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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남의 시집

책소개

목차

제1부 산밭
빨래집게




산밭
북한강에서
민들레
은행나무를 보며
점심
들길에서
새의 귀환
겨울 파밭에서
광주
불귀
들개
들개
당신의 노래
봄길에서
나의 솔개

제2부 개망초
콩나물
양지에 기대어
메꽃 전설
수탉
일획
개망초
새벽길
집으로
갯벌에서
막배
난타
흰 고무신
똥개
꽝꽝나무
자전거
맑은 날
그 사내
언덕길

제3부 겨울 노래
안개비
나의 슬픔
봄의 연가
봄꿈
빗소리
삼송리의 봄
봄노래
매미
초추
가을 편지
이 가을의 노래
가을의 인연
허수아비
귀로
저녁 강
겨울날
겨울섬
겨울새
동면
겨울 노래
꽃피는 봄이 오면

제4부 작은 마을에서
별후
파주역에서
해변길
새벽별
위로
사람의 저녁
하룻밤
답신
가객
작은 마을에서
가업리
레바논의 아이
먼 그대
부랑자를 위하여
벌교
찔레꽃을 위하여
오동리에서
폐교
파랑새
밤배

■ 발문 / 거친 들판을 쏘다니며, 하늘을 나는 꿈을 꾸다 /
이소리(시인, 문학in 대표)

저자 소개 1

1958년 전남 고흥에서 출생했다. 광주상고를 나와 한때 은행원으로 근무하였고 군복무를 마치고 늦깎이로 단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의 기관지 『민족문학』으로 등단. 이후 잡지, 출판, 행상, 목수, 프리랜서 등을 전전하다가, 2006년 3월 귀향한 이후 틈틈이 시를 쓰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및 「고흥작가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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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27쪽 | 128*188*20mm
ISBN13
9788962031027

책 속으로

들개 1

다시 벌판으로 가야겠다
잿빛 새들의 쉰 울음만 붙박인 하늘 끝
정정한 그 숨결 끊어졌다 하여도
남은 발바닥으로 처음처럼 울부짖으며 가야겠다
저 인간의 거리엔 얼마나 많은 꽃들이 피었다 졌던가
목을 빼도 이제 새벽별은 뜨지 않으리라
다만 오랜 갈증만 핏줄 속에 살아서
얼어붙은 한 점 불씨를 되살리겠다
그러므로 결코 나를 길들이려 하지 말라
불 맞은 짐승처럼 절룩일지라도
원시의 풀잎들이 몸을 푸는 곳으로
쉼 없는 바람의 노래 들으러 가야겠다
빛바랜 풀숲더미를 휘적이면서
거칠고 무딘 발자국을 홀로 찍으면서

--- 본문 중에서

추천평

박호민은 울보시인이다. 바람 불어도 울고 비 내려도 운다. 그의 울음에 감염된 나도 그의 시를 읽으면서 뻑 하면 질질 짠다. 세상은 슬프고 적멸€의 길은 아득히 멀다. 어린 아들을 보내고 돌아와 시골 구멍가게에서 외상술 먹는 시인 때문에 세상은 비애로 가득하다. 오늘밤도 선창가에 가을비 내릴 게다. 술 취한 마도로스처럼 박호민은 담배를 길게 내뿜으며 누이의 환생 때문에 짠해질 게다. 나는 언젠가 박호민 시인에게 이런 시를 헌정했다. “검은 바다에 떠 있는 돛배 몇 척/ 저물며 삐걱 거린다 / 지들도 외로운 거다 / 달빛이 붉으니 / 울고 싶을 때 울자” 「돌아오라 쏘렌토로」라는 시다. 그가 삶의 비애에 젖어 너무 멀리 가 돌아오지 않을까 두려워 쓴 시다. 그의 슬픔은 융숭해서 늘 세상의 끝에 가 있다. 나는 그게 무섭다. 그래도 그는 늘 돌아온다. 짓궂은 문우들의 농담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자주 곤혹스럽지만, 그가 울다가 마침내 돌아온 길은 새벽이슬처럼 맑다. 멀리 해 뜬다. 낮술에 취한 앵두나무가 징징거린다, 잘살자고. 잘살자, 시인이여. 비애는 운명일 뿐, 그래서 슬픔은 가벼이 넘는 거다.
오민석(시인, 문학평론가, 단국대 교수)
박호민 시인을 생각하노라면, 자연스레 그의 친형, 박종권 시인이 떠오른다. 휘몰이, 자진몰이로 때론 진양조 가락으로 쑥국새처럼 기막힌 울음을 토해내던 우리 모두의 풍류 가객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박종권이라는 사람이다. 지난 1980- 1990년대에 나는 58개띠생 친구인 박호민보다 그의 친형과 더 깊이 친교를 하며 서울 하늘 아래 살았다. 매매일 얼굴을 마주하면서 시국방담으로 술잔을 들이켰고, 혹여 못 만나면 꼭 전화 통화라도 하면서 그를 친형처럼 모시며 살았다. 조선사내의 호방한 풍모, 그 아쌀한 미소, 그러나 시대의 암흑을 꿰뚫는 어둔 밤배가 되어 노닐다가 비운의 생을 마감해야 했던… 아, 우리들의 박종권 시인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지금 그의 아우인 박호민 시인이 형의 못 다한 후생을 감당하려는 듯 뼛속 옹골찬 시심을 붙잡고 살아가고 있다. “맨살로 붙박인 외진 밭머리/ 깜깜한 바람이 일면/ 드디어, 싸늘한 혼불”로 그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바닷장어가 혼불을 갈무리하던 고흥의 두원 앞바다를 바라보며 해 저문 해송 그늘 아래 앉아, 박호민 시인과 내가 살아가고 있는 비루한 생존을 붙잡고서 밤새도록 그와 술 백 잔을 캐고 싶다.
이승철(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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