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
1 소라의 소리 2 산정의 봉화 3 바닷가의 오두막 4 색칠한 얼굴과 긴 머리카락 5 바다에서 올라온 짐승 6 하늘에서 내려온 짐승 7 그림자와 높다란 나무 8 어둠에의 선물 9 어떤 죽음 10 소라와 안경 11 성채 바위 12 몰이꾼의 함성 작품 해설/유종호 윌리엄 골딩의 생애와 문학 <파리대왕> 論 ―E.L. 엡스타인 중요연구문헌 |
William Golding
윌리엄 골딩의 다른 상품
윌리엄 골딩은 <사실적인 설화 예술의 명쾌함과 현대의 인간 조건을 신비스럽게 조명하여 다양성과 보편성을 보여주었다>는 수상 이유와 함께 198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그의 첫 장편 소설이자 출세작인 <파리대왕>은 1954년, 골딩의 나이 43세 때 출간되었다. 그때까지 장편 세 편을 따로 써 둔 게 있었지만 발표는 하지 않았다. 이미 남들이 써놓은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핵 분열의 엄청난 파괴력을 알게 된 인류가 과연 영속적인 평화를 누릴 수 있을까 하는 냉전 시대의 회의적 분위기가 팽배해 있던 당시에 <파리대왕>은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일반적인 불안의 풍토 속에서 구상된 이 모험담과 우화와 알레고리의 차원을 지닌 이 작품이 발휘한 호소력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특히 영미의 학생들 사이에서 많이 읽혀 작가는 <캠퍼스 대왕>이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하였다. |
온몸을 비트는 듯한 크나큰 슬픔의 발작에 몸을 맡기고 그는 울었다. 섬은 불길에 싸여 엉망이 되고 검은 연기 아래서 그의 울음소리는 높아져갔다. 슬픔에 감염되어 다른 소년들도 몸을 떨며 흐느꼈다. 그 소년들의 한복판에서 추저분한 몸뚱이와 헝클어진 머리에 코를 흘리며 랠프는 잃어버린 천진성과 인간 본성의 어둠과 돼지라고 하는 진실하고 지혜롭던 친구의 추락사가 슬퍼서 마구 울었다.
--- p.303 |
신호소리는 우물쭈물하더니 스러졌다.
장교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잠시 랄프를 바라보다가 권총 꽁무니에서 손을 떼었다. " 안녕 " 자기의 몰골이 형편없이 더럽다는 것을 생각하고 우물쭈물하다가 랄프는 수줍은 듯이 대답하였다. " 안녕하세요 " 자기 질문에 대답을 받은 양 장교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성인들 --- 어른들도 함께 있니 ? " 말없이 랄프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모래 위에서 반쯤 몸을 돌렸다. 유색 찰흙으로 온통 몸뚱이에 줄무늬 색칠을 한 소년들이 손에 손에 뾰족한 창을 들고 모래사장에 반원을 그린 태 잠자코 서 있었다. " 재미있는 놀이를 했군. " 하고 장교는 말하였다. --- p.300 |
'그러나 나를 붙잡아서 어떻게 할 셈인 거야?'
머리 위에선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자기가 한 소리를 자기가 생각해도 바보처럼 여겨졌다. 그는 바위를 내려갔다. '대체 어떻게 할 셈인 거야?-----' 우뚝 솟아 있는 바위 꼭대기에서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대답소리가 들려왔다. '로저는 막대기 양쪽 끝을 뾰족하게 깎아놓았어.' 로저는 막대기 양쪽 끝을 뾰족하게 깎아놓았다-----랠프는 그 의미를 새겨보려고 하였으나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울화가 치밀어서 생각해낼 수 있는 온갖 욕설을 뱉아 보았으나 그러는 중에 하품이 나왔다. 잠을 자지 않고 얼마 동안이나 버틸 수가 있는 것일까? 그는 하얀 시트가 덮여 있는 침대가 무척 그리웠다. 그러나 여기서 하얗게 보이는 것이라고는 40피트 아래쪽, 돼지가 떨어져갔던 바위께로 서서히 훤하게 부딪히는 물보라뿐이었다. 괘지는 이제 도처에 있었다. 이 좁은 길목에도 있었다. 어둠과 죽음의 무시무시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만약 돼지가 지금 바다에서 돌아온다면, 골이 터져나간 머리를 들고 돌아온다면----- 랠프는 꼬마처럼 훌쩍이면서 하품을 하였다. 손에 들고 있던 막대기를 지팡이 삼아 그는 휘청거리는 몸을 가누었다. --- p.284-285 |
냉전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 대표 작가 윌리엄 골딩
광기 어린 불안과 공포가 도사리는 이분법적 사회의 축소판 인간 본성의 결함에서 사회 결함의 근원을 찾아낸 섬뜩한 우화 “법을 지키고 구조되는 것과 사냥을 하고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 중 어느 편이 좋으냔 말이야?” 핵전쟁이 일어난 가운데 비행기로 후송되던 한 무리의 영국 소년들이 태평양 어느 무인도에 불시착한다. 대여섯에서 열두 살에 이르는 이 소년들은 열두 살 랠프의 지휘 아래 생존 방법 을 찾고 구조를 위해 봉화를 올린다. 그러던 중 불을 관리하던 잭과 랠프 사이에 의견 대립 이 생겨 소년들은 두 패로 나뉜다. 오두막을 짓고 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랠프와 달리 소년들을 겁에 질리게 만든 ‘짐승’을 잡으러 나서야 한다는 잭은 자신을 따르는 소년들과 함께 사냥에 나선다. 불안한 상황에서 소년들 사이의 갈등은 심해지고 리더가 된 잭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은 점점 광포해진다. 『파리대왕』은 인간 내면에 기저하고 있는 악, 권력욕, 지배욕의 일면을 보여 주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정상적인 사회와 사회를 유지하는 규율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강력 하게 보여 주는 현대의 고전이다. 핵무기의 파괴력으로 평화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팽배했던 냉전 시대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 준 이 음울한 우화는 전 세계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호소력 을 발휘했으며, 두 차례에 걸쳐 영화화되기도 했다. ▶ 윌리엄 골딩의 소설은 사실주의 서술 기법의 명쾌함과 신화적인 보편성과 다양성을 이용 해 현대의 인간 조건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 스웨덴 한림원, 노벨상 수상 이유 ▶ 윌리엄 골딩은 1950년대 이래 가장 중요한 인물이며, 『파리대왕』은 세계적인 고전이다. ─ 맬컴 브래드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