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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새 저녁눈 물방울 물방울 아이 첫눈 눈 오는 길 별 천장호수 1 천장호수 2 협곡 1 협곡 2 바람불이 1 바람불이 2 그대도 꿈 가까이 새와 별 광대울 1 광대울 2 달개비 용은별서를 떠나며 제2부 패랭이꽃 지평선 마을 2 지평선 마을 3 물돌이동 첫눈 속에는 눈사람이 내린다 북극 일기 오로라 한탄강 1 한탄강 2 북한 전쟁고아 수용소 1 북한 전쟁고아 수용소 2 검은 눈밭 몽골 북한 대사관 앞을 지나 빗방울 혜성 남남북녀 고리섬 고비 고비 사막으로 가는 길 고비 삽화 1 오도 가도 못하는 시간 고요 그냥 돌이라고 말하려다 무슨 소리 고비 처녀 악취도 향기지요 제3부 마지막 그분 매킨리 13구역 시베리아 1 자작나무 김포평야 해, 아이, 수리조합 1 해, 아이, 수리조합 2 매향리 홍주성(洪州城) 그대가 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 실미도 백두대간 금강산 시화전 금강산에 살다 죽어도 향로봉에서 그대에게 온정리 길 해설│최원식 시인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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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의 시적 집중력으로 과거의 상처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해온 신대철 시인의 세번째 시집이다. 신대철 시인은 첫시집 『무인도를 위하여』(1977)에서 인간 바깥으로 탈출하려는 초월적 의지와 강렬한 사회성을 근원적 서정에 담아내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시인은 이후 절필했다가 23년 만에 펴낸 시집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2000)에서 오지 체험을 바탕으로 고통의 기억이 현재와 눈부시게 조우하는 순간을 그려냈고, 이 시집으로 제4회 백석문학상(2002)을 수상했다.
5년 만에 펴내는 세번째 시집은 그간 신대철 시세계의 뿌리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시집이다. 그 뿌리는 시인의 독특한 체험에 닿아 있는데, 그중 가장 강렬한 것이 군복무시절 최전방에서 북파공작원을 북으로 보냈던 아픈 기억이다. 이번 시집에서 영화 ?실미도?(2003)를 통해 세상에도 널리 알려진 북파공작원이라는 존재는 시인에게 깊게 각인돼 있다.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그때의 체험에 대해 “피투성이가 된 공작원과 GP 요원들”이 악몽 속으로 “수시로 찾아왔다”고 술회하고 있다. 이 악몽의 기억과 혼신의 힘으로 대면한 결과물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시집은 주목할 만하다. 표제작인「그대가 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는 그 악몽의 순간들 중 한 장면을 그린 것이다. 시적 화자는 임무를 포기하고 귀환하는 공작원을 맞아들여 벙커로 귀환한다. 화자는 앞으로 다가올 심판을 두려워하는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 화자는 그를 보내며 “우리 땅, 어디에도/ 있지 않았던” 그를 위하여 “그대가 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고 노래한다. 이처럼 신대철 시의 서정은 전체를 위해 희생된 익명의 개인들에 대한 우리 모두의 근원적 부채감을 일깨운다. 시인의 독특한 서정 세계는 유년 체험과 오지 체험을 다룬 시편에서도 엿보인다.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에 이어 이번 시집에서도 시인의 오지 체험은 몽골, 시베리아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평론가 최원식이 지적하듯 신대철 시인은 오지를 방랑하면서도 운명처럼 한반도와 해후한다. 시인은 몽골에서 북한 대사관을 바라보며 분단된 나라에서의 비극적인 체험을 다시금 떠올리고(「몽골 북한 대사관 앞을 지나」), 그곳의 북한 벌목공들을 만나 “뭉치지 않고 흩어지지 않고 뒤엉키는 핏줄”(「검은 눈밭」)을 실감한다. 또한 시베리아에 몰아친 오로라 속에서는 “악몽 속의 얼굴들”이 그리워지기도 하고(「오로라」), 알래스카 최북단의 한 마을 여자들을 보고 “춘천 의정부 송탄에서 아프게 스쳤던 앳된 여자들”(「북극 일기」)을 떠올리기도 한다.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는 형식도 지속적으로 실험되고 있다. 시인은 화전민이었다. 해방 직후에서 한국전쟁에 이르는 시간 동안 시인은 아버지의 부재로 말미암아 산골로 쫓겨간 경험을 가지고 있다. 시인은 이런 경험을 시 속에 불러오되 직접적인 서술에 의존하기보다는 사물을 통해 고통스럽게 서정을 환기하는 방법을 택한다. 「지평선 마을」 연작이 그러한 작업으로서, 불탄 언덕에서 “봄도 사람도 다 잊어야 한다”(「패랭이꽃」)고 타이르는 할머니를 등장시켜 한국전쟁의 상흔을 불러내고 그 끔찍했던 상처를 따뜻하게 위무한다(「지평선 마을 3」). 「고리섬」은 이 시집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편 중 하나이다. 지리산으로 들어간다는 아저씨는 동네 아이들을 하나씩 들어올려 “너희 세상은 이만큼 높은 세상”이라고 말하고, 화자는 “보리밭 물결 위에 높은 세상이?”라는 무구한 응답으로 역사의 비극을 재현한다. 이처럼 이 시집은 비의적(秘意的) 기억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신대철 시인의 새로운 면모, 즉 희망과 화해의 조짐을 보여준다. 평론가 염무웅이 지적하듯 폭력과 강권이 지배해온 분단 조국 너머의 세계를 희구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실존적 자아에 대한 치열한 성찰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이 시집은 최근 우리 시단에서 보기 드문 시적 성취라 할 만하다. |