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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고구마를 캐다 참게 옹이 잔 거미 茶器 접이우산 백합白蛤 고로쇠나무 촛불 마사다는 함락되었다 가리비 붕어빵 악어 誤報 시장 안에 골목길이 있다 돼지머리 등대 문고리엔 指紋이 있다 제2부 맛조개 전어 홍옥 새 꽁치의 이력 사무실 양식장 風 혹은 바람 병상일지 6 병상일지 7 지하도 노인과 손수레 밤새 산이 입적하다 그를 표절할 수 없다 벽에 대한 斷想 빈집 제3부 농부 가을 바닷가에 서서 골목에 대한 서정 한 사람이 내게 기대어 왔다 난시 리모델링 이삿짐 사망진단서 자목련 열쇠 재래시장 어귀 김제 역전 모텔 금강산 가는 길 갈대와 모의를 시작하다 제4부 안개 埋木 낙엽에 쓴 편지 귀침초鬼針草 바위에 대한 그리움 몰락하는 강 백수의 꿈 강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노인과 유모차 一年草 哀歌 헌법 제35조 1항 무정란의 강 28년의 꽃 쪽방 익사한 기도 새벽녘 畵集 발문 _ 야성의 시 정신을 기다리며ㆍ임우기 해설 _ 패배한 것들, 약한 것들, 상처 입은 것들, 슬픈 것들ㆍ김춘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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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거리엔 지금 붉은 이슬이 탁본되고 있다 어둠속에서 복제된 일렁임, 비틀거리는 시간과 그 사이 아우성을 앙칼진 고양이 발톱들이 주르륵주르륵 핏줄을 탐한다 저만큼 내달린 속도를 당기는 어눌한 혓바닥, 그 혓바닥 속에 봉인된 이슬이 습기를 흘린다 누구도 이 자리에서 표류할 수 없었다 팽팽한 맨발 경적은 바위같이 단단한 유모차 앞을 서성인다 서둘러 종영된 밤풍경 빗장을 채우는 동안 붉은 거푸집 사이로 이슬이 흐르고 완성되지 못한 긴 문장마다 내림굿을 받고 있다 어쩌랴, 푸석 푸석 삭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뼛속이 텅 빈 소牛 그 그림자에 시퍼런 칼날이 돋는 것을 폐허가 된 밤을 파먹고 있는 정지된 비명이 귓불이 얼얼토록 징을 치고 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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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호 [거리엔 지금 붉은 이슬이 탁본되고 있다]의 시 세계
(김춘식 평론가의 시집 해설 요약) 박희호 시인의 특징은 ‘생의 이력’을 외부의 사물에 투사하여 바라보는 시선에서 주로 발견된다. 어쩌면 그저 평범한 사물이거나 장면이지만 시인에게 그 대상들은 모두 어떤 기억 혹은 삶의 내력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연상된다. 그의 시적 이미지는 연상에 의한 자연스러운 기억의 환기에 의해 생산된다. 송진내가 진한 잔에다 소주를 따르자 푸드득 새소리가 허공을 난다 볕을 품이라 뻗었던 가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덤을 만들었으리라 찢긴 상처 속 바람소리, 새소리 반죽하여 기어이 지독한 향기를 품고 산그늘을 드리웠다 하늘 한 귀퉁이 푸르게 잠긴 옹이 잔 아 네가 상처였음이니 나는, 내 상처에 얼마나 많은 독기를 품었음인가, 향기가 없다 비운 잔 속에 봄밤 뻐꾸기 울음이 묻어 있다 (/ [옹이 잔] 전문) 옹이로 만든 잔에 술을 따르다 문득 그 옹이가 상처였음을 깨달은 시인은 옹이 잔에서 상처의 역설을 느낀다. 상처에 패배와 죽음의 기억을 담으면 독이 되지만 희망과 꿈의 흔적을 담으면 향기가 된다는 역설, 그리고 자연의 소리, 향기에서 오는 순리가 그 상처라는 빈 잔에 담겨 있는 것으로 표현된다. 발상과 표현은 단순하지만 상처에 대한 응시를 옹이라는 사물과 연관시켜 봄밤의 정서를 구체화하는 과정은 소박하면서도 담백한 인상을 준다. 이 작품은 옹이가 지닌 상처의 내력과 시인의 내력이 적절하게 조응되면서 나무의 냄새와 자연적 풍모를 시인의 내적 정서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