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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rien Parl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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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없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들에게,
작지만 천하태평한 생쥐가 날리는 반전의 킥! 호기심과 두려움은 종이 한 장 차이! 사자의 방에 누가 들어왔을까요? 비어 있는 사자의 방에 한 남자아이가 까치발로 조심스레 들어와요. 그 바람에 잠자던 생쥐가 깜짝 놀라 달아났어요. 좀 있으니 바깥에서 소리가 나네요. 사자가 오려나 봐요. 남자아이는 겁먹고 침대 밑으로 숨어요. 좀 있다가 다른 남자아이가 성큼성큼 들어와요. 침대 밑에 있던 아이는 사자라고 생각하고 벌벌 떨죠.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두 번째 남자아이는 사자가 오는가 싶어 샹들리에 위로 올라가 숨어요. 그 다음엔 여자아이가 살금살금 들어와요. 여자애도 뚜벅뚜벅 소리를 듣고 양탄자 밑에 숨어요. 이번에도 사자가 아니었어요. 커다란 개가 쿵쿵 들어오죠. 겅중거리며 방을 돌아다니던 개는 바깥의 소리를 듣고 거울 뒤로 숨어요. 단순한 몇 개의 선밖에 없는 방에 숨을 곳이 참 많아요. 이번에는 새 떼들이에요. 새 떼들도 사자가 오는 것 같아 얼른 커튼 뒤로 숨어요. 이번에는 정말 사자가 들어와요. 커다랗고 빨간 사자예요. 사자는 자기 방에 들어왔는데 왠지 방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그래서 덜컥 겁이 나요. 천장 샹들리에도 움직이는 것 같고 커튼도 펄럭이는 거 같고 바닥도 쿨렁 하는 것 같아 사자는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서 담요를 푹 뒤집어써요. 바로 그때 처음에 방을 나갔던 생쥐가 돌아와요. 방 안에서는 아무 소리가 안 나네요. 꼬물거리는 것도 없어요. ‘쥐 죽은 듯이 조용하네.’ 생쥐는 이렇게 생각해요. 생쥐에게 방은 너무 아늑해요. 그래서 조용하고 포근한 담요 위에서 편히 잠들어요. 작지만 천하태평한 생쥐가 날리는 반전의 킥! 생쥐가 앞선 모든 존재들에게 한방 먹이는 그림책이에요. 그림책은 매 장면마다 ‘누가 사자의 방에 들어왔는지를’ 보여 줘요. 첫 번째 남자아이와 두 번째 남자아이, 여자아이, 개, 새 떼들 모두 험악하거나 무서운 존재는 아니에요. 이 방의 주인인 사자만큼은 아니죠. 매 장면마다 험악하지도 무섭지도 않은 존재들이 서로를 두려워해요. 실체 없는 두려움은 알고 보면 전혀 해롭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죠. 하물며 ‘동물의 왕’ 사자 역시 두려운 게 있어요. 그러니 나보다 힘 세 보이는 존재를 그리 무서워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생쥐를 보세요. 생쥐는 용감하지도 힘이 세지도 않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니 사자의 담요 위에서도 편히 잠들 수 있잖아요. 아이들에게 무서운 걸 예로 들라고 하면 수만 가지를 들 수 있을 거예요. 어른도 아이 앞에서는 아닌 척하지만 두려운 게 참 많아요. 이 책은 그런 아이와 어른에게 생쥐의 평온함을 선사해 주고 있어요. 제일 마지막 장을 넘기면 불이 꺼진 방처럼 아이들과 동물들의 실루엣만 보이는 장면이 나와요. 그 그림 안에서 유일하게 하얀 색으로 표현된 존재는 생쥐예요. 생쥐만 편안히 눈을 감고 자고 있고 나머지들은 눈을 말똥말똥 뜨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거죠. 이쯤 되면 두려움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는 걸 알게 돼요. 막연한 두려움에 눈을 말똥말똥 뜨고 떨고 있는 모든 존재들을 위한 그림책이에요. 호기심과 두려움의 긴장감 넘치는 밀당! 문득 이 아이들은 왜 굳이 사자의 방에 들어갔을까 궁금해요. 사자 빼고는 모두 자기 방이 아니잖아요. 사자의 방이라는 걸 알면서 굳이 이 방에 들어가 보는 건 떨쳐 버리기 어려운 호기심 때문 아닐까요? 두려움과 호기심 중 어느 쪽이 이길까요? 아이들과 동물들은 두려우면서도 호기심에 사자의 방에 들어가 봐요. 판도라의 상자 속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슬쩍 뚜껑을 열어보는 것과 같죠. 아이들이나 동물들은 사자가 들어오기 전에 서로 소통을 했다면 덜 두렵지 않았을까요? 두려움과 호기심은 떨쳐 버리기 어려운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에요. 자연스러운 감정이니 호기심이든 두려움이든 없애 버려야 할 것이라 여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호기심과 두려움을 누구보다 마음껏 표현하고 발산한 이 아이들과 동물들을 보면서 우리 또한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림 속 작은 존재들의 움직임을 따라가 봐요! 글에는 등장하지 않고 그림에만 등장하는 거미나, 모기, 새의 깃털 같은 것들이 쪽마다 달라지는 걸 숨은그림찾기 하듯 찾아보는 재미도 있어요. 샹들리에에 올라간 남자아이가 신발로 모기를 잡으려고 하지만 실패해요. 소리 없이 조용히 잡아야 하니 쉽지 않죠. 양탄자 밑에 있는 여자아이는 구멍으로 침대 밑 남자아이에게 손가락을 내밀어요. 남자아이도 화답하듯 손가락을 내밀죠. 새들은 거미를 잡아먹으려다 사자가 오는 것 같아 푸드덕거림을 멈춰요. 모기와 새 한 마리는 어느새 거울 뒤 개한테 가 있어요. 새가 개의 콧등에 앉았지만 개는 찍 소리도 못 내죠. 그림이 자아내는 긴장감의 끈이 팽팽해졌다 느슨해졌다 해요. 그 끈을 잡고 사자의 방에 누가 들어오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굉장한 그림책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