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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던 길들이 붕장어 떼 되어 몰려온다
이중도
천년의시작 2019.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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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시인선

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심장을 11
육식주의자 12
사라졌던 길들이 붕장어 떼 되어 몰려온다 14
고래 16
처용 18
만조 20
퇴근길 22
가오리 24
어느 십일월 저녁 26
가랑비 오는 날 28
개집 30
여객선 터미널 32
성찬식 34
천막 횟집 36
참 더러운 중년이다 38
사무원 40
카누 42
돌아가고 싶은 얼굴이 43
고등어회 44
허허 45
연명 포구에서 46
여자 48
달동네 50
해무 52
재규어를 만나면 재규어를 죽이고 54
애조원 56
늙은 어부 59
숲 60
신림동 62
고시원 64
그곳에도 숲이 있었다 66
나비 68
관악산 입구 70
소라 껍데기 73
펜팔의 추억 74
한파 76
한퇴마을 가는 길 78
당금마을 80

제2부

내죽도 83
아랫방에 혼자 살았다 84
원문만 86
오솔길 88
나는 너다 89
내 속의 바다, 너는 90
청둥오리 91
매물도에서 92
돌담집 94
이중섭 96
북서풍 97
붉은 흙 98
푸른 공룡의 등뼈를 따라 100
억새 산 101
참 맑은 날 102
전설 104
너는 온다 106
2018년 봄 109

해 설

송기한
식물적 죽음을 일깨우는 야생의 힘 111

저자 소개 1

1970년 경남 통영 출생. 서울대학교에서 법학 전공. 1993년 『시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통영』 『새벽 시장』 『당신을 통째로 삼킬 것입니다』 『섬사람』 『사라졌던 길들이 붕장어 떼 되어 몰려온다』 『고래 서방』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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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216g | 129*208*10mm
ISBN13
9788960214354

책 속으로

오천축국의 법에는 목에 칼을 씌우거나 몽둥이로 때리거나 감옥에 가두는 형벌이 없다 죄를 지은 자에게는 죄의 가볍고 무거움에 따라 벌금을 내게 하지 죽이지 않는다 국왕으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매를 날리고 사냥개를 달리게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길에 비록 도적이 많긴 하지만 물건만 빼앗고 곧 놓아준다

혜초가 밟은 오천축국의 길, 도반道伴이 되어 장안까지 따라갔을 것이다
밀교의 경전 문을 열고 들어가 시커먼 문자들과 펄 장난 하며 놀다가
문자들이 잠든 깊은 밤이면 슬그머니 나와 고승의 다반茶盤 곁에 앉곤 했을 것이다

어디에 있을까, 내가 사랑한 길들은
커다란 박 쪼개어 타고 뱃놀이하는 장자처럼
눈 부신 유리 조각 번쩍이는 바다 가로질러 농어 새끼 쫓아다니던 길
하늘을 담아 숙성시키는 빈 술독 되어 터벅터벅 걸어 다니던 산길
쓸모의 내장 모두 되새김질하여 잘게 부숴버린 게으른 황소 되어
주전자 뚜껑에 농주 부어 마시며 돌아다니던 논둑길……

두툼한 밤나무 밑동을 돌아가는 싱싱한 가을 독사처럼
내 혈관을 흘러 다니던 길들이 생각나 홀로 걸어보는 옛 오솔길

푸른 내 몸속을 흘러 다니다가
환한 그리움 따라 너에게로 갔던 길들은 또 어디에 있을까

네 가슴에서 자라 훤칠한 장송들이 되어있을까
지금처럼 눅눅하게 끓는 여름 오후에는 너에게 선선한 그늘이 되어주기도 할까
그 그늘 아래 눈 감고 앉아 매미 소리 요란한 톱질로 몇 그루 잘라
뗏목 엮어 마음의 연안에 띄워보기도 할까

아! 사라졌던 길들이 붕장어 떼 되어 몰려온다

--- 「사라졌던 길들이 붕장어 떼 되어 몰려온다」 중에서

추천평

통영의 시인 이중도 시의 매력은 한마디로 말해 건강한 생명력에 있다. 혈기 왕성한 사내의 식욕과 성욕, 정복욕과 명예욕 같은 것들. 싱싱하고 당당하다. 시를 읽는 동안 자꾸만 코를 킁킁거리게 된다. 땀 냄새와 정액 냄새와 막걸리 냄새는 우리 시단에서는 흔치 않은 후각적 이미지였다. 우리 시사는 소월과 영랑 이래 미당과 춘수의 물굽이를 거치면서 여성 화자의 애절한 기다림의 미학을 구축해 왔었다. 이중도의 언어는 세련된 날렵함을 취하지 않고 원시적 생명력에 의거한다. 갯가 사람들은 바닷바람과 작렬하는 태양에 노출된 생을 산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과 꿈을 다루면서 시인의 말투는 어느새 샤프하고 터프해졌다. 시를 읽는 동안 억눌렸던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 정도야, 여기 사람들의 피부처럼 거친 말씨, 기상을 예측하는 날카로운 직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오.’ 시인의 너털웃음도 함께 들려온다. - 이승하 (시인, 중앙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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