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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토마토를 들고 나는 설탕을 준비하고
이현숙
문학의전당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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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전당 시인선

책소개

목차

제1부

만화가 13/사과의 언어 14/여름호 15/옥수수의 하루 16/배열 18/복숭아씨 19/푸른 맛의 사과 20/나와 도시 22/껍질은 웃는다 23/먹물빵 24/흰의 숨결 26/나는 세일 중 27/운동은 운동 중이다 28/너는 토마토를 들고 나는 설탕을 준비하고 30/흉터 32

제2부


벌레 의자 35/미래의 개 36/알고리즘 38/몽유의 정원에서 40/수렁의 지도 41/종이책을 추모함 42/터미널의 유령 44/사과꽃 사진 한 장 45/버섯을 볶는 오후 46/머그컵 48/흙인형 49/여기서부터 마술 50/졸피뎀 52/둥글고 흰빛들이 이마 위를 둥둥 53/사과는 사과의 방에 앉아 54/피켓을 든 달리아 56

제3부


즐거운 자두 59/두루마리 당신 60/가족의 탄생 62/타일의 감각 64/죽은 새를 안고 65/음지 정원 66/스콘 68/산책 70/굽은 등에 달 하나를 얹고 71/신간 72/텀블러 74/다짐 76/블러드문 77/감기 78/타일의 얼굴 80/우리가 멀어지는 방식 82

제4부


의자 만들기 85/개방형 창고 86/개와 꽃과 거품 88/돌로 오해받길 원하는 오리 89/새 없는 대숲에서 90/복사 92/여자와 나무와 개 93/분홍 94/천천히 붉어지는 중 96/잊힌 집의 모과나무 97/망개의 집 98/정물 100/허밍버드의 계단 101/Labubu 102/생각 끄고 불 끄고 104

해설 이병국(시인·문학평론가) 105

저자 소개1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진주교대 초등교육과를 졸업했다. 2024년 《경남작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5년 경남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78g | 125*204*7mm
ISBN13
9791158967215

책 속으로

애독자가 없는 만화가는
스스로 독자가 되어 이야기를 기다린다

눈이라 말하면 정말 눈이 내린다

문 하나가 있다면 의심 없이 그저 밀고 들어간다

야근을 끝낸 한 사람이
문을 나선다

-그냥 자고 싶으니 노크도 전화도 하지 말아요

우리가 낮이라 부르는 시간은
사실 밤일지도 모른다

애독자가 없는 만화가는
스스로 독자가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 「만화가」 중에서

흔들어 보았다
어떤 노래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꼭지를 뗀 사과 하나를 길게 던졌다 너는 받지 못하고
푸른 멍이 번진 사과는 곡선을 그리며
풀숲 너머로 날아갔다

사과밭은 찬란했고
사과들은
수천 개의 별로 폭발했다

두 손에 들 수 있는 사과는 단 두 개의 사과,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람들은 늘 무언가 아쉬워하고 섭섭해했다
--- 「사과의 언어」 중에서

팝콘은 처음을 보여주지 않는다
부풀어 오르는 시간은 짧고
터져버린 몸에서 옥수수의 얼굴은 지워진다

옥수수를 사랑하는 걸까
팝콘을 사랑하는 걸까

연애에 빠진 사람들은 늘 둘 다 사랑한다고 말한다
멈추던 손이 다시 한 알 한 알 입속으로 집어던져 넣는다

이것을 사랑이라 부르자
이것을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하자

수학 시간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공식을 만든다

오타는 명제가 될 수 있다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팝콘은 은밀하고 중독성이 강하다

