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배가 고팠고(허기가 지독했다!) 통증이 심했다. 내 세상에는 배고픔과 통증만 있을 뿐, 다른 사람도, 시간도, 감정도 없었다.
--- p.7
“그게 아니면 넌 뭐야?” 그가 속삭였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을 했다. “모르겠어.” 나는 몸을 뒤로 빼면서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쌌다. 그가 마음에 들었고, 그를 발견해서 기뻤다. “알아내도록 도와줘.”
--- p.27
“난 실험 대상인 것 같아. 그래서 나와 비슷한… 다른 종족들보다 햇빛을 더 잘 견디는 것 같아. 살갗이 타긴 하지만 그들만큼 빨리는 안 타는 거지. 모두 햇빛 알레르기가 있다고 생각하면 돼. 하지만 누가 실험을 했는지, 누가 나를 까맣게 만든 건지는 몰라.”
--- p.54
나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온몸으로 그를 덮쳤다. 그리고 아직 생각할 수 있을 때, 신중을 기할 만큼 의식이 있을 때, 그의 목에 이빨을 찔러넣고 피를, 오직 피만을 빨았다.
--- p.69
나는 침을 삼킨 뒤 그토록 궁금해 하던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뭐예요?”
“당연히 뱀파이어지. 우리끼리는 그런 이름으로 부르지 않지만.” 그가 송곳니만 빼면 인간과 똑같은 이빨을 보이며 미소 지었다.
--- p.95
“자네는 이 아이의 첫 번째 공생인이야, 첫 번째 새 가족이지. 이 아이가 짝을 지어도 변하는 건 없어. 이 아이와 짝들은 서로를 찾아가게 되지만 자넨 이 아이와 함께 살 거야. 자넬 죽이지 않는 이상 누구도 너희 둘을 떨어뜨려놓을 순 없어. 그러니 누구도 떨어뜨리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을 거야.”
--- p.109
“네 사람들을 잘 대접하거라, 쇼리. 그들을 신뢰한다는 걸 보여주고 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결정하도록 해주렴. 그렇게 하면 기꺼이 자신의 삶을 네게 바칠 거야. 그들을 괴롭히거나, 혹은 두려움이나 적의, 단순한 편의 때문에 통제하려고 하면, 나중에 그들을 걱정하고 제어하는 데, 그들의 화를 다스리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할지도 몰라.”
--- p.113
아빠와 형제들이 거기 살았으나 지금은 온데간데없었다. 죽음을 맡을 수는 있었지만 죽음을 볼 수는 없었다. 누가 죽었는지 누가 살아남았는지 알 수 없었다. 정체 모를 누군가가 내 남자 가족들을 찾아와서 내 엄마와 자매들에게 했던 짓과 똑같은 짓을 저질러놓았다
--- p.148
“이나 아이들은 남자나 여자 할 것 없이 더 강한 독을 가지게 되는데 여자의 독이 남자보다 훨씬 강해. 그런 점에서 이나는 일종의 모계사회야. 쇼리처럼 몸집이 작은 아이들이 진짜 강할 수도 있는 거지.”
--- p.167
나도 그걸 원했다. 나의 공생인들이 나와 함께하며 서로를 즐기는, 나는 내 아이를 키우고 그들은 그들의 아이를 키우는 집. 그건 옳다는,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 p.195
“어떤 인간들은 우리가 어째서 그토록 장수하는지 알고 싶어 했어. 노화를 피하는 어떤 비밀스런 마술을 가진 건 아닐까? 그 비법을 알아내려면 무슨 짓을 해야 할까? 세월이 흐르면서 우릴 둘러싼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우리는 도망치거나 싸워야 했어. 그렇게 하지 못하면 악마나 엄청난 비밀을 숨긴 자로 몰려 고문받고 살해당했어.”
--- p.283
“우리가 이나라는 사실을 언제나 기억하기를.” 그가 깊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만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유구하고 명예로운 종족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가족, 우리의 종, 우리를 우리답게 만들어주는 진실들에 대한 의무를 잘 알고 있는 긍지와 힘을 가진 종족입니다. 공생인들을 변함없는 친절로 돌보기를. 그들을 보살피고 해악으로부터 보호하기를. 짝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충성을 다하고 관대함을 보이기를.…”
--- p.345
“우리는 그들의 피만이 아니라 그들과의 육체적인 접촉과 감정적인 위안을 필요로 해. 동료애 같은 거지. 나는 공생인 없이 생존한 이나는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어.”
--- p.397
“난 이런 삶을 원해, 쇼리. 다른 삶은 원한 적 없어. 나는 200살까지 살고 싶고, 네가 줄 수 있는 모든 쾌락을 느끼고 싶고, 질병 없이 강하게 살고 싶고, 절대 허약하거나 노쇠해지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난 널 원해.”
--- p.416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과거의 나도 사라졌다. 누구 하나, 심지어 나조차 되살려낼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이나에 대해, 가족에 대해 최대한 배우는 것뿐. 되살릴 수 있는 건 되살릴 터였다. 매슈스 가족은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 p.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