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8년 05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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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17쪽 | 500g | 140*200*30mm |
ISBN13 | 9788970128085 |
ISBN10 | 8970128085 |
발행일 | 2008년 05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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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17쪽 | 500g | 140*200*30mm |
ISBN13 | 9788970128085 |
ISBN10 | 8970128085 |
《해변의 카프카》에 부쳐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보내는 메시지 서 장 모래 폭풍 같은 사람의 운명 제1장 15세 생일날의 가출 제2장 미국방부의 극비 문서 제3장 여행길에서 만난 여자 제4장 전시라는 높고 깊은 산 제5장 인간적 매력이 가득한 도서관 제6장 고양이와 대화하는 지능 장애 노인 제7장 백 년 뒤에 남는 것 제8장 미궁에 빠진 집단 혼수 사건 제9장 한밤중 옷에 묻은 핏자국 제10장 빛이 없는 무명의 세계 제11장 누나일지 모를 그녀와의 짜릿한 밤 제12장 피 묻은 수건의 비밀 제13장 절대 고독의 세계 제14장 고양이 탐정과 고양이 킬러 제15장 상상력과 꿈에 대한 공포 제16장 기묘한 자발적 피살 사건 제17장 빛과 그늘 속 〈해변의 카프카〉 제18장 일소에 부친 살인범의 자수 제19장 속이 텅 빈 사람들의 자기 증명 제20장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관계의 고리 제21장 저주받은 부자의 비극적 종말 제22장 ‘천사표’ 같은 노인의 내력 제23장 부조리의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에서 역자의 말 작가적 성숙을 실감케 하는 하루키의 탁월한 작품 |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저자가 15세 소년 다무라 카프카를 통해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소설은 잘 읽혀진다.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유머러스하며 환상적인 내용들이 절묘하게 배합되어 있다. 독자들에게 숨고를 틈을 주지 않고 어느 틈엔가 이야기 마지막 부분까지 도달해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열다섯 살의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소년’ 다무라 카프카와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는 노인’ 나카타를 양대 축으로 하여 두 사람 이야기가 교대로 진행된다. 홀수 장에서는 주인공 다무라 카프카가 15세 생일날 가출해 경험하는 기묘한 내용을 다룬다. 짝수 장은 초등학교 시절 불가사의한 초현실적 현상에 휘말려 3주간 혼수상태를 겪고 깨어난 뒤 순수한 바보가 된 나카다란 노인의 기괴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별다른 접점없이 평행을 달리던 두 이야기는 살인사건을 통해 연결되고, 두 주인공은 모두 도쿄를 떠난다. 모두 고무라 도서관을 찾게 되고 시간여행이 가능하게 만드는 '입구의 돌'이란 환상적 장치를 통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오이디프스 신화를 연상시키는 카프카의 모험, 전쟁과 폭력의 희생양이 된 나카타의 이야기, 카프카를 사랑하는 사에키, 카프카를 돕는 오시마, 나카타를 돕는 호시노 등 주인공을 돕는 주변사람들로 구성되지만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내용들이다.
저자인 하루키는 <해변의 카프카>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이자 독자인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한다. 초현실적이고 환상적 스토리가 우리의 이야기란 것이 무슨 말일까? 변화가 많은 15세 소년의 이야기는 아직도 변화할 가능성이 많은 존재이고 희망과 절망사이를 격렬하게 왕래하고, 현실과 비현실성 사이를 오가면서 도약과 실추를 반복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인생에 어떤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들이 합리적으로 설명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공허함과 부조리 속에서도 꿈을 꾸고 과거를 회상하며 아름답게 채색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해변의 카프카. 제목마저도 설레게하는 힘이 있다. 세련되면서도 낡은 느낌이 나는 것은 그 자체가 상징이기 때문일 것이다. 해변에 서 있는 카프카. 사실 이 소설 속 카프카는 열 다섯살의 소년이다. 자신을 카프카로 불러주길 원하는 한 소년. 해변이란 것은 그 나이의 소년에게 가장 어울리는 장소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해변에서 뛰어노는 소년이 아니다. 카프카이기 때문에. 그는 한 때 젊었던 자신을 바라보는, 카프카스러운 소년이다.
