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6년 06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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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24쪽 | 190g | 124*205*20mm |
ISBN13 | 9788932028712 |
ISBN10 | 8932028710 |
발행일 | 2016년 06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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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24쪽 | 190g | 124*205*20mm |
ISBN13 | 9788932028712 |
ISBN10 | 8932028710 |
시인의 말 7 빈 배처럼 텅 비어 9 하루나 이틀 뒤에 죽음이 오리니 10 살았능가 살았능가 11 나 여기 있으면 12 나는 있지만 13 한 세기를 넘어 14 세계의 끝에서 15 따듯한 풀빵 같은 16 앵앵이노 17 슬픔을 치렁치렁 달고 18 아득히 19 어느 날 나는 20 한 마리의 떠도는 부운몽 21 시간은 흐리멍덩 22 그것이 인류이다 23 죽은 하루하루가 24 어느 봄날 25 당분간 26 마음에 환한 빗물이 27 우연인 양 28 玄同 29 이 세상 속에 30 모든 사람들이 31 미래의 어느 뒤편에선가 32 虛 위에서 춤추는 33 무제 34 나 쓸쓸히 35 세계는 36 그림자 같은 남자 37 내 존재의 빈 감방 38 알았던 사람들만이 39 희 ㄴ나비 꿈을 40 오늘도 새 한 마리 41 하루 종일 42 과거를 치렁치렁 43 오늘 하루 햇빛 빛나는구나 44 문명은 이젠 45 환갑 46 타임캡슐 속의 47 살다 보면 48 들판에서 보리와 밀이 49 나의 생존 증명서는 50 죽은 시계 51 삶이 후드득 52 詩는 53 육개장은 54 쓸쓸한 文明 55 얼마나 오랫동안 56 또 하루가 지나가고 57 TV를 보면서 58 세상 위 백지에다 59 가봐야 천국이다 60 그 언행도 61 우리는 62 가다 가다가 63 내 정신의 암울한 지도 64 꿈결 65 나는 항상 66 우거지 쌍통 같은 67 존재는 68 내 죽음 이후에도 69 아이는 얼마쯤 커야 할까 70 시시한 잠꼬대 71 이런 詩는 72 죽으면 영원히 73 영화에서 74 우리 조상님들이 75 너는 묻는다 76 꽃들이 파랗더라 77 나의 임시 거처 78 나 79 한 그루의 나무가 80 나는 벽만 바라보고 있구나 81 나는 육십 년간 82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 83 나는 깊은 산중으로 달아난다 84 죽음은 한때 85 그리하여 문득 86 내일의 유리창을 또 누가 닦을 것인가 87 군밤 88 아침이 밝아오니 89 비가 온다 90 오늘 하루 중에 91 부엉이 이야기 92 끓어 넘치는 93 문득 시간이 94 月은 술에 취해 흘러가고 95 또 하루가 열리고 96 숨죽인 깊은 밤 97 슬픔이 새어 나와 98 모국어 99 내 詩는 당분간 100 발문| 우리 시대의 유일무이한 리얼리스트_ 김소연(시인) 101 |
나이가 드니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철없던 때, 나는 오십 살까지만 살겠다고 말한적이 있었다. 그때는 삶의 희열 혹은 삶의 열정을 갖지 못했던 걸까. 그건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삶에 대해 고민했고 방황했던 시기였다. 생각해보니, 그때의 나는 약간 비관론자였는지도 모르겠다. 내 목숨이 아깝지 않았으니. 아니,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던지. 아니다. 어느 누구보다도 살고 싶었기에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나,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해야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때의 나와 비교하면 조금 웃기는 말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죽는다. 그래서 가끔씩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우울하고 한편으로 두렵다. 아마 나의 존재가 스러진다는 느낌때문일 것이다. 시집 리뷰에서 왜 이런 말들을 하느냐면, 최승자 시인의 시에서 나는 죽음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다가올 죽음이지만 우리는 의식적으로 대하는지도 모른다. 다가올 죽음이 두렵기 때문일 수도.
최승자 시인의 시집 『빈 배처럼 텅 비어』는 죽음을 바라보는 한 시인의 독백이 담겨있었다. 그래서 오래전 철없던 시절에 내가 했던 생각들을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듯한 시인의 독백에 울컥해졌는지도 모른다.
