 뭐람? 눈물이라니? 또래보다 성숙해야 할 텐데 바보처럼 울기나 하고. 다시 오르톨랑이나 먹거라.”
「지지」
---p.51

· “왜냐하면 남자는 열에 아홉이 미신을 믿으니까. 스물 중 열아홉이 악마의 눈을 믿고, 백 중 아흔여덟이 거미를 무서워하거든. 남자들은 많은 일을 용서해주지만…… 자기가 신경 쓰는 것에 우리가 구속받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는단다. 아니 한숨 쉴 일이 뭐가 있다고?”
「지지」
---p.56~57

· 질베르트는 치맛자락을 잡아당겨서 가스통의 손을 떨어트렸다.
“알리시아 이모와 할머니는 당신과 뜻이 같으세요. 하지만 조금은 제 일이기도 하니까요, 저도 한마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전, 이 일이 내키지 않아요.”
「지지」
---p.77

· “아저씬 끔찍한 인간이에요! 날 사랑한다면서 내게 고통만을 주게 될 삶으로 날 끌고 가려고 하잖아요.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을 헐뜯고 신문은 악의에 찬 기사들만 써대는 그런 삶 속으로……. 날 사랑한다면서, 기껏해야 이별과 다툼과 상도미르 같은 자들과 권총과 로…… 로더넘으로 끝날 추악한 연애 사건 속으로 날 데려가려고.”
「지지」
---p.78~79

· 알리시아는 물방울무늬 베일을 걷으며 동생에게 벼락같은 눈빛을 쏘았다.
“그리고 너, 거기 가만히 서가지고, 뭐 할 생각인데?”
구겨진 빨간 얼굴이 닦아세웠으나 널따란 흰 얼굴은 참고 버텼다.
“뭐 할 생각이냐고? 내가 애를 묶어둘 수는 없잖아!”
긴 한숨에 포실한 어깨가 들렸다.
「지지」
---p.81

· 동물의 언어처럼 미세하고 복잡한 몸짓이었다. 그는 자신의 감각으로 환상적이고도 역설적인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 빼어났다.
「아픈 아이」
---p.93

· 아이는 희고 작은 콧구멍 입구를 지나가는 냄새 구름을 잡아타고 재빨리 멀어졌다. 병상에서 누워 지내는 동안 그는 병이 가져다주는 온갖 달콤함을 누렸다.
「아픈 아이」
---p.94

· 밤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져갔다. 예상한 일이었지만 낯선 일이었다. 꿈, 무기력, 열, 그리고 마망 부인 생각에는 서글프게도 매일 똑같지만 그날그날 공상에 따라 양상이 달랐다. 이 새로운 저녁은 어제저녁과는 하나도 닮지 않았다. 어둠은 무수한 검정으로 다채로웠다.
「아픈 아이」
---p.118

· 입으로 맛보는 것처럼 귀로 들려오는 그 무리를, 매혹된 눈으로 한 자 한 자 힘겹게 읽어냈다.
「아픈 아이」
---p.119

· 미지의 존재들, 낯선 환상의 존재들이 벌써 유괴를 시작했다. 사방에서 튀어나와, 불과 얼음을 쏟아붓고, 선율을 타듯 그를 고문하고, 색깔로 붕대 감듯 감싸고, 해먹 같은 박동으로 흔들었다. 어머니에게 도망치려고 꼼짝 않고 그쪽을 향해 있던 그는 갑자기 마음을 정하고 몸을 던져 날아올랐다.
「아픈 아이」
---p.120

· 사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하는 때가 있다. 비행 중에 죽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 때가 온다. 한 번의 손짓으로, 장은 천사의 머리카락을 한 자기 물그림자에 작별을 고했다. 그림자도 모든 기적이 박탈된 지상의 밤 깊은 곳에서 인사를 돌려보냈다. 그 밤은 죽음이 손을 놓아버린 아이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밤이었다. 치유된 아이들은 순순히 잠들었고, 실망하고 말았다.
「아픈 아이」
---p.131

· 내 머리 위로 오가는 두 사람의 반격이 너무 팽팽해 나는 목을 숙였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그토록 태연하게 자기 입장을 주장하는 것을 바로 앞에서 듣기는 처음이었다. 천상과 지상의 다른 많은 구원자들처럼 그 천사도 자기 역할을 부풀리려는 경향이 있었다. 번득이는 드부아디 양 눈의 광채는 천사답다고 할 순 없었고, 과하게 흰 쌀가루 분 아래로 구원받은 자의 얼굴도 달아오르고 있었다…….
「사진사의 부인」
---p.169

