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4월 23일 |
---|---|
쪽수, 무게, 크기 | 236쪽 | 296g | 130*200*15mm |
ISBN13 | 9788954671491 |
ISBN10 | 8954671497 |
발행일 | 2020년 04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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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36쪽 | 296g | 130*200*15mm |
ISBN13 | 9788954671491 |
ISBN10 | 8954671497 |
MD 한마디
『너무 한낮의 연애』, 『경애의 마음』,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로 큰 사랑을 받은 김금희 소설가의 첫 산문집. 데뷔 직후 발표한 글부터 최근 웹진에 연재한 글 중 마흔 두 편을 골라 한 권에 담았다. 유년 시절과 가족, 사랑과 연애 이야기와 문학과 사회를 향한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 에세이 MD 김태희
서문 | 안팎의 말들 1부 언제나 귤이었다 귤, 티셔츠, 몇 권의 재미없는 책들 나의 할머니 피카소와 나무 엄마의 첫 고양이 일구 찬물 국수 그곳은 유이책보예용 우주에 있는 건 너무 외로워 애완의 낮과 밤 어쨌든 오늘 즐거웠어요 2부 소설 수업 개 건너 롸이터가 간다 우리가 친구는 아니잖아 여전히 배우는 날들 연애 이야기를 듣는 밤 여행의 독법 감만동 소설 수업 그 방에서 울고 있는 누군가 3부 밤을 기록하는 밤 사랑하죠, 오늘도 그러니까 여전히 알 수 없는 두 개의 태풍 너머에 있던 가을 밤을 기록하는 밤 너를 만났지, 나 혼자로는 부족할까봐 혼밥이지만 괜찮아 더이상 나쁘지 않은 날들 4부 유미의 얼굴 더이상 이 일이 즐겁지 않다는 당신에게 어떻게 지내십니까 노동의 자세 선의를 믿는 것의 어려움 유미의 얼굴 내면을 완성한다는 것 2016년의 엄마들 온통 희고 차고 끝나지 않는 사랑 밖의 모든 말 5부 송년 산보 여행의 기분 한 명과 혼자 사랑의 시차 안녕이라고 말해주지 못한 이별들 또다시라는 미래 그늘은 식탁보다 크다 송년 산보 우리의 해피 엔딩 부록 | 사랑 밖의 모든 색인 |
최근 들어 예전과 달리 산문을 즐겨 읽는다. 그중에서도 작가들, 특히 소설가들의 산문이 좋다. 자신의 작품에 얽힌 이야기와 자신이 자라온 성장배경을 잔잔하게 풀어내는 글을 읽다보면 작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 것도 같고, 그와 함께 작품의 이해도도 높아지는 것 같다. 김금희 작가는 2년 전쯤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으로 처음 만났다. 헌데 그 소설을 읽고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에 없는걸 보면 제대로 이해했는지조차 잘 모르겠다. 그녀가 쓴 다른 작품들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선은 첫 산문집이라는 이 책이 눈에 띄길래 읽었다. 작가가 되고난 후 11년 동안 쓴 산문들을 모아 묶었다는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작가에 대해 알게 된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마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 예전보다는 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생긴다.
그녀는 ‘소설을 쓴다는 것은 아무리 놀라운 상상과 설정과 허구 뒤에 숨는다 해도 결국 자기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내면을 스스로 인화하는 과정이고 타인과 기꺼이 공유하는 것이다.’(106쪽)라고 말한다.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원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와는 다른 혹은 나의 경험과 비슷한 다른 삶을 본다는 것은 내 삶을 성찰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에 우리는 기꺼이 읽는 것 일게다. 그러기에 소설들은 작가 자신의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삶의 일부라는 말이지 싶다. 그녀가 작가로 발돋움한 내력을 읽으면서 그녀가 가진 문학적 영감의 원천은 유년시절을 보냈던 바닷가의 내음과,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곳의 또 다른 바닷가의 내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라고는 간혹 놀러가서나 보는 곳이기에 바닷가의 내음이 어떤지 잘 모르지만 내가 유년시절을 보낸 산골,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시골과는 분명 다를 것이기에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나만의 상상에 빠지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한참이나 생각에 빠지게 만들었던 글은 표제작이기도 한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이었다. 사랑을 가리키는 말들은 언제나 부족하듯이 사랑 밖을 말하는 것 역시 부족할 수밖에 없기에 ‘어떤 말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해지고 누군가의 얼굴은 흐릿하게 지워짐으로써 더 정확히 지시할’(188쪽)수 있다는 글을 접하는 순간 젊었을 때의 한 순간이 떠올랐다. 사랑의 말이 되었든, 사랑 밖의 말이 되었든 그것을 표현하고자 애를 쓰면 쓸수록 말은 자꾸 생각을 벗어나고 종내에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해진다는 것을 몰랐던 까닭이었을 것이다. 아마 지금이라면 나 역시도 작가처럼 ‘사랑과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의 수신처가 당신이라는 것’을 알고 최선을 다해 진심을 전했을 것이다. 사랑과 사랑 밖의 경계가 희미해진다고 해서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때로는 희미해짐으로써 이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으며 작가를 꿈꾸었지만 2020년이 되자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함으로써 수상을 거부했다는 그녀. 올 초의 이상문학상 파동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는 노동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자신의 저작노동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한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권위란 작가와 독자 모두의 신뢰가 쌓여서 생기는 것이다. 그런 권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그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유일하게 매년 찾아 읽는 수상작품집이지만 읽지 않아도 하나도 아쉽지 않다.
