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1월 30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424g | 130*195*25mm |
ISBN13 | 9788932920795 |
ISBN10 | 8932920796 |
발행일 | 2021년 0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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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424g | 130*195*25mm |
ISBN13 | 9788932920795 |
ISBN10 | 8932920796 |
MD 한마디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식인 움베르토 에코의 5주기를 맞아 출간한 유작 에세이집. 2000년부터 타계 전까지 쓴 55편의 글을 모았다. 온갖 불합리하고 나쁜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을 향해 날카롭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에코의 통찰이 담겼다. 독자들을 위해 에코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 될 것이다. - 에세이 MD 김태희
들어가며 유동 사회 1부 늙은이와 젊은이 잘못 산 13년 옛날 옛날에 처칠이 살았다 아름다운 것은 추하고, 추한 것은 아름답다? 신은 안다, 내가 바보라는 걸 나는 트위터를 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사생활의 상실 늙은이들이 살아남는 방법 2부 인터넷 세상 인터넷 과잉? 하지만 중국에서는…… 인터넷으로 자료를 베끼는 방법 시인들은 어디로 가는가? 교사는 어디에 필요할까? 핸드폰을 삼키다 딸기 크림 케이크 핸드폰과 「백설 공주」에 나오는 왕비 3부 음모와 대중 매체 〈깊은 목구멍〉은 어디에 있는가? 음모와 비밀 아름다운 사회 우연의 일치를 믿지 마라 두 명의 빅 브라더 〈지적인 말〉 경찰의 탐문 조사와 무례한 인간 영웅이 필요한 나라는 불행하다 시간과 역사 4부 인종주의의 여러 형태 히잡을 쓰라고 누가 명령했을까? 반유대주의자들의 모순 알려지지 않은 아내와 남편들 톰 아저씨의 귀환 『쥐』에서 샤를리까지 5부 철학과 종교 사이 사랑과 증오 죽음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의 파리 순록과 낙타 쉿,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동방 박사, 대체 그들은 누구인가? 6부 글을 쓰고 읽는 것에 대하여 아름다운 필체에 대한 단상 페스티벌에서 서로 얼굴을 본다는 것 범죄 소설과 철학 읽지 않은 책에 관하여 저장 매체의 불안정성에 관하여 들어 본 농담이라면 날 좀 멈춰 줘! 기념 논문집 늙은 홀덴 또 다른 아리스토텔레스의 발견 몬탈레와 딱총나무 거짓말과 〈마치 그런 것처럼〉의 세계 불신과 동일시 누가 종이호랑이를 무서워할까마는…… 7부 뻔뻔하고 멍청한 인간부터 황당하고 정신 나간 인간들까지 로마의 한 미국 여인 우리가 B를 아예 무시해 버리면 좌파와 권력 용서를 구합니다 기적의 약, 모르타크 나폴레옹은 없다 골 빈 인간들과 신문의 책임 옮긴이의 말 |
움베르토 에코는 1985년 3월부터 2015년까지 이탈리아의 시사잡지 《레스프레소 L’Espresso》에 “미네르바 성냥갑”이라는 난에 칼럼을 연재했다(‘미네르바 성냥갑’이라는 이름은 미네르바 회사에서 만든 작은 접이식 성냥갑에서 따온 것이었다. 그 성냥갑 안쪽에 간단하게 메모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었는데, 에코는 거기에 칼럼에 쓸 글에 대한 단상이나 착상을 기록해 두었다고 한다). 2000년부터 2015년 사이에 쓴 400편이 넘는 칼럼 중 ‘유동 사회’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성찰로 이해될 수 있는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이전에 낸 책들은 국내에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과 《책으로 천년을 사는 방법》 등의 제목으로 나왔다).