· 슬픔, 공포, 육체적 고통, 극도의 한기와 열기, 나는 이런 것들을 마주할 때는 아직도 체면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권태 앞에서는 포기한다. 권태는 나를 비참하게 만들고, 필요하다면 잔인하게 만든다. 권태의 임박, 턱 근육을 움직이고 위장 속에서 춤추고 발가락으로 박자를 맞춰 후렴을 노래하는 변덕스러운 권태의 존재, 나는 그것들을 두려워하는 이상으로 회피한다.
「사진사의 부인」
---p.170

· 해가 빠르게 저물었고, 그녀는 팔을 뻗어 침대 머리맡에서 얇은 연어색 비단 치마 속에 파묻혀 있는 램프를 켰다. 사기를 꺾는 방의 분위기가 금세 달라져 나는 만족을 숨기지 않았다. 전등갓은 잔뜩 주름을 잡은 허영기 가득한 것이었지만, 바닷가 조개껍데기처럼 황홀한 분홍색 빛이 스며 나오게 했기 때문이다.
「사진사의 부인」
---p.171

· “그 젊은 남자랑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어요. 제가 견딜 수 없었던 게 뭔 줄 아세요? 내가 세 마디도 대답해준 적 없는 분께서 감히 저를 ‘너’라고 부르는 거였어요. 그 사람은 땅에서 솟아오른 듯 제 앞에 나타났다가, 그 속으로 다시 사라져버렸어요.”
「사진사의 부인」
---p.174

· “정확히 뭐에 그렇게 질렸냐는 거죠? 너무 행복한 여자라고, 가트루아 부인이 절 두고 그러던데. 너무 행복한 여자, 딱 맞는 말이었을 거예요, 내 그저 그런 삶 여기저기에 무언가 중대한 것이 있었다면요. 중대한 게 뭐냐고요? 저도 몰라요, 가져본 적이 없으니까요! 한 번이라도 가져봤다면, 전 그게 중대하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을 거예요, 장담해요.”
「사진사의 부인」
---p.177

· “저는 삶이 내게 해줄 수 없는 것을 죽음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죽음이 너무 빠르지도, 너무 강렬하지도 않게 다가온다면, 우리는 어떤 숭고한 순간을 맞이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생각들이 고양되고 모든 비루한 것들, 우리를 작아지게 하는 모든 것들, 잠을 설쳐야 했던 밤과 육체의 고통에서 벗어날 거라고……. 아! 무슨 보상이 있을 거라고 상상한 건지…….”
「사진사의 부인」
---p.179

· “사람이 누군가를 잃었다고 해서 죽는 일은 매우 드물어요. 차라리 누군가를 갖지 못해서 죽는 일이 더 많을 거예요.”
「사진사의 부인」
---p.179

· 이따금 그녀가 생각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여전히, 겸손하게도 ‘골칫거리’라 부르던 그 세심한 마음 씀씀이에 기대고, ‘정말 보잘것없는 삶’이라 이름 붙임으로써 알아보지 못했던 소박하고 일상적인 여성적 위대함의 약동에 떠받쳐져 있는 그녀를 본다.
「사진사의 부인」
---p.183

· 식물계는 침묵의 세계가 아니다. 다만 식물이 활동하는 소리는 요행과 예외를 틈타야지만 우리에게까지 도달한다. 마치 우리가 주의를 기울였을 때, 혹은 관찰하는 것만큼 보람차게 게으름 피웠을 때 주어지는 섬세한 보석처럼.
「플로라와 포모나」
---p.189

· 번데기가 찢어질 때의 지각할 수 없는 엄청난 굉음, 구부러진 축축한 날개, 미지의 세계를 더듬어보는 첫 번째 다리, 수많은 낱눈에 부딪혀오는 지상의 첫 상(像)을 받아들이는 요정의 겹눈을……. 나는 꽃부리의 단말마에는 냉담하다. 하지만 꽃의 생애가 첫발을 뗄 때는, 나비목 곤충의 긴 생명이 시작될 때는 열광한다. 휘청거리는 출발들, 여명기의 혼란들에 비해 끝나가는 것에 무슨 위엄이 있겠는가?
「플로라와 포모나」
---p.192