나는 몇 번의 옥수수였고 몇 번의 팝콘이었을까

터져버린 몸에서
더 이상
옥수수의 모습을 찾을 수 없더라도

손이 가다 보면 팝콘이 피어난 상처를 이해하게 된다
--- 「옥수수의 하루」 중에서

잘 익은 토마토는
강아지였다가 고양이였다가 연인이었다가
재미있는 글자가 된다

거꾸로 읽어도
옳게 읽어도

토마토는 예외 없이,
스스로를 해독하기 어려운 암호다

세상 모든 달콤한 것들은 과즙을 품고
나에게로 오다 뭉개진다

축제는 늘 가까이 있다
우리는 모두 토마토를 던지며 서로의 얼굴을 찾는다

너와 나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연인,

너는 토마토를 들고
나는 하얀 설탕을 준비한다
--- 「너는 토마토를 들고 나는 설탕을 준비하고」 중에서

오른편에서 걷던 개가 어느새 내 앞을 걷는다
나는 저 개를 ‘미래의 개’라 부른다

연한 갈색 털이 눈을 덮었고 꼬리는 힘없이 늘어졌으며 한쪽 다리를 절며 걷는다

미래의 개는 지쳐 있다
검은 입 틈으로 분홍 혀를 내밀고 거친 숨을 몰아쉰다

두 개의 길이 나란히 열려 있다
그중 아래쪽 길을 걷는
나와 개를
국도를 달리는 버스 안 누군가가 무심히 바라본다

웃는 걸까
우는 걸까

표정 없는 버스는 늘 반대 방향으로 멀어진다
사라진 과거가 된다

미래의 개는 멈추는 듯 멈추지 않고 산책이 끝날 때까지 걷는다
하얀 대문 앞 미래의 개는 나보다 먼저 도착한다
나는 개의 목걸이를 벗긴다

--- 「미래의 개」 중에서

출판사 리뷰

빛을 안으로 끌어당겨 내적 단단함을 추구함으로써 아름다운 무늬를 지닌 옹이의 언어를 구현하고 있는 이현숙 시인의 이러한 시적 수행은 시인으로서의 자기 존재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닮았다. 물론 시인과의 사적 친분이 없기 때문에 이를 순전히 시집의 시편들을 통해 읽을 수밖에 없지만 「죽은 새를 안고」에서 짐작할 수 있듯 “무언가를 끄적이다가 종이를 구”기고 그 안에서 “슬픈 날갯짓 소리”를 듣는 시인의 고뇌는 이러한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불안정한 자리에서 위태로운 삶의 층위를 감당하며 “단순하지만 묵묵한 진심”(「버섯을 볶는 오후」)으로 “내가 지은 세상의 이름들”이 “하나둘 어둠 속에 가라앉는” 것을 보면서 “다시 너를 빚”(「흙인형」)겠다고 다짐하는 이현숙 시인의 의지는 이 세계를 기술하는 존재로서 시인이 지녀야 할 윤리적 책임감이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지 분명하게 지시하고 있다.

장맛비가
그릇을 두드리자
사료는
물고기가 된다

밥그릇은 이제 연못,
남은 사료는
부레처럼 부풀어 물속 집을 짓는다

빗줄기를 바라보다가 졸고 있는
개도 고양이도

이제 정물이다
비는 멈추지 않고

그릇은
깊어진다
― 「정물」 전문

소품과도 같은 이 시는 이현숙 시인의 시적 세계에 대한 정서적 감응을 불러온다. 저 바깥에 사료가 담긴 “밥그릇” 하나가 놓여 있다. 그곳에 “장맛비”가 쏟아져 그릇에 담긴 “사료”가 물에 잠긴다. 시인은 물에 잠긴 사료를 “물고기”로 이미지화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환유된 “밥그릇은 이제 연못”으로 표상된다. 물고기가 된 사료는 “부레처럼 부풀어 물속 집을 짓는다”. 장맛비가 내리는 요란한 풍경을 연못의 고요와 물고기의 물속 집으로 전유하여 정중동의 섬세함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시는 무수한 내면적 상처와 갈등, 그리고 고통을 초월한 실존의 양태를 묘파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어떤 욕망도 표출될 수 없는, 세속적 얼룩이 정화된 무대를 형상화함으로써 시인은 우리에게 순간의 영원과 마주하게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직선으로 흐르는 물리적 시간을 정지시켜 수직으로 내리긋는 “빗줄기를 바라보다가 졸고 있는” 개와 고양이처럼 “정물”이 되어 삶의 실재를 되짚어보게 된다. “하루의 마지막 햇살을 힘껏 끌어당”(「감기」)겨도 올이 잘 풀리지 않는 삶이나 “굴절하는 빛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여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아//수렁과 수렁이 겹쳐질 때/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색”(「수렁의 지도」)으로 전락해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생을 “햇볕에 잘 마른 슬픔 한 켤레”로 만들기 위해 애를 썼던 시간들, 그 웅숭깊은 실존의 낱낱을 어루만질 수 있는 이해와 공감의 찰나를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우리의 삶 역시 “굽은 등에 달 하나를 얹고”(「굽은 등에 달 하나를 얹고」) 그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는 깊이를 구할 수 있을 테다.
― 이병국(시인·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언제부턴가 내 몸에서
빗소리가 난다.

눈물과
비는
닮은 꼴이다.

혼자일 때만 진짜다.

손을 씻고
거울을 보고

내 몸에서 빗소리가 마를 때까지
나는 쓸 것이다.

2025년 11월
이현숙

추천평

교조적(敎條的)이지가 않다. 중앙에 대한 욕심도 없다. 내 눈에는 분명 변방인데 등단이며 발표라는 말에 대해서도 늘 초연하다. 그러나 “애독자가 없는 만화가”는 얼마나 고독할까. “스스로 독자가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나”(「만화가」)갈 수밖에 없다. 이현숙의 “사과밭은 찬란하고/사과들은/수천 개의 별로 폭발”하지만 “두 손에 들 수 있는 사과는 단 두 개”(「사과의 언어」)라는 사실 앞에 자못 안타까워한다. 진열과 폐기를 반복하고 껍질 모으기를 거듭한다. “아직 다 듣지 못한 이야기를 가진 사과를”(「푸른 맛의 사과」) 갖기 위하여, 새로운 공식을 만들고 배열을 만든다. “몸에서 마음이 떨어져도 나는 나를 버리지 못”(「나와 도시」)하고 그렇게 끝끝내 자신의 내부에 가 닿아보려는 의지. 일류와 이류에 연연하지 않는 오롯한 이현숙의 시편들에 지지를 보낸다. - 유홍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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