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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고르듯 살고 싶다』, 『사물에게 배웁니다』의 임진아 작가가 강아지 키키와 함께 발견한 행복의 순간을 평범한 단어에 담아냈다. 여름, 커피, 맥주, 산책 등 계절별로 좋아하는 단어를 골라 반복되는 일상 속 반짝이는 순간을 다정한 언어로 기록한다. 오늘의 행복을 오래오래 기억하는 특별한 방법. - 에세이 MD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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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견 키키와 반려인 진아를 소개합니다
1. 여름의 단어 여름┃커피┃장마┃물┃과일┃맥주┃반┃평소┃분식┃하늘┃책┃냄새 2. 가을의 단어 가을┃차┃노랑┃화분┃산책┃도시락┃선물┃식탁┃다음┃저녁┃잔┃빵 3. 겨울의 단어 겨울┃주머니┃낙엽┃목도리┃밤┃이불┃여행┃오후┃창┃달력┃눈┃양말 4. 봄의 단어 봄┃아직┃스트레칭┃동네┃끼니┃휴식┃날씨┃혼자┃책방┃목욕┃정리┃잠 작가 후기 |
저임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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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이 영원하다 믿고 싶으면서도, 끝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면 좋겠지만, 우리가 만난 이곳에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럴 수 있는 세상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죠. 일단 여긴 아닐 뿐입니다. 영원은 벌써 반이 지나버렸습니다. 영원의 뜻은 어쩌면 영원하고 싶은 ‘희망’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 삶은 행복과 슬픔으로 반씩 나뉘지 않는다는 것을. 헤어짐을 알면서도, 기쁨을 택하는 존재라는 것을요. --- p.61 나의 책들은 모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간혹 펼쳐지기를, 그러다 문득 전부 읽히기를, 가끔 표지를 내세우고 있기를. 그리고 한 번 더 읽히기를요. 가끔 말도 못 하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종이라는 게 있어서, 그래서 책이 생겨서 정말로 다행이라고요. 고요히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담아낸 채로 머물고 있는 책을, 저는 너무나도 닮고 싶습니다. --- p.85 키키도 그걸 아는지 산책할 때마다 집에서보다 더 똑 부러지게 저를 쳐다봅니다. ‘이제 그만 집으로 가자’를 뜻하는 골목으로 꺾으려 하면 키키가 온몸에 힘을 주고 저를 노려봅니다. 그 옆에는 굵은 글씨로 말풍선 하나가 그려집니다. “아직.” 이때 키키 표정을 보면 집에 갈 수가 없습니다. “키키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 하고 발을 떼자마자 너무나 신난 발걸음으로 자기가 고른 골목으로 껑충 뛰어드는 키키. --- p.124~125 낙엽이 나를 지나가는 순간들을 떠올립니다. 땅에 쌓인 낙엽들 앞에 쭈그리고 앉아 좋아하는 모양과 색감을 따지고, 좋아하는 책 속에 나 몰래 넣어두고, 또 시간이 지나 그것을 우연히 발견하기. 이 과정만 보면, 어린 시절과 지금이 그다지 멀지 않게 느껴져요. 그저 같은 때가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나이가 든다는 건 같은 순간들이 쌓이는 걸 추억할 줄 아는 것이고, 삶의 면면을 보면 그때와 지금이 같은 지점에 놓여 있는 것만 같습니다. 낙엽을 고르고 간직하는 마음은, 어린 마음도 그렇다고 다 산 사람의 마음도 아닌, 그저 지구에서 사는 사람이 고른 마음일 것입니다. --- p.194~195 오늘, 나를 잃어버릴 뻔한 일을 겪었나요. 밤에는 내가 아는 나를 만나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나를 내버려둔 채 그저 나와 단둘이 고요히 있다 보면 여럿의 나를 만납니다. 거기서 가장 만나고 싶은 나를 만나 다시 출발한다면, 내일 아침에는 오늘보다 조금 더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을지도요. --- p.207 아직 눈을 감고 있는데도 이건 확실히 비라고 생각되는 기운이 있습니다. 곧장 창문을 열어서 키키와 오늘의 하늘을 쳐다봅니다. 그리고 당연한 듯 서로를 바라봅니다. “키키야. 비 온다.” 키키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면서 열심히 냄새를 맡습니다. 비를 오래 쳐다보고 있는 키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죠. “아, 산책.” --- p.299 |
날마다 좋아하는 장면을 하나씩 오래 기억하는 방법