· 꽃은 불가해하다. 꽃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도 그렇다. 잎사귀가 형태와 색깔로 보아, 경이로운가? 그럼에도 우리의 질문은 그 수수한 꽃으로 향한다. 한 소년이 알제리의 벽을 주황, 보랏빛, 분홍의 불꽃 망토로 뒤덮는 부겐빌레아에 훨씬 덜 감탄하게 되었다면서 말했다. “그저 포엽일 뿐이란 걸 알고 나서부터…….” 그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맞다, 단지 포엽일 뿐이다. 우리가 숭배하고 싶어 하는 것은 오직 분화구, 꽃이다.
「플로라와 포모나」
---p.193

· 수수하고, 자그마하고, 색이 멀겋더라도, 어떤 꽃의 피어남은 폭발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반면 잎은 돋아나기 시작해봤자 그저 자랄 뿐이다.
「플로라와 포모나」
---p.194

· 정원을 만드는 일은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구상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유년기를 잃으면서 우리는 발명의 재능도 많이 잃어버린다. 겉보기에는 순진하지만, 오직 우리의 옛 정원들만이 진정한 창조였다.
「플로라와 포모나」
---p.200

· 그는 한 해 시작부터 끝까지 늙은 거북이 같은 입술에 장미 줄기를 물고 살았다. 겨울이면 화분에 심은 장미의 하렘 전체를 그 작은 집 안에 들여놓았다. 글록시니아는 한참 뒤에야 우리 동네에 들어와 몇몇 사람을 경쟁을 붙였다. 그러나 황당할 정도로 높이 자라 줄기 하나로 창문을 에워싸고 한 철 내내 꽃을 피우는 커다란 ‘애벌레’, 보라색 초롱꽃 털토시를 왕좌에서 끌어내리진 못했다.
「플로라와 포모나」
---p.205

·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닮은 것을 낳는다. 내 친구들이라면 내가 가냘프고 듬성한 정원은 만들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대량의 꽃 무더기가 갑자기 오솔길을 막아서 시야를 가리는 게 좋다. 나는 이쪽저쪽으로 난 출입구를 통해 시도 때도 없이 장쾌한 풍경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게 싫다. 나는 그럴 자격이 있는 나무에게는 마치 내가 숨 막혀 죽을 것 같다는 급박함으로 바람과 공간을 마련해준다.
「플로라와 포모나」
---p.207

· 로마는 김이 피어오르는 축축한 겨울에 잠겨 있었고, 나는 따사로움과 잔뜩 고인 습기를 실컷 즐겼다. 내가 만끽한 그곳의 열기는 때로는 햇빛 가득한 니스 같았고 때로는 온천에서 수원지 근처 땅 가까이를 지배하는, 수증기가 차서 약간 숨 막히는 파란색 공기 같았다.
「플로라와 포모나」
---p.213

· 어느 지역에 정을 붙이려면, 좋은 계절보다는 나쁜 계절을 봐야 한다! 농부의 속담에 “사계절이 지나지 않은 병은 안 낫는다”라는 말이 있다. 아름다운 프랑스 남부에 내가 단단히 묶이기에는, 나는 그곳의 혼란스러운 환절기를, 빗줄기가 채찍질로 산비탈을 파헤쳐 경작할 흙을 씻어 내리는 가을철을, 난데없는 변덕으로 벽 얇은 집들을 얼려버리고 연기조차 낮게 깔아버리고 아몬드나무 꽃잎들과 우박알과 미모사 꽃송이들을 돌풍으로 휩쓸어가는 이른 봄을 겪지 못했다.
「플로라와 포모나」
---p.239

· 사랑에 빠진 소녀의 도취는, 그녀가 믿고 싶어 하는 것만큼 한결같지도 않고 맹목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교만이, 제때 솔직한 비명을, 각성과 공포에서 우러나온 고함을 질렀어야 할 순간마다, 그녀의 입을 막고 용기를 불어넣는다. 그 고함은 내 입술까지 올라오지 못했다. 2년이라는 긴 약혼 기간이 내 인생에서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도 내 운명을 정해버린 것이다.
「혼례」
---p.254

· 나는 아직 가족끼리 쓰는 ‘우리’밖에 쓸 줄 몰랐다. 내일이면, ‘공용마차’를 타고 한 시간을 가서 만나게 될 완행열차가 데려다줄 것이다, 결혼한 나를, 파리로.
「혼례」
---p.256

· 옮겨 심을 토마토 모종들과 삼색 고양이 사이에서, 나의 용기와 과오를 한꺼번에 확신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 각성의 계기들을 통과하고 있는 소녀들에게 연민을 느껴선 안 된다. 그다음 순간이 되면 그들은 다시 그들 자신의 환상 앞에 놓여 있는 법이다.
「혼례」
---p.256

