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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아닌 이상 틈은 존재한다. 틈이 있다는 것은 가깝다는 뜻이다. 하지만 틈이 커지면 공간이 되고 공간은 장벽이 된다. 그래서 틈은 관계를 의미한다.
- 권영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 가운데는 수많은 틈이 있습니다. 인간(人間)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도 존재하며, 시간(時間)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간과 시간 사이의 틈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틈틈이 주변을 돌아보며 틈을 살펴보게 되었고 생활 속에 존재하는 많은 틈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틈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 틈의 의미를 마음에 담기 위해서 "틈"이라는 시리즈로 작품을 그리고 있습니다. 동이 틈으로 낮이 시작되고 어둠의 틈을 비집고 별빛이 새어 나오므로 밤이 됩니다. 하늘과 땅의 틈으로 아름다운 지평선이 펼쳐지고 우리의 눈꺼풀 틈으로, 이 아름다운 풍광을 담습니다. 우리 삶을 통해 함께 틈을 찾는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신기영 ‘틈’은 공존인 듯합니다. 복도식 옛 아파트 문과 문 사이의 틈, 옛 아파트 뒤로 재개발 아파트 모습이 보입니다. 지나치는 거리, 회색 벽에 나타난 글자와 이미지들이 보이는 것은 보이는 틈만큼 회색 벽이 공간을 양보했기 때문입니다. 땅속에서 7년을 견디고 나온 환골탈태한 매미, 겉껍질 가운데 틈 사이로 나옵니다. 날아갑니다. 건물과 풀들을 담아 봅니다. 빨강과 연둣빛이 서로 어우러집니다. 다시 틈을, 공존을 되짚어 보아야 합니다. - 김기봉 이탈리아의 섬 사르데냐의 주도인 칼리아리의 풍경을 담았습니다. 칼리아리 구도심을 산책하는 것은 경사진 수많은 골목과 계단을 즐기는 것입니다. 골목들은 마치 도시의 틈이 벌어져 생겨난 통로와도 같고 그 틈에는 수많은 삶의 흔적들이 켜켜이 쌓여있습니다. 틈새를 꽉 채운 열기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멋진 곳입니다. - 채정은 우리 사이의, 틈. 당신과 나 사이에는 분명히 건널 수 없는 틈이 있다. 이름도 알 수 없고, 형태도 정확히 보기 어려운. - J 틈 사이로 빛이 쏟아졌다. 쏟아진 빛은 꽃이 되어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 허진 There is a monotony to life that keeps us dull to our surroundings. When you pause and open your eyes to observe, you can see the gaps in the curtains where something beautiful may shine. - Sam 멍하니 바라보는 기와는 참 멋져. 북촌 주민이라는 쓸데없는 자부심은, 멍하니 바라볼 수 있는 한옥과 기와가 일상이라는 것 에서부터. -이프노이프 ifnoif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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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저는 ‘시선은 권력이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시선이 어째서 권력인지에 대해 구구절절한 설명을 하기보다는 제가 받아들인 가장 주요한 논리를 말하자면, 주체와 대상이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시선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생겨나는 관계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바라봄은 대상과 주체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틈’을 통해 바라본다는 건 일반적인 과정과는 다른 방식의 관계 맺음이 진행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겠지요. 틈을 통해 바라볼 수도, 잘 보이지 않는 틈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 되었건 간에 틈을 매개로 하는 모든 시선은 일반적으로 생겨나는 응시와 관찰과는 다른 노력을 요구하고, 다른 의미가 부여됩니다 월간옥키 ‘틈’에 참여한 작가들이 바라본, 그리고 관계를 맺은 대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번 책도 펼쳐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7. 장인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