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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날에는 가나자와

아무날에는 가나자와

: 여기부터 다시 일본 여행

리뷰 총점9.0 리뷰 4건 | 판매지수 246
베스트
여행 에세이 top100 4주
정가
14,800
판매가
13,320 (10% 할인)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10g | 125*188*30mm
ISBN13 9791188451494
ISBN10 118845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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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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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한 곳곳의 주인장들은 다들 우리와 비슷한 나이에 자신만의 일을 벌이며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자본이나 시간으로부터의 여유가 아니라 자신의 업으로부터 여유로운 사람들이었어요. 지금 이 일을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걸 알고 있는, 맑은 표정을 잔뜩 만났습니다. 열중하되 매몰되지 않는 기운을 마주해 신났습니다. 누군가 정성 들여 만든 것을 소비할 때 그 사람의 세심하고 고운 시간을 사는 거란 생각을 자주 합니다. 가나자와에서 이런저런 시간을 구경하고, 튼튼한 시간을 사고, 잘 짜여진 시간을 먹고 마셨습니다. 이 책은 가나자와에서 보낸 시간의 기록입니다.
--- p.7

가나자와는 다른 지역보다 초밥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시카와 현 바다는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훌륭한 어장으로 다양하고 신선한 생선이 많이 잡히고, 물과 쌀의 품질 역시 뛰어나다고 합니다. 좋은 초밥을 위한 요소가 모두 갖춰졌죠. 이곳의 스시 장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오기 위해 몇 개월을 기다리기도 하고, 해외의 여행객들이 오직 스시를 먹으려고 가나자와를 방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나자와의 초밥 가게들은 무리해서라도 일부러 찾아오거나, 좋은 일을 기념할 때 오는 곳이라고 합니다.
--- p.20

그렇다면 13년 동안 이 가게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주인장에게 그동안 선별 기준이나 취향이 변했는지 물어보니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바로 답했습니다. 지금 판매하는 옷과 제품을 13년 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처음 문을 열 때는 가나자와에 비슷한 잡화점이 별로 없는 데다가 전통적인 공예품 위주의 가게가 많아서, 다른 제품도 많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 p.44

유리 공예 작가 츠지 카즈미 씨가 운영하는 이곳은 1층을 카페 겸 소품 매장, 2층을 의류 매장으로 사용합니다. 좁고 높은 나무 계단을 조심히 오르면 1층의 절반 정도인 공간이 나타납니다. 2층 바닥 역시 나무여서 아무리 조심스레 걸어도 삐그덕 소리가 나는데, 취향 좋은 어른의 다락방을 구경하는 기분이 됩니다.
--- p.69

아사코 씨와 주인장은 ‘21세기 미술관’에서 요시토모 나라 전시가 열렸을 때 함께 파트타이머로 일하다 알게 된 사이였어요. 가나자와는 무척 작은 지역이어서 어딜 가든 그런 느낌입니다. 처음 가는 가게 문을 열곤 “어? 왜 네가 여기 있어?” 하며 반가운 친구를 만나게 되는 곳이죠. 좁은 세계지만 그래서인지 이 좁은 동네를 각자 분명히 나눠 가진 책임감이 엿보였습니다. 아사코 씨가 추천해준 공간과 주인장에게서 자부심과 각오가 느껴졌어요. 건너 건너 모두 알 정도로 작은 곳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 때 그만큼 더 제대로 하자는 각오랄까요. 대대로 내려온 장인의 세계완 또 다르지만 자신의 가게에서는 그 누구보다 프로겠죠.
--- p.77


‘타와라’를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 망설여집니다. 어느 곳을 여행할 때, 가는 김에 들르고픈 가게가 있죠. 갔다면 꼭 들러야 하는 가게도 있죠. 그리고 아예 여행의 목적인 식당도 있겠죠. 저는 타와라에 또 들르기 위해 가나자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유일한 목적이었으면 합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비행기를 타고 타와라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는 다음 날 아침에 돌아오고 싶습니다.
--- p.127

가나자와점이 생긴 계기는 어떤 책 한 권 때문입니다. 야마시타 켄지 씨가 ‘낭떠러지 서점’이라는 이름의 책방을 10년 넘게 운영하다 문을 닫고 새로 만든 곳이 본래의 호호호자입니다. 그가 쓴 동명의 책 『낭떠러지 서점』 후반부에 자신의 생각에 동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호호호자 분점을 내도 괜찮다는 말을 썼다고 합니다. 책이 전혀 없어도 빵집이든 미용실이든 카페든 은행이든 학교든 상점의 정체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호호호자 전주점 혹은 서대문점도 가능한 셈이죠.
--- p.167

가나자와 미술대학 출신 주인장이 6년 전 시작해 혼자 운영합니다. 커피점에 들어가면 먼저 신발을 슬리퍼로 갈아 신은 뒤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때부터 이미 신경을 깨워 조심히 걷기 시작합니다. 물잔부터 잘못 건드리면 쓰러지기 쉬운 형태라 더 그렇습니다. 공간과 집기가 연약해서 손님 역시 최선을 다해 힘을 빼야 하는 곳이에요. 워낙 조용한 분위기이지만 그 이전에 이곳에 모인 모두가 그토록 고요하길 원하는 느낌이랄까요. 두어 명이 함께 온 손님도 속삭여 대화하거나 아예 대화 없이 책이나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만 마십니다.
--- p.185

주인장이 멋진 유니폼을 입은 것도 아니고, 대단한 솜씨로 얼음을 깎는 것도 아니지만 어째서 아사코 씨가 가나자와에 오면 꼭 들른다고 했는지 알았어요. 사진으로는 절대 가늠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분위기와 음악과 맛이 있습니다. 추상적인 요청도 가능한지 궁금해서 “어떤 영화 같은 칵테일도 가능한가요?”라고 물었더니 물론이라고 합니다. “절 보고 떠오른 칵테일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손님도 많아서 그런 도전도 얼마든지 좋다고 했습니다.
--- p.243

수십 년에 걸쳐 똑같은 작품을 만드는 사람을 볼 때 그 제품 하나가 한 시간 만에 뚝딱 완성된다고 해도 실은 수십 년 동안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 힘을 유지하기 위해 동일한 물건을 계속 반복해서 만드는 거겠죠.
연마 기계 전원을 켜자 공방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긴 벨트가 커다란 소리를 내며 돌아갔습니다. 벨트가 다른 벨트를 회전시키고 그렇게 계속 이어져 자그마한 연마봉을 돌립니다. 5대째 이어나가는 공방답게 옛날 기계를 그대로 쓰는 듯했어요. 공간 전체의 힘을 모아 손바닥 만한 접시 하나를 만드는 셈입니다.
--- p.31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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