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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소년
밤의 대화 폴라 로첸 밤의 노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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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탈을 쓰고 난 아버지가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 곁을 떠나자 모든 것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엄마의 표현에 따르면 “그는 마치 똥을 싸놓은 것처럼 우릴 버렸다”는 것이다. --- pp. 26~27
“난 고통과 수치를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그 애의 머리칼과 손가락을 쓰다듬었지. 나의 비겁함이 날 회한 속으로 몰아넣는 순간 그 애의 살갗이 놀랄 정도로 차갑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그 완강할 정도의 침묵으로 그 앤 날 보호하려고 했던 거야. 내가 쓰다듬자 그 애의 어깨 피부는 칙칙한 색깔로 굳어졌어. 다시 한 번 불렀지. 그러고 나서 난 알게 된 거야. 극악무도한 죄악이 저질러졌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된 거지.” --- p.155 “사람들이 자기들을 배신자, 비겁자라고 부르는 것을 참아낼 만큼 굉장한 용기를 가진 인물들도 있었지. 각 개인은 자기 위치에서 비록 보잘것없더라도 저항을 할 수가 있고 또 해야 한다고 난 확신하고 있소. 겉보기에 중요하지도 않고 눈에 띌 만큼 효과도 없어 보이는 그러한 저항은 독재자의 눈에는 꺼지지 않는 자그마한 불빛을 간직하고 있는 증거로 보이지요. 그런 하나하나의 동작이 쌓이면 힘찬 흐름이 됩니다. 그 힘찬 흐름이 줄기차게 장벽에 부딪히면 결국 그 장벽은 무너지고 마는 거요.” --- pp. 217~218 엘리안느 드 네리는 여전히 밝은색 치마바지를 입고 있어 별 어려움 없이 찾아낼 수 있었다. 그녀는 새(鳥)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 샤를르 에바리스트의 모습은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역시 어떤 가면을 쓰고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그를 알아보는 일은 불가능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 p.356 작은 오렌지색 불꽃이 반짝 타올랐다가 떨어지고 만다. 한 줄기 섬광이 번쩍이더니 불꽃이 치솟아 오르고 젊은 남녀는 부들부들 떨면서 붉은 불의 장막 속으로 사라져간다. 불길에 탄 손가락이 서로 꼬이면서 오그라든다. 입술은 반쯤 벌어졌다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닫혀버린다. 자욱한 연기가 걷힐 무렵 그 남녀는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공포에 질린 눈을 하고 말짱하게 다시 나타난다. ---p.3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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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세계와 자아의식의 충돌을
시적 문체로 빼어나게 묘사한 수작! 프랑스 최대의 문학상인 공쿠르 상의 1986년도 수상작. 외부 세계와 자아의식의 충돌을 시적 문체로 소화해냄으로써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밤의 노예]는 언뜻 아리아드네의 미궁 신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심약하고 무능한 주인공 필립 아르쉐는 아리아드네를 연상시키는 폴라 로첸의 인도에 따라 C 라는 도시에 머무르게 되며, 거기서 아버지를 찾아갈 결심을 한다. 그러나 결국 그가 찾아낸 아버지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음탕한 노인으로 변해 있고 여기서 그의 탐색은 허무하게 끝이 난다. 그가 영웅이라고 상상했던 아버지에게로 이어졌던 실타래의 흔적은 사라져버리고 애인 역시 바닷가에 버려진다. 이 작품 전체의 공간적 배경을 이루고 있는 센 강은 바슐라르의 물의 이미지와 연결되어 주인공의 무의식의 세계는 바슐라르가 말한 ‘부드러운 물’로 이어진다. 이 ‘모성적 상상력’ 속에는 증오하는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잠재해 있어서 주인공의 물에 대한 무의식적 갈망을 지배한다. 한편 주인공은 베르그송이 역설한 순수 지속의 시간, 즉 자기 자신을 자신과 동일한 것으로 파악함으로써 자신을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시간 속에서 살려고 하지만, 그는 구체적이고 수학적인 시간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주인공의 탐색은 출구 없는 방에 갇힌 채 끊임없이 자기 존재의 근원을 찾아내야 하는 인간의 보편적 운명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