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5월 18일 |
---|---|
쪽수, 무게, 크기 | 224쪽 | 268g | 130*195*13mm |
ISBN13 | 9791130637655 |
ISBN10 | 1130637654 |
발행일 | 2021년 05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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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24쪽 | 268g | 130*195*13mm |
ISBN13 | 9791130637655 |
ISBN10 | 1130637654 |
프롤로그 · 18 1장 지극히 주관적인 궁궐 취향 안내서 01 초심자도 마니아도 궁며드는 · 30 │ 02 광화문 한복판 도망칠 구석 · 36 │ 03 한국적인 너무나 한국적인 · 42 │ 04 물과 꿀이 흐르는 · 48 │ 05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 54 2장 궁궐의 돌 01 K-돌의 매력 · 66 │ 02 체스판과 레드카펫 사이 · 72 │ 03 달구경 전망대 · 76 │ 04 진짜 다리는 아니지만 · 80 │ 05 쓸모없고 아름답기를 · 84 │ 06 지금은 힘자랑하는 데나 쓰고 있지만 · 90 │ 07 고궁의 돌짐승들 · 94 3장 궁궐의 나무 01 사시사철 피는 꽃 · 108 │ 02 평양냉면 같은 슴슴한 매력 · 114 │ 03 나무와 나무와 나무로 만든 집 · 118 │ 04 꽃무늬 벽지의 기원 · 124 │ 05 먹보 조상님의 진달래와 400년 묵은 뽕나무 · 130 │ 06 향나무 위의 회화나무 · 136 │ 07 댄스댄스 레볼루션 · 140 08 성격 나쁜 백송 · 144 │ 09 살아 있는 울타리 · 146 4장 궁궐의 물건 01 그림 속 궁궐 사람들 · 156 │ 02 왕실의 행사용품 · 168 │ 03 조선 왕실의 진짜 색 · 176 │ 04 고급 노동력의 상징 · 202 │ 05 조선의 인장 · 214 에필로그 · 220 참고문헌 및 웹사이트 · 222 |
아주 지적인 궁덕을 위한 입문서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을 읽고
동궐도
[출처 :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東亞의 국보?보물 - 동아대학교석당박물관 (culturalspot.org)]
동궐도(東闕圖) 앞에 선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향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현재를 거닐고 싶은 날에는 눈으로 마음껏 궐내를 돌아다닌다. 조선의 본궁인 경복궁 동쪽에 있는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동궐도를 보는 나만의 아주 사적인 시선이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처음 만난 궁궐은 조선왕조 오백년의 빛과 그림자가 고스란히 서려 있는 곳이자 역사적 사건의 무대로만 여겨졌다. 훗날 관광통역안내사를 준비하며 궁궐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게(라고 쓰고 '암기하게'라고 읽는다) 되면서부터 궁궐을 대하는 마음과 자세가 달라졌다.
이따금 서울 출장이 생기면 자투리 시간에라도 궁궐을 찾아가보려 애쓴다. 그것마저 여의치 않을 때 마지막으로 내가 사는 곳의 한 지역대학 박물관에 들러 동궐도를 찾는다. 그러던 중 최근에 궁궐을 산책하는 또 다른 경로를 발견했다. 박물관과 유물을 애정하고 관련 일을 하면서도 궁궐, 이제는 사라져버린 나라의 왕궁과는 거리두기를 했다는 저자가 쓴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이라는 책속에서 말이다. 우연히 궁에 관한 글쓰기를 제안받고 여러 해 동안 고궁을 드나들며 저자로 하여금 끝내 궁궐을 애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조선 궁궐의 매력이 대체 무엇인지 책속에 펼쳐진 궁궐을 한 바퀴 돌아본다.
서울의 도심에는 다섯 개의 궁이 있다. 입덕자도 덕후도 '궁며들게('궁'의 매력에 스'며'들게)'하는 창덕궁부터 광화문 한복판에서 도시인의 숨통을 틔워주는 경복궁, 이국적인 듯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덕수궁, 물과 꿀이 흐르는 창경궁, 그리고 흐릿하지만 다정하고도 끈질기게 남은 경희궁까지. 저자의 표현대로 지극히 주관적인 다섯 궁궐에 대한 소개를 통해 하나로 뭉뚱그려진 궁궐에 대한 이미지가 궁마다의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나도록 보여준다. 각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궁궐을 정했다면 이제 입궐할 차례다.