· 나는 갈증에 시달렸다. 내가 가지고 온 어떤 영상이 고통스럽도록 내 가슴을 부풀게 했다. 내 어머니는 밤새 쉬지도 못하고, 동이 터오는데 아직까지도 흑옥과 검은 평직으로 만든 거창한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작은 부엌, 파란 도기 타일을 붙인 화덕 앞에 서서, 시도는, 얼굴에 나타난 참혹한 슬픔을 내버려두고, 생각에 잠겨 아침에 마실 초콜릿을 젓고 있었다.
「혼례」
---p.260

출판사 리뷰

발칙하고도 우아한, 대담하고도 매혹적인 문장
뮤지컬과 영화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프렌치 클래식의 정수!

20세기 파리를 매료시킨 최고의 문화 아이콘이자
아카데미 공쿠르 최초 여성 회장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대표 중단편선 『지지』 출간

질베르트의 모든 거동에는 아직도 순수한 아이다운 무심함이 지배하고 있었다.
질베르트는 궁수 같았다. 뻣뻣한 천사 같기도 했다.
치마 입은 남자애 같았다. 아주 드물게 소녀 같아 보였다.
-〈지지〉 중에서

20세기 프랑스 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대표 중단편선 『지지』가 문예출판사 ‘문예세계문학선’ 141번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콜레트는 자유분방한 사생활과 스캔들로도 유명했지만, 무엇보다 정교한 어휘와 문법을 구사하는 문체, 성과 욕망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프랑스 문학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지지』는 1951년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브로드웨이 연극과 1959년에 아카데미 9개 부문을 휩쓴 동명 뮤지컬 영화로 유명한 표제작 〈지지〉를 비롯해, 콜레트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과 관능적인 감각이 빛나는 중단편 다섯 편을 엮은 소설 모음집이다. 1944년 스위스 로잔에서 〈지지〉, 〈사진사의 부인〉, 〈플로라와 포모나〉, 〈혼례〉 네 편을 엮어 처음 출간되었다가, 1945년에 파리에서 〈혼례〉를 빼고 대신 〈아픈 아이〉를 넣어 재출간되었다. 이번 출간된 문예출판사의 『지지』는 1944년과 1945년 판에 실린 작품을 모두 수록하였다.

소설, 산문, 에세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섯 편의 마스터피스

일흔이 넘은 작가가 생전 마지막으로 쓴 소설들이 실려 있어 『지지』를 소설 모음집이라 부르지만, 수록된 다섯 작품은 장르, 주제, 구성, 문체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표제작 〈지지〉는 벨에포크 파리 사교계를 배경으로, 쿠르티잔(courtisane, 고위층을 상대하는 정부/사교계 여성) 가문의 숙명을 거부하고 자신의 존엄과 장래를 스스로 선택하는 소녀 지지의 성장을 그린 풍속소설이다. 〈아픈 아이〉는 생사의 기로에 선 소년의 환각과 회복을 서술한다. 문장들은 소년의 예민한 감각과 지성을 따라 오감이 뒤섞이는 공감각적 묘사와 언어유희로 점철되어 생기 가득한 환상을 구현한다. 〈사진사의 부인〉은 ‘콜레트 부인’이라는 1인칭 화자가 등장하여 아르망 부인의 자살 미수 사건을 둘러싼 이웃의 일상을 관찰한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선 여성이 ‘뭔가 중대한 것’, ‘어떤 숭고한 순간’에 대한 강박에서 해방되는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플로라와 포모나〉는 세 편의 소설과 달리 식물에 관한 섬세한 관찰과 사유가 감각의 연상을 따라 피어나는 사색적 에세이다. 식물과 계절의 색, 향, 맛, 소리, 촉감을 포착하고 식물에 의지와 감정을 부여하는 의인화 문체가 두드러진다. 마지막 수록작인 〈혼례〉는 콜레트가 만 스무 살에 올린 첫 결혼을 되돌아보는 자전적 산문으로, 절제된 회고 속에 어린 신부가 예감한 불길함과 딸을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비애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화려한 벨에포크의 이면을 꿰뚫은 여성의 기록