그렇다면 ‘유동 사회(Liquid Society)’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책을 옮긴 박종대는 이 용어가 이전에는 ‘액체 사회’, ‘액체 근대’ 등으로 번역되었다면서, 자신은 어감이나 맥락상 ‘유동 사회’가 더 어울리는 번역이라고 쓰고 있다.) 유동 사회란, 공동체 개념의 위기, 흔들리는 근대의 근간, 확고한 기준점의 결여를 특징으로 하는 사회다. 이로 인해 ‘모든 것이 어느 정도씩 유동하는 상황’이 생겼다. 이 사회에서, “우리는 법에 대한 믿음을 잃었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의 눈에 띄는 것이 기준점 없는 개인의 유일한 해결책이 되었다. 돈으로 자신을 드려내는 행태, 소비주의, 무절제한 소배 행태가 그런 것들에 속한다.” (14쪽) 에코는 바로 이러한 사회의 여러 면을 날카롭게 들여다보고 있으며, 이러한 사회에 대해 풍자와 함께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의 풍자는 날카롭다. 중심을 잃고, 지성을 버리는 사회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러나 그의 날카로움은 벼린 칼처럼 사회를 난도질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연대하며 서로 기대며 살아가기 위한 전제로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하는 과정이 바로 그의 풍자고 비판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인터넷 세상, 스마트폰의 세상에 대해서도 비판하는데, 그 스스로 그 방향을 돌려세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과잉의 시대에 대해 교육과 시민의식과 같은 것을 강조하면서 어떻게 하면 인터넷에 끌려다니는 게 아니라 그것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중심을 찾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의 고민이 그다지 효과가 없음을 우리는 지금 확인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아니 그래서 그의 고민이 여전히 유효하다.
이 칼럼집에서도 그가 여전히 책에 대해 희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부의 열 꼭지가 넘는 글이 모두 책에 대한 얘기다. 필체에 대해, 저장 매체에 대해, 소설과 현실에 대해 어쩌면 지금은 이미 결판이 난 듯한 주제들을 다시 꺼내어 생각해보도록 하고 있다. 컴퓨터 자판에 의존해서 글을 쓰는 시대에 무슨 필체가 의미가 있으며, 저장 매체로서 USB를 넘어서 클라우드로 넘어간 시대에 책이라는 저장 매체의 우수성을 얘기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으로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말을 타기도 하고, 범선 항해를 즐기고, 트래킹을 떠나고, 우표 수집을 하는 것처럼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으며, 새로운 저장매체의 수명이 확인되지 않은 마당에 이미 증명이 된 저장매체인 책에 대한 얘기는 어쩌면 아주 사소한 얘기일 수 있으나, 그런 것으로도 애써 중심을 잡고자 하는 에코의 안간힘을 우리는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에코의 새로운 글을 읽지 못한다. 시간이 갈수록 더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의 글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새로워질 수도 있다. 그의 예측이, 그의 혜안이 옳았다는 것에 감탄할 즈음엔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의 글들은 소중히 읽어야 한다.
2016년 타계해서 더는 새로운 작품을 읽을 수 없게 된 것이 안타깝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을 모두 다 읽은 것은 아니다.
안 읽은 책들이 더 많다.
페이지수 압박에 못이겨 말이다. 세상에 할 말이 많으셨던 분인듯 싶다.
워낙 지성과 해박함과 위트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니 말이다.
이번 글을 읽고는 살짝 괴팍함도 느꼈다.
[레스프레소]지에 기고한 칼럼 <미네르바 성냥갑> 중에서 최근 글들을 모은 것으로 '유동사회'라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에코는 '유동 사회'라는 말로 이 사회를 진단한다. 유동 사회란 중심을 잃고 표류하는 사회다. 다시 말해 정체성 위기와 가치의 혼란에 빠져 방향타가 되어 줄 기준점을 상실한 사회다.
군데군데 따뜸하지만 진정성이 담긴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이 많은 편이다.
이렇게 말하면 성경같은데 그렇게 친절하진 않다.
"내 성공의 비밀은 젊었을 때 내가 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데 있다"-웬들 홈스 2세
자신이 신이 아님을 깨닫고, 자신의 행위를 항상 의심하면서 지난 삶을 충분히 잘 살지 못했음을 자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요즘은 신은 없는데 신인 줄 아는 사람들은 넘쳐난다.
갑질, 심지어 자식에게 만 신인줄 아는 사람들(신은 베품입니다. 여러분!!), 다른 세상을 사시는 정치인들 등등 말이다.
읽다보니 이탈리아의 정치인들 유명인들 , 잡지명들이 줄줄 나오는데 어찌나 낯설고 발음이 어려운지 소리내어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화들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늙은이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한편의 소설을 보는듯 괴기스러웠다.
살아남기 위한 젊은이 대 늙은이들의 도륙전이라니...
또한 여러글에서 핸드폰, 인터넷, SNS의 폐해에 대해 자주 언급이 된다.
특히 쇼킹한 사건은 마피아 집단내에서 이루어지는 행위 중 비밀을 발설한 조직원에게 목구멍에 돌을 쳐박아 넣는 벌이 있다고 한다.