궁궐 입구를 지나며 어디부터 둘러보게 될까 하며 눈으로 책을 두리번 거리던 나에게 저자는 대뜸 말한다. 궁은 돌과 나무 두 가지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이게 무슨 소린가 하는 의구심도 잠시, 저자의 눈길을 뒤따르며 색다르게 궁궐을 산책하는 법을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건축물의 기와와 처마, 단청과 창을 담으려는 관람객들의 눈과 카메라는 위로 향하지만, 저자는 그 시선을 아래로 내려 그것들을 떠받치고 있는 돌에 대해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동궐도>등 기록에 남은 것처럼 실제 체스판 같은 뚜렷한 색 대비를 보이는 것은 아니고, 채색한 돌을 사용했던 것도 아니지만 체스판 같은 오밀조밀한 박석 위로 올라서 있는 창덕궁 인정전을 보면 꼭 성을 지키는 킹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군다나 이 박석 위로 왕과 문관, 무관이 국가 행사를 위해 열을 맞춰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서 있었을 모습을 상상하면 그야말로 박석이 깔린 궁궐의 앞마당 자체가 거대한 체스판이 아니었을까 한다.(75쪽)
깊은 밤, 잠에 들지 못한 왕실 사람들이 전각 앞 월대로 나가 어떤 시선에도 구애받지 않고 조용히 달을 올려다보았을 풍경을 상상해본다. 그 시절 월대는 홀로 밤하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아늑한 개인 테라스이자 베란다였을 것이다.(79쪽)
괴석에 살짝 비눗물을 발라놓고
그 옆에 앉아 바람을 기다리는 상상을 한다.
이 구멍들 사이사이로 방울이 나오면 무척 귀여울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괴석에서 피리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11쪽)
궁궐의 안팎에는 돌만 있는 게 아니다. 고궁(古宮)에는 고목(古木)도 있다. 이를테면 궁궐입구에 보초병처럼 무리지어 서 있는 회화나무, 상춘객을 부르는 수양버들, 조선왕조 오백년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 창덕궁 구선원전 앞의 향나무 등이 그러하다. 살아있는 나무뿐만 아니라 궁궐 전각이 바닥의 기단을 제외하면 대부분 나무로 이루어진 목조 건축물로 지어진 덕분에 궁궐 어디에서나 나무를 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무뎌진 감각이 깨어나며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나무 위의 까치집 하나까지 빠뜨리지 않고 묘사한 <동궐도>에서도 꽃나무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차분한 고궁 풍경이 못내 서운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개를 살짝만 들면 사계절 내내 활짝 핀 모습으로 반짝이는 꽃나무를 고궁 건축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바로 단청이다.(109쪽)
잠시 도배를 마친 궁궐 전각을 상상해본다. 아주 말끔하고 희어서 보기에도 좋았겠지만 쌀로 만든 풀에 고소한 들기름, 콩즙까지 후각적으로도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거기다 아궁이에 불까지 뜨끈하게 땐다면 덜 마른 쌀풀이 촉촉하게 익는 냄새와 들기름 냄새가 뒤섞여 무척 배가 고파지는 방이 되었을 것이다.(122쪽)
이렇듯 돌과 나무는 여전히 조선의 궁궐을 지키며 숨쉬고 있다. 반면 당시 궁궐생활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그들의 일상과 습관을 엿볼 수 있는 '옛 물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물론 유물 보존 등의 문제로 궁에서는 볼 수 없고, 현재 경복궁 안에 마련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전통회화를 전공하고 문화재 지류 보존처리 일을 했던 저자가 엄선한 유물들을 머릿속에 넣어뒀다가 다음 번 궁궐 산책 때 하나씩 꺼내 보고 싶어진다. 퍼즐 조각을 맞추듯 궁궐 안 적재적소에 놓아보고 그것들을 사용했을 옛사람들도 떠올려본다면 궁궐 여행이 더욱더 다채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몇 가지의 옛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옮겨본다.