콜레트가 활동한 ‘벨에포크’ 시대는 문화 예술이 찬란하게 꽃피었으나, 여성들은 여전히 가부장적인 규범의 제재를 받았고 선택지 역시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모순된 시공간 속에서 콜레트는 억압 속에서도 은밀히 작동하는 여성의 욕망과 불안, 자기기만과 해방의 가능성을 입체적으로 응시하며, 여성의 미묘한 심리 변화와 인간의 균열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표제작 〈지지〉의 주인공 ‘지지’는 20세기 초 파리 상류 사회의 쿠르티잔 가문에서 자라나 부유한 남성의 세속적 파트너로 살아가는 법을 교육받는다. 남성의 선택을 받아 안정과 물질적 풍요를 얻는 것을 최선이라 생각하는 세계에서 지지는 자신의 존엄과 자율성을 지켜내는 길을 택한다. 얼핏 경쾌하고 발랄한 사교계 연애소설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우아하고도 날카로운 저항 정신이 숨어 있다. 콜레트는 젊은 여성을 단순한 순진함이나 무지의 상징으로 대상화하지 않는다. 지지는 사회의 속물성을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으며 자신의 주체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시대를 앞서간 현대적 고전의 면모를 여실히 증명한다. 그런 면에서 〈사진사의 부인〉 역시 맥을 같이한다. 작품의 1인칭 화자 ‘콜레트 부인’에게 ‘아르망 부인’이 자살을 시도한 이유를 털어놓는 장면은 여성들이 겪던 은근하지만 억눌린 폭력, 존재감을 잃은 채 자신의 가치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여성의 미묘한 심리 그리고 이웃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보이는 인간관계의 본질을 엿볼 수 있다. 여성이 누군가의 아내로 불리며 아내라는 역할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자신의 욕망과 불만을 어떻게 감당하는지를 보여준다.

오감으로 빚어낸 독보적인 문체

콜레트는 1945년 여성 작가로는 두 번째로 아카데미 공쿠르 회원이 되고 이후 여성 작가 최초로 회장직에 오를 만큼 프랑스 문단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콜레트 문학의 독창성은 주제의 진보성뿐만 아니라 그것을 구현해낸 문체에서도 도드라진다. 특히 〈아픈 아이〉와 〈플로라와 포모나〉는 콜레트가 구현하는 문체의 미묘함을 십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콜레트는 인간의 내밀한 감정을 추상적 관념이나 거창한 언어로 설명하지 않는다. 몸의 미세한 떨림, 낯선 시선과 교차했을 때의 흔들림, 공기의 온도, 옷감의 촉감, 꽃과 과일의 향기와 색채 등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감각적 문장으로 재현해낸다. 삶을 이루는 작고 결정적인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콜레트의 섬세하고 절제된 문체는 독자가 활자를 읽는 행위를 넘어 장면 전체를 온몸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문학적 마력을 발휘한다. 콜레트의 문장은 첫눈에는 간결하고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그 안에는 정밀하게 계산된 낯선 어휘 선택과 비약적 비유가 있다. 이런 이유로 콜레트의 문체는 다소 느린 읽기를 요구받기도 하지만, 독자들은 곧 활자화된 언어의 관습을 깨부수는 강렬한 해방감과 존재적 감각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삶의 가장 미묘한 순간을 포착한 문학의 정수

콜레트의 문학은 극적인 사건보다 삶을 이루는 작고 구체적인 순간들에서 빛난다. 마음이 흔들리는 찰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몸짓, 익숙한 풍경 속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아름다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감추었던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에 인간의 진실을 포착한다. 『지지』는 그러한 문학적 감각을 다섯 편의 작품에서 펼쳐 보인다. 사랑과 결혼을 둘러싼 여성의 선택에서부터 취약한 존재를 향한 시선, 자연의 생명력과 공동체의 의례에 이르기까지 작품들은 인간의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춘다. 각기 다른 이야기들은 하나의 정답으로 수렴하지 않지만, 삶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에서 서로 만난다. 『지지』는 콜레트의 대표적인 문학 세계를 새롭게 만나는 기회인 동시에, 고전이 오늘날에도 살아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대의 규범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려는 사람들과 사랑과 자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싶은 독자들, 감각적인 문장과 정교한 심리 묘사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지지』에서 콜레트 문학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평

콜레트가 손대는 모든 것은 인간적인 생명력을 얻는다.
- 타임스

프랑스 작가 중에서도 가장 프랑스적이다. 사랑이 때로는 여성을 옭아매어 숨 막히게도 하고 때로는 온전히 자신을 지탱해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사람들은 콜레트를 파리의 진정한 여성적 목소리로 여긴다.
- 뉴욕 타임스

역대 가장 사랑받는 프랑스 작가다.
.- BBC

콜레트는 프랑스의 영광이다. - 뉴 리퍼블릭
콜레트의 작품은 순수한 관능이다. 그의 유일한 주제는 감각의 개화요, 본능의 발휘다. - 귀스타브 랑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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