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이 성교육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자기 자신의 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없어 아이들을 어디로 데려가야 할지 제대로 방향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내비게이션을 켰는데,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을 지정하지 않은 상황이랄까요? 그런 상태에서는 예상치 못한 질문 하나로도 쉽게 방향을 잃고 맙니다. 길을 잃은 교사에게 성교육 시간은 공포의 시간이 될 뿐이며 다시는 성을 다룰 수 없게 됩니다. 학생들 역시 교사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면서 질문을 던진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것 같은 죄의식을 갖기에 이릅니다.
--- 「프롤로그 - 수업 중 문득 성을 마주하게 될 교사들을 위해」중에서
“선생님은 피임 성교육인가요? 책임 성교육인가요?”
강의 요청을 하면서 제게 이렇게 물어오는데, 저는 둘 다 아니고 ‘존중 성교육’이라고 대답합니다. 피임이나 책임은 성관계를 전제한 프레임 아닌가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은 그보다 먼저 자기 자신과 타인의 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존중 성교육이 가장 먼저라는 것이죠. 그 이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에서는 책임을 전제로 한 피임 교육이 체계적으로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선생님은 피임 성교육인가요? 책임 성교육인가요?」 중에서
교사가 학생을 ‘믿는다’라고 하는 것은 수업에 잘 참여하는 착실한 아이였다는 거예요. ‘예쁘게 사귀었다’는 교사가 보기에 그랬다는 뜻입니다. 학교 안에서 보기에는 학생답게 사귀는 것 같았고 어른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는 거죠.
이런 사건을 처음 접하면 먼저, 이 사실을 누가 알고 있는지, 그리고 당사자 학생들과 부모님의 태도는 어떤지 확인합니다. 목표를 ‘여학생(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이 이 학교에 계속 다닐 수 있게 하는 것’에 두고, 담임교사 외에는 학교 관계자 아무도 모르게 하면서 학생과 부모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지켜봅니다. 혹시 학교생활 중에 힘들 때 찾아가고 싶은 선생님이 있다면 누구인지 물어보고 학생과 교사를 연결해 줍니다. 이런 일들이 다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담임교사는 무척 힘듭니다. 부모의 고통에 공감하고 위로해야 하고, 상대 남학생을 관리해야 하며, 비밀 유지에 철저해야 하고, 여학생이 혹여 다른 생각을 하지나 않을지 노심초사하면서 다른 학생들에게 들키지 않게 예민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 「믿었던 아이들이 사귀다 헤어졌는데 임신 6개월이래요. 어쩌면 좋을까요?」 중에서
학교 성교육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사회에서 제기된 성적 이슈와 담론을 학생들의 성장 발달 상태와 인지적 부조화에 대한 고려 없이 그대로 학교로 옮겨와 적용하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는 데 있습니다. 사회의 성적 담론(예를 들어 여성의 임신을 중단할 권리, 월경하지 않을 자유, 성적 자기 결정권 등)에 대해 어느 교과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아이들이 제대로 배우고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요? 이슈 하나를 가지고 아이들 앞에 서 본 교사라면 알 것입니다. 정말 많이 공부해야 하고, 모든 관점에서 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수업에서 성취 기준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 「여학생은 여교사가, 남학생은 남교사가 남녀 각각 따로 수업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중에서
수업을 진행하다가 뜬금없이, 때로는 시의적절하게, 한 학생의 질문으로부터 갑자기 성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될 수가 있습니다. 이때가 바로 ‘골든 타임’입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이들과 예민하게 연결돼 성 수업을 진행하면 아이들에게 제대로 배움이 일어나면서 교사를 더욱 신뢰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내용보다는 성을 대하는 교사의 태도에서 강한 인상을 받고 훨씬 더 오래 기억하므로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품위 있게 성에 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겠습니다.
--- 「교사가 학생과 성에 대해 상담할 때 지켜야 할 가치」 중에서
수업에서 성인지 감수성의 개념을 설명할 때, 사전적 표현대로 ‘성별 차이로 인한 차별과 불균형’의 시각으로 접근하면 언어 표현으로 인한 심리적 반발 때문에 배움을 방해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상자(특히 남성)로 하여금 잠재적인 차별이나 불평등을 유발하는 존재로 느끼게 함으로써 불쾌감을 주거나 반대로 대상자(특히 여성)로 하여금 실제 경험과 무관하게 내가 차별당하거나 불평등을 받고 있나 보다 혹은 가만히 있으면 나도 모르게 차별이나 불평등을 당하게 되나 보다, 라는 불편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그러므로 수업을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킬 수 있는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성별을 떠나서 ‘상대방도 나와 같은 인격적, 성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는(알아차리는) 민감성’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설명하는 것이 부정적인 감정이 마중 나와 배움을 방해하지 않게 하는 소통입니다.
--- 「성인지 감수성 같은 새로운 개념을 다루는 수업이 궁금합니다」 중에서
사춘기 아이들은 동성, 이성을 가리지 않고 친구 관계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 집착으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서로 깊은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그래서 수업에서 ‘관계’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성 교제는 특별한 환상의 어떤 관계라기보다는 사람과 사람 간의 인격적인 관계이며, 요즘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부담스럽지 않게, 고통스럽지 않게, 말랑말랑한 시간으로 채우고 싶어 저를 도와줄 만한 그림책을 찾느라 품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그림책 『똑, 딱』을 활용하여 관계 맺기를 다룬 수업을 소개합니다.
--- 「이성 교제 수업이 부담스러워 교과서의 단원을 건너뜁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