살았능가 살았능가
벽을 두드리는 소리
대답하라는 소리
살았능가 죽었능가
죽지도 않고 살아 있지도 않고
벽을 두드리는 소리만
대답하라는 소리만
살았능가 살았능가
삶은 무지근한 잠
오늘의 하늘의 시계는
흘러가지 않고 있네 (11페이지, 「살았능가 살았능가」 전문)
나의 생존 증명서는 詩였고
詩 이전에 절대 고독이었ㄷ다
고독이 없었더라면 나는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세계 전체가 한 병동이다
꽃들이 하릴없이 살아 있다
사람들이 하릴없이 살아 있다 (50페이지, 「나의 생존 증명서는」 전문)
삶이 무의미해져서는 안된다. 시인의 시 중 '삶이 무의미해지면 죽음이 우리를 이끈다' 처럼.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내가 살아있음을 강하게 느껴야 한다. 매일매일을 즐겁게 살아야되지 않을까. 자기가 하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사람, 오늘 아니면 안되는 것들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시인은 「환갑」이란 시에서 '(어느 날 죽음이 내 방 문을 노크한다 해도 읽던 책장을 황급히 덮지는 말자)' 라고 했다. 아, 괄호 안의 글에서 나는 그만 또 울컥해지고 말았다. 죽음이 찾아와도 무심하게 책장을 넘기겠다는 시인의 모습이 아릿해졌다. 우리 모두는 죽지만 죽음에 초연해질 수 있다는 글에서, 과연 산다는 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이 왜 이토록 죽음에 대해 말하는 시들을 썼나 하는 것들이 김소연 시인의 '발문'을 읽고서야 이해되었다. 시인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는 사실. 죽음과 삶의 기로에 서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묻고 또 물었을 거라는 사실. 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런 詩는 이런 데 좋고 저런 詩는 저런 데 좋고
그냥 한 하늘이 걸려 있을 뿐
詩 좋고 바람 하나니
사람들의 온갖 마음들은
그저 구름처럼 스쳐 지나가시라 (72페이지, 「이런 詩는」 중에서)
청파동의 시인 최승자의 시집이다. 내게 최승자라는 이름은 청파동의 다른 말이다.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하면서 낮게 읊조리던 시어가 가슴에 쿡 박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시인은 이번 시집의 앞에다 "한 판 넋두리를 쏟아놓은 기분"이라고 적었다. 나는 시인의 기분에 편승해서 바람에 전해지는 독백처럼 이 시집을 읽었다.
시가 걸리는데 없이 잘 넘어간다. 마치 푹 익은 계란찜 같다. (비유가^^;;;) 벽에다 대고 하소연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산책길에 자신도 모르게 웅얼거리는 노래 같다.
시인은 오랫동안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신병동에서 지내는 기간이 적지 않았다. 사회와 고립된 생활을 해온 사람이라는 걸 시에서 느낄 수 있었다. 세상과 시인은 분리되어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시인은 언제나 세상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는 걸 시인만 모를뿐이다. 병원도 세상의 일부고, 시를 쓰는 일도 세상사중의 하나다.
이런 맥락을 정해놓고 보니 시인은 굉장한 에고이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과 죽음 사이에 시인이 있고, 자연이 있을 뿐 다른 사람이 없,다. 시인이 바라보는 눈 속에 사람이 없다. 사이와 사이에 빈 허공 뿐이다.
내 손가락들 사이로
내 의식의 층층들 사이로
세계는 빠져나갔다
그러고도 어언수천 년
빈 배처럼 텅 비어
나 돌아갑니다
-빈 배처럼 텅 비어, 전문-
이 시집 중에서 가장 따뜻하고 정감있어 보이는 시 한 편.
하늘의 바람을 불게 하는 자는 누구인가
누군가 운명을 주고 누군가 운명을 건네받는다
이 운명은 누가 주는 것인가
따듯한 풀빵 같은 그러나 끝내
먹지는 않고 손에 쥐고 있을
따듯한 풀빵 같은 이 운명은
누가 내게 주는 것일까
-따듯한 풀빵 같은, 전문-
따뜻하지 않고, 따듯할 뿐인 운명이지만, 이마저도 금방 먹지 못하고 손안에서 곤죽을 만들어버리고 말아서 안타깝지만 제목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을 시인에게 그대로 전해주고 싶어지는 시였다.
시인은 스스로 생사의 경계선에서 외줄을 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절박하고, 또 그런 하루들이 지루하기도 하다. 이것을 달래주는 것이 시쓰기다. 시인은 시를 쓰며 혁명을 넘겨다보기도 한다. 혁명은 절실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꿈. 생과 사, 허무와 공허 사이에 끼워넣고 싶은 혁명을 꿈꾸는 시인의 시는 그래서 읽는 사람을 움찔하게 하고, 슬픔에 설득 당하고, 죽음을 맛보게 하기도 한다.
시를 읽고 시 쓰기를 좋아하시는 아버지의 부탁으로 책을 구매하게되었습니다
평소에 시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아버지에게 드리기 전에 한번 읽어 보았습니다
시에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고 감정적으로는 크게 동요가 없는 이성적인 사람이라 딱히
시집을 읽어 보아도 느껴지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무함에 대해서는 이성적으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