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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많은 엄마들 중에 우리 엄마는 …… 없습니다
마지막 수업 시간이었지요. 소나기가 갑작스레 내리자 교실 안이 소란스러워집니다. 선생님이 수업을 마치자마자 복도에서 손자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뒷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진수야, 할미 왔다.” 아마도 할머니는 먹구름이 몰려드는 것을 보고 곧 학교에서 돌아올 손자를 떠올렸겠지요. 우산을 챙겨들고 걸음을 재게 놀렸을 겁니다. 그 순간에 반 아이들도 복도에서, 현관에서 우산을 들고 누군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기를 바랐을 거예요. 누군가 데리러 올 사람이 있건 없건 말입니다. 청소 검사를 맡으러 가는 길, 소은이는 현관에서 주춤거리며 아이를 데리러 온 엄마들을 봅니다. 엄마들은 큰 소리로 아이를 부르고, 아이와 눈을 맞추고, 얼굴을 한번 쓰다듬기도 하고, 꼭 껴안기도 합니다. 소은이는 엄마가 오지 못하는 줄 압니다. 그래도 엄마를 찾아보지만 역시 엄마는 없습니다. * “먹구름 뒤엔 언제나 파란 하늘이 있다…….” 소은이는 성찬이, 진수, 은영이와 현관 입구에 쪼그리고 앉아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립니다. 그 때 선생님이 나타나지요. 학교 숙직실에서 선생님과 함께 라면을 끓여먹는 일은 아무 때나,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축축한 오후에 먹는 라면 맛도 맛이지만 그 재미가 아이들을 더 기쁘게 했을 겁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지요. 검은 먹구름 위에는 늘 파란 하늘이 있다는 것, 땅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파란 하늘은 늘 제자리에 있다는 것을요. 소은이와 아이들은 그 말의 속뜻을 알 듯 모를 듯합니다. 하지만 뭔가가 마음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압니다. 창턱에 기대어 하늘을 보는 아이들의 뒷모습은 저마다 다릅니다.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소은이는 선생님의 말을 되뇌고 있었지요. “먹구름 뒤엔 언제나 파란 하늘이 있다…….” * “얘들아! 저 오동나무 잎, 넓어서 우산 될 거 같지 않니?” 선생님과 보낸 시간이 우산이 없어 집에 가지 못한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주었습니다. 빗방울도 가늘어지고 아이들의 마음도 가벼워졌습니다. 웃음이 아이들의 속에서 터져 나옵니다. 돌아가는 길, 네 아이는 오동나무 잎을 하나씩 우산삼아 듭니다. 그리고 문득 올려다보니 파란 하늘이 있었습니다. 소나기가 내린 날, 데리러 오는 이가 없어서 잠시 마음이 무거웠지만 이제는 괜찮습니다. 그런 마음은 잠깐, 그런 일은 잠깐이니까요. 먹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고 나면 세상은 맑아집니다. 그리고 잊지 마세요. 비가 내리는 순간에도 파란 하늘은 늘 제자리에 있다는 것을요. * 기획 의도-작가의 말 이 책은 비 오는 날 엄마를 기다렸던 아이들과,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가지 못했던 모든 엄마들을 위한 책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소나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우산도 없고 나를 데리러 올 누군가도 없을 때, 먹구름으로 가득한 작은 마음들은 비에 흠뻑 젖어 천근만근이 될지도 모릅니다. 우산이 없는 아이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면서 엄마를 그리워하고, 엄마는 분명 그런 아이를 생각하며 애달픈 마음을 애써 쓸어내릴 것입니다. 『비가 오면』에서 저는 그런 상황이나 처지에서도 우리네 인생은 나름대로 힘을 내고 살아갈 것들을 만날 수도 또 뜻하지 않은 희망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그 만남은 마음을 나눌 비슷한 처지의 친구일 수도, 이 책에서처럼 따뜻한 라면 한 그릇을 끊여 주시는 선생님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저 우산을 대신해도 좋을 만큼 커다란 오동나무 잎 한 장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건 비 오는 날 우산이 없는 아이들이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삶의 소중한 경험들이 될 것입니다. 먹구름 뒤엔 언제나 파란 하늘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비가 내리는 동안에도 파란 하늘을 잊지 마시고 여러분도 꼭 자신만의 오동나무 잎을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신혜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