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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과 작은 나리
폭풍우 속 아다코 이루어진 꿈 오미쓰의 비녀 나비 한 쌍 첫 번째 꽃봉오리 유령을 빌려드립니다 |
Shugoro Yamamoto,やまもと しゅうごろう,山本 周五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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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이시바의 금고에서 돈을 훔쳐 달아났다는 사내. 인색하고 거짓말쟁이에 잔소리가 심했다는 아내. 그를 괴롭히고 짜낼 수 있을 만큼 짜냈으면서도 죽을 때까지 ‘불효자’라며 호통을 쳤다던 양아버지. 아내라는 건 말뿐, 도박을 하고 취해서 소란을 피우고 사실은 진짜 남편이 있었다는 첫 번째 여자. ―모두 하나같이 교활하고 야비하고. 그러나 덴쿠로에게 그렇게 상처를 주고, 그를 속이고, 그를 미워하고, 그의 등을 쳐 먹고, 그의 단물을 빨아먹었으면서도 그들 역시 그렇게 풍족하지는 못했으리라. ……지금도 어딘가 세상의 구석에서 각자 힘든 생활에 쫓겨 때로는 멍하니 한숨이라도 내쉬고 있는 것은 아닐지.
---「도둑과 작은 나리」중에서 “어차피 슬픔을 위해서 태어났잖아.” 오타미가 손님을 배웅하고 뒷정리를 위해 들어왔다가 작은 창에 기댄 채 자조하듯 중얼거렸다. “꽃도 한때라면 지기 전까지 마음 가는 대로 살면 그만이야.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으니, 어떻게 되든 후회할 건 없어.” “어차피 슬픔을 위해서.” 체념과도 같은 이 말은 결코 한때의 기분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아주 어렸을 때, 첫 번째 기억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도 이미 슬픈 울음소리에 젖어 있었다. ---「첫 번째 꽃봉오리」중에서 초저녁부터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한밤중이 되어서도 그치지 않았다. 기온이 떨어져 조금 쌀쌀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모기장도 치지 않고 이부자리도 펴지 않은 채 뒹굴고 있던 야로쿠가 문득 눈을 떴다. ……모깃불이 꺼져 있었다. 그러나 그 불을 다시 피우기보다는 모기에게 뜯기는 것이 그에게는 마음 편했다. (중략) 게으름뱅이에 어울리지 않게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아침 일찍 일어나면 하루 종일 천천히 게으름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이렇게 늦잠을 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으리라. ---「유령을 빌려드립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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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는 않았어. 이것도 일생이야. 나는 내 나름대로의 일생을 가졌던 거야.
이 세상에 태어난 건 괜찮은 일이었어. 태어나지 않은 것보다는 역시 태어난 편이 좋았어.” 제17회 나오키상에 『일본 부도기』가 선정되었을 때 야마모토 슈고로는 “문학은 상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평소 각 사의 편집부와 독자와 비평가들로부터 과분한 ‘상’을 받고 있다.”라는 말과 함께 수상을 고사했으며, 이후 그 어떤 문학상도 받지 않았다. 그는 문단에 처음 나왔을 때 아동물이나 극작을 주로 집필했고 이후 대중오락잡지를 주무대로 작품을 발표했기에 순문학자나 비평가들로부터는 거의 외면을 받아왔으나 ‘문학에는 ‘순’도 없고 ‘불순’도 없으며, ‘대중’도 없고 ‘소수’도 없다. 단지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이 있을 뿐이다.’라는 신념하에 보편타당성을 가진 인간상의 조형을 평생의 목적으로 삼았다. 그의 작품 대부분에는 세상에 시달리는 서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서민들의 삶 속에야말로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간이 존재한다고 믿은 그의 사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첫 번째 수록작인 「도둑과 작은 나리」에서 그러한 그의 사상을 잘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그는 제아무리 험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간다 할지라도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다. 이 책의 두 번째 수록작인 「폭풍우 속」의 주인공은 이렇게 중얼거린다. “나쁘지는 않았어. 이것도 일생이야. 나는 내 나름대로의 일생을 가졌던 거야.” 이는 야마모토 슈고로가 우리의 인생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주인공의 입을 통해서 대변한 것이라 할 수 있으리라. 세 번째 작품인 「아다코」에서는 삶에 대한 ‘절망’과 ‘희망’, 신분의 ‘고’와 ‘하’를 대립시켜 어떠한 경우에라도 우리 삶은 결코 절망적이지 않다는 그의 생각을 들려준다. 이처럼 시선은 늘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향해 있었으나 야마모토 슈고로는 인생을 결코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의 작품 가운데서도 이번에는 TV드라마의 원작으로 쓰였던 작품만을 선별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그가 끝도 없는 애정을 가졌던 서민들의 삶을 통해서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맛보시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