1. 제왕신주목(왼쪽 위) / 2. 세(오른쪽 위) / 3. 연(왼쪽 아래) / 4. 족두리(오른쪽 아래)
1. 제왕신주목 : 조선 왕실의 유물 소개는 이 구멍을 함께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하고 싶다. 요즘 유행하는 불멍, 물멍에 이어 구멍을 권하는 것이다. 왕의 영혼이 오고가는 구멍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정신을 조신시대로 돌려보자.(154쪽)
2. 세 : 물고기와 수초가 조각된 손 씻는 그릇이다. 일상에서는 쓰지 않는 의례용 물품으로 제관들이 사용했다.(중략) 그릇에 물이 담기면 물고기와 수초가 수면에 어떤 모습으로 비쳤을지 궁금해진다.(174쪽)
3. 연 : 왕이 타던 화려한 배색의 가마다. 왕비의 행사용 가체를 닮은 머리 부분의 검정색 장식과 대비되는 옆면의 밝은 노랑이 정말 좋다.(중략) 그림에 쓰이는 전통 안료 중에서는 웅황을 개어서 바르면 이렇게 밝고 선명한 노란색이 나온다. 옷감 염색용 염료로는 '커큐민'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울금과 치자(단무지의 그 치자가 맞다)로 노란색을 낼 수 있다.(178쪽)
4. 족두리 : 영 정조 때 가체를 금지한 이후 조선 여인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한 아이템이다.(중략) 착용하면 생각보다 가볍다! 머리숱도 많아 보이고 시선을 위로 올리는 효과가 있어 은근 현대인에게도 잘 어울리는 장신구다.(192쪽)
궁궐은 오래된 곳이자 새로운 공간이다. 즉흥적으로 발길을 옮겨 보이는대로 보고, 느끼는대로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테지만, 한발짝 나아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는 공식에 대입해본다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서울편)>이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궁궐을 즐기는 법은 저마다 다르기에, 오히려 요즘 시대의 트렌드에 맞춰 전통미를 현대적 감각으로 유쾌하게 재해석한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으로도 궁궐의 예스러움과 새로움을 모두 느끼는 데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궁궐을 찾는 발길이 잦아지다 보면 언제가는 아주 지적인 궁궐 산책을 하는 '궁덕(궁궐 덕후)'이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에 k-문화라면서 우리의 것들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김치나 비비밥 같은 먹거리에서부터 한복같은 의류, 그리고 드라마나 만화, 영화 같은 문화적인 것 등등 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의 것들 및 역사까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나는 그렇게 '우리의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기 그 전부터 궁과 한옥을 좋아했다. 특히 처마 장식을 사랑했다. 궁에는 해설사 분들이 계시는데, 전에 방문했을 때 시간이 맞지 않아 설명을 듣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내가 이 책을 펴게 된 것도 그러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태정태세문단세에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 이상하고 재미있는 궁궐 탐방기라니, 책 소개부터 너무 설레는 것 아닌가. 심지어 작가이름도 김서울이라니.... 뭔가 서울에 대해 다 알 것 같은 신뢰가 막 느껴졌다.
책은 총 4장으로 간단히 설명하자면 궁궐취향안내서, 궁궐의 돌, 궁궐의 나무, 궁궐의 물건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은 1장 제목처럼 지극히 주관적인 궁궐 취향 안내서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작가는 자신을 유물 애호가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딱 궁을 좋아하는 사람이 궁의 이러한 면은 어때요? 라고 산책하면서 이야기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다만 궁궐탐방기에 문화해설사들이 해주는 각 궁에 얽힌 이야기들을 기대했던 나에게는 좀 아쉬웠다. 김서울에세이라고 책에 써 있는데, 딱 궁을 주제로한 작가의 개인 에세이였다.
우리의 궁에 대해 거리감이 있는 사람들이 친근하고 소소하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유물즈>가 처음 나왔을 때, 유연히 기발하고 재밌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샀다. 이 책이 나올 때만 해도 유물같은 것을 즐겁게(?) 소개해 준 책은 없었던 것 같다. 유물은 왠지 모르게 따분한 것, 최신 트렌드로 어필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친구도 아닌데, 김서울(심지어 친근한 이름을 주기도 한다)의 책이 나올 때마다 샀다. (<소장용 유물>-심지어 작디작은 책도 샀다) 내 친구도 아닌데, 뮤지엄 서울 책을 남들이 좀 많이 사주었으면 싶었다.(근데 정작 책을 읽은 건 한참 후다-그러고 보니 텀블벅으로 진행한 것도 쓰고 후원했구나, 쓰고 나니 생각이 난다)
나 이분과 절친인가?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도 반가움에 샀다.(반가운 마음에 비해 책을 읽는 것은 역시나 한참 후다)
서울의 궁궐(창덕궁, 경복궁, 덕수궁, 경희궁, 창경궁)을 소개하는 책이다. 총 4가지 갈래로 1장에서는 각 궁궐을 소개, 2장은 궁궐의 돌, 3장은 나무, 4장은 궁궐의 물건을 소개한다.
설같은 명절에는 이상하게도 궁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뭐 좋다고 여길 오냐고, 바글바글 대는 궁 입구에서 진저리가 나서 발길을 돌린 적도 많았다. 입구만 번잡스럽지(사람들은 입구 주변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다) 안쪽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사람들 발길이 없는 곳까지 왔을 때, 그 고즈넉한 궁 풍경이 좋았다.
1장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까지 가보았던 궁들을 떠올렸다. 딱, 어느 어느 곳이다, 라고 내세울 수는 없지만, 궁을 찾았을 때, 세상과 한 순간 떨어진 기분, 마음이 차분해지곤 했다. 같이 같 사람과도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세상과 떨어져 있는 기분이 들면서, 같이 한 사람들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참 많이도 했다.
그렇게 많이 다녀본 궁 중에서 경희궁은 정말 가보지 않은 곳이다, 그곳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다. 유명한 경복궁에 밀려 그 궁을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 책을 통해 궁궐 산책을 본격적으로 한 번 해봐야겠다.(김서울과 하는 궁궐 산책 이벤트도 있었던 것 같았는데 신청하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쑥스러워서 그런 건 안하길 잘했다..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