한 모로코인이 로마에서 핸드폰을 삼켰다가 경찰에 구조되엇다는 신문기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사이 핸드폰은 자연스럽게 우리 육체의 일부가 되었다. 귀의 연장이고 눈의 연장이고 심지어 페니스의 연장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그의 핸드폰으로 질식시키는 것은 그의 창자로 목을 졸라 죽이는 것이나 진배없다."
또 하나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가 종이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토론을 거친 이야기다.
물론 종이책이 감소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존폐위기를 논하기에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다. 에코의 주장은 5000년이 넘는 책들이 아직 존재한다.
하지만 저장매체들은 에러도 생기고 소실도 되고 수명도 짧다.
더욱 중요한것은 아마존이 워싱턴포스트지를 사들인 것 워렌 버핏이 지방의 신문사들을 사들인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다각적으로 생각해볼 문제인것이다.
[영웅이 필요한 나라는 불행하다]도 좋았다.
선량한 영웅, 위대한 시민이런 것들로 언론이 떠든다면 그만큼 영웅이나 선량함이 사라졌다는 반증이니 말이다. 원칙과 본인의 직분이 망각된 현실은 슬프다.
LH사건도 마찬가지다. 본분만 지키면 되는 것들인데 말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너무 늦은 나이에 읽어 아무 감흥도 없었다는 글에서는 공감했다.
'카이로스'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안다.
적기가 있다. 그때 적절한 타이밍!!!
책을 출판하는 것도 그 책을 읽는 것도 타이밍이다. \
삶도 타이밍이다.
움베르토 에코, 낯익은 이름인데 그의 책이나 글을 읽은 기억이 없다. 그가 타계한 이후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대로 여러 잡지에 실었던 시사 칼럼을 추려 55편을 옮겼다. 그가 바라본 세상은 어떤 창으로 열려 있을까.
우연찮게 어제 TV에서 요즘 학생들의 어휘력 문제를 조명했다. 이런저런 스피드 퀴즈 형식의 장면과 뒤를 이어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어려워 한 단어가 '글피'였다. 심지어 처음 들어 봤다는 학생도 있다. 어쩌면 요즘을 사는 우리는 '오늘'만 살 것처럼 현재에 집중하다 보니 내일도 모레도 어렵다. 그러니 그다음인 글피를 꿈이나 꿀까?라는 생각이 순간 스쳤다.
한데 에코 역시 요즘 사람들의 과거 인물에 대한 무지와 가짜 뉴스의 심각성에 주목하는 이야기는 어딘가 방송과 통하는 구석이 있어 보인다. 아, 가짜 뉴스가 아니라 허위 조작 정보라고 해야 옳다. 또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이런 허위 조작 정보를 양산·유포하는 기자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어쨌거나 에코가 날카롭게 꼬집는 문제는 현시대, 우리의 문제다.
또 다른 이야기로 현대인들이 미디어에 얼굴을 내밀고 싶어 하는 현상에 대해 "우리는 이런 미친 짓이 대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궁금하다"라며 다양한 형태의 관종들을 예로 들면서 대놓고 조롱하기도 한다. 더욱이 사람들이 SNS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일들, 그러니까 뭘 먹고 어딜 가고 누굴 만나는지 같은 일련의 행동을 온 동네 떠벌리는 <고백 사회>라고 표현하는 데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
입이 바짝 마르고 씁쓸해지는 꼭지가 있다. 뭐 거의 모든 꼭지가 맘 편한 곳이 없을 지경이긴 했으나 더 그랬던 부분, 한 학생의 업심여김이 잔뜩 느껴진 '교사의 자취'를 묻는 질문에 그는 자조를 섞어 "과거 학교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곳이었는데 요즘은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곳"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딱히 반박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해 씁쓸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온라인에 떠도는 불분명한 정보를 여과하지 못하고 덥석 받아먹는 게 아니라 필요한 정보로 다듬는 법은 학교에서 배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또한 반박할 게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가 평생학습이라는 배움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확실하고도 직설적인 그의 정신세계를 솔직하게 담아낸 듯하다. 다시 고백하건대 그의 작품이나 글을 접한 기억이 없는지라 은근하게 비꼬는 논조는 다소 불편한 점도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대부분 사회 문제가 되는 현상들을 개인의 입장에서 날카롭게 지적하고 나온 것이라서 그의 생각에 더해 독자의 사유를 얹어 볼 만하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과거에 대한 철학, 인터넷에 철학을 잊은 현재, 문학, 문화, 종교와 글쓰기까지 다양한 단상이 담긴 이 책은 그의 생전 마지막 작품이라니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된 듯 푹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