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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얼굴들

법정의 얼굴들

박주영 | 모로 | 2021년 11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37건 | 판매지수 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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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22위 | 사회 정치 top2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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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32g | 141*210*20mm
ISBN13 9791197559709
ISBN10 1197559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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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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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지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런 믿음을 그에게 심어줄 수만 있다면, 그는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그의 삶 역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한 개의 이야기인 이상,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그 이야기는 멈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은, 혼잣말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입니다.
--- p.32~33

판결문 표지에 기재되는 죄명에는 실제 사건의 100분의 1도 담기지 않는다. 피해자의 눈물도, 고통도, 부서진 일상과 미래도, 더는 흐르지 않는 시간도 생략돼 있다. 피해자의 시간은 한순간에 멈춰 있다. 잠시 흐르는 듯하다가도 어느새 다시 그 지점으로 복귀한다. 가해에 대한 응징과 주변의 배려 없이는 그들은 다시 흘러가지 못한다.
--- p.66

사람이 죽은 일로 재판을 하고, 그 사람을 떠올리며 판결문을 쓸 때면, 판결문이 부고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죽은 자를 기억하며 산 자를 재판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부고는 익숙한 소식이다. 그럼에도 연일 쏟아지는 무수한 부고 앞에서 나는 결코 단련되지 않는다. 조금씩 부서질 뿐이다.
--- p.123

당연한 말이지만, 단 한 사람도 놓쳐선 안 된다. 모든 명제는 딱 한 개의 반증으로 깨진다. 펭귄이 날지 못한다는 명제는, 하늘을 나는 펭귄 한 마리만으로 깰 수 있다. 마약을 이겨낸 사례가 단 한 개만 있어도 마약중도자의 치료는 포기하기 어렵다. 그런 사례가 몇 개만 모이면 절대 포기할 수 없게 된다. 수사(修辭)가 아니라, 나는 정말 단 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 사람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한 사람이라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 p.195

배심제에서도 만장일치를 수정한 다수결은 10대2, 11대1 정도면 합리적 의심을 넘어선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법정 밖 다수결은 그렇지 않다. 기업지배도, 선거도, 정책결정도 1표 차로 결론이 나뉜다. 승자독식 사회에서 이 제도는 아주 미세한 차이의 패배만으로 패자들에게 너무 큰 고통을 준다. 지금 이 순간에도 효율적이라는 명분 아래, 누군가의 생사가 달린 많은 일이 1표 차 다수결로 결정되고 있을 것이다. 간단히 손절당한 소수가 달랑 총알 몇 발과 수류탄 하나 들고 뒤에 남아 괴물과 싸우다 금방 죽는 동안 다수는 저 멀리 달아날 것이다.
--- p.289

지금 이 순간에도 가정에서, 지하철역에서, 공원에서 맞고 찔리고, 몰래 촬영되고, 그 영상이 거래되고, 스토킹당하고, 죽어가는 여성이 무수히 많다. 매일 누군가 학대당하고 살해되는 숨 가쁜 현장에 있는 내 입장에서 페미니즘은 고담준론이 아니다.
--- p.316

긴즈버그 대법관이 한 시대를 견디며 개인이 부조리한 세상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보여줬듯, 나는 한 사회도 그런 시대를 건너가기 위한 올바른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최소한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다. 불의한 세상에서 홀로 싸우는 개인을 방치하지 않는 것, 단 한 명도 희생시키지 않는 것이다.
--- 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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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우리는 죄를 저지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얼굴을 보다 보면 단죄하기 힘들어진다. 우리는 범죄 피해자의 얼굴도 외면한다. 그럭저럭 안전하고 공평한 세상에 대한 간편한 믿음을 잃게 될 것 같아 두렵다. 우리는 벌을 정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지 않는다. 그가 사람이고 얼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 《법정의 얼굴들》은 놀라운 책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의 얼굴은 변할 것이다. 거기엔 그늘과 깊이가 함께 어릴 것이고, 슬픔과 힘이 동시에 깃들 것이다. 내 얼굴을 바꿔준 저자에게 감사하다.
- 장강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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