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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를 만나고 사랑을 배웠습니다

천사를 만나고 사랑을 배웠습니다

배은희 | | 2021년 09월 0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5 리뷰 33건 | 판매지수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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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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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78g | 130*200*17mm
ISBN13 9791130640518
ISBN10 11306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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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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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이 책은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위탁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배은희 작가는 '가정위탁제도'를 통해 7년 전, 생후 11개월된 은지를 만났습니다. 지금까지 은지와 함께 하며, 위탁가족이 아니었다면 경험해보지 못했을 가족의 사랑을 우리에게도 전합니다. 이번 그래제본소 펀딩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위탁가정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길 바라봅니다. - 에세이 MD 김태희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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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가정이 필요한 아기가 있어요.”
태어난 지 11개월 된 여자 아기인데 친엄마와 미혼모 시설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퇴소 시기는 이미 지났는데 혼자서는 아기를 키울 수가 없어서 퇴소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위탁 담당자는 나에게 조심스레 한마디를 덧붙였다. “친엄마가 지적장애예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지적 장애는 유전되는 게 아닌가? 할 수 있는 건 하고, 할 수 없는 건 정직하게 거절하는 게 맞는데 내가 어떻게 그런 어려운 아이를… 나는 일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돌도 안 된 아기를 키우지?’ 나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거절할 문장들을 만들었다 지우고, 만들었다 지웠다. 고민 끝에 가족들과 함께 일주일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주말, 나와 남편, 두 아이가 모두 모여 앉았다. 남편이 먼저 말을 꺼냈다.
“생각해봤는데 우리가 아이를 선택하면 안 될 것 같아. 지난번에 약속했잖아. 다음엔 어떤 아이든 받아들이자고. 그 약속이 생각나더라고.”


“엄마… 잊지 마.”
스무 살의 어린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모성은 누구와도 다르지 않았다. 꾸역꾸역 슬픔을 삼키며 아기를 쓰다듬던 손끝까지 젖어 있었다.
차에 탄 뒤에도, 엄마에게 자꾸만 시선이 갔다. 은지를 안고 있는 나에게 책임감의 무게가 함께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제 은지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향해 출발해야 했다. 은지 엄마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점점 멀어지는 우리를 한참이나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기를 안고 집으로 오는 내내 그 어린 엄마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결국 ‘사랑’이다. 열정만 앞섰던 내가 느긋해진 것도, 깐깐한 규칙을 고집하던 내가 허용적인 할머니처럼 바뀐 것도, 위탁가족으로 살면서 배운 사랑 때문이었다.
심하게 낯가리던 은지가 이제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어른들께 큰 소리로 인사하게 된 것도, 유치원에서 번쩍번쩍 손을 들고 발표하게 된 것도, 위탁가족 안에서 배운 사랑의 힘이라고 믿는다.
사랑, 그 막강함을 배우는 곳이 위탁가정이다.


은지는 요즘 들어 자주 입을 삐죽거린다.
“엄마! 왜 언니랑 오빠만, 엄마 배 속에 있다가 낳아줬어요? 치….”
은지는 아직도 아이를 배로 낳고, 안 낳는 문제를 엄마가 선택할 수 있는 줄 안다. 그래서 은지는 자신도 언니 오빠처럼 엄마 배 속에 있다가 태어나고 싶은데 왜 은지만 가슴으로 낳았냐고 따지듯 물었다.
정말 그런 일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선택할 수 없는 관계라서 더 소중한 게 아닐까? 우리는 5년에 한 번씩 위탁 부모 계약서를 갱신하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내어준다. 함께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을 생각해 보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엄마! 은지는 엄마도 둘, 아빠도 둘이잖아요? 우리 행복반 선생님한테 말했더니 선생님이 좋겠다 그랬어요. 헤.”
활짝 웃으며 자랑하는 은지를 꼭 안아주고 말했다.
“그래, 은지는 엄마도 둘 아빠도 둘이니까 두 배로 행복했으면 좋겠어!”


은지는 편지를 다 읽고 깔깔깔 웃었다. 친엄마는 그런 은지를 바라보며 또 눈가가 빨개졌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내 눈에서도 오후의 햇살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두 엄마는 은지를 가운데 두고, 촉촉한 눈길로 은지를 바라볼 뿐이었다.
“은지 많이 컸죠?”
“예….”
친엄마도 은지가 만든 카드를 읽었다. 알록달록 색종이 카드에 적힌 반듯한 글씨를 보고 놀라기도 하고, 흐뭇해하기도 했다. 은지는 금세 친엄마를 향해 웃었다. 웃는 모습도 어쩜 그리 닮았는지. 서로 떨어져 있어도 혈연은 끊으려야 끊을 수가 없는가 보다.


우린 30분쯤 더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이 사진도 찍고, 서로 안아주고, 몇 번이나 손을 흔들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친엄마는 시설 입구까지 걸어 나와서 은지가 차를 타는 걸 지켜봤다.
은지와 내가 탄 차는 천천히 출발했다. 친엄마는 들어가지 않고 계속 서 있었다. 돌이 된 듯 움직이지도 않고 그 자리에 서서 손을 흔들다가 눈가를 닦다가, 또 손을 흔들다가 눈가를 닦았다.
그때 은지가 창문을 열고 친엄마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아-프-지-말-고-건-강-하-게-지-내-요!”
참고 있던 목울대가 파르르 떨렸다. 이게 혈연의 힘일까? 여덟 살 은지는 이렇게 자신의 출생과 성장을 만나고 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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