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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한 생을 잘못 살았다
김사람
천년의시작 201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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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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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춤추는 꽃의 밀담 13
당신 곁, 소복이 쌓이는 음악 15
잔혹한 플롯 16
그 여자의 초상 18
무지개 속 어딘가를 헤매는 그녀를 위한 발라드 20
장 님, M씨는, 밤 을, 무 서워 한 다, 23
최면에 걸린 노루 24
음악의 내부 26
살 28
부치부치 31
인면어 34
(고양이)방울 35
과대망상 38
그녀만의 포스트-잇 40
연애편지 42
여자 45
백야 46
그녀의 사생활 48

제2부
부메랑 53
살 2 55
셀카 놀이 58
영원을 부르는 벨칸토 창법 61
나의 머리칼을 생각하며 63
마에스트로 볼셰비키 모짤토벤 64
죽은 베를리오즈를 위한 즉석 환각 교향곡 66
거룩한 것들 72
햄버거 제사 기도와 머리카락 75
Miss 공간 Mr. 시간 77
새에게 비밀을 말하다 ―음성기록파일 80
동성로 배틀 81
치마 83
타카 85
물과 나비와 파란 눈을 가진 별 87
회전식 타워 레스토랑 88
하스피텔 마이너스 23시 59초 90
알코올램프가 켜져 있는 비커 속 개구리 92
멜랑콜리 야구왕 93
뉴 욕 97
밴드 만들기 100
히키코모리 108

제3부
로버트와 미스터 로버트의 생을 추억함 113

제4부
디스토션 139
살 4 142
사랑# 143
자화상 ―키메라 바리안테 146
BDSM 148
홀 151
이상한 책 152
해부학 강의 154
교육적으로 아이들은 죽어갔다 156
석 상 화 157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159
현미경 161
부록 162
달이 하늘을 삼킨 밤 164
인화(2002×1976) 165
우파루파를 찾아서 167
종 169
구름이 기울던 날 ―난장이나라 171
백워드마스킹 174

해설
남승원 _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악몽과 더불어 181

저자 소개 1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2008년 《리토피아》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나는 이미 한 생을 잘못 살았다』 『나는 당신과 아름다운 궁에서 살고 싶었을 뿐이다』 『DNA』, 장편 어린이소설 『은하』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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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0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88g | 128*188*15mm
ISBN13
9788960212435

책 속으로

여기, 이미 한 생을 성공적으로 잘못 산 사람이 있다. 그의 첫 시신詩身을 살펴보고 더듬어보는 것이 즐거운 까닭은 시공과 차원을 초월한 수많은 언어들로 몸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김사람의 시작詩作은 육체의 불완전성과 한계성으로 인한 연민으로 시작한다. 「잔혹한 플롯」에는 투병 중인 어머니와 이를 지켜보는 아들이 있다. 그의 불안심리와 복합감정이 빚어낸 ‘역발상의 자궁’이 음화陰畵가 되어 ‘죽음이란 관념’을 잉태하여 “무서운 동생”을 낳으려고 한다. 차원이 갈라놓은 이별의 빈자리에 부재不在의 몸으로 태어난 그 동생은 어머니의 허울이 되어 그의 그림자가 되어 ‘투명한 실루엣’으로 따라다닌다. 김사람에게는 발상의 역발상, 역발상의 발상으로 중의衆意의 세계를 만드는 특별함이 있다. 양화陽畵와 음화陰畵가 살을 섞으며, 양화 속의 음화, 음화 속의 양화, 양화 뒤의 음화, 음화 뒤의 양화, 체위를 바꿔가는 이 움직임은 회상(그리움)과 몽상(기다림)으로 하나의 몸을 만들어 시공과 차원을 초월하여 영원을 부를 자리를 찾고 있다. 벨칸토 창법으로 불러야 하는 이 영원가永遠歌는 음화陰畵의 눈으로 봐야 한다. ‘투명한 실루엣’이 온몸의 공명으로 전신의 자궁字宮으로 부르는 이 노래는 영원을 부를수록 그 몸이 커져간다. 시공과 차원의 경계를 지우며 점점 더……. 이것은, 성공成空을 이루어가는 사람이 언어의 질료로 영원체永遠體를 확장해가는 끝없는 생의 과정이다.
- 여정 (시인)

김사람은 ‘선택과 배제에 따른 감정의 절제’라는 시의 기존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적어도, 그의 언어는 질서와 순순히 타협하지 않는다. 불화를 각오하고, 반목을 거듭한다. 싸움과도 비견될 그의 시 쓰기는, 그러나 격하지 않다. 그러한 시에서 만날 법한 엄청난 속도감이나 수다함이 없다. 대신 진공과 서늘함이 만든 감정이 곳곳에 자리를 틀고 번져간다. 이것은 슬픔이다. 살아 있음에 대한 각성과 살아, 혼자 있음에 대한 각오로부터 비롯된 감정이다. 이 슬픔을 기반으로 은유와 진술이 몸을 섞고, 감각과 이성이 뒤엉킨다. 그런 가운데 드러나는 육체와 통증 그리고 신음은 더없이 거칠지만 한편 지극히 섬세하여 이따금 황홀해지기까지 한다. 한 편 한 편 넘기면서 자꾸 멈칫대다가 나는 홀로 살아남은 자에 대한 상념에 빠져버렸다. 김사람이 중얼거리는 이 연약한 환시幻視의 단단한 몽환夢幻 앞에서 사람은 빈 몸이고 맨몸이고 기어코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이니까. 이제야 나는 그의 이름이 이해가 된다. 그래, 여기 사람이 있다.

유희경 (시인)

인면어

돌계단은 밤이면 좋겠다

임신한 고양이로 맘껏
우울해져보기도 하는

연못 벤치에 기대어
표정 없는 표정으로 울 수 있다면

너의 낯처럼
방이 차가워졌다

너가 다녀간 꿈이
기억나지 않아

새를 쫓았다


물과 나비와 파란 눈을 가진 별

나는 너를 구성한 물이다
형상을 버렸다

체온 차를 이용해
너에게 갈 수 있을까

깨지고 남은 우리는 나비일 뿐

파란 별이 사는 너의 눈엔
해가 뜨지 않고

너를 넘본 불빛은
우주로 스미지 못해
진공의 시간으로 변했다

나를 기억하지 마라

별이 익사한 나비 시체라면
나는 어디로 가서 무엇이라 불리우고 있을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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