“오늘은 어떤 단어를 골라볼까?” 나를 위한 시간을 부지런히 챙기는 키키와 진아의 다정한 매일 “여기부터 행복해져라!” 나를 위한 시간을 살뜰히 챙기다 보면 어느새 완성되는 오늘의 느긋한 기쁨 임진아에게는 오랫동안 자신의 세계를 가꿔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태도가 있다. 건강한 휴식을 누리기 위해서 지금 열심히 일하고, 맛있는 한 끼를 먹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을 가장 먼저 처리한다. 나를 망치는 인간관계는 잘 정리한다. 억지로 웃으며 앉아 있다가 홀로 울어댄 밤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어진 삶을 조금이라도 느리게 걸어가고 싶어서 아침과 밤에 스트레칭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스트레칭은 지난밤에 풀어헤쳐 놓은 생각을 꼿꼿하게 세워주고, 밤에 하는 스트레칭은 오늘의 근심이 내일로 넘어가지 않도록 도와준다. 임진아 작가의 이토록 잘 닦인 생활은 우리의 마음을 회복시켜준다. 오로지 목표만 보고 달려가다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다면, 반복되는 일상 속 반짝이는 순간을 기록하고 자신의 마음을 텃밭처럼 소중히 돌보는 이 작가의 이야기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말풍선에 귀 기울이며 오늘을 가꾸고, 나를 위한 시간을 살뜰히 챙기게 될 것이다. “오늘, 나를 잃어버릴 뻔한 일을 겪었나요. 밤에는 내가 아는 나를 만나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나를 내버려둔 채 그저 나와 단둘이 고요히 있다 보면 여럿의 나를 만납니다. 거기서 가장 만나고 싶은 나를 만나 다시 출발한다면, 내일 아침에는 오늘보다 조금 더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을지도요.” (207면 「밤」 중에서) ‘오늘의 단어’의 다른 말은 ‘내가 고른 행복’이다. 키키와 진아가 촘촘히 엮은 만화와 글을 읽다 보면 애호와 존중의 자세가 얼마나 근사한지 알게 된다. 좋아하는 단어를 매일 모아보자. 정확한 뜻을 지닌 단어처럼 자신만의 취향과 태도를 품은 고유한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고심해서 고른 행복이 눈앞에 있다. 마치 여기서부터 행복해지란 듯이. 마지막으로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임진아가 소개하는 각 계절의 별미와 침샘을 자극하는 간식들이다. 물김치를 올린 물냉면, 가을 무를 넣고 끓인 뜨끈한 전골,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밤과 붕어빵, 싱싱한 채소를 곁들여 먹는 호밀빵 등 맛깔나는 먹을거리가 사계절을 채운다. 버터 바른 빵과 커피, 제철 과일, 떡볶이는 이 책을 읽기 전에 꼭 준비해야 하는 필수품이다. 그렇지 않으면 책을 읽다 말고 당장 지갑을 들고 뛰쳐나가 편의점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 |
‘일상의 소중함’이나 ‘소소한 행복 ’ 같은 말은 맥없는 자기 위로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삶이 얼마나 치열한데, 행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렇게 쉽게들 말하나 싶었어요. 그래서 임진아 작가가 쓰고 그리는 평범한 풍경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어느새 키키를 따라 그리는 나를 발견할 때면 의아했습니다. 이 힘은 무엇일까요. 이제야 비로소 알겠습니다. 그가 작은 기쁨을 얻기 위해 하루를 얼마나 성실하게 채우고 깊이 생각하며 바쁘게 기록하는 사람인지를요. 그렇게 찾아낸 의미들이기에 동그란 그림과 짧은 문장이 언제나 단단하게 느껴집니다. 이 책을 읽은 오늘 나의 단어는 ‘임진아’입니다. 그의 책을 읽는 것이 나의 소중한 일상이고 커다란 행복입니다. -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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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서 겨울이라서 지금이라서 좋아. 한 쌍의 양말 같은 우리 둘이 같이 있다면.”
키키는 냄새로 좋아하는 것의 낌새를 잘 느끼는 친구입니다. 무가 달콤해지는 가을을 놓치지 않고, 찻물이 우러나는 모습을 바라보기 좋아하지요. 진아는 구운 식빵 위 버터 바르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친구입니다. 추운 겨울에도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커피 내리는 모습을 구경하기 좋아하지요. 키키와 진아가 사계절을 보내며 나누는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래요? 이유 없이 한껏 메마르고 텁텁한 날 두 친구의 두툼한 다정함에 끼어 뒹굴다 보면 남은 하루를 살아갈 촉촉한 힘을 얻게 될 거예요. - 수신지 (『며느라기』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