작가는 유년시절과 가족이야기는 물론 자신의 작품세계와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소설가들의 산문을 즐겨 읽지만 사회문제가 빠진 자신의 일상이야기만 가득찬 글이라면 읽고서도 무언가 빠진듯한 느낌을 받는다. 작가 역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땅히 우리사회의 제반 문제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작품 속에서 융합될 때 우리는 그런 작품을 읽으면서 위로받고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작가들의 산문집을 즐겨 읽으면서도 조심스럽게 선택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금희 작가의 산문집을 읽으면서 그녀의 일상과 내밀한 이야기도 좋았지만 그녀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좋았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비릿한 밤꽃 냄새가 온 산에 퍼지기 시작하면 여름이다. 며칠 전부터 밤꽃 냄새가 예사롭지 않다 싶더니만 키가 큰 밤나무 우듬지마다 소복소복 눈이 쌓인 듯 밤꽃이 만개했다. 산을 내려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선풍기를 켠 아침, 낮게 드리운 구름이 우울을 가장한 채 몇 조각의 슬픈 감정을 던져준다. 휴일이라는 이유로 한껏 느슨해진 마음의 밀도. 그 성긴 틈새를 따라 빗물처럼 슬픈 감정이 흐른다. '뭐라도 해야지'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이럴 때 몸과 마음은 갈라선 연인처럼 서로에게 한없이 무감하다. 나는 결국 커피를 끓인다. 카페인의 힘을 빌려서라도 오늘 내로 꼭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말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해지고 누군가의 얼굴은 흐릿하게 지워짐으로써 더 정확히 지시할 수 있다. 영화 <윤희에게>(임대형, 2019)에서 달의 형태가 여러 번 바뀐 뒤에야 보름달이 되어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영화에서 그 만월까지의 시간은 아픈 윤희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한 과정이 된다." (p.188 '사랑 밖의 모든 말들' 중에서)
후다다닥 잰걸음으로만 달리던 시간들이 불현듯 터벅터벅 느린 발걸음으로 속도를 늦춘 듯한 휴일이면 나른한 피로가 몸의 이곳저곳을 찌른다. 마치 검진을 하듯 이곳저곳을 찔러본다. 무턱대고. 통제할 수 없는 시간들이 들쭉날쭉한 감정의 골을 따라, 무심한 시간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내 감정을 무시한 채 폭군처럼 빠르게 흘러갈 때, 나는 차마 숨죽인 채 뒤처지는 나를 그리고 어쩌면 너를 못 본 척 지나칠 수 없었기에 틈만 나면 책을 펼쳤고, 그렇게 한 줄 기억도 되지 않는 독서를 이어갔고, 읽었던 책들 중에 그나마 약간의 기억이라도 남아 기어코 나를 붙잡는 책이 있다면 리뷰를 써야겠다고, 오늘 내로 꼭 써보고야 말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해럴드 래미스, 1993)에는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야 하는 비운의 남자 필이 등장한다. 반복의 운명은 필에게 금고털이, 뭇 여성들과의 데이트 같은 일탈의 자유를 선사하지만 오늘 무슨 일을 겪었든 내일이 되면 다시 리셋되고 마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필은 절망에 빠져 자살을 기도한다. 그 숨막히는 반복의 하루, 똑같은 뉴스, 똑같은 표정과 행동의 사람들, 똑같은 날씨, 똑같은 대화 속에서 필은 죽음으로라도 이 상황에 변형을 가하고 싶은 절박함을 느끼는 것이다. 달라지지 않는 삶이란 얼마나 사람을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드는가." (p.209 '또다시라는 미래' 중에서)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은 김금희 작가가 데뷔 11년 만에 펴낸 그녀의 첫 번째 산문집이라고 했다. 데뷔 직후 발표한 글부터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글들 중 42편을 뽑아 묶은 이 책에는 대학시절 이야기나 친구와의 일화, 엄마를 잃은 엄마에 대한 관찰과 할머니에 대한 회상, 출판 노동자 시절 이야기, 혼밥에 대한 생각 등 작가의 성향이나 진솔한 속내를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빼곡하다.
