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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건드려주었다
이상인
천년의시작 201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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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소 울음소리 13
현미밥을 지으며 14
문장리 15
이륜耳輪 17
선암매 18
순천역이 가슴속에서 떠나갔다 19
둥근 하늘 21
쥐눈이콩 22
툭, 건드려주었다 23
물방울 24
반짝이는 어둠 26
뻐꾸기 둥지 27
황태찜 29
민들레 우주선 31
풍진이의 봄날 32
경經, 중얼거리다 33

제2부
애기사과 37
하늘로 밀려가는 파도들 38
풍진이의 겨울 40
여명 41
오리들의 묵념 43
폐자전거 45
세 명의 내가 쓴 시 47
휘리릭 휘리릭 48
매미 49
어머니의 눈 50
난꽃 52
빨간 신호등 건너기 53
배 54
번데기 55
황금 붕어 56
붉은 주머니 58

제3부
목이전木耳傳 63
시래기 65
소쩍새 울음 66
한 무리의 은어 68
수숫대 70
천둥 71
보리밭 72
12월 74
이상인 씨의 농사法 75
마루 77
낚시하는 잠자리 79
빨래방을 나오며 80
겹겹의 배춧잎 81
들깻잎 82
제비꽃 무덤 84
애장 터에서 85

제4부
섬진강 노을 89
식구 91
콩꽃 92
고구마 93
태풍 94
백설白雪 95
백일홍 96
황사 97
대추나무 98
꽃무릇 사랑 99
망가진 소리판 한 장 100
벚꽃 102
수평선 103
대나무처럼 104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105
월산 이현도 씨네 매화나무 106

해설
염창권?겹으로 짠 우주그물에서 날아온 나비 107

저자 소개 1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광주교육대학을 졸업했다. 37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동시를 썼으며, 시 낭송회와 시 화전을 열고, 문집을 만들었다. 1992년 [한국 문학] 신인 작품상에 시가 당선되었고 2020년 『푸른사상』 신인 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해변주점』 『연둣빛 치어들』 『UFO 소나무』 『툭, 건드려주었다』 『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등이 있다. 송순문학상, 우송문학상을 받았다. 현재 광양 진상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근무하며 시와 동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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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208g | 128*188*20mm
ISBN13
9788960212718

책 속으로

툭, 건드려주었다

벼랑 돌 하나를 굴려주었다.
일억 이천만 년 동안 나를 기다려
비탈길 하나를 굴러 내린다.

한 번의 구름을 위해
수만 번의 심호흡과 몸을 둥글게 말아가며
자세를 가다듬었을 것이다.

그 오랜 침묵의 무게를 벗고
파닥 날개를 펴는 새처럼
땅을 박차고 힘껏 뛰어 내려갔을 것이다.

단 한 번의 밀어줌으로
간단없이 급한 비탈의 경계를 넘어
다음 생에 당도한 바위 조각,
거기서 또다시
누군가 툭 건드려주는 일이 또 생길 듯이
깊은 꿈을 꾸듯 기다려야 한다.


문장리

사람들은 짧은 문장 안에서 산다.

잠시도 문장을 벗어나 본 적 없는 명사들이
서툴게 쓴 문장 길을 어슬렁거리고
문장의 크기만큼 열리는 오일장에는
싸고 풋풋한 언어들이 넉넉하게 팔린다.
몇 대째 한 문장에서 함께 사는 이들
고치고 고쳐도 허술한 생을 베개 삼아
저녁이면 30촉짜리
밝은 주제 하나 켜놓고 잠든다.

개구리 떼도 긴 문장 속에서 운다.

어쩌다 문장을 펄쩍 뛰쳐나간 놈들은
소문처럼 아침 안개로 떠돈다.
별들마저 새까만 밤하늘의 첫 페이지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으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전설을 수놓는
이 문장 안에서, 문장 사람들은
서로 뜻이 잘 통하는 한 구절 문장일 뿐.

부대끼며 힘들게 살다 보면
눈인사만 나누어도 금방 친숙해지듯이
짧고 간결한 내용의 문장들이
다시 태어나고 새롭게 고쳐 쓰이다가
결국은 삶의 비틀린 얼룩 자국처럼
세월의 비누로 깨끗이 지워져가는 것이다.

짧고 긴 문장 안에 사는 것들이 많다

--- 본문 중에서

추천평

지그시 거침없음, 이게 이상인 시의 묘한 매력이다. 각별하거나 사람을 놀라게 할 만큼 이마에 탁 부딪히는 선뜻함은 아닐지라도 넉넉하게 잡아끄는 힘을 지니고 있는 시들이다. “세월을 견디며 삭아가는” 이야기들은 은근한 듯하면서 더러는 “폐허처럼 깊은” 추억의 각인이 되기도 한다. “내면에 파동치는” 울림이 깨끗하고 말간 섬진강 은어처럼 튀어 오를 때 맛보게 되는 시인의 언어가 실은 담백하다. 이 시집에서 “밥물처럼 자갈자갈 끓어넘치는” 사랑스러운 참새 소리를 발견함이라거나 낚싯대로 “힘차게 파닥이며 따라 올라오는 냇물”을 낚아채는 뚝심의 시법이 미더운 한편으로 시인에게 “밑받침으로 얹어주”는 작은 생명들의 깨우침이 노을빛으로 어지간히 아름답다.

강인한 (시인)
질주하는 승용차며 트럭들의 굉음으로 전쟁터 같은 고속도로지만 바로 옆의 야산 하나만 훌쩍 넘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울울한 숲과 숲의 고요가 있는데 이상인이 그렇다. 그 숲의 끝자락에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저수지가 하나 있고 저수지엔 커다란 달이 가득 차 있는데 이상인의 시가 그렇다. 그 저수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적절한 절제의 기예로 균형 잡힌 시를 건져 올리는 시인이 이상인이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늘 달빛이 묻어 있고 바닥에는 익숙한 일상의 고요가 있다. 어두운 밤이지만 어둡지 않고 환한 대낮이지만 눈부시지 않다.
박두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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