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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책력冊曆 9
작품 해설│박수연 115 이탈과 귀환 |
金正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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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씨도 미래의 처음이다.
라틴어 성경 소리 아닌 문구보다 새롭고 또 새로운 미래의 거처지. 그렇게 말하는 소리 책력이 있다. --- p.9 사물이 사물 묘사다. 단 하나의 사물이 단 하나의 사물 묘사다. 어리굴젓도 목재 문도 죽은 생명이 명사로 다시 태어나는 언어 기쁨으로 몸을 떤다. --- p.52 인간의 연민과 죽음이 다시 의인화하여 인간을 인간적인 슬픔으로 보챈다는 거, 우리가 그것을 인간의 불행이라고 부를 자격이 우리에게 없다. 우리는 슬픔으로 나름 고귀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가장 슬픈 것이 먹이사슬이건만 슬픔의 우리 속에 여전히, 아니 갈수록 참칭하는 인간밖에 없다. --- p. 91 죽음에 생각과 사실의 차이가 무슨 소용인가, 그렇게도 말하는 소리 비슷하지만 아니다. 죽음이 피아노 무덤과 다를 게 있겠느냐는 소리에서 온갖 부정(否定)이 씻겨 나간 소리의 피아노 무덤이 있다. --- p. 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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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있는 낱낱의 사물들
시집의 해설을 맡은 박수연 문학평론가의 선언대로 『소리 책력』은 시로 쓴 예술철학이다. 쉽게 가시화되거나 언어화될 수 없는 시간의 흐름과 순환을 ‘책력’이라는 구성 안에 ‘소리’라는 형식으로 시인은 담아낸다. 하루, 한 달 그리고 한 해가 끝나면 다음 해가 시작되고 그다음의 해는 그 이전의 해가 끝나는 시간의 영향력을 올곧이 받는 것처럼, 『소리 책력』의 모든 시어는 서로가 서로를 순서에 상관없이 호명하며, 책력 안에 소리로서 놓인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처럼 반복되며 각자의 인생처럼 변형된다. 그렇게 세상의 모든 소리는 홀로 있는 낱낱의 사물이 된다. 개별적 존재를 소리를 통해 호명하는 것, 그것들을 이어 가는 것……. 그것이 김정환 시 세계의 요체이자, 『소리 책력』의 힘이다. 품을 수 있는 슬픔, 품고 있는 미래 시인은 기나긴 시편의 마지막 문장으로 “품을 수 있는 것이 슬픔이다.”라는 명제를 남긴다. 11월에서 시작하여 12월에 마무리되는 이 독특한 책력에서, 독자가 얻는 한 줌의 계획표는 슬픔을 통과한 미래일 것이다. 슬픔을 통과했다고 하여 밝고 찬란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홀로 품어 깊어 가는 슬픔에 가깝다.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 제대로 슬퍼하자는 것이다. 소리라는 형식의 음악은 끝내 ‘죽음’에 도달한다. 아름다운 음악은 단 하나의 음표도, 한 순간의 박자도 놓치지 않는다. 시인은 『소리 책력』을 통해 의식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언어의 연쇄 속에서 시간과 세월을 포착한다. 거기에서 사물들은 태어나고 죽는다. 죽음이 있고 슬픔이 있다. 슬픔, 그다음은 무엇인가? 시는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지만, 가끔 시는 모든 것을 대신하기도 한다. 『소리 책력』은 지난 세월의 슬픔을 대신 품어 아름다운 시집이다. 미래에서 온, 오래된 책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