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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참히 죽자
단단하게 살다 참되게 살다 죽어서 다시 거짓말처럼 피어나는 숯이 되자 시뻘건 사랑의 불씨가 되자 ---「숯」중에서 비가 오면 붉은 눈물 흘리며 눈이 오면 하얀 척추 하나로 시간의 침묵과 싸우며 공허를 지키는 속 깊은 충성 쓸모를 다할 때 어떤 훈장이 달릴까 어느 박물관에 안장될까 ---「쓸모」중에서 풍경을 세탁하며 찌든 생각들을 흘려보낸다. 생의 자리마다 숭숭 구멍이 뚫리고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웃자란 시간들. 비 오는 거리마다 실체를 상실한 추억들이 우산도 없이 서 있다. ---「비의 그림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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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동안 강물을 가로지르는 수달의 숨소리가 들렸다. 마른 논으로 들어가는 물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그의 시에는 생명의 아가미가 너울댄다. 아가미는 담백한 흰색 부채를 닮았다. 음파음파(音波音波), 물보라가 인다. 푸른 들녘 사이로 꿈틀대는 논두렁의 등줄기가 힘차다. 바다를 몽땅 숨결로 바꾸는 흰긴수염고래처럼 희고 크고 눈부시다. 생명의 파동이 인다. 빛으로만 헤엄치다가 관에 갇힌 형광등의 방전관 속에서, 시인은 수의를 입을 때까지 언어의 물보라를 일으킨다. 물알을 밀알로 바꾸는 숙명, 낟알에서 다시 떡잎을 꺼내듯 시인은 깨우는 사람이다. 운파운파(韻波韻波), 그의 시는 신명을 깨운다. 그는 낳는 사람이다. - 이정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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