"아픈 기억을 버리거나 덮지 않고 꼭 쥔 채 어른이 되고 마흔이 된 날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프다고 손에서 놓았다면 나는 결국 지금보다 스스로를 더 미워하는 사람이 되었을 테니까. 그리고 삶의 그늘과 그 밖을 구분할 힘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대개 현명하지 않은 방법으로 상처를 앓는 사람들이지만 그래서 안전해지기도 한다고 믿는다." (p.5 '서문' 중에서)
'세상은 형편없이 나빠지는데 좋은 사람들, 자꾸 보고 싶은 얼굴들이 많아지는 것은 기쁘면서도 슬퍼지는 일'이라는 작가의 말이 가슴에 박힌다. 코로나19로 인해 서로의 안부만 겨우 확인한 채 무심히 또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 시간은 우리의 사정을 조금도 봐주지 않은 채 사정없이 흘러만 가는데, 우리는 또 그에 따라 나이가 들고, 누군가는 늙어가고, 또 누군가는 죽어가고...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으나 중력을 통해서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암흑물질처럼 내 삶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많은 시간들. 허투루 보냈던 시간 밖의 모든 시간들에 삼가 조의를 표하게 되는 아침.
삶에 대해 예민한 감각을 갖게 되는 것, 느끼게 되는 것은 아픈 기억을 버리거나 덮지 않고 꼭 쥔 채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참말일지도 모른다.
나는 무디고 대체로 긍정적이며 모든 귀찮으면 덮거나 미뤄 버린다.
그래서 글쓰기가 힘든가 보다. 예민함의 태부족으로 인해 말이다.
소설가에게 산문은 어떻게 쓰여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작가의 산문들이 좋다.
가치관, 관심사, 가족관계, 주변인, 풍경, 일상, 반려동물, 유년기, 동네, 음식, 여행, 독서 ,출판계의 내밀한 이야기 등 작가의 궁금했던 점들이 해소되는 느낌이다.
이상문학상의 수상작들은 3년 동안 저작권을 넘겨야 하는 건지 몰랐다.
작가에겐 수상은 감사하지만 뭔가 볼모 잡힌것 같은 그 상황은 용납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 황홀한 것들, 사랑을 주고 싶은 것들을 가리키는 말은 언제나 부족하다."
가슴에만 남아있는 것들이 있다.
그걸 표현하려면 구차해지거나 빈약하고 초라해보이는 것들 혹은 그 마음들
이런걸 글로 표현해 내는 작가들이 좋고 더 많은 처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글속에 한중작가 모임에서 중국에서는 웬만한 작가는 2만권은 그냥 나간다는 얘길 들었다고 한다.
또한 독자와의 만남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면 1년이란 세월이 후다닥 가버린단다.
거대한 땅덩어리와 인구 덕분이기 때문이지만 독서가 더 권장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바이러스로 인해 집콕할 때 단절감에 대한 글에서 베란다의 비둘기를 관찰하는 장면이 나온다.
평상시에는 보지 못했던 비둘기를 늘 그자리에 있었더 비둘기를 집콕하다보니 자세히 들여다 보게되는 부분에서 우린 정말 보고 싶은 것만 보여지는 것들만 보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에 정말 많은 것들이 함께 하고 있는데 실은 내가 못보고 있는 것들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사랑 안이든 밖이든 경계가 모호하지만 많은 말들을 사랑을 담아서 내보내는 작가의 글에서 함께 보지 못했던 것들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