주인공 다무라는 어른스러운 소년이다. 고민이 많고 자기 자신에 대해 엄격하고 다스릴 줄 아는 소년이다. 아버지의 예언 때문에 집을 나온 다무라는 어느 작은 도서관에서 지내게 되고, 의문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예언이었던 오이디푸스의 비극이 시작된다.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현대화시켜 감각적인 작품을 만들어낸 하루키가 대단하다. 인간은 비극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우리는 철저하게 원형에 입각한 인간이다. 왜 인간은 어머니를 사랑할 수 밖에 없으면서 그것을 금기시했을까. 우리는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욕망을 억압 당한 채로 살아간다. 하지만, 그 욕망이 누군가에겐 운명이라면 어떨까. 다무라는 그런 운명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존재이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살아움직인다는 것이다. 특히 고양이와 대화하는 나카나상은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사람은 사실, 누구보다도 특별한 재능을 가졌을 수도 있다. 고양이와 대화하는 사람. 어떻게보면 이상하기도 하면서 별 대단한 일이 아닐 것 같지만 적어도 이 소설 속에서는 그렇지 않다. 누구보다도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 나카타상이다.
하루키는 독자들의 본질적인 감정을 건드린다. 교묘하게 던지는 야릇한 문장들 속에서 우리는 웬지모를 위로를 받게 된다.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은 네 탓이 아니야. 내 탓도 아니고. 예언 탓도 아니고, 저주 탓도 아니지. DNA탓도 아니고, 부조리 탓도 아니고, 구조주의 탓도 아니고, 제 3차 산업혁명 탓도 아니야. 우리들이 모두 멸망하고 상실되어 가는 것은, 세계의 구조 자체가 멸망과 상실의 터전 위에 성립되어 있기 때문이지. 우리의 존재는 그 원리의 그림자놀이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아. 바람은 불지. 미친 듯이 불어대는 강한 바람이 있고, 기분 좋은 산들바람이 있어. 그러나 모든 바람은 언젠가는 없어지고 사라져. 바람은 물체가 아니야. 그것은 이동하는 공기의 총칭에 지나지 않아. 너는 귀를 기울이고 그 메타포를 이해하는 거야."
그렇다. 우리의 삶이 딛고 서 있는 곳 자체가 상실이고, 멸망이다. 우리의 결말은 그곳으로 치닫고 어쩌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비극을 사랑하는 것일까. 당신의 존재는 어떤 책임을 지려고 태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운명을 운명대로 느끼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열심히 사회를 움직이며 살아간다. 나는 어디 작은 곳에서 일을 하고, 누군가는 밥을 먹고, 아이를 낳는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굴러간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곳이 어디쯤에 위치해있으며 이 곳에서 어떤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쯤은 스스로가 알아야한다. 왜냐하면, 이 세계는 언제고 당신을 멸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 상실의 터전에서 끊임 없이 자신의 존재를 상실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당신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새벽에는 안개가 짙었다.
이렇게 농무(
한참이나 지난 이 시점에서 나는 한 편의 소설을 매개로 그때의 나를 되돌아 본다. 나는 그때 상상력이 결여된 공허한 인간이었고, 오직 그 불안했던 현실의 한 순간이 훌쩍 다른 시간대로 옮겨지기를 간절히 원했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나는 그 고통의 순간순간을 한발짝도 뛰어넘지 못하고 주어진 시간들을 꼭꼭 눌러 밟으며 천천히, 아주 느리게 지나쳐 왔다.
"차별당하는 심정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얼마나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것인지, 그것은 차별당해 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지. 아픔이라는 것은 개별적인 것이어서, 그 뒤에는 개별적인 상처 자국이 남아. 그렇기 때문에 공평함이나 공정함을 추구하는 데에는 나도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다만 내가 그것보다 더 짜증이 나는 것은, 상상력이 결여된 인간들 때문이야. T.S. 엘리엇이 말하는, '공허한 인간들'이지. 상상력이 결여된 부분을, 공허한 부분을, 무감각한 지푸라기로 메운 주제에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바깥을 돌아다니는 인간이지. 그리고 그 무감각함을, 공허한 말을 늘어놓으면서, 타인에게 억지로 강요하려는 인간들이지. 즉 쉽게 말하자면, 조금 전 도서관의 실태를 조사하러 온 두 여성 같은 인간들이라구." (상권p.351)
15세의 소년 다무라 카프카를 통하여 작가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10년 전의 나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입구의 돌'처럼 일본에는 혹시 시간여행을 가능케 하는 웜홀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또 다른 시간대로 훌쩍 떠나고도 싶었었다. 그러나 소설 속의 다무라 카프카가 판타지와 같은 환상의 세계를 경험한 후 현실의 세계로 복귀하는 것처럼 삶의 기억들은 아름다운 무늬로 누군가의 가슴 속에 새겨질 수 있음을 나는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결국 소중한 것은 내게 주어진 시간과 그 시간을 밟고 지나가는 나의 기억들임을 다시 읽은 한 편의 소설을 통하여 나는 되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