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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날, 할아버지에게서 선물을 받은 줄리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할아버지의 선물은 돌아가신 할머니가 남긴 구닥다리 금색 시계였던 것. 아빠는 그 시계가 스위스제라면서 감탄하지만 친구들에게 뽐낼 수 없는 시계란 줄리에게 있으나마나다. 단짝 친구 클루에한테도 숨기려다가 겨우 사정을 털어놓게 되는데, 맙소사! 놀러 나갔던 공원에서 시계를 잃어버렸다. 시계를 잃어버린 사실을 숨기기 위해 난생 처음 혼자 목욕을 하고 혼자 잠자리에 드는 줄리.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줄리에게 “넌 약해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해냈어. 넌 정말 훌륭했어!”라고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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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의미를 알려 주는 깔끔한 동화
크리스마스와 어린이날, 생일날, 백 점짜리 시험지를 받은 날, 착한 어린이상을 받은 날, 오랜만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신 날, 이 기쁘고 좋은 날들이 갖는 공통점은? 바로 선물이다. 선물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랴마는 아이들만큼 순수하게 선물을 기다리고 반기고 기뻐하는 존재도 없을 것이다. 엄마 아빠가 베풀어 주는 온갖 의식주와 관심, 애정, 보살핌을 선물이라고 하지는 말자. 아이들이 정말정말 슬퍼할 테니까. 아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손에 잡히고 만질 수 있고, 무엇보다도 친구에게 뽐낼 수 있는 그 무엇이다. 그러니,『키 크는 시계』의 줄리가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생일 선물을 풀어 보고 실망하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남긴 금색 손목시계라니. 여덟 살 줄리에게 야광바늘은커녕 별 하나, 꽃 한 송이 그려져 있지 않은 밤색 줄의 구닥다리 시계가 반가울 리 없다. 아빠가 아무리 스위스제 시계라고 감탄을 해도, 엄마가 아무리 할머니를 떠올리며 감상에 잠겨도 줄리는 그 시계가 달갑지 않다. 게다가 시계를 받은 다음부터 이상하게도 어른들은 줄리가 이제 쑥쑥 자라게 될 거라고 말한다. 시계 하나 받는다고 갑자기 키가 크기라도 한단 말인가? 줄리가 하룻밤 사이에 쑥 커버린 이유 『키 크는 시계』에서는 어느 날 낡은 시계를 선물 받은 줄리에게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키 크는 시계’라고 해서 시계의 요정이 짠, 하고 나와 뿅, 하고 요술봉을 휘둘러 줄리의 키를 한 뼘쯤 키워주는 건 물론 아니다. 시계가 어떤 특별한 힘을 갖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줄리는 시계를 선물받자마자 다음 날로 곧장 잃어버리고 만다. 단짝 친구 클루에와 함께 베이비시터를 따라 놀러나간 공원에서 시계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만 것. 시계에 특별한 힘이 있었다고 해도 그 힘을 발휘할 만큼의 시간 여유도 없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줄리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시계는 또 뭐고? 줄리가 받은 선물이 시계였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는 시간의 흐름을 가시화시켜 준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에게 퍽이나 상징적인 선물이 되는 것이다. 어른들이 시계를 선물받은 줄리에게 이제부터 쑥쑥 클 거라고 기대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저 시간이 흐르는 데 따라 가만히 있어도 자연히 자란다고 하면, 그건 참 서운한 일이다. 아이들은 매 순간순간 안간힘을 쓰면서 세상에 대해 온몸과 마음을 부딪쳐 가면서 힘겹게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시계를 잃어버린 줄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어떻게 하나, 어떻게 하나, 어떻게 하나. 하지만 없어진 시계를 다시 찾을 방법은 없으니 최대한 발각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수밖에. 줄리는 맨 손목을 감추기 위해 난생 처음 혼자서 목욕을 하고, 함께 태엽을 감자는 엄마 아빠를 피하기 위해 난생 처음 혼자서 잠자리에 든다. 그러자 나중에 모든 걸 알게 된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놀라워! 줄리 네가 그 시계를 잃어버린 뒤로 마치 큰 애들처럼 모든 걸 혼자서 했잖아.” 성장은 마법이 아니다. 하룻밤 자고 났더니 키가 쑤욱 큰다거나 별안간 어른이 된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어른들은 어느 순간, “어머나! 네가 어느새 이렇게 자랐구나!” 하고 호들갑을 떨 뿐, 아이들이 그렇게 ‘쑤욱’ 자라나기 위해 겪는 온갖 시행착오와 아픔은 제대로 들여다볼 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들이 시계를 선물받은 줄리에게 쑥쑥 클 거라고 기대한 것은 맞고도 틀리다. 시간은 흐르고 아이는 자란다. 하지만 줄리가 정말 쑤욱 큰 것은 시계가 없어지고 나서이다. 장애물을 하나하나 통과하는 일, 그것이 바로 성장이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잘못을 털어놓는 줄리에게 “넌 약해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해냈어. 넌 정말 훌륭했어!”라고 말할 줄 아는 엄마란 얼마나 멋있는지! 잔소리하고 윽박지르고 일일이 지적하지 않으면서도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들이란 참 많다. 시계를 선물하고, 큰 기대를 하고, 무언가 잘못되었을지라도 실망하지 않는 것, 그리고 거기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 감탄해 주는 것. 이만하면 아이의 성장이라는 장관을 지켜보는 자세로 부족함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고! 내가 못살아, 그게 얼마짜리 시곈데!” 정도로 내공이 부족한 엄마들에게도 퍽 유용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