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11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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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6쪽 | 350g | 125*200*19mm |
ISBN13 | 9791191248432 |
ISBN10 | 1191248437 |
발행일 | 2021년 11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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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6쪽 | 350g | 125*200*19mm |
ISBN13 | 9791191248432 |
ISBN10 | 1191248437 |
MD 한마디
[‘루나파크‘ 홍인혜가 고른 따뜻한 말들] ‘루나파크‘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홍인혜 작가. 카피라이터이자 만화가, 시인으로서 늘 말의 세계와 함께 해온 그가 일상에서 주고 받은 수많은 언어 중 나를 지켜준 따뜻한 말들을 에세이로 풀어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도 삶을 대하는 너그러운 태도가 담긴 말들이 큰 위로가 된다. - 에세이 MD 김태희
프롤로그 _고르고 고른 첫마디 1부. 내게 번진 말 (희망의 말) 꽝! 다음 기회에 (다독이는 말) 어제저녁 뭐 먹었어? (유희의 말) 단어 올림픽 (선배에게 배운 말) 헌 몸과 정든 몸 (나를 울린 말) 생각 없이 밝아 (각별한 말) 이름난 집 (붙드는 말) 불안의 파동이 밀려올 때 (인식하는 말) 민트 감각 (현실 바깥의 말) 낭만은 여행필수감정 (낙관의 말) 프렌드, 투게더 (꺼리는 말) 두려움을 입에 올리면 (위로의 말) 팔자입니다 (소원하는 말) 감정 자신감 (도식적인 말) 알고리즘은 알고 있다 (결핍의 말) 프다 2부. 우리가 말을 섞을 때 (온기의 말) 다정함은 식지 않아 (지극한 말) 아꼬와, 아꼬와 (우정의 말) 나는 너의 시인 (마지막 말) 이쁘지, 그럼 안 이뻐? (신파적인 말) 사물에 붙들리다 (충만한 말) 이토록 혼자 (불리는 말) 너의 직함은 (격려의 말) 아직 멀었다는데 (그리움의 말) 보고 싶다는 말 대신 (깨닫는 말) 우리는 모두 입체다 (옮기는 말) 운곡 할아버지 (섬세한 말) 어떻게 신경을 안 써 (꾸며낸 말) 즐거운 거짓말 (뜻밖의 말) 아름다웠어요 3부. 언어일상사 (카피라이터의 말) 나의 첫 카피 (시인의 말) 시가 쏟아지던 말 (맛보는 말) 말에는 맛이 있다 (승리하는 말) 퇴사가 아니라 졸사입니다 (취기 어린 말) 원하는 바 있습니다 (허락하는 말) 막살이 자격증 (타인의 말) 말과 상대하기 (나를 웃긴 말) 선생님 말씀하기를 (나대는 말) 배움의 전능 (단단한 말) 권위 앞의 품위 (전능한 말) 세계는 기지개를 켠다 (털어놓는 말) 업자의 진정성 (실수한 말) 오탈의 추억 (능동의 말) 좋아함의 기적 (토닥이는 말) 운이 좋은 시인 4부. 내가 던진 말 (인간적인 말) 손을 떠는 영웅 (경이로운 말) 언어의 기적 (평등한 말) 로컬 랭귀지 (거리에 흔한 말) 입에 붙어야 말이지 (진화하는 말) 도둑에서 이웃으로 (억지로 삼킨 말) 다물어야 하는 존재 (지어낸 말) 가책 비용 (습관의 말) 사람의 말머리 (넓게 보는 말) 태풍은 어디에나 온다 (돌아보는 말) 사계절을 사랑하세요? (외치는 말) 악은 능력이 아니다 (이기적인 말) 지구의 위기 (당당한 말) 설명하지 않아도 (넉넉한 말) 오늘도 조금 성글어졌다 에필로그 _우리가 담은 말들 |
고르고 고른 말(홍인혜)
작가 홍인혜는 광고 회사에서 일했고, 루나파크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만화를 연재했으며,
2018년 시인으로 등단했다.
루나파크! 들어는 봤는데 보진 못했다. 어쨌든 유명한 만화가로 알고 있다.
거기에 광고 회사에서 십 년 넘게 카피라이터로 일한 데다 내게는 너무 먼 세상인 시의 세계에 등단했다니.
그 화려한 글쓰기 이력의 작가가 고르고 고른 말이 몹시 궁금했다.
기대를 안고 읽어 보니 확실히 ‘대중을 향한 글쓰기’ 경력이 느껴진다.
개인의 경험을 기록한 일기 같은 글인데도 보편적인 가치를 담아 공감하게 한다.
나도 이렇게 머리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저 읽는 것으로 작가가 쌓은 내공을 습득할 수는 없겠지만, 곁에 두고 가끔 생각날 때 펼쳐 들어 한 챕터씩 또 읽어봐야겠다.
이십 대 때는 홈페이지로, 삼십 대 후반인 지금은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루나파크 님의 웹툰을 꾸준히 보고 있는 팬이다. 루나파크 님 하면 떠오르는 것은 그림체와 글씨체가 깔끔하고 귀엽다는 것과 더불어 N잡이 유행하기 전부터 낮에는 직장인(광고회사 카피라이터)으로 밤에는 웹툰 작가로 활동했다는 것, 민트가 유행하기 전부터 민트색 애호가였다는 것, 다꾸가 유행하기 전부터 자체 제작 다이어리를 출시했다는 것, 외국에서 한 달 살기가 유행하기 훨씬 전에 영국에서 무려 8개월을 살다 왔다는 것 등이다.
그래서일까. 내게는 루나파크 님 하면 유행을 앞서가고 남들보다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정작 루나파크 님 자신은 스스로를 모범생 중의 모범생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살아오신 면이 있는 듯하다. 최근에 발표한 산문집 <고르고 고른 말>에 따르면 그렇다.
저자는 휴학 한 번 없이 정규 교육을 마치고 대학 졸업을 하기도 전에 취업이라는 미션을 완수했다. '갓생'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국내 유명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인 동시에 잘나가는 웹툰 작가인 '갓생러'였다. 큰 일탈은커녕 작은 반항이나 사고도 없이 평생을 살아왔다. 그랬던 저자에게 여러 가지 시련이 한꺼번에 닥쳐왔다. 번아웃이 와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전세 사기를 당해 그동안 번 돈을 모두 잃을 위기에 놓였다. 가까운 가족들이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결혼을 생각했던 사람과 헤어졌다.
그즈음 시를 만났다. 직업이 카피라이터인 만큼 글쓰기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를 써보니 쉽지 않았다. 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주로 써온 저자로서는 감정적이고 추상적인 시의 세계가 낯설고 어려웠다. 그런데 시가 자꾸 생각났다. 열심히 쓰다 보니 시가 제법 쌓였고, 쌓인 시들을 공모전에 제출했더니 덜컥 등단이 되어버렸다. 남들은 결혼이나 출산을 하거나 회사에서 높은 직위에 오르거나 집을 사거나 재산을 늘리는 나이에 생각지도 않았던 시인이 되었지만, 민망하거나 부끄럽기는커녕 자유롭고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시인이 된 것으로, 더 이상 모범생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 같았다.
시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 힘든 시기를 어떻게 보냈을까. 저자는 여전히 시가 어렵고 시인이라고 불리는 건 더 어색하지만, 시를 만나고 시로 쓸 말들을 "고르고 고르"면서 보낸 시간 덕분에, 이제는 예전처럼 완전무결함을 곧 행복이라고 믿지도 않고, 불안과 강박으로 정신줄이 팽팽해져 눈 앞의 행복을 놓치는 실수를 덜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와 비슷한 나이이고 성향이라서, 저자의 이야기가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나도 시를 만나면 지금의 불안을 한결 수월하게 이겨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